주문
제1심판결을 아래와 같이 변경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8,204,353원 및 이에 대하여 2012. 9. 7.부터 2016. 2. 18.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 중 4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당국의 허가를 얻어 채권추심 및 신용조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2006. 4. 20. 피고와 위임직 채권추심인 위촉계약을 체결하고, 그 때부터 채권추심 등의 업무를 담당해 오다가 2012. 8. 23. 퇴사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게 고용되어 피고의 구체적인 지휘·감독 하에 근로를 제공하다가 퇴사한 자로서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원고가 피고와 체결한 계약은 근로계약이 아닌 채권추심을 위한 위임계약에 해당하는바, 피고가 원고에게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한 사실이 없고, 원고는 피고의 취업규칙, 복무규정 등을 적용받지 않았다. 원고가 수령한 보수는 채권회수 실적에 따른 성과수수료일 뿐 고정급이나 기본급이 없어 그 액수가 채권추심원들별 및 매 지급기간별로 현격한 차이가 있으므로 임금이라고 볼 수 없고, 원고가 피고를 사업자로 한 4대 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았으며, 피고는 원고의 수수료 등에 대하여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여 납부하였을 뿐이다. 따라서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 할 수 없다.
설령 원고가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원고는 업무의 편의성과 높은 수수료율 때문에 피고와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근로소득세보다 낮은 세율의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여 왔고, 피고도 원고를 비롯한 채권추심원들이 근로자가 아님을 전제로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수수료율을 책정하였는바, 여기에 피고가 현재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채권추심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경우 피고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되는 사정을 더하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판단
근로자 여부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보다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다51417 판결 등 참조).
인정사실
갑 제3, 4호증, 갑 제7 내지 10호증, 갑 제11 내지 26호증, 갑 제29, 30호증, 갑 제33, 35호증, 을 제3호증, 을 제19, 22, 23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가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위임직 채권추심인 위촉계약(이하 '이 사건 위촉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채권추심 등의 업무를 담당하여 왔는데 그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기본급이나 고정급의 정함이 없이 본인의 채권회수액에 대한 일정률의 수수료를 매달 15일 정기적으로 지급받았고, 급여 외 장기활동수당, 자격증수당 등을 추가로 지급받기도 하였다.
원고는 피고가 제공한 사무실의 지정된 자리에서 근무하였고, 피고로부터 책상, 컴퓨터, 전화기 등의 사무집기를 제공받았으며, 유선전화요금, 우편료, 등기부등본 등 각종 공부의 발급비용을 지급받아 피고의 채권관리 및 추심업무를 수행하였다.
피고는 원고의 재직 중에 발생할 손해를 담보하기 위하여 원고로 하여금 매년 보험가액 5,000만 원으로 하는 신원보증보험을 가입하고, 피고에게 그 보험증권을 제출하도록 하였다.
원고는 피고의 인사발령에 의하여 2006. 11. 1. 피고의 B팀에서 구로지점으로, 2008. 1. 2.경 피고의 구로지점에서 남부지점으로 각 인사이동하였다.
피고는 각 지점에 지점장을 두고 지점장 또는 중간책임자인 팀장에 대한 업무연락 공문을 통하여 업무지침 등을 전달하는 등의 방식으로 원고를 비롯한 채권추심원들을 지휘·감독하였다. 피고의 지점장 또는 팀장은 채권추심원들로부터 업무 수행과 관련한 각종 보고를 받았고, 구체적인 사건의 진행 방법이나 대응 방식을 지시하기도 하였으며, 원고가 채권자 등에게 수수료 지급 요구나 추심진행 과정에 관한 각종 공문, 채무자에게 채무변제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할 경우 팀장이나 지점장으로부터 결재를 받도록 하였다.
피고는 원고를 비롯한 채권추심원들에게 배정한 개개의 채권에 대한 추심방법이나 순서 등을 일일이 지시하지는 않았으나, 정기적으로 지점장 또는 팀장 또는 외부강사를 통해 채권추심활동에 필요한 전반적인 내용 및 추심기법 등을 교육하였다.
채권추심원들은 매일의 실적과 채권관리 현황을 피고가 제공한 컴퓨터를 통하여 내부전산관리 시스템에 입력하도록 지시받았고, 피고는 이를 통하여 채권추심원들의 채권관리 상태나 정도, 향후 추심 방향 등을 보고 받았으며, 필요한 경우 각 채권추심원에게 입력하여야 할 세부 내용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보완을 요구하였다. 또한 피고의 지점장 또는 팀장은 매일 월요일 아침에 주간회의에서 채권추심원들에게 회사의 경영방침을 주지키고, 채권추심원들로 하여금 월 단위, 주 단위 매출 목표를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하고, 이를 달성하도록 독려하였다.
피고는 출근기록부나 출장복명서 등을 두어 채권추심원들로 하여금 이를 기록하도록 지시하지는 않았으나 채권추심원들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출근 시간을 09:00로, 퇴근 시간을 18:00로 각 정하였고, 이에 따라 채권추심원들은 원칙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맞춰 출·퇴근을 하는 한편 외근이 있거나 휴가를 내는 경우 팀장 등에게 보고를 하고, 출근 당일 업무일정표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또한 피고는 채권추심원들에게 하절기 기간 동안 반팔 와이셔츠에 정장바지를 입되, 외부 업무자 등을 자주 만나는 경우에는 정상복장을 유지할 것을 통보하기도 하였다.
피고는 조회교육에 불참하거나 채권회수액이 일정한 금액 이하인 채권추심원들에 대하여 보수교육을 실시하거나 채권 배정을 금지하고, 배정된 채권을 회수하는 등의 불이익을 가하였다.
원고는 근로소득세를 납부하지 않고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으며, 피고를 사업자로 한 국민연금보험이나 건강보험,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
판단
위 인정사실을 토대로 위 법리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는 채권추심 및 신용조사 업무를 취급하는 신용정보업자로서 불법적인 채권추심이나 개인신용정보 누출 방지 등 관련법령이 규정한 각종 규제를 받아야 하므로 그 업무담당자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 없이는 각종 행정상 또는 민·형사상 책임 부담의 가능성으로 비용이 급증할 우려가 있어 도급계약이나 위임계약상의 한정적인 제한만으로는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피고의 승낙 없이 제3자에게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없고, 계약상으로나 실제상으로 피고에게 전속되어 피고의 업무만을 수행하여 온 것으로 보이며, 계약기간 또한 자동 갱신되어 계속성을 가졌다.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촉계약서에는 업무수행방법·금지사항·수수료지급기준 등 취업규칙을 갈음할 만한 사항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징계해고나 정리해고 사유에 해당하는 사유들이 해지사유로 되어 있으며, 원고의 재직기간 중에 발생할 수 있는 피고의 손해를 배상할 담보로 신원보증인 또는 신원보증서를 요구하였다.
피고는 채권추심원들의 실적을 점검, 관리하면서 실적 부진자에 대하여는 별도로 관리하고 지점장 등에게 보수교육을 명하고 신규채권 배정을 금지하는 등 상당한 정도의 지휘·감독권한을 행사하였다.
위와 같이 피고에 의하여 실적이 점검, 관리되고 계약 유지 여부가 좌우되는 상황이었으며, 또한 피고는 채권추심원들에게 추심할 채권을 배분하여 왔는데, 어떠한 채권이 얼마나 배분되는지 여부는 원고의 수입에 직결되는 문제이어서 채권추심원인 원고로서는 채권배분 과정에서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는 원고가 피고의 각종 지시나 교육을 거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에게 따로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지는 않았으나 수수료는 매월 계산되어 다음 달 15일 정기적으로 지급되었는데, 이는 원고가 제공한 근로의 질과 양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서 근로 자체의 대가로 봄이 상당하다.
원고를 비롯한 채권추심원들에게는 피고의 취업규칙, 복무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았고, 피고가 수수료에 대하여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으며, 원고에 대하여 4대 보험 가입신고를 하지 아니한 점 등은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거나 사용자인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사실상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정들에 불과하다.
퇴직금 청구에 관한 판단
퇴직금 청구권의 발생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서 1년 이상 계속하여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다가 퇴직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의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퇴직금의 액수
근로기준법 및 근로기준법 시행령 등이 정한 원칙에 따라 평균임금을 산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의 퇴직을 즈음한 일정 기간 특수하고 우연한 사정으로 인하여 임금액 변동이 있었고, 그 때문에 위와 같이 산정된 평균임금이 근로자의 전체 근로기간, 임금액이 변동된 일정 기간의 장단, 임금액 변동의 정도 등을 비롯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볼 때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적거나 많게 산정된 것으로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이를 기초로 퇴직금을 산출하는 것은 근로자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출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의 정신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는 것이므로, 근로자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반영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다른 방법으로 그 평균임금을 따로 산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근로자의 평균임금이 위와 같이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적거나 많다고 볼 예외적인 정도까지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등이 정한 원칙에 따라 평균임금을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6다17287 판결, 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다99396 판결 등 참조).
원고의 퇴직 전 3개월 동안의 보수 총액이 0원이고, 퇴직 전 1년 동안의 보수 총액이 15,737,000원(1일 평균임금 43,115원), 원고가 근무한 전체 기간 동안의 보수총액이 160,777,000원(1일 평균임금 69,360원)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을 제12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기재에 의하여 인정된다. 위 법리에 더하여 원고와 같은 채권추심원의 근무형태나 채권회수 실적에 따라 차등이 생기는 보수의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원고가 퇴직 전 3개월 동안 받은 평균임금의 수준은 원고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의 수준을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있고, 퇴직 전 1년간의 보수를 기준으로 산정한 1일 평균임금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및 근로기준법이 정한 퇴직금 산정방식의 취지 및 원고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반영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액수라 보아야 하고, 이에 반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할 퇴직금은 8,204,353원[= 1일 평균임금 43,115원 × 30일 × (6년 + 4개월/12개월 + 4일/365일), 원 미만 버림]이 된다.
신의성실 원칙 위배 여부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3다18401 판결 등 참조).
위 법리를 토대로 이 사건을 보건대, 원고가 피고의 구체적인 감독과 지휘를 받지 않는 등 스스로 업무의 편의성을 위하여 또는 높은 수수료를 지급받기 위하여 피고와 이 사건 업무위임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는바(오히려 이 사건 업무위임계약의 내용은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하였을 여지가 크다), 비록 피고가 위와 같은 신의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이를 정당하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피고의 신의에 반하여 원고가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른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 8,204,353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난 2012. 9. 7.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제1심 판결선고일인 2016. 2. 18.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범위 내에서 원고가 구하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가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위와 같이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종열(재판장) 박영욱 이현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