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 중 원고 A, C, D, E의 퇴직금 청구 부분에 대한 소를 각하한다.
원고 A, C, D, E의 나머지 청구 및 원고 B, F, G, H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택시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들은 아래와 같이 피고 회사에서 택시운전기사로 근무하면서, 택시를 운영하여 얻은 수입에서 일정액만 사납금 명목으로 피고에게 납부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을 자신이 갖는 한편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이른바 정액사납금제 형태의 임금을 지급받았다.
2008. 3. 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 2009. 7. 1.부터 피고가 소재한 서울 지역에 시행되어, 택시운전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 즉 초과운송수입금이 제외되었다.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된 2007년부터 2013년까지의 임금협정에서는 소정근로시간을 ‘1일 6시간 40분’으로 정하고 있었는데, 소정근로시간이 2015년 임금협정에서는 ‘1일 6시간’으로, 2018년 임금협정에서는 ‘1일 5시간’으로 각 변경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주장 및 판단
원고들 주장의 요지
피고와 노동조합 사이에 소정근로시간을 1일 5시간으로 단축한 2018년 임금협정은 실제 근로시간이나 근로형태에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함으로써 강행규정인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 무효이므로, 원고들에게 적용되어야 하는 소정근로시간은 2015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인 1일 6시간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1일 소정근로시간 6시간에 따라 산정된 최저임금, 야간근로수당 및 이에 근거하여 산정된 퇴직금과 실제 지급한 임금, 야간근로수당, 퇴직금의 차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8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의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판단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원고 A, C, D, E의 퇴직금 청구에 대하여)
갑 제1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 A, C, D, E은 피고 회사를 퇴사하면서 각 “앞으로 본 퇴직금 수령에 대하여 민형사상에 이의를 제기치 아니할 것을 확약”한다는 문구가 기재된 퇴직금 신청서 및 영수증에 서명을 한 후 피고 회사에게 제출하였고, 이후 퇴직금을 수령하면서 재차 각 “이후 본 퇴직금에 대하여 민·형사상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할 것을 각서합니다”한다는 문구가 기재된 영수증에 서명을 한 후 피고 회사에게 제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는 그 문언에 표시된 대로 피고 회사가 위 원고들에게 퇴직금을 산정하여 지급하고, 위 원고들은 별다른 이의 없이 그것을 수령하면서 그 퇴직금 이외에는 더 이상 피고 회사와의 근로관계가 종료됨에 따른 퇴직금 관련한 일체의 청구권을 포기한 것이거나 향후 이에 관한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특약을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소 중 원고 A, C, D, E의 퇴직금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다(설령 적법한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이 부분 청구가 이유 없음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다).
본안에 관한 판단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정액사납금제 형태의 임금을 지급받았던 사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의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을 1일 6시간 40분으로 정하고 있었는데, 소정근로시간을 2015년 임금협정에서 1일 6시간으로, 2018년 임금협정에서 1일 5시간으로 변경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12 내지 14호증, 을 제2 내지 9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들은 피고의 택시를 운행하여 피고 차고지 밖 도로 위에서 일하면서 승객들로부터 받은 수익을 관리하였고, 이른바 정액사납금제에 따라 원고들이 승객들로부터 받은 운임 중 일정액을 피고에 지급하고 나머지 수입은 원고들이 갖는 방식으로 일한 한편, 원고들의 운행시간 중 사용자인 피고가 원고들의 근로 여부나 행태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는바, 이러한 택시운수업의 특성에 비추어 보면, 노사합의를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해놓을 필요성이 있고, 노사합의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위에서 본 법리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노사간의 합의가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에 따라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게 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 위한 것으로 무효임은 원고들이 주장·입증하여야 하는 점, ② 피고는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2009. 7. 1.을 전후로 하여 특별히 소정근로시간을 줄이지 아니하였고 동일한 소정근로시간을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때로부터 5년 이상 그대로 유지하였으므로,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에 맞추어 소정근로시간을 절반이나 단축한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사안과 이 사건의 사안을 동일하게 평가할 수는 없는 점, ③ 서울특별시가 서울지역 택시 노동관계 및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권한을 행사하고 있고, 피고 등 서울지역 택시회사와 그 노동조합은 각각의 상급단체인 J조합과 K노동조합연맹 서울지역본부 사이에 체결된 이른바 ‘중앙 임금협정’에 실질적으로 구속되어 이를 가이드라인으로 삼아 개개의 임금협정을 체결하여서, 서울지역 택시회사들의 임금협정 내용은 큰 틀에서 별로 차이가 없이 대동소이한 점(그런데 원고들은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중앙 임금협정과 이 사건 임금협정의 차이, 중앙 임금협정의 유효 여부 등에 관하여는 아무런 주장과 입증이 없다), ④ 2016년 서울법인택시의 1일 대당 영업거리가 2013년 대비 14.2km 줄어든 반면, 1일 대당 운송수입은 22,055원 증가하였고, 서울특별시는 2013년 단거리 승차거부 완화를 위해 기본요금을 2,400원에서 3,000원으로 600원 인상하고, 시계 외 할증을 전면 확대하였는데, 전체결제건수는 15만 9,000건 감소하였으나(= 75만 6,000건 – 59만 7,000건), 시계 외 할증 전면 확대 및 앱택시 활성화의 영향으로 건당 영업거리가 2013년 5.79km에서 2016년 6.3km로 8.8% 증가하였고, 요금인상 효과까지 합해져 1건당 영업수입은 2013년 6,327원에서 2016년 7,659원으로 21.1% 증가하였으며, 1대당 일평균 운송수입도 2013년 304,845원에서 2016년 326,900원으로 7.2% 늘었고, km당 수입도 2013년 1,084원에서 2016년 1,228원으로 13.3% 증가하는 등 2016년도 택시운행수입이 승객감소에도 불구하고 2013년도보다 향상되었으며, 택시에 손님이 실제 탑승하고 이동한 비율인 실차율도 2013년 64%에서 2016년 67%로 소폭 향상되는 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2015년, 2018년 당시 영업환경이 개선되어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한데, 같은 기간 사납금이나 고정급은 변동하지 않거나 미미한 수준만의 변동이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2018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하는 합의로서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21. 2. 10. 선고 2019가단134448 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 6. 29. 선고 2020가단202559 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21. 10. 6. 선고 2020가단205724 판결 등 참조, 원고들이 변론 종결 이후 참고자료로 제출한 판결들은 모두 이 사건과 지역을 달리 하는 택시회사들에 대한 것이고, 대부분이 대법원의 위 전원합의체 판결과 유사한 사안의 판결에 따른 파기환송심의 판결들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치 않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원고 A, C, D, E의 퇴직금 청구 부분에 대한 소는 부적법하여 이를 각하하고, 원고 A, C, D, E의 나머지 청구 및 원고 B, F, G, H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허명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