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5. 12. 선고 2014나57302 판결

주문

1.

제1심 판결 중 피고로 하여금 원고에게 8,587,540원 및 이에 대하여 2012. 3. 29.부 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 중 1/10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위임계약 및 위임직 운용규정

1)

피고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용정보법'이라 한다)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채권추심 및 신용조사업무를 영위하는 회사이다.

2)

원고는 2008. 2. 1. 피고와 위임계약(이하 '이 사건 위임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그때부터 2012. 3. 14.까지 서울 중구 만리동1가 38 우리은행 건물 4층에 있는 피고의 전략영업부 우리파이낸셜팀에서 채권관리 및 추심업무를 담당하였다.

3)

이 사건 위임계약 체결 당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작성된 위임계약서와 위임계약서에서 적용하기로 한 위임직 운용규정의 주요 내용은 별지 기재와 같다.

나.

원고를 포함한 채권추심원들의 근무형태

1)

원고를 포함한 채권추심원들은 외근이나 출장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가 지정한 출·퇴근 시각에 따라 통상 09:00경 피고의 사무실에 출근하여 배정된 업무를 수행하다가 통상 18:00경 퇴근하였다. 피고는 채권추심원들에게 출, 퇴근 시간 준수를 요구하였다.

2)

한편 채권추심원들은 채권회수를 위하여 채무자의 거주지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를 위하여 근무시간 중 외출하는 경우에는 피고의 직원에게 외출시간 및 장소 등을 보고하였다. 원고가 소속된 피고 영업본부 산하 우리파이낸셜팀에서는 외근으로 인하여 현장에서 바로 퇴근하는 경우에는 관리자에게 전화로 보고하도록 하였는데, 외근시 수행한 업무내용을 다음날 피고의 전산망에 등록하지 아니한 경우 허위 보고로 간주하여 해당 채권추심원을 아래에서 보는 'Cut-Off'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하는 내부기준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3)

피고는 업무수행을 위하여 채권추심원들에게 사무실 내의 책상, 컴퓨터 등의 사무집기를 제공하고, 우편발송요금, 등기부등본 발급비용 등 채권회수와 관련하여 지출한 비용도 지원하여 주었다. 다만 외근시의 교통비나 식대 등은 채권추심원들이 각자 부담하였다.

다.

채권추심원들에 대한 관리 · 평가

1)

피고는 채권추심원들에게 회수실적 관리 및 교섭현황, 현장실사, 등기발송, 법조치 진행, 채무감면 신청 등 업무수행상황을 피고의 전산시스템에 입력 · 등록하게 한 후, 매일의 업무수행상황을 점검 · 확인하였다.

2)

피고는 채권추심원들이 입력한 업무수행상황 등을 토대로 관리금액 등에 따른 순위와 회수실적 및 회수율 등이 기재된 '개인별 실적표'를 작성하는 한편, 개인별 '회수실적 · 현장실사 · 법조치진행' 등의 내역을 각종 대장으로 정리 · 보관하였다.

피고는 위와 같은 자료를 토대로 채권추심원들의 업무를 관리하면서 회수실적 등이 저조한 채권추심원들에게는 배정하는 채권의 수를 줄이거나 위임계약을 해지하는 등의 불이익을 경고하기도 하였다. 피고의 카드영업본부는 원금 회수 실적이 저조한 일정 비율의 채권추심원들에 대해 '경고장 발송'(1회 해당자) 내지 '위임계약 해지'(2회 해당자) 등의 불이익 조치를 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Cut-Off' 제도를 시행하였다. 원고가 소속된 전략영업부 우리파이낸셜팀은 채권추심원들로 하여금 채무자와의 교섭 내용을 전산으로 등록하게 하고 해당 채권추심원이 보유한 채권 수 대비 교섭등록 건수가 100%에 미치지 못하거나 월 1건 이상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한 법조치(동산집행, 차량인도)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해당 채권추심원에게 불이익 조치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Cut-Off 기준'을 마련하였다.

3)

한편, 피고는 채권추심원들로 하여금 매월의 개인별 채권회수 예상명세서를 작성 · 제출하게 한 다음 그에 따른 회수실적 목표의 달성을 독려하였고, 이와 함께 대전지점 등 일부 지점에서는 '1일 1건 법조치 생활화, 1인당 월 50건 현장실사 의무적 실시' 등과 같은 업무와 관련한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4)

피고는 위와 같이 설정한 채권회수 목표의 달성 여부를 앞서와 같이 위임계약해지의 근거로 삼는 동시에, 그에 따라 채권추심원들에게 채권을 차등 배정하거나 지급 수수료율을 차등 지급하였고, 소속 지점에 따라서는 채권회수 목표 달성을 위해 채권추심원들을 대상으로 연장 · 휴일근무 등의 실시에 관한 지침을 하달하기도 하였다.

5)

피고는 출근시간 전 수시로 아침 조회를 개최하여 채권추심원들에게 당일의 업무수행과 관련한 지침을 전달하거나 업무관련 교육을 실시하였다. 특히 업무교육에 관하여는, 대환대출이나 리볼빙 등 업무유형별 구체적 업무수행방식, 관련 법령 내지 금융감독원의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 등에 따른 사고예방 및 부당 불법추심행위 금지와 같은 사항들이 교육내용에 포함되었다.

라.

기타 노무관리 상황

원고를 포함한 채권추심원들은 피고의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제정된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한편 피고는 원고 등 채권추심원들로부터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을 뿐, 이들을 피보험자로 하여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등에 가입한 것은 없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갑 제4호증의 2 내지 4, 갑 제8, 10, 11호증, 갑 제12호증의 1 내지 45, 갑 제13 내지 29, 33, 4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게 고용되어 피고의 구체적인 지휘 · 감독 하에 근로를 제공하다가 퇴사한 자로서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

원고는 피고로부터 위임을 받아 채권추심업무를 수행하고 그 성과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받았고, 업무 수행 방법, 시간 등에 관하여 피고로부터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지휘 · 감독을 받지 않았다. 따라서 원고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판단 기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보다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 ·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다51417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계약의 형식은 위임계약처럼 되어 있지만 그 실질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계약관계라고 봄이 옳다. 즉 ① 원고는 피고와 반복적인 재계약 또는 기간연장 합의를 통하여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채권추심원으로 종사하여 업무의 계속성이 있었다. ② 원고는 그 업무수행 과정에서 피고로부터 배정 채권의 수 축소, 위임계약 해지 등과 같은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출퇴근 시간 준수, 연장 · 휴일근무, 업무수행상황 입력, 업무관련 교육 등 피고가 업무실적향상을 위해 동참을 요구하는 각종 조치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보인다. ③ 원고가 받은 보수는 기본급이나 고정급 없이 성과급의 형태로만 지급되었지만 이는 채권추심업무의 특성에 의한 것일 뿐이고, 원고가 제공한 근로의 양과 질에 대한 대가로서의 임금의 성격을 지니지 아니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④ 더구나 피고는 원고에게 채권추심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매월 개인별 채권회수 예상명세서를 작성 · 제출하게 하는 한편 회수실적 관리 및 교섭현황, 현장실사, 등기발송, 법조치 진행, 채무감면 신청 등 모든 업무수행상황을 피고의 전산시스템에 입력 · 등록하게 함으로써 원고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지휘하고 관리 · 감독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원고는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인 근로자에 해당한다.

3.

퇴직금 청구에 관한 판단

가.

퇴직금 청구권의 발생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이 사건 위임계약에 따라 1년 이상 피고의 근로자로 종사하다가 퇴사한 원고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퇴직금 액수의 산정

원고가 채권추심실적에 따라 지급받은 수수료는 전체 근로에 대한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서, 매월 그 액수가 달라진다 하더라도 일정한 지급기준에 따라 계속적, 정기적으로 지급되어 왔으므로,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해당한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실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평균임금은 69,450원(6,319,993원 ÷ 91일, 원 미만 버림)이 되고, 위 평균임금과 원고의 계속 근로연수를 기초로 산정한 퇴직금은 8,587,540원[69,450원 × 30일 × (4 + 1/12 + 14/365), 원 미만 버림]이 된다. 즉 원고가 퇴직 직전 3개월인 2011. 12. 15.부터 2012. 3. 14.까지 근로를 제공한 대가로 지급받은 수수료는 ① 2011. 12. 15.부터 2011. 12. 31.까지 근로 제공의 대가인 924,333원(2011. 12. 15.부터 2011. 12. 31.까지 근로 제공의 대가인 2012년 1월분 수수료 1,685,550원 × 17/31, 원 미만 버림), ② 2012. 1. 1.부터 2012. 1. 31.까지 근로 제공의 대가인 2012년 2월분 수수료 1,937,700원, ③ 2012. 2. 1.부터 2012. 2. 29.까지 근로 제공의 대가인 2012년 3월분 수수료 3,108,730원, ④ 2012. 3. 1.부터 2012. 3. 14.까지 근로 제공의 대가인 2012년 4월분수수료 349,230원 합계 6,319,993원이다. 원고의 계속 근로연수는 2008. 2. 1.부터 2012. 3. 14.까지 총 4년 1개월 14일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 8,587,540원 및 이에 대하여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난 날임이 역수상 명백한 2012. 3. 29.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가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피고는 근로자성이 불분명한 원고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를 법원에서 다투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37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18조 제3호에서 정한 지연이율 적용제외사유에 해당하므로 연 20%의 지연손해금 지급을 명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에서 원고의 청구 대부분을 인용하는 점, 피고 소속 신용관리사나 영업직 직원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인정한 관련 사건 판결들이 확정된 이후에 이 사건 소가 제기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의 존부를 법원에서 다투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볼 수 없다].

다.

신의성실원칙의 위반 여부

피고는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피고로부터 사업자임을 전제로 수수료를 지급받고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는 등 세제상 혜택을 본 원고가 퇴직금을 청구하는 것은 피고에게 예기치 못한 과도한 재정적 지출을 부담시키는 등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게 되므로, 원고의 퇴직금 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3다1840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스스로 세제 혜택을 보기 위하여 피고와 이 사건 위임계약을 체결하였는지에 대하여는 이를 단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오히려 이 사건 위임계약의 내용은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하였을 여지가 크다). 설령 피고가 원고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신의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이를 정당하다고 할 수 없고, 달리 이러한 피고의 신의에 반하여 원고가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증거가 없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할 것인데,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한 제1심 판결 중 위 인정 금원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부분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심규홍(재판장) 김상호 김지향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