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21. 1. 21. 선고 2019가합35148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방송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원고 A는 피고에 기자직으로 입사하여 사회부장 및 보도본부 부국장을 역임한 후 퇴사한 자이고, 원고 B은 기자직으로 입사하여 보도국 취재센터장과 보도본부장을, 원고 C은 기자직으로 입사하여 정치부장 및 보도본부 국장을 각 역임한 피고의 근로자들이다. 원고 D노동조합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규정한 바에 따라 피고의 직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이다.

나.

F위원회의 설치, 운영

1)

피고는 2018. 1. 18. 2008년 2월경부터 2017년 11월경까지 있었던 방송 독립성 침해 등 사안을 조사한다는 목적 하에 F위원회(이하 ‘F위원회’라 한다)를 설치하고 그 운영에 관하여 F위원회 운영규정(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을 제정하였다. 이 사건 규정 중 주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제3조(위원회의 활동)

2)

피고에는 G노동조합 H본부(이하 ‘제1노조’라 한다,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가 가입되어 있다), I노동조합(이하 ‘제2노조’라 한다), 원고 D 노동조합이라는 3개의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다. 원고들은 각 원고 D노동조합 소속이었는데, 원고 A는 퇴사하여 더 이상 원고 D노동조합 소속이 아니다.

3)

F위원회는 2019년 1월경까지 원고 A, B, C을 포함하여 근로자 262명을 조사하였는데, 이 사건 규정이 제정된 2018년 1월 기준으로 위 3개 노동조합별로 가입 근로자수, 피조사인수 등은 아래 표와 같다. 또한 F위원회는 2019년 1월경까지 근로자 12명에 대하여 징계요구를 하였는데, 그 중 1명은 제2노조원이고, 7명은 원고 D노동조합노조원, 4명은 비노조원이다.

4)

피고의 취업규칙, 방송강령 등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

원고 A, B의 이 사건 규정에 대한 효력정지 등 가처분 신청사건 경과

1)

원고 A와 B은 피고를 상대로 본안판결 확정 시까지, 이 사건 규정 중 제3조 제2항 및 제4항, 제5조 제1항 라.호, 제6조 제2 내지 4항(이하 효력의 정지를 구한 위 각 규정을 ‘이 사건 규정 부분’이라 한다)의 각 효력을 정지하고, 피고는 그 소속 F위원회가 위 F위원회 운영규정 중 제3조 제2항 및 제4항, 제5조 제1항 라.호, 제6조 제2 내지 4항에 근거한 활동을 하도록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의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이에 대하여 2019. 1. 28. 이 사건 규정 부분은, ① 징계절차 관련하여 근로조건 및 복무규율에 관한 기득권․기득이익을 박탈하고 근로조건을 저하하거나 복무규율을 강화하는 내용으로서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에 해당하는데, 이 사건 규정 제정에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유효한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따른 동 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② 피고와 원고 D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상 징계절차, 징계종류 등에 대해서는 사규에 따르게 되어 있는데(제22조) 단체협약 체결 이후 원고 D노동조합의 의견수렴 없이 제1노조의 일방적 동의로 제정된 이 사건 규정이 위 사규에 해당하여 원고 D노동조합 소속 근로자에게 적용된다고 보게 된다면, 제1노조가 원고 D노동조합의 단체협약 내용을 결정하게 되는 불합리한 측면도 있다는 이유 등으로 이를 인용하는 결정이 내려졌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8카합50597).

2)

위 가처분 결정에 피고가 이의하였으나, 2019. 5. 9. 위 가처분 결정을 인가하는 결정이 내려졌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9카합50096). 피고가 위 가처분 인가결정에 대하여 항고를 하였고, 2019. 12. 3. 제1심 결정을 변경하여 위의 2019. 1. 29.자 가처분 결정 중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피고는 F위원회가 원고 A, B에 대하여 이 사건 규정 제3조 제2항, 제4항에 기하여 출석, 답변하거나 출석, 답변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할 의무를 부과하거나, 위 각 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규정 제6조 제2, 3항에 기하여 징계요구를 하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내용만 인가하고 나머지 부분은 취소하고, 위 취소 부분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이 내려졌다(서울고등법원 2019라20550)(이하 ‘이 사건 항고심 결정’이라 한다). 이 사건 항고심 결정에 대하여 쌍방이 재항고를 제기하였으나 2020. 5. 6. 재항고 기각 결정(대법원 2020마5050)이 내려져 이 사건 항고심 결정은 확정되었다.

3)

이 사건 항고심 결정에서는 ‘이 사건 규정 중 피조사인에 대하여 출석, 답변, 자료제출 의무를 부과하고(제3조 제2, 4항), 그 각 의무를 불이행한 경우와 F위원회의 조사과정에서 허위진술을 한 경우를 징계사유로 규정한 부분(제6조 제2항 중 해당 부분과 제6조 제3항, 이하 제3조 제2, 4항과 함께 ‘이 사건 의무부과조항’이라 한다)은, ① 취업규칙을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한 경우에 해당하나 피고가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 과반수 노동조합인 제1노조의 동의를 거쳐 취업규칙을 개정한 것은 유효하고, ② 원고 D노동조합의 단체협약 제22조가 징계사유 및 징계절차를 단체협약에 의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거나, 취업규칙의 개정 절차를 통하여 근로자들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4)

그러나 ‘징계 내지 형사처벌의 염려가 있는 원고 A, B이 비위사실을 단순히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하거나, 비위행위 자체가 아니라 출석․답변 의무와 관련하여 제출한 자료에 허위가 있는 경우 등을 비롯하여 원고 A, B이 F위원회에 출석, 답변하거나 그와 관련된 자료를 제출할 의무를 불이행하였음을 사유로, 피고가 이 사건 규정 제6조 제3항에 기하여 징계요구를 하는 것은 신체의 자유 등을 과도하게 침해함으로써 근로기준법 제7조에서 정한 강제근로 금지의 원칙 등에 위반되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라.

이 사건 소의 제기와 F위원회의 활동 경과

1)

원고들은 2019. 6. 4.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고 A, B, C은 이 사건 규정 중 일부 규정이 무효이므로 이에 따른 F위원회의 조사, 징계요구는 불법행위이고, F위원회가 특정 노조 성향에 동의하지 않는 근로자들에 대하여 부당한 차별을 가하여 무자비한 징계를 내린 행위는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금지한 근로기준법 제6조, 부당해고를 금지한 근로기준법 제23조에 위반한다고 주장하면서, 원고 A는 30,000,000원, 원고 B, C은 각 10,000,000원의 위자료의 지급을 구하였다. 원고 D 노동조합은 이 사건 규정 중 일부 규정이 무효라는 이유로 이 사건 규정 제3조 제2항 및 제4항, 제5조 제1항 라.호, 제6조 제2 내지 4항에 근거하여 원고 D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에 대한 조사 및 징계 요구 등의 활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청구를 하였다.

2)

이 사건 소장에서 원고들은 이 사건 규정 중 일부 규정은, ① 이를 통하여 징계사유와 징계절차 등이 확대되고 F위원회 출석과 답변, 자료제출의무를 새롭게 창설하는 조항이므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취업규칙인데 이에 관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고, ② 이 사건 규정 제정 전에 원고 D노동조합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상 징계에 관한 규정(제21, 22조)에 위반되므로 그 효력이 인정될 수 없으며, ③ 조사거부 및 방어권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헌법상 진술거부권과 자기부죄금지 원칙에 위반되므로 그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3)

원고는 이 사건 항고심 결정이 확정된 후인 2020. 8. 18.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을 변경하여 원고 D노동조합의 금지청구를 이 사건 항고심 결정의 주문에 따라 감축하고, 원고 A, B, C의 위자료 청구도 F위원회가 위법한 이 사건 규정 제3조 제2항 및 제4항에 근거하여 원고 A, B, C 등에 대하여 조사를 진행하였거나, 조사를 진행하려 하였던 사실에 관한 것으로 정리하고, 나머지 주장사실은 이에 관한 참작사항으로만 주장하는 것으로 정리하였다. 다만 원고는 2020. 9. 18.자 준비서면에서 원고 A 관련하여 조사절차상 망 J 검사를 빗댄 조롱, 중징계 위협 등의 피고 측 행위를 불법행위로 추가하였다.

4)

이후 F위원회는 2020. 1. 15. 이 사건 규정 제9조 제2항에 의거하여 운영기간을 2020. 7. 17.까지 연장하였고(을 제16호증) 추가로 운영기간이 연장되지는 않았다. 연장된 기간 동안에는 앞서 본 가처분 결정 등으로 인하여 추가조사가 진행되지 않았고, 완료된 조사에 대한 보고서 작성 등 업무가 진행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6, 7, 12, 13호증, 을 제1, 3, 4 내지 10, 13 내지 2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A, B, C의 위자료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청구원인 개요

1)

이 사건 의무부과조항은 헌법상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하여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데 이 사건 의무부과조항에 근거하여, 원고 A는 F위원회의 불법적인 조사를 수 회받은 후, F위원회의 징계 요구에 따라 피고의 인사위원회에 회부되었고, 원고 B, C도 F위원회의 불법적인 조사 요구 및 조사를 받은 사실이 있으며, 피고는 F위원회를 통한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하려고 한 사실이 있다. 이로 인하여 위 원고들은 명예를 훼손당하고 근로자로서의 기본적인 권리가 침해되었다.

2)

F위원회 K 조사역은 자살한 망 J 전 검사와 원고 A가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이유로 보도와 관련하여 공모 여부를 조사하던 과정에서 원고 A가 “담배를 피우고 와도 되겠습니까?”라고 묻자 “같이 안 가셔도 되죠? 흐흐흐”라고 말하는 방법으로 자살한 J 검사를 빗대어 원고 A를 조롱하였다(갑제12호증). F위원회 L 조사실장은 원고 A에게 보도와 관련하여 이른바 ‘윗선 지시’ 여부를 집요하게 추궁한 후 조사를 마무리하면서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다”라고 언급하였다(갑제13호증). 조사를 거부하여도,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였다고 몰려도 징계에 회부될 수 있는 상황에서 조사대상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공포였고, 이미 갖가지 이유로 해고가 남발된 상황에서 ‘중징계’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원고들에게 어마어마한 압박이 되는 것이었고 근로자들인 원고들이 이로 인하여 겪어야 하는 공포는 말로 다할 수 없는 것이었다.

3)

이러한 피고의 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이로 인하여 원고들은 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므로 피고는 위자료로 원고 A에게 30,000,000원, 원고 B과 원고 C에게 각 1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살피건대, 앞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의 F위원회를 통한 원고 A, B, C에 대한 조사활동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첫째, 피고가 2008년 2월경부터 2017년 11월경까지 있었던 방송 독립성 침해 등 사안을 조사한다는 목적으로 F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운영을 위하여 이 사건 규정을 제정한 것 자체는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을 위한 집단적 동의절차를 포함하여 절차적 적법성을 충족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F위원회의 주요 업무는 조사로서 그 조사활동을 위하여 과거의 방송 독립성 침해 등과 관련된 피고 소속 근로자를 불러 진술을 듣고, 필요한 자료를 제출받는 것은 그 업무수행을 위하여 기본적인 행위이다. 따라서 출석, 답변, 자료제출에 관한 규정을 이 사건 규정에 포함시킨 것은 그 자체로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면이 있다.

둘째, 피고가 이 사건 규정을 제정할 때 이 사건 의무부과조항이 헌법상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에 어떤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이 사건 의무부과조항에 관한 가처분 사건의 경과를 보면 이 사건 의무부과조항의 효력 인정 여부를 둘러싸고 주된 쟁점이 되었던 부분은 이 사건 의무부과조항이 집단적 동의절차를 거쳐야 하는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인지, 그러한 유효한 집단적 동의절차를 거쳤는지, 피고와 원고 D노동조합 사이의 단체협약상 징계 관련 규정에 위반되는지 등이었다. 최초 가처분 결정과 가처분 이의에 관한 결정에서는 원고 A, B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도 헌법상 진술거부권이나 자기부죄금지 원칙,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것을 가처분 결정을 내리는 이유 또는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위한 이유로 제시한 바가 없다. 헌법상 신체의 자유 등의 침해를 이유로 이 사건 의무부과조항의 효력을 일부 부인하는 논리는 이 사건 항고심 결정에서 처음 등장하였다.

②

사법상 근로자의 징계절차에 관한 취업규칙 등의 조항에 대하여 헌법상 기본권 조항 등을 근거로 그 효력을 부인하는 이러한 법리는 유사한 선행 판결을 통하여 확인된 법리도 아니고, 헌법상 기본권 조항이 사법적 근로관계에 적용되는 구체적 양상은 법률전문가라 할지라도 이를 미리 예측하거나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③

이 사건 항고심 결정에서는 이 사건 의무부과조항 자체의 효력을 전면적으로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 사건 항고심 결정은 F위원회에 출석, 자료제출 요구권한을 부여하고 F위원회의 출석·답변, 자료제출 요구에 응할 의무를 규정한 이 사건 규정 제3조 제2항과 관련하여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출석·답변, 자료제출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해석되는 점, 위 각 의무의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 해당 근로자의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지 여부는 해당 근로자가 징계 내지 형사처벌을 받을 염려가 있는지, 관련 자료의 단순한 보관자 지위에 있는지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규정 제3조 제2, 4항이 일률적으로 근로자의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여 근로기준법 제7조 등에 위반되어 항상 위법․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다만, 원고 A, B의 경우 징계처분 내지 형사처벌을 받을 염려가 있다는 사정 등이 그 합리적 사유로 인정되어 가처분이 인용된 것이다. 조사과정에서 허위진술을 한 경우 징계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한 이 사건 규정 제6조 제3항도 ‘비위행위를 부인하는 것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비위행위의 증명과 관련한 자료를 조작하여 제출하고 그러한 조작된 자료에 기초하여 적극적으로 허위의 진술을 한 경우 그를 사유로 해당 근로자를 징계하는 것이 그 근로자의 신체의 자유, 진술거부권 등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 규정이 항상 일률적으로 근로자의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하여 항상 위법․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단순히 징계사실을 부인한 것을 그 자체로 ‘허위진술’이라고 보는 것은 징계 내지 형사처벌을 받을 염려가 있는 근로자에 대하여 자신에게 불리한 사항을 인정할 것을 강요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데, 출석·답변의무 관련하여 제출한 진단서에 허위가 있다는 주장 등의 사정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고 보아 가처분을 인용한 것이다.

셋째, 사용자가 근로자를 징계함에 있어 소속 근로자에게 징계위원회 등에 출석할 것을 요구하고, 질문 등을 통하여 답변을 요구하며, 관련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행위와 이에 불응하는 경우 불응했다는 것 자체를 새로운 징계사유로 삼아 징계를 요구하는 행위는 구별될 필요가 있다. 전자는 그것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어떤 법령상 제한을 위반하는 것으로 위법하게 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징계를 위한 조사절차에서 필수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이고, 징계위원회 등에 출석하여 답변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근로자가 자신의 권리로서 보장받아야 할 절차이기도 하다. 다만 출석·답변의 요구가 징계혐의 사실을 인정하는데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어 그러한 출석·답변을 거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출석·답변거부를 별도의 징계사유로 삼아 징계를 요구하거나 요구하겠다고 위협하는 행위는 근로자의 징계절차상 방어권을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자료제출의 경우에는 제출이 요구된 자료가 회사업무와 관련되어 작성되었거나 혹은 작성할 것이 기대되는 통상적인 업무자료라면 이를 거부하는 것은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어 새로운 징계사유가 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제출을 요구받은 자료가 자신의 징계혐의 사실에 관한 조사절차에 출석·답변하는 행위를 서면을 통해 작성하는 수준의 자료라면 이러한 자료제출 거부를 별도의 징계사유로 삼는 것도 근로자의 징계절차상 방어권을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원고 A, B, C에 대하여 F위원회의 조사에 출석하여 질문에 답변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해 줄 것을 통상적인 조사에 필요한 수준으로 요구하는 것을 넘어 징계혐의 사실을 인정하거나 그에 관하여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징계요구를 하거나 구체적인 징계요구의 위협을 가한 사실을 인정할 만한 사정은 찾기어렵다. F위원회의 조사절차상 원고 A 등에 대하여 이루어진 질문, 답변 내용을 녹취한 자료들(갑 제12, 13호증, 을 제20, 21, 22호증)의 기재를 살펴보아도 출석·답변, 자료제출 의무를 이용하여 원고 A 등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하였다고 볼 만한 조사절차를 찾기 어렵다.

넷째, 이 사건 규정도 취업규칙의 일종이기 때문에 출석·답변, 자료제출 의무 규정에 위반하는 경우 규정 위반으로 인한 징계사유가 이론적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물론 존재한다. 다만 이 사건 규정 자체만 보면 제3조 제2, 4항에서 출석·답변, 자료제출 요구에 응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에 응하지 않는 경우 징계요구를 할 수 있다는 명시적인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는 않다. 다만 자료제출 요구를 거절하는 경우 ‘그 이유를 위원회에 소명하여야 한다’는 조항(제3조 제4항)과 허위진술을 한 경우 인사위원회에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제6조 제3항)만 두고 있을 뿐이다. 실제적으로 F위원회의 출석·답변, 자료 제출의무에 불응한 사실만을 별도의 징계사유로 하여 원고 A, B, C에 대한 징계요구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다섯째, 갑 제12호증의 기재상 F위원회 K 조사역이 원고가 주장한 것과 유사한 발언을 한 것으로 녹취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나, 위 기재만으로는 K 조사역이 망 J 전 검사의 자살을 빗대어 원고 A를 조롱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갑 제13호증, 을 제21, 2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F위원회 L 조사실장이 중징계를 언급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이른바 ‘윗선’의 지시를 전면 부인하고 문제된 행위를 전부 혼자 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원고 A에 대하여 ‘윗선’의 지시에 대하여 진술하여 징계책임을 덜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나온 언급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위 행위들이 별도로 원고 A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

3.

원고 D노동조합의 금지청구에 관한 판단

가.

청구원인 개요

이 사건 의무부과조항은 헌법상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하여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는 F위원회가 원고 D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에 대하여 이 사건 규정 제3조 제2항 및 제4항에 기하여 출석, 답변하거나 출석, 답변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할 의무를 부과하거나, 위 각 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규정 제6조 제2, 3항에 기하여 징계요구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나.

판단

원고 D노동조합의 위 금지청구는 이 사건 의무부과조항의 무효를 이유로 피고가 F위원회를 통하여 이 사건 의무부과조항에 기한 출석·답변, 자료제출 의무 부과와 그 각 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한 징계요구 등을 하여서는 안 되는 부작위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의무부과조항의 수범자는 피고에 소속된 근로자 개인이지 원고 D노동조합 같은 노동조합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 D노동조합은 이 사건의무부과조항의 무효를 원인으로 한 부작위의무의 이행을 구할 청구권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앞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F위원회는 그 활동기간이 종료되어 더 이상 추가적인 조사활동이나 그 조사결과에 기한 징계요구 등의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태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의무부과조항을 근거로 권한을 행사할 피고의 기관인 F위원회가 활동기간을 마친 이상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의무부과조항에 근거한 F위원회의 어떤 행위의 금지를 구할 청구권은 더 이상 인정될 수 없다.

4.

결론

원고들의 각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종민(재판장) 차성안 박태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