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2,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F, G, H, I(이하 '이 사건 택배기사들'이라 한다)을 피고인이 고용한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음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이들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부산 연제구 D빌딩 12층에 있는 E의 실제 경영자로서 상시 32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렌즈 배송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이다.
『2014고단2328』
근로자 F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
피고인은 2012. 6. 1.경부터 2013. 7. 6.경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F에 대한 퇴직금 2,276,867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근로자 G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
피고인은 2012. 12. 22.경부터 2014. 1. 15.경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G에 대한 퇴직금 2,189,427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근로자 H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
피고인은 2012. 12. 26.경부터 2014. 1. 8.경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H에 대한 퇴직금 1,823,585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015고단2658』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2. 6. 1.부터 2013. 7. 6.까지 근로하다가 퇴직한 근로자 F의 2012년 6~8월 임금 300,000원을 포함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근로자 2명의 임금 및 퇴직금 합계 6,930,17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그 지급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기본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을 보아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근로를 제공하는 자가 기계, 기구 등을 소유하고 있다고 하여, 곧바로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안는 사업자라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0. 1. 18. 선고 99다48986 판결,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다99396 판결 등 참조).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택배기사들은 배송업무에 자신들 소유의 차량을 사용하면서 유류비를 포함한 차량 유지·관리비용을 각자 부담한 점, ② 팀장이라는 명칭을 가진 자가 사무실에 존재하기는 하였으나, 팀장의 역할은 물품을 분류·정리해 주거나 택배업무의 특성상 특정 택배기사가 개인사정에 의해 그날의 배송 업무를 하지 못하는 경우 배달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대신 배달해 주는 등의 대기기사나 보조자 역할을 하는 것이고 그 밖에 출퇴근이나 근무태도, 휴가 등에 관하여 아무런 감독이나 지시를 가한 사실이 없는 점, ③ 각 택배기사가 매일 오전 11-12시경 피고인의 사업장에 들르기는 하나, 이는 출근의 개념이라기보다는 배송물품이 통상 그 때 도착하므로 사무실에 물품을 받아가기 위해 시간을 맞추어 오는 것으로 볼 수 있고, 택배기사들은 매일 11-12시경 및 오후에 한차례 더 배송시간에 맞추어서 사무실에 들렀다가 물건을 받아간 후 할당된 배송업무가 끝나면 당일 업무가 종료되는 것으로 별도의 퇴근 개념이 없어 배송완료 후 다시 사무실에 들르거나 피고인 또는 팀장에게 퇴근보고를 할 필요는 없던 점, ④ 택배기사들은 피고인과의 약정에 따른 이 사건 렌즈배달 업무 이외에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와 형편에 따라 주야에 관계없이 혈액배달, 카드배달 등의 개인적인 이윤활동을 할 수 있고 상당수 기사들이 실제로 본인들의 배달경로를 참작하여 이윤활동을 병행하였던 점, ⑤ 택배기사들에게 정해진 휴가 개념이나 지정된 휴가일수는 없었고 만약 당해 기사가 일신상의 이유로 그 날 업무를 쉬고자 하는 경우 미리 피고인이나 팀장에게 통보하면 되고 추후 매월 보수에서 일할 계산하여 차감할 뿐 별도의 제재나 휴가일수 차감은 없었던 점, ⑥ 택배기사들의 업무 효율상 처음에 정해진 배달 구역에 따라 그날의 물량을 배달하는 것이므로 특별히 팀장이 배달구역을 지정하거나 물량을 할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배달구역내의 배달순서나 경로·방법 등에 아무런 정해진 기준이 없고 각 택배기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면 되는 점, ⑦ 팀장이 간혹 오배송을 조심하라거나 배송이 늦는다는 고객 컴플레인이 있음을 알려준 정황은 있으나, 이는 굳이 근로관계가 전제되지 않더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며, 택배기사들의 특정 행위에 대해 징계, 보수 삭감 등 별도의 회사 제재나 불이익은 없었던 점, ⑧ 피고인과 택배기사들 사이에는 근로계약서가 아닌 배달도급계약서 또는 배송책임서약서만이 작성되어 있고,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며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도 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취업규칙·복무규정, 기타 여하한 형태로 택배기사들의 근무환경이나 업무 조건을 규율하는 문서나 약관이 없고 인사기록카드나 출근부도 사무실에 비치되어 있지 않은 점, ⑨ 택배기사들이 배달물량이나 성과에 비례함이 없이 매월 고정급을 받기 때문에 지급받은 보수가 각 택배기사들의 계산 하에 이루어지는 영업이익이 아니라 사업주에게 노무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서 지급받는 임금으로 보일 여지가 있으나, ㉮ 사실은 택배기사들이 파손 위험 등을 스스로 안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배송업무를 끝내는가에 따라 개인적인 업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확보되기 때문에 결국 본 배송 업무가 자기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측면이 강하고, ㉯ 택배기사들이 만약 배달물량이나 기타 성과에 연동하여 보수를 받는 경우 택배기사들의 생계가 불안정해지고 택배서비스의 질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피고인과 택배기사들이 애초에 서로 합의하에 결정한 사항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 매월 보수에 각 기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는 주된 이유는 할당된 배송지역에 따라 주유비가 차이가 나기 때문이지 개인마다 성과나 직급에 특별히 차이가 나서 이를 피고인이 반영해 주는 것은 아닌 점, ⑩ 택배기사들이 배송 업무 중 물품을 도난당하거나 취급 부주의로 파손이 발생하는 경우 원칙적으로는 각 기사들이 부담하되, 기사들의 형편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하여 피고인이 절반 정도 부담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는 점, ⑪ 피고인이 일전에 택배기사들에게 4대 보험도 가입시켜 주는 등 여러 노동법상 보장을 해 주는 대신 정해진 출퇴근 시간 하에서 피고인의 지시·감독을 받고 근로자로서 근무할 것인지 의사를 물었더니 대다수가 현재와 같은 도급계약 하에 자율적으로 업무를 하면서 출퇴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개별 형편에 따라 다른 일도 하는 편이 낫다고 하여 고용관계로의 전환이 무산된 정황이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택배기사들을 우월한 관계에서 지시·감독하면서 근로자로서 고용하였다고는 볼 수 없어 택배기사들이 그 형식 및 실질의 어느 관점에서 보나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당심의 판단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택배기사들은 E에 대하여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택배기사들은 피고인이 고용한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이 사건 택배기사들은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정해진 시간에 E 사무실로 출근한 다음 E가 지정한 안경점들에 렌즈, 안경 등의 제품을 배송하는 일을 하였고, 그 대가로 E로부터 매월 일정한 금액(월 180만 원 내지 210만 원)을 지급받았으며, 각 택배기사들이 지급받는 월 지급액수는 배송제품의 수량이나 배송대상 업체수 등의 배송실적과는 상관 없이 고정되어 있었다.
이 사건 택배기사들이 E와의 사이에 '배달도급계약서'(이하 '이 사건 계약서'라 한다)를 작성하기는 하였으나, 당시 이 사건 택배기사들과 마찬가지로 E에서 배송업무를 행하였던 L이나 P은 이 사건 위 계약서의 작성과 관련하여 E의 팀장인 O 또는 P으로부터 "같은 업종인 Q에서도 사업주가 도급계약서를 작성하라고 하였지만 임금, 퇴직금 다 제대로 지급하였다", "이렇게 해도 다 노동자로 인정받으니까 괜찮다", "E에게 렌즈배송영업을 양도한 R 측이 지급하지 아니한 월급을 받으려면 계약서를 써야한다"는 등의 말을 들었다는 것인바(추가증거기록 25,면 59면 참조), 당시 택배기사들은 계약서상의 명칭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E 소속의 근로자라고 인식하면서 이 사건 계약서를 작성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E는 매일 각 택배기사별로 배송할 물품과 업체를 지정하여 할당한 점, E가 매일 각 택배기사에게 '렌즈추적지'라는 양식을 교부하면 택배기사들이 위 렌즈추적지에 따라 렌즈 등을 배송하고 그 다음날 해당 렌즈추적지를 회사에 반납하였고, 회사에서 위 렌즈추적지들을 보관하고 있다가 나중에 오배송 등의 문제가 생길 경우 이를 확인하기 위한 근거로 삼은 점[원심증인 F는, 회사에서 위 렌즈추적지를 '업무일지'라고 불렀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공판기록 75 내지 77면)], 이 사건 계약서에 따르면 택배기사들이 무단으로 결근할 경우에는 자신이 수령할 금액이 감액되고, 배달물품 파손, 배달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는 점, 배송업무의 특성상 위와 같은 내용 외에 사용자 측에서 각 택배기사별 업무 내용에 더 구체적으로 관여할 여지는 별로 없는 점 등을 감안하여 보면, E 측에서 택배기사들의 렌즈 등 배송업무를 지시하고 관리·감독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한편, 이 사건 택배기사들이 E와의 계약상 배송업무 외에 개인적으로 신용카드 배달, 혈액 배달, 신문 배달 등의 다른 배송 업무를 병행하기도 하였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택배기사들이 E로부터 지시받은 배송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E 측의 양해를 전제로 병행한 것으로 보이고, 배송업무라는 특성상 위와 같은 업무의 병행도 상당 부분 가능하다고 할 것인 이상, 개인적인 배송업무의 병행을 두고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을 부정할 수 있는 근거로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택배기사들이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는 아니하였으나, 이는 다수의 택배기사들이 저소득층으로서 4대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오히려 국가로부터 지원금 등의 혜택을 받는 데 불리하게 작용하거나 신용불량자라는 이유 등으로 보험 가입을 꺼려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바(증거기록 2권 105면, 공판기록 191면 등 참조), 택배기사들 스스로 자신들이 근로자가 아님을 인정하여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이상, 이 역시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
그 밖에 이 사건 택배기사들이 스스로 운송차량이나 유류비 등을 부담하였다거나, 택배기사들이 배송업무 종료 후 따로 사무실에 들른다거나 팀장 등에게 퇴근보고를 할 필요가 없었다거나, 휴가일수에 관한 구체적인 약정이 없었다거나, 취업규칙 내지 복무규정 기타 근무환경이나 업무조건을 규율하는 문서 및 인사기록카드나 출근부 등이 비치되지 아니하였다거나, 택배기사들이 물품배송과 관련한 손해액의 일부를 E 측에서 부담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근로의 내용이 배송업무라는 특성에 기인한 것이거나 근로자성을 판단함에 있어 부수적인 요소에 불과한 것으로서 이 사건 택배기사들의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근거로 보기는 어렵다.
한편, 원심은, 이 사건 택배기사들의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근거로, 피고인이 일전에 택배기사들에게 4대 보험도 가입시켜 주는 등 여러 노동법상 보장을 해 주는 대신 정해진 출퇴근 시간 하에서 피고인의 지시·감독을 받고 근로자로서 근무할 것인지 의사를 물었더니 대다수가 현재와 같은 도급계약 하에 자율적으로 업무를 하면서 출퇴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개별 형편에 따라 다른 일도 하는 편이 낫다고 하여 고용관계로의 전환이 무산된 정황이 있다는 점을 들고 있으나, 원심증인 J의 법정진술(증거기록 191면 참조)만으로는 위와 같은 사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피고인이 택배기사들을 상대로 고용관계로의 전환을 시도하였으나 대다수 택배기사들의 거절로 무산되었음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