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안전한 양중 작업을 위해서 작업자는 크레인 고리를 완전히 분리시킨 상태에서 슬링벨트를 손으로 잡아 당겨 양중 자재에서 빼낸 다음 다시 크레인 고리를 채우고 장애물에 걸리지 않도록 크레인 고리 등을 잡은 후 크레인을 들어 올리라는 신호를 하여야 한다. 이 사건 사고는 피해자가 사건 당일 아침 회의를 통하여 이러한 내용을 전달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슬링벨트에서 크레인 고리를 완전히 빼내지 않고 유로폼 위에 올린 상태에서 양중 작업을 하여 발생한 것일 뿐 피고인들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피고인 A, B: 각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피고인 C: 금고 6개월, 집행유예 2년, 피고인 D 주식회사: 벌금 1,000만 원)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다가 당심에서 번의하여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주장을 추가하였다.
그러나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공동하여 안전조치의무, 업무상 주의의무 등을 위반한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상해를 입게 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사고 발생 경위
사건 당시 피해자와 함께 작업을 하였던 Q의 수사기관 진술, 중대재해 발생보고서(증거목록 순번 23번), 현장감식결과보고서(증거목록 순번 57번) 내용 등을 종합하면, 당시 피해자는 3층에서 바닥 슬라브 공사에 필요한 유로폼을 양중하는 작업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크레인 기사가 크레인으로 유로폼을 들어 작업 현장에 내려준 후 신호수인 피고인 C의 신호에 따라 크레인을 다시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크레인 줄 끝에 연결된 고리가 유로폼에 걸리면서 유로폼이 아래로 떨어졌고, 3층 거푸집 위에 있던 피해자가 유로폼과 함께 약 340센티미터 가량 추락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사고 경위에 비추어 보면 크레인 줄 끝에 연결된 고리를 완전히 채우 지 않은 채 신호수에게 신호를 준 피해자의 과실이 이 사건 사고 발생에 어느 정도 기여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래에서 자세히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들이 관련 법령에 따라 부담하는 안전조치 등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여유로폼 양중 작업이 작업계획서에 따라 진행되고 작업 현장에 추락방호망이 설치되었거나 피해자로 하여금 안전고리를 건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하게 하였다면 피해자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피해자의 과실이 사고에 일부 개입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들이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형사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사업주로서 피고인 A의 안전조치, 보건조치의무 등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2항에 의하면 사업주는 중량물 취급 작업을 할 때 불량한 작업방법 등에 의한 위험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8조 제1항 제11호에 의하면 사업주는 중량물 취급 작업을 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전조사를 하고 별표 4에 따라 추락, 낙하, 전도, 협착, 붕괴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여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여야 하고,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위와 같이 작성한 작업계획서의 내용을 해당 근로자에게 알려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은 공사현장의 사업주로서 이 사건 사고에 앞서 위와 같은 규정에 따라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이를 근로자인 피해자에게 알릴 의무가 있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항에 의하면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2조 제1항, 제2항에 의하면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에 작업발판을 설치하여야 하고, 작업발판 설치가 곤란하다면 추락방호망을 설치하여야 하며, 추락방호망 설치가 곤란하다면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 추락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은 공사현장의 사업주로서 이 사건 사고에 앞서 위와 같은 규정에 따라 작업발판 또는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거나 피해자로 하여금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었다.
그런데 피고인 A는 수사기관에서 '피해자에게 안전대를 지급하기는 하였으나, 작업 시 피해자가 안전대를 착용한 후 안전고리를 걸고 작업하도록 관리를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크레인으로 거푸집을 양중할 때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피고인 A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6면).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에게 위 규정에 따라 양중 작업에 필요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고 피해자로 하여금 안전고리를 걸고 작업하도록 관리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은 분명하다.
도급인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피고인 B의 안전조치, 보건조치의무 등 위반
도급인은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에 따라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와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 피고인 B은 도급인인 D 주식회사의 직원이자 현장소장으로서 근로자에게 작업을 지시하고 보호구 착용상태를 확인하는 등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관리하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지위에 있었으므로 위 규정에 따라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와 보건조치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런데 피고인 B은 수사기관에서 '크레인으로 거푸집을 양중할 때 작업계획서 작성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피고인 B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6면). 또한 이 사건 현장에는 추락방호망이 설치되지 않았으며 근로자들로 하여금 안전 고리를 걸도록 하는 조치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이에 비추어 보면,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지위에 있었음에도 작업계획서를 직접 작성하거나 사업주에게 작업계획서 작성을 요구하지 않았고 근로자의 추락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 또한 취하지 않은 피고인 B에게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안전조치와 보건조치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크레인 신호수로서 피고인 C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피고인 C은 사건 현장의 크레인 신호수로서 작업의 진행 과정 전체를 확인한 다음 근로자가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시점에 크레인 기사에게 신호를 보내 작업이 이루어지게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런데 당시 공사 현장에서 피해자와 함께 작업을 했던 Q는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사고 당시 상황에 관해 '원래는 신호수가 바로 옆에 있어야 하는데 그날은 신호수가 20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138면), 피고인 C도 수사기관에서 '피해자의 신호를 보고 크레인 기사에게 실링바를 올리라고 신호를 하기는 했으나 당시 자신이 건물 밖 비계발판에 서 있었기 때문에 피해자의 발 아래로는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피고인 C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4, 5면).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C은 피해자가 작업하던 현장의 시야가 완전히 확보되지 않은 곳에서 피해자의 손짓만을 보고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크레인 기사에게 신호를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D 주식회사에 대한 벌금형 부과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1호에 따르면 법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같은 법 제167조 제1항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에게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과한다. 피고인 D 주식회사의 사용인이자 이 사건 사고 현장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피고인 B이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에서 정하는 도급인의 안전조치와 보건조치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같은 법 제167조 제1항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그 사용자인 피고인 D 주식회사는 같은 법 제173조 제1호에서 정한 바에 따라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된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고인들이 내세우는 양형부당의 사유는 원심이 형을 정하면서 이미 충분히 고려한 사정들로 보이고 그 밖에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과 관련하여 별다른 사정변경이 없다. 원심이 든 불리한 정상 및 유리한 정상에다가 피고인 A, B, C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전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요소를 종합하면 원심의 양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고 보이므로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가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다만 원심판결 제5면 제5행의 '2층 보형틀' 부분과 제7행의 '2층으로 양중하는 과정에서' 부분은 각각 '3층 보형틀', '3층으로 양중하는 과정에서'의 오기임이 명백하므로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에 따라 직권으로 이를 정정하는 것으로 경정하기로 한다(이 사건 공소장에는 피해자가 '2층' 보형틀 작업 중 자재를 크레인을 통해서 피해자와 동료 작업자가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2층'으로 양중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기록에 의하면 이는 모두 '3층'의 오기임이 명백하므로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줄 염려가 없는 범위 내에서 직권으로 이를 정정한다).
판사 반정우(재판장) 김기민 하진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