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 5. 선고 2014고정1316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서초구 E 지하 1층에 있는 F(변경된 상호: G) 대표로서 상시 근로자 6명을 고용하여 단란주점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피고인은 2013. 9. 9.부터 2013. 9. 25.까지 근로하고 퇴직한 H의 2013년 9월 임금 2,500,000원과 2013. 9. 9.부터 2013. 9. 27.까지 근로하고 퇴직한 I의 2013년 9월 임금 2,400,000원을 위 당사자 간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각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판단

가.

이 사건의 쟁점

H과 I가 위 사업장의 인테리어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 등과 관련하여 일정 기간 현장에서 일을 한 사실은 대체로 다툼이 없다.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 사업장의 인테리어 등과 관련하여 J 등과 계약을 체결하였고, H과 I는 J의 관리 및 감독을 받는 사람들이므로, 피고인이 사용자의 지위에서 임금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결국 피고인이 H과 I에 대한 사용자의 지위에 있는지, 즉 위 당사자 사이에서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 된다.

나.

피고인이 사용자의 지위에 있는지에 관하여

그런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H과 I에 대한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단정하기에 곤란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

피고인은 2013. 7. 4. K, J, L과 공소사실 기재 F의 인테리어 등에 관한 '강남 라운지 인테리어 설계, 도면 작성, 시공 감리, 마케팅, 프로모션, 아티스트 운영 및 대관 등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계약은 '프로젝트 A'와 '프로젝트 B'로 구분되고, J과 L이 담당한 것은 '프로젝트 B'이다. '프로젝트 B'는 '인테리어 설계, 제반도면/캐드 작성, 공사감리, 오픈 후 사후 관리'로 구성되고, 그에 대한 대금은 총 60,000,000원인데, 그 중 '캐드도면 제작, 인테리어 기획, 3D 제작'이 15,000,000원, '현장 감리 및 감독비용'이 18,000,000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한편 J과 L은 전 공사기간에 걸쳐 현장소장을 파견하고, 각자 주당 4회 이상 현장을 방문하여 감리를 수행하여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2)

J은 '프로젝트 B' 중 자신이 담당한 것은 디자인이고, 현장 공사와 감리는 L이 담당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런데 피고인과 J, H 및 I의 진술에 따르면, J은 도면 제작 등 디자인을 담당한 것 이외에도 수시로 이 사건 공사 현장에 나가 현장 상황을 확인하고, 실제 도면 등 디자인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의 '감리(監理)' 업무를 한 것이다.

무엇보다 J이 피고인으로부터 지급받았음을 자인하는 금액만 하더라도 24,500,000원으로, 위 계약에서 '캐드도면 제작, 인테리어 기획, 3D 제작'에 책정된 15,000,000원을 현저히 초과한다.

3)

이 사건 공사는 2013. 8. 중순경부터 시작되었고, H과 I는 J의 소개로 2013. 9. 9.경부터 일을 하게 되었다. 이에 대하여 H은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도면을 보고 무대를 만드는 일을 지시하고 도우는 등 현장소장과 비슷한 역할을 했다'는 취지로, I는 '감리를 하면서 일손이 부족할 때에는 실제 작업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J, H, I가 사용하고 있는 '현장소장', '감리'의 개념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이 사건 공사가 실제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관리하는 업무' 정도의 개념으로, 결국에는 이 사건 공사 계약상 J, L이 담당하기로 한 '감리' 내지는 이들이 파견하기로 한 '현장소장'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4)

H과 I는 J의 소개로 이 사건 공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들 모두는 피고인과 임금의 액수 및 지급 시기는 물론, 임금 지급 여부 자체에 대하여도 합의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이들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 취지는 대체로 '피고인이 당연히 H, I의 임금을 부담하여야 한다'라는 당위성 측면에서의 진술로, 임금 액수에 대한 H, I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것 역시 이러한 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5)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 계약과 관련하여 J과 L에게 '프로젝트 B'의 공사 진행 단계에 따라 감리비 등 계약상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였다는 사실은 대체로 다툼이 없어 보인다.

이 사건 공사 계약상 J과 L이 현장소장을 파견하고 감리를 수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한편 I는 이 사건 공사 현장에 투입되기 전인 2013. 9. 3. 피고인에게 "회장님 밤늦게 죄송합니다. J사장님 직원입니다"라며 자신을 J의 직원이라 지칭하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 자신이 계약상 정해지지 않은 추가 비용인 H, I 에 대한 임금을 부담하여야 함을 전제로 위 두 사람을 이 사건 공사 작업에 투입하였다는 것은 사회통념상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J은 H, I가 L을 대신하여 공사 현장에 투입되었다고 하나, 이 사건 공사 계약서상으로 J, L의 업무가 그와 같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고, 실제로 J이 일정 부분 감리업무를 담당하였음은 앞서 본 바이다.

6)

I는 이 사건 공사에 투입된 이후(2013. 9. 9.) 현장 인부별로 임금을 명시한 임금청구서를 피고인에게 제출하여 이를 지급받았다. 2013. 9. 9.자부터 2013. 9. 12.자 임 금청구서에는 H, I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 2013. 9. 14.자 임금청구서에는 H, I가 포 함되었다가, 2013. 9. 25.자, 2013. 9. 26.자 임금청구서에는 H, I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임금청구서에 기재된 내용 변화가 다소 이례적인데,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2013. 9. 14. H과 I가 임금을 청구하자, H과 I에게, '당신들은 J의 직원이고 나는 J에게 감리비를 모두 지급했으니 받을 임금이 있다면 J에게 받아라'고 말했다", "J에게도 '당신이 파견한 현장소장이 왜 나에게 임금을 청구하느냐, 빨리 해결해라'는 취지로 말하였고, 그 이후로는 H과 I가 자신들의 임금을 청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임금청구서의 기재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이와 같은 주장에 수긍이 가는 점이 있고, 피고인이 이와 같이 H과 I의 임금 청구에 대하여 문제 제기를 하였다는 사실 자체는 J, H 및 I도 대체로 시인하고 있다.

H과 I는 2013. 9. 14. 이후는 물론,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철수할 무렵에도 피고인에게 임금 청구를 하지 않았다가 2013. 11. 7.에야 서울지방노동청에 피고인을 고소하였는데, 이 역시 다소 이례적이다.

7)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 현장에 나타나 여러 차례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은 있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J 역시 공사 현장에 나타나 실제 공사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업무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은 인테리어 공사 등에 대하여는 문외한으로 보이고, 자신의 사업장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장 상황을 확인하고 특정 사항을 지적하거나, 요구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므로, 피고인이 일부 지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종속적 근로관계를 전제로 한 업무 지시라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

다.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1)

설령 피고인에게 사용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민사상 임금 지급책임 이외에 형사상 근로기준법위반죄의 죄책을 묻기 위해서는 당연히 고의가 인정되어야 한다.

2)

그런데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는데, 위 나.항에서 본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임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그 범위에 대하여 충분히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3)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이 점에 있어서도 성립하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용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