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8. 1. 9.경부터 서울 관악구 B빌딩 4층에 있는 주식회사 C(이하 ‘C’이라고 한다)의 사업주로서 상시 근로자 10명을 고용하여 위 회사를 경영하면서 건설업을 영위한 사용자이다.
피고인은 1994. 4. 1.경부터 2007. 12. 31.경까지 위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근로자 D의 2007. 12.분 임금 3,274,777원 및 퇴직금 42,629,567원 등 합계 74,281,237원 상당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은 이를 포함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4명의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등 합계 195,096,559원 상당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각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ⅰ)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들이 퇴직한 이후에 C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점, ⅱ) 피고인이 대표이사에 취임하기 이전에 C을 운영한 E이 2007. 12. 말경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체불임금은 집을 팔아서라도 내가 해결하겠다”라고 말한 점, ⅲ) 이 사건 근로자 4명은 2009. 12. 6.에 서울지방노동청에 진정을 하였는데, D을 제외한 3명은 피진정인을 E로 기재하였고, 위 진정을 하기 전에는 피고인에 대한 임금 지급요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ⅳ)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는 사용자만 범할 수 있는 신분범인데, 이 때의 사용자는 조문의 문리해석상 “근로자의 사망 또는 퇴직 당시의 사용자”로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근로자 4명의 퇴직 당시 사용자가 E인 이상, E이 위 조문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을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하여 금품청산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로 볼 수 없고, 설령 사용자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지급의무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거나 그 미지급을 비난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사실오인 및 근로기준법상 금품청산의무에 대한 법리오해로 말미암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C의 종전 운영자인 E과 이 사건 근로자들 사이에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고인도 그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들의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C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위 회사 운영에 대한 모든 권리․의무를 승계하였으므로 위 근로자들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상의 금품청산의무를 부담한다.
당심의 판단
1) 근로기준법 제3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기타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퇴직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법률관계를 조기에 청산하도록 강제하는 한편, 사용자측에 대하여 그 청산에 소요되는 기간을 유예하여 주고 있으므로, 위 퇴직금 등 체불로 인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위반죄는 지급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는 때에 성립하고, 따라서 사업주가 법인일 경우에는 위 14일이 경과할 당시에 퇴직금 등의 지급권한을 갖는 대표자가 그 체불로 인한 죄책을 짐이 원칙이고, 14일이 경과하기 전에 그 지급권한을 상실하게 된 대표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죄책을 지지 않는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도7722 판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피고인은 2008. 1. 9. C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사실, ② 이 사건 근로자인 D, F, G, H은 각 C에서 근무하다가 2007. 12. 31. 퇴직하였는데, C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위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 등 합계 195,096,559원을 위 근로자들의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못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사실을 앞서 본 금품청산의무에 대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하여 금품청산의무를 부담한다.
1) 한편, 사용자가 기업이 불황이라는 사유만을 이유로 하여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체불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이 허용하지 않는 바이나, 사용자가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다거나, 사용자가 퇴직금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도저히 지급기일 내에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었다는 등의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는 근로기준법 제36조 위반범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된다(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1도204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전에 C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E은 2007년경 회사의 경영상황이 악화되어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고, 이 사건 근로자들이 퇴직할 무렵인 2007. 12. 말경 직원들에게 회사 경영을 그만둔다며, “근로자들에게 미지급한 임금은 본인 명의의 수원시 소재 주택을 팔아서라도 정산하여 주겠다”고 말한 점, ② 이에 이 사건 근로자들을 포함한 C의 직원들은, 직원들이 회사 운영비를 갹출하는 등 협력하여 회사를 살리자고 결의하였고(이에 회사 운영비로 이 사건 근로자 D은 2008. 4.경 200만 원을, 이 사건 근로자 G은 2008. 1.경 100만 원을 각 분담하였다), 그 과정에서 당시 C의 전무로 근무하면서 공사수주 업무 등을 담당하였던 피고인이 C을 운영하기 위하여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된 점, ③ 피고인도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이전에 E로부터 5,600만 원 상당의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였고,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인 2008. 3.경에는 금원을 차용하여 당시까지 C이 미납한 국세 및 제세공과금 1억 300만 원 상당을 납부한 점, ④ 이 사건 근로자들은 C에서 퇴직한 2007. 12. 31.부터 2년이 경과한 2009. 12. 16.에 이르러서야 노동청에 이 사건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하였는데, 위 근로자 4명 중 F, G, H은 피진정인인 C의 대표자를 E로 표시하여 진정한 점, ⑤ 이 사건 근로자들은 피고인이 C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위 진정을 하기 전까지는 피고인에게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별도의 조치나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고, 위 진정을 한 후 2010. 9.경까지도 E과 사이에 ‘E의 주택에 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안’ 등 미지급 임금의 정산에 대한 협의를 진행한 점, ⑥ 피고인은 2009년경 I(주), J(주)로부터 K대학교 항공교육시설 활주로 신축공사, L비행장 공군관사 및 병영시설 신축공사 등을 하청받았으나, 이 사건 근로자들이 2010. 6.경 위 공사에 대한 C의 공사대금채권에 대하여 가압류신청을 하여 2010. 6. 9. 가압류결정(서울중앙지방법원 2010카단55631)이 내려졌고, 이로 인하여 C은 위 공사계약을 해지당하여 회사 운영이 매우 어려워진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C의 대표이사로서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금품청산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피고인이 C의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된 경위, C 경영 정상화를 위한 피고인의 노력, 피고인도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던 점, 피고인이 취임한 이전 및 이후의 근로자들과 E 사이의 임금정산에 대한 협의과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이 사건 근로자들의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을 청산하지 못한 점에 대하여 책임 내지 비난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는바, 원심의 판단이유 중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에 따른 금품청산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는, 근로자의 사망 또는 퇴직 당시의 사용자로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근로자들의 퇴직 당시 사용자였던 E이 위 근로자들에 대한 금품청산의무를 부담한다’는 부분은 잘못되었으나,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정당하고,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따라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한다.
판사 성지호(재판장) 김대규 권미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