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2. 6. 선고 2014가합54361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개인택시운송사업자 공동의 이익 사업 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이다.

피고는 인사관리규정 제43조(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에서 소속 근로자의 정년제도를 정하고 있는데, 동 조항은 직급별로 정년을 구분하여 1급갑 및 1급을 직원의 경우 58세, 기타 직원의 경우 55세를 각각 정년으로 설정하고 있다.

나.

원고는 B생으로 1996. 9. 20.경 피고 산하 공제조합에 입사하여 2급 직원으로 근무하던 중 55세의 정년이 적용되어 2014. 11. 1. 정년퇴직처리되었다.

다.

피고는 직원들의 직급을 1급 내지 7급으로 구분하여 운용하여 왔는데, 각 직급별 직위는 아래 표 기재와 같다. 따라서 2급 이하 직원들은 본부의 실장 내지 지부의 부지부장 직무를 수행할 수 없으나, 위 각 직무를 수행할 1급 직원이 부족할 때에는 2급 직원이 직무대리의 형식으로 해당 업무를 담당하기도 하였다(피고가 2012. 9.경 2급 사원인 C에게 D지부 부지부장 직무대리를 명하거나, 같은 해 11.경 2급 사원인 E에게 본부 F 직무대리를 명한 것이 그 예이다).

라.

피고의 직원이던 G은 이 사건 규정이 차별적 규정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였고,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2009. 6. 22. '직원의 정년을 직급별로 차등한 이 사건 규정은 고용과 관련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위 규정의 개정을 권고하는 결정을 하였다.

G은 '이 사건 규정으로 자신이 조기에 정년퇴직을 당함으로써 일실수입 상당의 손해 등을 입었다'라고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청주지방법원은 2010. 10. 22. 청구기각 판결을 선고하였고(2010가합5035호), 위 판결은 이후 항소 및 상고절차를 거쳐 그대로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7 내지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피고가 직급별 인원을 운용하는 현황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규정과 같이 1급과 기타의 직급을 구분하여 정년을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것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에 따른 피고의 직급별 정년제도는 강행규정인「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제4조 및 제4조의4 제1항 제5호 등에 위배되어 무효이므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정년퇴직처분은 효력이 없다.

나.

관련 법령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연령차별금지법'이라 한다) 중 관련 내용은 아래와 같다.

다.

판단

1)

연령차별금지법 위반 여부 및 효력

가)

제4조의4 제1항의 경우

(1)

연령차별금지법 제4조의4 제1항 제5호는 사업주로 하여금 '퇴직'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근로자의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사실상 채택하고 있는 정년제도는 특정 연령에 도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퇴직 조치를 강제하는 효과를 지닌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서 위 규정에 저촉될 소지를 내포한다.

다만, 제4조의4 제1항에서도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허용하고 있으며, 따라서 정년제도에 대해서도 그것이 기업의 경영상황이나 인력운용 실태 및 당사자들의 의사 등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설계되었다면 애초 위 조항의 적용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2)

이에 연령차별금지법 제4조의5에서는 연령차별의 합리성을 인정하여 제4조의4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할 예외적인 경우를 열거하고 있다. 그 중 피고가 이 사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제3호, 즉 '연령차별금지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년을 설정하는 경우' 역시 특정 기업에 소속된 근로자들의 개별적 혹은 집단적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노사가 자율적으로 특정 정년제도의 합의에 이르거나(근로계약 내지 단체협약),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견을 청취하거나 동의를 얻어야 할 뿐만 아니라, 관련 사항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하는 등 제도의 도입 및 변경 과정에 당사자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 일정 부분 보장되어 있으므로(취업규칙), 연령차별의 합리성을 인정하겠다는 취지라고 봄이 상당하다{2007. 11. 법 개정 당시 정부가 제출한 '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갑 제11호증) 또한 제4조의5 제3호와 관련하여 '일정한 나이에 퇴직을 강제하는 정년제는 연령차별적 요소를 내포함. 그러나 근로자도 언젠가는 노동생활에서 은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동의한 은퇴연령을 정년으로 설정하는 것까지 연령차별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하여, 같은 취지로 보인다}. 나아가 위와 같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취업규칙 등에 설정된 정년제도가 만일 개별 근로자의 입장에서 수용하기 곤란한 내용을 담고 있더라도, 민법 제103조 등 기타의 법률을 통해 해당 정년제도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위법성을 문제삼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연령차별금지법을 통해 취업규칙 등에 설정된 정년이 위법한 연령차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문제삼는 것은 같은 법이 예정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한편 이 사건 규정과 같이 취업규칙 등을 통해 설정한 정년에 이른바 직급별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연령'이 아닌 '직급'을 이유로 한 '정년' 분야의 차별적 처우라 할 것이어서 연령차별금지법에 따른 연령차별 여부는 애초 문제되지 않을 소지도 다분할 뿐더러, 연령차별금지법 제4조의5 제3호가 규정한 정년 설정이 아니라고도 볼 수 없다. 특히 연령차별금지법은 일정수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주로 하여금 매년 정년제도의 운영 현황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제출토록 하고 있으며(제20조 제1항), 그에 따라 사업주가 그 현황을 제출·보고하여야 하는 사항에 '단일 정년' 내지 '직급별 정년', '직종별 정년' 등에 관한 현황이 포함되어 있다(같은 법 시행규칙 제13조). 이와 같이 관계 법령에서조차 직급별 정년 등을 기업의 입장에서 상정가능한 제도로 보아 이를 현황 파악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도, 직급별 정년제도를 굳이 법 제4조의5 제3호의 규율대상에서 배제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연령차별금지법 제4조의4 제1항의 적용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 사건 규정상 직급별 정년제도에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어야 하더라도, 이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와 같은 합리적 이유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마찬가지 결론에 이르게 된다).

나)

제4조의 경우

연령차별금지법 제4조는 사업주에게 정년연장 등의 방법으로 고령자의 고용이 확대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권고적·선언적 내용만을 정하고 있으며, 그 위반에 대한 벌칙 등 제재 조항 역시 두고 있지 않다. 위 조항은 직급별 정년제도의 사법상 효력이 문제되는 이 사건의 결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앞서 본 바와 같이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법 제19조는 2016. 1. 1. 이후부터 그 시행이 예정되어 있어, 현재 시점에 있어서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개정 전 법률의 내용이 적용될 뿐이다).

다)

소결론

따라서 직급별 정년을 정한 이 사건 규정이 연령차별금지법 제4조 혹은 제4조의4 제1항을 위반하여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직급별 정년제도의 사법상 효력

가)

원고의 주장에는 '이 사건 규정상 직급별 정년제는 형평의 관점에서 사법상 효력을 인정할 수 없을 만큼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였다'는 취지의 주장도 포함된 것으로 선해하여, 이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나)

정년규정은 당해 사업장에 있어서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성질, 내용, 근무형태 등 제반여건에 따라 합리적인 기준을 둔다면 같은 사업장 내에서도 직책 또는 직급에 따라 서로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것이고, 이와 같은 기준에 따라 회사가 정한 특정 직급의 정년이 다른 직급의 정년보다 다소 하회한다고 하여 이를 법률상 무효라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1991. 4. 9. 선고 90다16245 판결 참조).

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의 2, 3급 직원도 일종의 간부직원으로 1급과 마찬가지로 관리·감독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1, 2급 직원 중에는 역할이나 책임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도 빈번히 존재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1급 직원이 2급 직원보다 하위의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에 따른 피고의 직급정년제도는 합리성을 결여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4 내지 7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더라도, 피고의 1급과 기타의 간부 직원들이 행하는 관리·감독업무의 내용이 질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는 단정하기 어려우며, 기타 원고가 주장하는 직급간 책임 등의 동등·역전 현상 등도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거나, 일부 직원의 극히 예외적이고 특수한 경우만을 부각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히려 앞서 본 사실과 증거들에 의하면, 1급 직원의 경우 기업 내의 최고 관리자로서 해당 직위 및 그에 따른 권한과 책임 등이 다른 직급과는 구분됨을 알 수 있는 반면, 직급별 정년제도를 통해 1급 직원의 인력수급 및 활용을 원활히 하고자 한 피고의 정책적 결정이 사법상 효력을 부정할 만큼 부당하거나 불합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며, 달리 직급별 정년제도의 합리성, 나아가 그 사법상 효력을 부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국가인권위원회가 이 사건 규정에 따른 직급별 정년제도에 대해 개정을 권고하였음은 앞서 보았으나, 이 사건 규정 자체의 효력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법원이 위와 같은 권고내용에 구속된다고는 볼 수 없다).

라)

따라서 이 사건 규정에 따른 직급별 정년제도가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여 사법상 효력이 없다는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규정에 따른 직급별 정년제도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마용주(재판장) 김나나 성준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