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2. 1. 24. 선고 2001가합27000 판결

2001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과 같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내지 3, 갑 제2호증의 1, 2, 갑 제3호증의 1 내지 4, 을 제1 내지 4호증, 을 제5호증의 1 내지 3, 을 제9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가.

피고 회사는 1992. 8. 17. 아일랜드 소재 소외 E 항공사(E)와 사이에 위 E 항공사는 조종사들을 고용하여 피고 회사에게 조종사들의 용역을 제공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이하 '1차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조종사들의 용역의 대가로 피고 회사나 피고 회사가 지명한 제3자는 E 항공사에게 매달 일정율의 급여를 지급한다(급여의 16%는 E 항공사의 수수료임, 제3조).

(2)

피고 회사가 조종사들의 복무에 관하여 지시할 권한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사원들을 본 계약기간 동안 E와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며, 그 조종사들의 업무중지, 정직 또는 해고 등은 E의 권한에 속한다. 다만, 이를 행사함에 있어서는 피고 회사와 적절한 상의를 거쳐야 한다(제5조 제1항)

(3)

피고 회사는 E에 대하여 심각한 불복종 또는 비행을 저지르는 조종사들의 교체를 요구할 권한이 있으며, 그 경우 E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당해 조종사들을 교체하여야 한다. 이에 따른 운송비용은 피고 회사가 부담한다(제5조 제2항)

(4)

그 어떤 이유로든지 E와 본 계약에 의해 제공된 조종사들 사이의 고용계약이 해지되면, 본 계약도 E가 지정한 날에 해지되는데, 이 경우 E는 피고 회사에게 상황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가장 신속하게 해지통지를 한다. 이렇게 해지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E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전력을 다해 다른 사원들로 대체할 것이며, 피고 회사가 본 계약이 해지되는 날까지의 청구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책임을 지는 것 외에 양당사자는 상대방에 대하여 그 어떤 책임도 없다(제8조).

(5)

피고 회사는 본 계약기간 동안 본 계약이 종료된 후 6개월 동안 제공된 조종사들 누구에게도 직접 고용하겠다는 제안을 E의 사전 허가와 동의 없이는 하지 않기로 합의한다.

(6)

본 계약은 아일랜드법에 준거하고, 이에 따라 해석되는 것으로 한다.

나.

피고 회사는 위 1차 계약이 종료되자 1994. 9. 20. F 항공(F, 이하 'F사'라 한다)과의 사이에서, F사는 소속 조종사들을 피고 회사에 파견하여 용역을 제공하고, 피고 회사는 위 조종사들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일정율의 수수료를 F사에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이하 '2차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피고 회사는 이 계약기간 동안과 이 계약 또는 관련 부속문서의 효력이 종료한 때로부터 1년 동안 F사의 사전동의 없이 F사의 직원을 직접 고용하지 않는데 동의한다.

(2)

F사의 조종사는 피고 회사가 정해주는 비행과 훈련계획에 따라 해당 노선의 기장으로 근무하게 되는데, 피고 회사의 일반 조종사들이 따르는 피고 회사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부속문서 1. 제3조).

(3)

F사 조종사들이 제공하는 업무에 대하여 피고 회사는 75시간을 기준으로 한 보수를 지급하되, 이를 초과하는 매 시간에 대하여 월급의 1/75를 추가로 지급하여야 한다(부속문서 1. 제4조).

(4)

피고 회사는 각각의 조종사 예금구좌에 그들의 보수에서 20.6%를 공제하여 입금하고, 위 공제한 금액을 F사의 예금구좌에 송금한다(부속문서 1. 제5조).

(5)

피고 회사는 F사 조종사가 피고 회사 업무규율을 따르지 않을 때, 중대한 업무태만 또는 비행을 저질렀을 경우, 1달 전에 문서로 통지하고 F사 조종사를 교체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F사는 D의 이러한 교체요구를 받아들여 가능한 한 빨리 조종사를 대체한다.

다.

원고들은 원래 F사 소속 조종사들이었으나, 위 1차 계약에 의하여 E 항공사에 고용되어 피고 회사에 파견되었다가 피고 회사와 F사 사이에 위 2차 계약이 체결되면서 F사 소속으로 복귀하였는데, 원고 A는 1993. 4. 20.부터 1998. 2. 18.까지 B767기의 기장으로, 원고 B는 1994. 4. 20.부터 1998. 3. 12.까지 B737기의 기장으로, 원고 C는 1994. 4. 15.부터 1998. 2. 18.까지 B767기의 기장으로 각 피고 회사에서 근무하였다.

2.

원고들의 주장 및 판단

가.

먼저 원고들은, 피고 회사와 각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회사가 운영하는 항공기의 기장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하였으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들이 피고 회사와 개별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들은 위 1차 계약 및 2차 계약에 의하여 위 E 항공사 또는 F사가 피고 회사에 파견되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원고들은 또한, 피고 회사에게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여 왔으므로, 피고 회사와의 계약체결 형식에 관계 없이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고, 따라서 그 사용자인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용주에게 고용되어 제3자의 사업장에서 제3자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제3자의 근로자라고 할 수 있으려면 원고용주는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제3자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 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사실상 당해 피고용인은 제3자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으며,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자도 제3자이고, 또 근로제공의 상대방도 제3자이어서 당해 피고용인과 제3자 간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9. 11. 12. 선고 97누19946 판결 참조).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들이 피고 회사의 근무규정의 적용을 받으면서 피고 회사의 지시에 의하여 근로를 제공하였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원고들은 피고 회사와 개별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E항공사 또는 F사에 소속된 근로자들로서 위 1, 2차 계약에 의하여 피고 회사에 파견되어 근무한 것인 점, 이러한 원고들의 피고 회사에 대한 근로 제공은 E 항공사 또는 F사의 노무지휘권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1차 계약은 위 계약기간 동안 피고 회사에 파견된 조종사들과 E 항공사와의 고용관계가 유지되고, 조종사들의 업무중지, 정직 또는 해고 등의 징계권은 E 항공사의 권한에 속함을 명시하고 있고, 2차 계약도 파견 조종사들이 F사 소속 직원임을 전제로 하고 있는 점, 피고 회사는 파견된 조종사들이 피고 회사의 업무규율에 따르지 않거나 중대한 업무태만 또는 비행을 저질렀을 경우 E 항공사 또는 F사에 대하여 조종사의 교체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위 E 항공사나 F사는 피고 회사의 교체 요구에 응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점, 피고 회사는 위 1차 계약에 의하여 파견 수수료를 포함한 급여를 E 항공사에게 지급하였고, 원고들은 E 항공사로부터 자신들의 급여를 지급받았으며, 위 2차 계약 체결 이후에는 F사에 지급되는 수수료를 공제한 급여를 피고 회사로부터 직접 지급받았으나, 이는 절차상의 번잡을 피하고 송금비용 등의 절감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 위 각 계약기간 및 계약기간 종료 후 일정기간 동안 피고 회사가 E 항공사 또는 F사에서 파견된 조종사를 직접 고용할 수 없도록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E 항공사나 F사가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그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다고 보기 어렵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고들의 사용주는 E 항공사 또는 F사이고, 위 1, 2차 계약에 의하여 원고들은 위 회사들과의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피고 회사에 근로를 제공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 회사가 원고들의 사용주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원고들이 들고 있는 서울고등법원 1997. 9. 30. 선고 97나15267 판결은 피고 회사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한 외국 조종사들의 퇴직금 청구를 인용한 것으로서 이 사건과는 사실관계가 다르다).

다.

끝으로 원고들은, 위 1, 2차 파견계약 체결 당시 시행되던 직업안정법 제33조 제1항은 노동부장관의 허가 없이 근로자 공급사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47조 제1호에 의하면 위 허가를 얻지 않고 근로자 공급사업을 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형법상 국내에서 죄를 범한 외국인도 처벌받도록 규정되어 있는바, 위 1, 2차 계약은 강행법규로서 효력규정인 위 직업안정법 제33조 제1항에 위반되고, 나아가 민법 제103조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직업안정법이 위와 같은 조항을 둔 이유는 무허가 근로자 공급사업자의 중간착취를 방지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려는데 있다고 할 것인데, 그렇다고 위 조항을 효력규정으로 보아 이에 위반되는 근로자 공급계약 자체를 무효로 본다면, 공급사업자가 수수료를 포함한 근로자의 보수 등을 그 계약에 의하여 청구할 수 없게 되고, 그 계약에 따라 근로자를 공급받은 사업체에 대하여 계약으로 정한 근로조건의 준수를 요구할 수 없게 되는 등 오히려 근로자들의 지위가 불리하게 되며, 근로자가 각자의 능력을 개발·발휘할 수 있는 직업에 취직할 기회를 제공하고, 산업에 필요한 노동력의 충족을 지원함으로써 근로자의 직업안정을 도모하고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입법된 직업안정법의 취지에도 반하는 결과가 되므로, 위 조항은 이른바 단속규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위 1, 2차 파견계약이 효력규정인 강행법규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할 수 없고, 위 각 계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도 없다.

가사, 위 조항이 효력규정이어서 이에 위반한 위 1, 2차 계약의 사법상의 효력이 무효로 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위 회사들과 원고들간의 고용관계가 단절되고 피고 회사가 원고들과 사이에 새로운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의제할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2002. 1. 24.

판사 김선종(재판장) 함윤식 김동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