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21. 1. 14. 선고 2018가합41061 판결

주문

1.

이 사건 소 중 징계처분 무효확인 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55,378,6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6. 30.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소송비용 중 1/10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제2항 및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18. 5. 29.자<1> 정직 6개월의 징계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 사이의 관계

원고는 1992. 7. 1. 피고(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여 2013. 2.경 아나운서국 국장으로 승진하여 2017. 12.경까지 국장으로 재직하였고, 피고 회사는 방송사업 및 문화서비스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나.

징계요청 경위

1)

피고 회사에는 C노동조합 D본부(이하 ‘제1노조’라 한다), E노동조합, F노동조합 등 3개의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다.

2)

피고 회사의 감사국은 2018년 초경 ①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B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을 피고 회사의 G 전(前) 사장이 전달받아 실행한 과정과 피고 회사 소속 카메라기자들을 회사 충성도와 노조 참여도에 따라 4등급으로 나누어 성향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내용의 문건인 이른바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를 포함하여 피고 회사 직원을 대상으로 이와 유사한 형태의 ‘블랙리스트’가 작성되고 인사에 부당하게 활용되었는지 여부와, ② 2012년에 이루어진 170여일간의 파업 이후 피고 회사에서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하여 이루어진 노조 탄압, 노조원들의 프로그램 제작 배제와 업무 배제, 부당 전보, 승진 누락, 노조 탈퇴 종용 등의 광범위한 부당노동행위로 2018. 1. H·I 전(前) 사장, J·K 전(前) 부사장 등 총 4명이 기소된 것과 관련하여 피고 회사 내 광범위한 부당노동행위의 실태를 파악할 목적으로 특별감사를 실시하였다.

3)

감사국은 감사 과정에서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 외에도 ‘아나운서 성향분석’이라는 제목의 이른바 아나운서 블랙리스트(별지와 같다, 이하 ‘이 사건 문건’이라 한다)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피고 회사의 감사 L은 2018. 4. 18. M이 이 사건 문건을 작성하여 인사권자인 K 본부장에게 메일로 보고하였다는 이유로 인사위원회에 M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면서, 이 사건 문건의 작성, 보고 당시 아나운서 국장으로 재직 중이었던 원고에 대하여도 징계를 요청하였다.

다.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

1)

피고 회사의 인사위원회는 2018. 5. 14. ‘원고가 이 사건 문건을 주고받은 증거는 없지만 이 사건 문건을 받은 K 본부장이 원고와 협의를 했을 가능성이 높고, 당시 많은 아나운서들의 퇴사와 전출이 있었는데 아나운서국장이 이를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되며, 아나운서국 조직을 오랫동안 책임지고 있으면서도 자리를 보존하기 위하여 암묵적으로 이 사건 문건 작성 및 실행에 동조한 책임이 크다’는 등의 논의를 거쳐 원고에 대한 징계로 ‘해고’를 의결하였다.

2)

피고 회사의 N 사장은 원고에 대한 해고 징계의결에 대하여 재심을 요청하였다. 인사위원회는 2018. 5. 25. 회의를 열어 원고에 대한 해고의 징계의결을 정직 6개월의 징계처분(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 한다)으로 변경하였다. 피고 회사는 2018. 5. 28. 원고에게 정직 6개월의 인사위원회 심의결과를 발송하였고 징계사유 및 근거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

징계사유: B 블랙리스트와 임직원들의 부당노동행위 관련 특별감사 결과 조치

-

아나운서 블랙리스트를 M으로부터 받은 K이 이를 바탕으로 인사조치하기 위해서는 당시 아나운서국장이었던 원고에게 지시했거나 사전 협의하지 않고는 이루어지기 어려움

-

아나운서국은 임원회의에서 지속적으로 노조원들에 대해 프로그램 배제, 타부서 방출을 지시하였고, 이것이 대부분 이행된 점에서 담당국장으로서 관리책임을 면하기 어려움. 2014. 9. 12. 임원회의에서 H 사장은 A 국장에게 O, P 아나운서 등을 빼면 인력을 줄 수 있다며 재차 강조하는 기록이 나오고, 그 후 이행된 점에서 보면 부당노동행위에 관여한 사실이 인정됨

○

근거: 취업규칙, 감사업무규정

[취업 규칙]

제3조(준수의무) 회사는 이 규칙에 정한 근로조건으로 직원을 근무시키며, 직원은 이 규칙에 정한 사항과 회사의 제 규정을 준수하고 상사의 업무상 지시에 따라 맡은 바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진다.

제4조(품위유지) 직원은 회사의 명예와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방송강령 및 윤리강령을 준수하고 상호 인격을 존중하여 직장의 질서를 유지하여야 한다.

제66조(징계사유) 직원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를 징계할 수 있다.

1.

사규를 위반하였을 때

2.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을 때

3)

원고는 인사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하였으나 인사위원회는 2018. 6. 14. 회의를 열어 원고의 재심 신청을 기각하고 정직 6개월의 징계를 확정하였다. 피고 회사는 2018. 6. 19. 원고에게 정직 6개월의 징계처분을 확정한 인사위원회 심의결과를 통보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을 제1 내지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징계처분 무효확인 청구의 적법 여부

원고는 피고 회사가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징계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고 있다. 이 사건 소송계속 중 원고가 퇴사하여 현재 피고 회사의 근로자 지위를 상실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그로써 원고의 근로자 지위의 회복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 사건 소 중 원고의 징계처분 무효확인 청구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므로 각하되어야 한다.

3.

정직 기간 중 임금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정직의 효력에 관한 판단

1)

정직 사유의 존재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첫째, 원고는 이 사건 문건의 작성에 관여하지 않았고 이 사건 문건을 전달받은 적도 없으며 이 사건 문건의 실행에 관여한 적도 없다.

둘째, 원고는 아나운서들의 부당전보행위에 관여한 바 없다. 아나운서들을 포함한 일부 제1노조원들에 대한 부당전보조치는 당시에 경영진(본부장 이상의 임원들)의 경영판단에 따라 통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일방적으로 이루어졌고, 이러한 조치에 국장인 원고가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었으므로, 하위직급자인 원고가 상관인 임원들의 위법행위에 대하여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상관인 임원들이 인사조치에 있어서 사전협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하위직급자인 원고가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사실상 기대가능성이 없다.

셋째, 원고는 제1노조에 가입하여 활동한 아나운서들에 대하여 아나운서국 내에서 부당하게 아나운서 업무 등으로부터 배제한 사실이 없다. 오히려, 원고는 아나운서 국장으로 재직하면서 아나운서국의 아나운서 전원에게 각자 작은 프로그램 하나라도 진행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 몇몇 아나운서들은 마치 자신들이 제1노조에 가입하여 활동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에서 배제되었다고 주장하나, 이들의 경우에는 당시에 업무 능력이 떨어지거나 대중들의 선호도가 떨어져서 자연적으로 활동하지 못한 것에 불과하다.

나)

피고 회사의 주장

첫째,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사유는 ‘임원회의에서 지속적으로 노조원들에 대한 프로그램 배제, 타부서 방출을 지시하였고 이것이 대부분 이행된 점에서 담당국장으로서 지는 관리책임’이다. 여기서 ‘관리책임’이란 아나운서국 국장으로서 공정한 인사원칙에 반하여 부당노동행위, 즉 적극적 노조활동을 한 조합원 아나운서들에 대한 부당한 인사조치에 직·간접적으로 공동 가공하였다는 의미이다.

둘째, 원고가 아나운서국장으로 재임한 약 4년 10개월 동안 2012년 파업 전에 50여 명에 달하던 아나운서들 중 11명이 타부서로 방출되었는데, 이는 아나운서국 내 인력운용과 직접 연결되므로 아나운서국장의 동의 없는 방출은 가능하지 않다. 원고는 적극적 노조활동을 하였다는 이유로 공정한 인사원칙에 반하여 아나운서들을 위와 같이 타부서로 방출하는 부당 전보 형태의 부당노동행위에 가담하였다. 특히 원고는 Q 아나운서에 대한 부당전보와 관련하여 인사발령요청서(을 제9호증)에 결재하는 등 직접적으로 이에 가담하였다.

셋째, 아나운서의 프로그램 배제는 아나운서 국장이 전결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원고가 직접 부당노동행위를 실행한 것이다. 원고는 국장으로 재직하던 기간 동안 2012년 파업 참여나 제1노조 활동 등으로 피고 회사 경영진의 눈밖에 난 여러 아나운서들에 대하여 방송 출연을 장기간 배제하는 등 피고 회사의 부당노동행위 실행에 가담하였다.

다)

판단

(1)

이 사건 문건의 작성, 실행 관련 징계사유 인정 여부

살피건대, 앞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 중 이 사건 문건의 작성, 실행과 관련된 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

첫째, 피고 회사도 인정하듯이 원고가 M, K 등 이 사건 문건의 작성, 실행과 관련된 누군가로부터 이 사건 문건을 전달받았거나, 그 내용을 들어 알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 원고가 이 사건 문건의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다면 그 작성과 실행 과정에 원고가 가담할 수도 없으므로 이와 관련된 징계사유도 인정될 수 없다.

둘째, K이 이 사건 문건의 존재를 원고에게 알리지는 않으면서도 이 사건 문건을 참고하여 불이익을 줄 사람의 명단을 정한 다음 그 명단에 대하여 원고와 상의하였을 개연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만약 그러한 개연성을 이 사건 문건과 관련된 징계사유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면, 이는 별도의 징계사유로 주장하는 아나운서를 타부서로 방출한 부당전보에 관여했다거나 아나운서국 내에서 프로그램 배제 등의 불이익을 주었다는 아래의 나머지 2개의 징계사유와 다를 바가 없다.

(2)

타부서로의 방출 관련 징계사유 인정 여부

살피건대, 앞선 증거에 갑 제6 내지 9, 12호증, 을 제13, 15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 회사가 주장한 아나운서들을 타 부서로 방출하는 부당노동행위에 원고가 가담하였다는 징계사유는 Q 아나운서의 경우에만 인정되고 다른 아나운서의 경우에는 인정할 수 없다.

첫째, Q을 노조활동을 이유로 하여 아나운서국 외의 부서로 방출한 부당노동행위 형태의 부당전보가 이루어진 사실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인정된다. 2015. 5. 15.에 열린 피고 회사의 이사회 회의 요약(을 제8호증의 4) 자료를 보면 아나운서국 인력충원 관련하여 “A 국장에게 힘 실어줌”이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그 아래에 “R, P, Q 등에 대해 정확한 지침 갖고 있어야”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2015. 6. 5. 열린 이사회 요약(을 제8호증의 5) 자료에는 아나운서국 관련하여 “Q, P, R 3명은 반드시 빼내야 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원고는 2015. 6. 5. Q을 ‘편성제작본부 아나운서국’에서 ‘미래전략본부 매체전략국’으로 2015. 6. 8. 전보시키는 인사발령 요청서(을 제9호증)에 결재하여 S 본부장, K 본부장의 결재를 받았다. Q은 실제로 2015. 6. 8. 매체전략국 신매체개발부로 전보되었다.

이 사건 문건에 ‘약 강성(복귀지침을 준수하진 않지만 상황에 친 C노조성향)’(이하 ‘약 강성’이라 한다)으로 표시된 Q은 2012년 파업 당시 T단체에 가입하여 “언론장악타도, 공정방송 사수, G 퇴진” 등을 구호로 담은 각종 영상과 노래 및 율동을 만들고 조합원들 앞에서 공연하여 파업 영상 등에 얼굴이 자주 비친 바 있다. Q은 2014.에는 B 경영진의 부당한 처사와 세월호에 대한 왜곡보도들을 인터넷에 폭로한 예능국의 UPD에 대한 회사의 징계처분에 반발하여 사내 게시판에 당시까지 이뤄진 해고와 징계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하였고, 2015. 3.에는 U PD를 해고한 회사의 결정과 평소 존경하며 좋아하던 아나운서 선배가 부당전보지에서 견디다 못 하여 퇴사를 결심한 것을 계기로 두 번째로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린 사실이 있다. 두 번째 글을 쓴 때로부터 두 달가량 후에 Q은 V에서 하차하고, 하차 후 2주 뒤에 매체전략국 신매체개발부로 전보되었다.

Q은 증거로 제출된 진술서(을 제13호증의 3)에서 전보 이틀 전에 원고로부터 타부서 발령 사실과 발령이유는 모른다는 취지의 이야기만 전해 들었으나 본인이 부당전보를 당한 이유는 사내 게시판에 글을 두 차례 썼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둘째, 원고는 원고 본인신문 과정에서 Q에 대한 인사발령 요청서에 결재한 것을 기억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기억한다’고 하면서 ‘당시 S 편성제작본부장이 그 이전 어떤 인사에도 없던 인사발령요청서를 원고에게 주며 결재하도록 하였는데, 여기에는 그런 절차를 통하여 경영진의 판단으로 이루어진 발령에 대하여 자기 책임을 경감하려는 S 본부장의 의도가 있던 것이다’라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실제 Q의 인사 발령에 관하여 경영진의 판단이 있었다 하더라도 원고가 인사발령 요청서라는 내부 공식 문서에 자신의 이름으로 결재를 한 이상 이는 Q에 대한 부당전보 형태의 부당노동행위에 가담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셋째, 피고 회사가 Q 외에 원고의 아나운서국장 재직 기간 중 노조활동 등을 이유로 부당하게 다른 부서로 방출되었다고 주장하는 아나운서들에 관한 전보인사의 경우 원고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결재 등의 방법으로 참여하거나 가담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넷째, 아나운서국 밖으로의 전보인사는 아나운서국장이었던 원고가 전결권이나 기타 어떤 형태로든 인사에 관여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W의 “국 간, 본부 간 이동시 국의 부장, 국장들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의견 조율을 해야 한다. 복잡하고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 두명의 공모에 의해서 인사가 가능하겠는가”라는 취지의 진술(을 제5호증의 2)이나, 아나운서를 계약직으로 선발하여 충원하는데 동의하게 된 경위를 적은 원고의 진술서(을 제14호증), 피고 회사 사장의 ‘A 국장에게 3명(O, P 등) 빼면 인력주겠다고 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기재된 2014. 9. 12. 이사회 요약자료(을 제8호증의 1) 등을 고려하면, 아나운서국 밖으로의 인사에 원고가 사실상 동의할 권한을 가졌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여지가 있다.

그러나, “2014년 H 사장 이후 B 인사는 국장도 소속 부장이 누가 오는지를 모르고, 부서장도 소속 부서원이 누가 오는지를 모릅니다”, “예전에는 본인의 의사를 반영하는 인사를 하였는데 2012년 파업 이후에는 제가 아는 한은 본인의 의사를 물어보는 인사는 없었습니다. 부장인사도 국장이 사전에 모를 정도입니다”라는 X의 진술(갑 제7호증), Y를 신사업개발센터로 전보시키는 결정 관련하여 “국장에게도 사전, 사후에 전보이유에 대한 설명을 들은 바 없었다. 임원급 정도의 회의에서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추측함”이라는 이재용의 진술(갑 제9호증)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아나운서국 소속 아나운서의 타부서 방출에 대하여 사실상의 동의권을 보유하고 행사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섯째, 2012년 파업 이후 아나운서국의 아나운서인 Y에 대한 2015. 10. 27.자 신사업개발센터 전보를 포함하여 여러 부서의 노동조합 활동에 적극적인 직원들을 타부서로 방출시키는 부당한 전보가 다수 이루어졌는데, 오히려 위 기간 동안 원고는 아나운서국장 자리에 이례적으로 긴 4년 10개월 동안이나 머무른 것은 원고가 경영진의 이러한 부당노동행위 등에 관하여 자신의 권한 범위 밖이기는 하나 적극적으로 협조하거나 순응하는 태도를 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하는 면이 있다. 피고 회사의 종전 경영진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기소대상에는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2012년 파업 전에 50명에 달하던 아나운서 중 Z, AA, AB, AC, AD, AE, Q, Y, AF, AG, R 등 11명이나 되는 아나운서들이 원고 아나운서국장 재직 시절 다른 부서로 방출된 것은 이례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징계사유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은 피고 회사에게 있고, 징계사유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증거에 의하여 법관에게 확신을 줄 정도로 입증이 되어야만 한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자신의 권한범위와 무관하게 피고 회사의 부당전보 형태의 부당노동행위에 사실행위로서 적극 협조, 가담한 사실에 관하여 법관에게 확신을 줄 정도의 충분한 입증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3)

아나운서국 내부의 프로그램 배제 관련 징계사유 인정 여부

살피건대, 앞선 증거에 을 제10, 11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고가 일부 아나운서를 아나운서국 내부의 프로그램에서 배제하는 형태로 부당노동행위에 가담하였음을 이유로 한 징계사유는 인정된다.

첫째, 아나운서국 내의 노조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아나운서들의 경우 2012년 파업 이전에 출연했던 프로그램들의 횟수나 빈도 등에 비추어서 파업 복귀 이후에는 그러한 프로그램에 대한 출연이 횟수나 빈도에서 현저하게 떨어졌고, 원고도 원고 본인신문 결과에서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며 다만 그것은 경영진의 판단이라고 답변한 사실이 있다.

둘째, 원고가 아나운서국장으로 재직하던 4년 10개월의 기간 동안 외부 부서로의 방출 외에도 2012년 파업 전 50여명에 달하던 아나운서 중 10명 내외의 이례적인 숫자의 아나운서들이 퇴사를 선택했다. 피고 회사가 방송 프로그램 출연에서 배제되거나 불이익을 받아 결국 퇴사를 선택하였다고 주장한 아나운서들 중 상당수가 아래와 같이 2012년 파업에 적극 참여한 제1노조원이거나 이 사건 문건에 ‘강성(왕따, 패거리 짓기 등 C노조 복귀지침 준수)’(이하 ‘강성’이라 한다) 또는 ‘약 강성’으로 언급된 사람들이다. AH(2012년 파업 참가), AI(2012년 파업 참가), AJ(강성), AE(강성), P(약 강성), AK(약 강성), AL(강성) 등이 모두 적극적인 노조활동으로 방송프로그램에서 불이익을 받고, 그로 인하여 퇴직에 이르게 되었는지가 엄격히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위와 같은 노조활동에 적극적인 다수 아나운서의 연이은 퇴사는 원고가 본인신문 과정에서도 인정한 아나운서국 내에서 노조활동으로 인한 특정 아나운서에 대한 업무배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추단케 하는 중요한 간접사실로 평가될 수 있다.

셋째, 원고에 대한 업무배제로 인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위반의 고소에 대하여 불기소처분이 내려진 바 있으나, AM, AC, R에 한하여 이루어진 고소로서 피고 회사가 업무배제를 당하였거나 그에 따라 퇴사까지 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대부분의 아나운서들은 여기에서 빠져 있다.

넷째, 원고는 원고 본인신문 과정에서 노조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일부 아나운서들이 방송출연 횟수, 빈도에서 불이익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이는 경영진의 판단으로서 자신이 거부할 수 없는 것이므로 징계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 바 있다. 아나운서국 내 업무배정에 관한 사항이 규정상 국장의 전결사항으로 국장의 권한으로 정해진 것에 대해서도, 실제로는 협업국인 보도국이나 제작부서 또는 스포츠국에서 먼저 요청을 하면 대과가 없으면 아나운서국 담당 본부장에게 보고를 하고 국장단 회의에서 담당 본부장이 어떤 특정 결정을 내리면 그 결정을 따르게 되어 있다고 반박하였다.

살피건대, 회사 등의 조직에서 중간관리자는 설사 전결 권한이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라도 하더라도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최고경영자나 상급자가 별도로 지시하는 경우 이를 따라 자신의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 일에 처하게 되는데, 그러한 지시가 위법, 부당한 지시인 경우 그에 따라 자신의 전결 권한 등을 행사한 것은 그 자체로 부당한 지시의 실행에 가담한 것으로서 그 자체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규정상 나의 권한이지만 상부의 지시에 따라 권한을 행사한 것이니 나는 책임이 없다는 논리를 인정하면, 범죄행위를 포함하여 어떤 불법적인 행위가 최고경영자의 결단에 따라 이루어진 경우에 최고경영자 외에는 항상 아무도 징계를 받지 않게 되는데 이는 부당한 결과이다.

더구나 피고 회사는 주로 이윤만을 추구하는 회사가 아니라 공정하고 독립적인 방송을 할 공적 임무를 지니는 방송국이다. 피고 회사가 자체적으로 제정한 방송편성규약(을 제16호증) 제5조에서는 방송의 독립성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고, 동조 제1항은 모든 구성원에게 외부의 정치, 경제, 사회적 이익집단은 물론 방송조직 내의 부당한 간섭과 방송 종사자의 이익으로부터도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 나아가 동조 제3항에서는 “편성, 보도, 제작상의 실무권한과 책임은 관련 국장에게 있으며, 경영진은 편성보도 제작상의 모든 실무에 대해 관련 국장의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고까지 규정하고 있다.

피고 회사의 윤리강령 제4조에서는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지시에 대한 처리’라는 제목으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고, 동조 제1항에서는 “상급자가 자신 또는 타인의 부당한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공정한 직무수행을 현저히 저해하는 지시를 할 경우 그 사유를 해당 상급자에게 소명하고 지시에 따르지 않을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자신의 권한 밖의 아나운서국 외부로의 아나운서 방출에 관해서까지는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국장 자신의 권한이고 또 그 책임과 권한을 보장하는 규정까지 마련되어 있는 상황에서, 방송독립성 확보를 위한 것으로서 그 정당성이 법원 판결(을 제10, 11호증, 각 판결문 참조)로 반복하여 인정된 2012년 파업 참가를 포함한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아나운서국 내 프로그램 배정 시 불이익을 주라는 지시에 대하여 아나운서국을 책임지는 국장이 거부하지 않고 순응한 것에 대해서까지 면책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2)

징계양정에 관한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살피건대 원고가 이 사건 징계처분에서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리는 근거로 삼았던 징계사유 중 ① 이 사건 문건의 작성, 실행 관련 징계사유는 그 전체가 인정되지 않게 되었고, ② 아나운서국 밖으로의 부당전보와 관련된 징계사유는 Q 아나운서 부분만 인정되고 나머지 아나운서들에 대하여는 인정되지 않게 된 이상 이 사건 징계처분의 정직 6개월의 징계양정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징계처분은 피고 회사가 징계양정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나.

정직기간 중 미지급 임금에 대한 피고 회사의 지급의무

이 사건 징계처분이 무효인 이상 피고 회사는 정직 6개월의 기간 동안 미지급된 임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정직기간 동안 미지급된 임금액이 55,378,600원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미지급임금 55,378,6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2020. 6. 24.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인 2020. 6. 30.<2>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소 중 징계처분 무효확인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종민(재판장) 차성안 박태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