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나40796 판결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2014. 3. 10.부터 2020. 2. 29.까지 원고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 C에 위치한 'D'와 서울 마포구 E에 위치한 'F'에서 근무했던 사람이다.

나.

피고는 위 근무기간 중인 2016. 7. 1. 원고와 사이에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했는데(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서'라 한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다.

피고는 같은 날 원고와 사이에 '수익배분 계약서'도 작성했는데(이하 '이 사건 수익배분 계약서'라 한다), 이 사건 수익배분 계약서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라.

원고는 2020. 3. 27. 피고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3,500,000원을 지급했다.

마.

피고는 2020. 4. 2.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에 원고를 상대로 '원고는 피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진정을 제기했다(이하 '이 사건 진정'이라 한다).

바.

피고가 제기한 이 사건 진정에 따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장은 2020. 7. 2. 원고에게 '2014. 3. 10.부터 2020. 2. 29.까지 근로하다 퇴직한 피고에게 퇴직금 6,555,667원(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에서 인정한 퇴직금 10,055,667원 – 원고가 2020. 3. 27. 피고에게 지급한 3,500,000원)을 그 지급 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를 위반했으므로 시정기한인 2020. 7. 10.까지 위반사항을 시정하고 결과를 제출하라'는 내용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 시정지시를 했다(이하 '이 사건 시정지시'라 한다).

사.

이에 원고는 2020. 7. 2. 피고에게 6,555,667원을 지급했고, 피고가 제기한 이 사건 진정은 종결됐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호증, 을 제1 내지 3, 5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서와 수익배분 계약서에서 원고가 운영하는 사업의 순수익 10%(최소 125,000원 보장)를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약정(이하 '이 사건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했다. 원고는 위 약정에 따라 피고에게 2016. 8.부터 2020. 3.까지 매달 125,000원을 지급하여 합계 5,375,000원을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했다(이하 '이 사건 지급금'이라 한다). 그럼에도 피고가 이 사건 진정을 제기하여 원고는 이 사건 시정지시에 따라 6,555,667원의 퇴직금을 지급했다. 원고가 피고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이 사건 지급금은 퇴직금 지급 또는 임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지급금 상당의 부당이득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1)

피고가 2016. 7. 1. 이후 추가로 지급받은 이 사건 지급금은 피고가 추가로 담당하게 된 주방관리 내지 업무보조 등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지급된 임금에 해당하므로 부당이득에 해당하지 않는다.

2)

원고와 피고 사이의 이 사건 퇴직금 분할 약정은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반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이 사건 지급금은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고, 따라서 원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없다.

3)

또한 이 사건 지급금은 민법 제742조의 악의의 비채변제 또는 민법 제744조의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이를 반환할 의무가 없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했다면, 그 약정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 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했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한편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하고 그 지급에 관하여 사용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따라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했으나 퇴직금 분할 약정이 위와 같은 이유로 무효여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도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이어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8다9150 판결 참조).

나.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1)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살펴본 사실들, 앞서 거시한 증거들에 갑 제3호증, 을 제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액을 실질적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퇴직금 분할 약정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원고가 실질적으로 피고에게 임금을 지급한 것이었음에도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①

피고는 원고로부터 2016. 8.부터 2020. 3.까지 각 1달간의 근로 대가로 1,975,000원을 지급받아 왔다. 원고는 2016. 8. 이후 1,975,000원을 지급할 당시 매달 기본급 명목으로 지급되는 1,300,000원, 제수당 등의 명목으로 지급된 550,000원과 125,000원을 구분하여 지급했는바,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된 금액의 액수가 이 사건 퇴직금 분할약정에 기재된 바와 같이 특정되어 지급됐다.

②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계약일로부터의 퇴직금은 아지트 수익배분으로 대체함'이라고 기재돼 있으며, 이 사건 수익배분 계약서 제4조에는 '퇴직급여에 해당됨'이라고 기재돼 있다.

③

피고는 이 사건 진정 사건의 최초 조사 당시 '수익배분계약서 상의 내용을 확인했고, 본인 또한 매달 125,000원의 퇴직금이 지급됨을 알고 있었습니다'라고 진술하고, 2016. 7.부터 피고가 퇴직금으로 지급받은 금액에 대한 물음에는 '43개월 동안 5,375,000원을 지급받았다'고 답변하다가 '노무사 사무소에 의뢰해서 확인했더니 노무사가 125,000원을 정기상여금의 성격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여 상여금이라고 말하는 것이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한 제1심과 이 법원에서는 이 사건 지급금이 임금 명목으로 지급됐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이러한 진술경위에 비추어보면, 피고는 위 125,000원을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정기상여금 내지 임금에 포함시키기 위해 진술을 번복한 것에 불과하고, 적어도 이 사건 근로계약서와 이 사건 수익배분 계약서 작성 당시에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지급금이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된다는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④

원고가 퇴직금 명목으로 매달 지급한 125,000원은 종전에 임금 명목으로 지급한 1,850,000원에 가산하여 지급한 것으로 근로조건이 불리하게 변경된 것이 아니며, 관련 법령상 근로자인 피고에게 불이익하게 지급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⑤

이 사건 진정을 담당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 근로감독관 H가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할 퇴직금을 산정할 당시, 그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을 산정하면서 피고가 매월 지급받은 125,000원을 제외하고 산정했다[위 H는 퇴직 전 3개월 동안 받은 임금의 총액을 5,100,000원{1,700,000원(= 기본급 1,300,000원 + 제수당 400,000원) × 3개월(2019. 12월분부터 2020. 2월분)}으로 하여 산정했다].

2)

그렇다면 이 사건 퇴직금 분할 약정은 강행법규에 반하여 무효이므로, 이 사건 지급금은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고,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돈은 임금에도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피고에게 퇴직금 명목의 이 사건 지급금을 지급함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피고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된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이 사건 지급금 5,375,000원과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날임이 기록상 명백한 2020. 6. 21.부터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정한 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다.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지급금이 임금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주장

피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서 작성 이후 주방관리 내지 업무보조의 추가 근로를 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액을 실질적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퇴직금 분할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되는 이상, 이 사건 지급금은 이 사건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지급된 것에 해당될 뿐이고, 위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임금이라고는 볼 수 없는바,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는 주장

부당이득의 반환청구가 금지되는 사유로 민법 제746조가 규정하는 불법원인이라 함은 그 원인되는 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법률의 금지에 위반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것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의 퇴직금제도가 사용자에게 근로자의 퇴직 후 퇴직금을 지급할 것을 강행규정으로 두어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는 탈법행위 등을 방지할 목적으로 제정됐다고 하더라도 퇴직금 중간정산이 허용될 뿐만 아니라, 위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퇴직금 분할 약정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퇴직금 명목으로 이 사건 지급금도 지급된 이상 위와 같이 지급된 이 사건 지급금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악의의 비채변제 내지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에 해당한다는 주장

원고가 피고에게 퇴직금 명목의 돈을 실질적으로 지급했음에도 불구하고 퇴직금 지급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임금 지급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피고가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이 사건 지급금을 부당이득으로 원고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함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뿐만 아니라, 앞서 본 사실들에 이 법원의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원고는 이 사건 진정 최초 조사 당시 '사실은 뭐가 저한테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라고 진술했는바, 원고가 이 사건 지급금을 채무없음을 알고 지급했다고 보이지는 않고, 달리 원고가 채무없음을 알고 이 사건 지급금을 지급했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는 점, 민법 제744조가 정하는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에 있어서 그 변제가 도의관념에 적합한 것인지 여부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그 비채변제의 급부가 수령자에게 그대로 보유되는 것이 일반인의 법감정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그 대상인 착오에 의한 비채변제가 강행법규에 위반한 무효의 약정에 기하여 이루어진 것인 경우에는 그러한 변제행위를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라고 속단해서는 안 될 것인바(대법원 1996. 12. 20. 선고 95다52222, 52239 판결, 대법원 2007. 10. 12. 선고 2005다6467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지급금이 강행법규에 반하여 무효인 이 사건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지급된 것이기는 하나, 관계법령 등에서 퇴직금 중간정산이 허용되며, 피고가 지급받아야 할 퇴직금은 피고에게 모두 지급된 점 등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지급금이 피고에게 그대로 보유되는 것이 일반인의 법감정에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지급금의 지급에 민법 제742조 또는 제744조가 적용될 여지는 없다고 할 것이다. 피고의 위 주장은 이 점에서 보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해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신진화(재판장) 이주현 이승원

각주1) 근로계약기간의 종기는 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각주2) ‘D’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각주3) 이 사건 수익배분 계약서 제3조에 기재된 보증금 3,500,000원의 반환으로 보인다.

각주4) 제9조(퇴직금의 지급)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각주5) 제746조(불법원인급여)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각주6) 제742조(비채변제) 채무없음을 알고 이를 변제한 때에는 그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각주7) 제744조(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 채무없는 자가 착오로 인하여 변제한 경우에 그 변제가 도의관념에 적합한 때에는 그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각주8) 세금 포함 금액

각주9) 이 사건 진정 당시 원고는 40만 원을 근속수당으로 생각하고 지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