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1. 5. 24. 선고 2000가합47618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추가퇴직금일람표의 차액란 기재 각 해당 금원과 각 이에 대하여 같은 표의 지연손해금 기산일란 기재 각 해당일자부터 2001. 5. 24.까지는 연 5%, 2001. 5. 25.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1호증의 5 내지 9, 같은 호증의12 내지 15, 2호증의 7, 같은 호증의 8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가.

피고는 퇴직하는 직원에 대하여 퇴직당시의 본봉과 직책수당을 합한 금액(고정급여)에 근속기간에 따라 누진되는 지급률을 곱하여 산출한 금액을 퇴직금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의 퇴직금 규정을 두고 있었는데, 1981. 4. 11. 이를 개정하여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임금을 위 고정급여에서 퇴직당시의 본봉, 직책수당, 업무수당에 상여금 및 연·월차 휴가보상금의 월평균액을 합한 금액(기준급여)으로 확대하고 위 퇴직금 지급률을 인하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기존 직원들에게 불리하게 퇴직금 규정을 변경하였다.

나.

다만 피고는 위 퇴직금 규정의 적용시점인 1981. 1. 1. 이전부터 근속한 직원들의 기득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위 개정 퇴직금 규정의 부칙 제2조에서 이들 직원의 퇴직금 산정에 관하여 ① 1980. 12. 31.까지의 근속기간에 대하여는 개정전 퇴직금 규정을 적용하여 퇴직금을 산정하고, ② 1981. 1. 1.부터 퇴직시까지의 근속기간에 대하여는 개정된 퇴직금 규정을 적용하여 퇴직금을 산정하되, 그 퇴직금 지급률은 총 근속기간에 대한 개정된 퇴직금 지급률에서 1980. 12. 31.까지의 퇴직금 계산시 적용된 근속기간에 대한 개정된 퇴직금 지급률을 차감하여 산출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었다.

다.

그 후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과반수를 조합원으로 둔 소외 A조합중앙회 노동조합은 1988. 2. 24. 피고와 사이에 최초로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위 개정된 퇴직금 규정에 관하여 소급적으로 동의하였고, 한편 피고는 위 부칙 제2조를 유지한 채 위 개정된 퇴직금 규정상의 기준급여의 범위에 업무수당을 삭제하고 지도수당을 추가하는 등 현재까지 위 퇴직금 규정을 수 차례 개정하여 왔다.

라.

원고들은 별지 추가퇴직금일람표의 입사연월일란 기재 각 해당 일자에 피고에 입사하여 같은 표의 퇴직연월일란 기재 각 해당일자에 퇴직하였고, 퇴직당시 위 부칙 제2조에 의하여 그 근속기간을 1981. 1. 1.을 기준으로 나누어 산정한 퇴직금을 각 지급받게 되었는데, 원고들에 대하여 퇴직당시 피고의 개정 퇴직금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그 산정된 각 퇴직금액이 오히려 위 지급받은 각 퇴직금액보다 증가하여 별지 추가퇴직금일람표의 차액란 기재 각 해당 금액만큼의 차액이 발생하게 된다.

2.

피고의 추가퇴직금 지급의무

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은, 피고가 기존 직원들에게 불리하게 퇴직금 규정을 개정하면서 기존 직원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위 부칙 제2조의 규정을 두게 된 것인데 그후 임금체계의 변경으로 인하여 오히려 원고들이 퇴직할 당시 기존 직원들의 총근속기간에 대하여 개정 퇴직금 규정을 적용하여 산출된 퇴직금이 위 부칙 제2조를 적용하여 산출된 금원보다 많게 된 것인바, 이러한 경우 피고로서는 위 개정 퇴직금 규정에 의하여 산출된 퇴직금을 원고들에게 지급하였어야 할 것인데도 단순히 위 부칙 제2조를 그대로 적용하여 산출된 금원만을 퇴직금으로 지급하였으므로 그 차액을 원고들에게 추가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부칙 제2조는 개정된 퇴직금규정의 일부로서 피고 소속 근로자 과반수를 조합원으로 하는 노동조합이 1988. 2. 24.자 단체협약 체결시 소급적으로 동의한 이상 당연히 원고들을 포함한 기존 근로자들에 대하여 법규적 효력을 가지는 것이지, 위 부칙 제2조를 적용하여 산출한 퇴직금액이 이를 배제한 경우보다 더 많은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다툰다.

나.

판단

살피건대, 만일 위 부칙 제2조를 기존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 규정으로 보아 그 유·불리를 떠나 적용하여야 한다면 이는 본문의 규정과는 별개의 퇴직금제도를 설정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바, 이러한 결과는 비록 위와 같은 퇴직금규정의 변경이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차등 있는 퇴직금제도의 설정을 금지하는 구 근로기준법(1980. 12. 31. 법률 제3349호로 개정된 것) 제28조 제2항에 위배되어 그 효력을 발생할 수 없어 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위 부칙 제2조는 경과규정에 불과할 뿐 본문과는 별개의 퇴직금제도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들을 비롯한 기존 근로자들에 대하여도 법규적 효력을 갖는 퇴직금규정은 위와 같이 개정된 퇴직금 규정뿐이고, 위 부칙 제2조는 기존 근로자들의 기득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경과규정으로서 그 한도 안에서, 즉 개정 전 · 후의 퇴직금규정을 비교하여 전자를 적용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결국 원고들에 대한 퇴직금을 산정함에는 위 부칙 제2조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개정 퇴직금규정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퇴직금으로서 별지 추가 퇴직금일람표의 차액란 기재 각 해당 금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추가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한 판단

가.

소멸시효의 완성

피고는 원고들의 퇴직금채권이 시효기간 경과로 소멸하였다고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퇴직금채권은 근로기준법상의 임금채권에 해당하므로 그 소멸시효기간은 3년이라 할 것인바 원고들의 퇴직일자가 1993. 2. 11.부터 1996. 6. 30.까지의 사이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원고들의 이 사건 소가 위 각 퇴직일로부터 3년이 경과한 후인 2000. 7. 3.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분명한 이상, 원고들의 퇴직금채권은 이 사건 소제기전에 이미 시효기간이 경과하였다.

나.

권리남용

그러나 한편,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대법원 1999. 12. 7. 선고 98다4292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위 부칙 제2조의 근본 취지는 피고의 1981. 4.11.자 퇴직금규정 개정 이전부터 근속하던 직원들의 기득권을 보장하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 문언상으로는 개정 퇴직금규정과의 유·불리를 떠나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별개의 퇴직금제도인 것처럼 규정되어 있고, 위 개정 이후 기준급여가 상승되어 개정퇴직금규정에 의한 퇴직금이 위 부칙 제2조에 의한 퇴직금보다 더 크게 되었으므로 당초의 취지와는 부합하지 않게 되었음에도 피고는 위 부칙을 변경하거나 폐지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유지하여 왔으며, 실제로도 피고는 퇴직금규정 개정 이후 최근까지 1981. 1. 1. 이전부터 근속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위 부칙 제2조를 적용한 퇴직금만을 지급하면서 결과적으로 근로기준법에 반하는 차등적 퇴직금제도를 운영하여 왔다는 것이다.

나아가 갑 1호증의 2, 2호증의 11, 3호증의 7, 을 1호증, 2호증의 1 내지 7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위와 같이 위법한 퇴직금제도 운영내용을 장기간 계속하여 퇴직근로자들에게 안내하여 옴으로써 위 퇴직금제도 내지 그에 따라 계산된 퇴직금 액수가 마치 적법한 것인 양 홍보하여 온 사실, 그런데 피고로부터 퇴직한 근로자 중 일부인 소외 B 등 33인이 이러한 퇴직금제도 운영의 부당성을 최초로 문제삼아 1998. 8. 3. 소송을 제기하여 대법원 1999. 12. 28. 선고 99다33823 판결로 승소함으로써 비로소각 퇴직금차액을 반환받게 된 사실, 피고는 위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퇴직금 지급방침을 바꾸어 개정퇴직금규정에 따른 퇴직금차액을 지급하겠다는 취지를 피고의 퇴직근로자들에게 안내하면서도 위 대법원판결일을 기준으로 과거 3년 이내인 1996. 12. 28.이후 퇴직자만을 그 지급의 대상으로 하였던 사실, 원고들은 위 부칙 제2조에 의한 퇴직금만을 지급받고 퇴직한 자들로서 개정 퇴직금규정에 의한 퇴직금 추가지급액이 발생하였으면서도 1996. 12. 28. 이전에 퇴직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피고로부터 각 퇴직금 차액을 반환받지 못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먼저 사용자인 피고 스스로 작성한 위 부칙 제2조가 외관상 개정된 퇴직금규정과의 유·불리를 떠나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처럼 작성되어 있었고, 또 실제로 피고 스스로 장기간 위 부칙을 일률적으로 적용하여 퇴직금을 지급하여 오면서 이러한 퇴직금제도 운영내용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왔으며, 근로자인 원고들로서는 통상 사용자가 정한 규정 내지 퇴직금 액수 등에 관한 사용자의 안내를 정당한 것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결국 피고는 원고들이 퇴직금차액을 구하는 채권자로서의 권리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 할 것이다.

더구나 퇴직금은 월 급여와는 달리 퇴직 후 지급받는 것이므로 퇴직 후의 생계유지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퇴직금채권자인 원고들을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 하겠는데, 피고가 개정 퇴직금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하고 위 부칙 제2조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등 사실상 차등적인 퇴직금제도를 운영함으로써 퇴직금을 과소하게 지급한 근로자들 중 1996. 12. 29. 이후 퇴직한 일부 근로자들은 이미 퇴직금차액을 모두 변제받았는데 유독 같은 조건하에 있는 원고들에 대하여만 소멸시효 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이유로 퇴직금차액 지급의 거절을 인정함은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된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어느 모로 보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들의 재항변은 이유있고 피고의 항변은 결국 이유가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추가퇴직금일람표의 차액란 기재 각 해당 금원및 이에 대하여 퇴직일로부터 근로기준법 제36조 소정의 14일 이후인 같은 표의 지연손해금 기산일란 기재 각 해당 일자부터 이 판결 선고일인 2001. 5. 24.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원고들은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익일부터 완제일까지 위 특례법 소정의 이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으나, 이 판결 선고일까지는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므로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있어 이를 각 인용하고, 그 나머지 청구는 이유없어 이를 각 기각하며, 가집행선고는 이를 하지 아니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므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2001. 5. 24.

판사 김선종(재판장) 박범석 김동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