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2. 23. 선고 2015가단5195823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 A노동조합에게 15,000,000원, 나머지 원고들에게 각 500,000원 및 각 이에 대한 2015. 7. 17.부터 2015. 9. 30.까지 연 20%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직급하라.

2.

원고들의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3/4은 피고가, 나머지는 원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 할 수 있다.

이유

1.

인정 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 회사는 상시 근로자 4,100여명을 사용하여 종합건설업 및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제품 제조업을 하는 회사이고, 피고 회사의 석유화학제품 제조업 부분은 서울 종로구 소재 본사와 여수시 소재 공장 및 전주시 소재 공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원고 A노동조합(원고 1, 이하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이라 한다)은 약 7,000여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이라 한다) 소속의 전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이하 '산별 노조'라 한다)이고, 나머지 원고들(원고 2 내지 25, 이하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원들'이라 한다)은 피고 회사의 전주시 소재 공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들 중 24명을 조합원으로 하여 구성된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의 전북지부 Z지회의 조합원들이다.

나.

이 사건 이전의 단체교섭 거부·해태 등으로 인한 부당노동행위

1)

2008. 7. 8. 피고 회사의 전주시 소재 공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기존의 상급단체가 없는 Z 주식회사 필름사업부 전주공장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의 기업별노동조합에서 민주노총을 상급단체로 하는 산업별 노동조합인 A노동조합 전북지부 Z지회(이하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 지회'라고 한다)로 조직형태를 변경하였고, 지회장으로 원고 X가 선출되었다.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은 2008. 7. 28. 피고에게 조직형태가 변경되었음을 알리고 2008. 9. 5.자 단체교섭을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조직형태 변경에 절차상의 하자 등이 있음을 이유로 단체교섭을 거부하다가, 2008. 9. 26. 제1차 단체교섭을 시작하였다.

2)

피고는 2008. 9. 26. 제1차 단체교섭에서부터 회의록 작성을 거부하였고, 이후 2008. 12. 9. 제8차 단체교섭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 측이 제시한 단체협약 요구안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수용불가 입장을 표명하였으며, 전부 수용이 불가능하더라도 피고가 받아들일 있는 단체협약 수정안이 있으면 이를 제시하거나 일부라도 합의할 수 있는 안이 있다면 합의하자고 제안하는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의 요청도 계속해서 거부하면서 단체협약 무용론을 주장하여 단체교섭이 결렬되었다.

3)

한편, 피고는 2009. 1. 29.경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으로부터 종전의 3조 3교대 근무형태를 4조 3교대로 변경하여 달라는 요청을 받고, 2009. 3. 19. '2009년 1/4분기 노사협의회' 및 2009. 3. 26. '2009년 임시노사협의회'를 각 개최하여 2009. 4. 5.부터 4조 3교대로의 근무형태 변경을 시행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임금보전에 관하여 피고는 근무형태를 4조 3교대로 변경하면서 '소정근로시간을 209시간으로, 기본급은 호봉승급을 포함하여 5%로 인상하는 것'으로 주장하였고,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은 '근무형태 변경에 따라 피고가 결정한 내용과는 다른 임금보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여 상호 합의에 이르지는 못하였다.

4)

이후 피고가 2009. 4. 5. 종전의 3조 3교대 근무형태를 4조 3교대로 변경 시행하자,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은 2009. 4. 6.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하여 근무형태 변경에 따른 임금보전 방안으로 '소정근로시간 180시간, 임금 5% 인상' 또는 '소정근로시간 209시간, 월 250,000원 임금 인상'을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소정근로시간 209시간, 임금 5% 인상' 방안을 고수하여, 결국 2009. 4. 27. 조정이 성립되지 아니한 채 종료되었다.

5)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은 피고에게 2009. 5. 4.자 단체교섭을 개최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2009. 4. 30. 공문을 통하여 '노동조합이 요청한 단체교섭의 대상이무엇인지 알 수 없고, 4조 3교대 실시 자체는 사용자의 고유한 인사경영권의 행사로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이유로 이를 거절하였다. 이에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은 2009. 6. 19.부터 20.까지 24시간 동안 피고에 대하여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경고성 파업을 진행하였다.

6)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과 피고는 그 후 2009. 6. 26.부터 2009. 8. 3.까지 제9 내지 11차 단체교섭을 열었으나, 피고는 여전히 '취업규칙, 노동관계법 규정에 따라 고 용관계를 유지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취업규칙만으로 단체협약안을 만들 수 있다'고 제의하며 피고의 단체교섭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는 등의 태도를 고수하여 단체교섭에 진전이 없었다. 이에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09. 8. 5.부터 2009. 9. 14.까지 근무형태 변경에 따른 임금 협상 및 단체협약 체결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전면 파업을 실시하였다가 2009. 9. 15. 파업을 유보하고 현장에 복귀하였다.

7)

그 후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과 피고가 2009. 9. 4. 제12차 단체교섭에서 2009. 11. 30. 제20차 단체교섭에 이르기까지 총 9차례의 교섭을 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은 피고에게 '기존에 제시한 109개 조항의 단체협약안에 관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이를 전부 수용해 줄 것을 구하는 것은 아니고, 피고의 입장을 정리하여 위 단체협약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계속하여 단체협약 무용론을 주장하면서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에게 단체협약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단체협약의 체결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의 태도로 일관하였다. 또한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이 2009. 10. 12. 제13차 단체교섭에서 기존에 제시한 단체협약 요구안과 별도로 4조 3교대 변경 시행과 관련한 임금 문제를 논의하자는 제안을 하자, 피고는 임금 조정은 회사의 원칙과 여건에 따라서 알아서 하면 될 것이고 단체협약 사항이 아니라고 대응한 후 같은 달 25. 비조합원들에 대해서만 임금을 5% 인상하였다.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은 위와 같은 임금 차별 지급에 대하여 계속하여 항의하였으나, 결국 2009. 11. 30. 제20차 단체교섭에 이르기까지 단체협약안이나 임금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 없이 회의가 결렬되었다.

8)

전주지방법원은 2011. 2. 9. AA가 위와 같은 교섭과정을 볼 때 정당한 사유 없이 단체교섭을 해태하였고, 비조합원들에게만 임금인상을 단행하는 등 원고 소속 조합원들에게 불이익 처우를 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고 AA에게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위반으로 벌금 150만원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대법원에서의 상고 취하로 2012. 4.경 확정되었다.

한편, 이 사건 노동조합 지회 조합원들이 피고를 상대로 2010. 6. 16. 제기한 전주지방법원 2010가단18456 임금 청구 사건에서 ① 주위적으로는 회사가 조합원들에 대해서만 추석 특별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이를 조합원들에게도 지급할 것을 구하고, ② 예비적으로는 회사가 위의 단체교섭 거부·해태 및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를 한 데에 대해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위자료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제1심 법원은 2013. 7. 30. 위 주위적 주장은 이유 없다고 한 반면, 예비적 주장인 부당노동행위를 한 데에 대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위자료 청구에 대해서는 'AA의 위와 같은 행위는 대표이사의 지위에서 한 행위이자 민주노총 A노동조합의 지회에 소속된 원고들에 대한 관계에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부당노동행위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를 위자할 의무를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의 관계, 부당노동행위가 이루어진 기간, 부당노동행위의 정도 등을 종합하여 각 조합원별 1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가 항소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하였고, 다시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이를 취하하여 위 판결은 확정되었다.

다.

이후의 이 사건 단체교섭과 1차 및 2차 잠정합의 파기

1)

피고는 2011. 1.경 3급 이상의 사원들에게만 적용되는 연봉제를 4, 5급 사원들 중 연봉제 전환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도 확대하여 적용하되, 연봉제 전환을 독려하기 위해 연봉제로 전환할 경우 급여를 호봉제 기준 급여에서 15% 인상시켜 주기로 하여, 연봉제로 전환된 근로자들의 급여는 2011. 2.경 15%, 2011년 10월경 추가로 5%씩 각 인상되게 하였다.

2)

위와 같은 연봉제 확대 실시와는 별개로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과 피고는 2010년 및 2011년 임금 조정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였는데 피고는 각 해에 모두 임금 동결을 제시하여 임금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에 따라, 결과적으로 연봉제를 적용받는 근로자들과 호봉제를 적용받는 근로자들 사이에 임금의 차이가 발생하게 되었다.

3)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은 2012. 4.경부터 같은 해 6. 25.까지 약 7차례에 걸쳐 피고와 단체교섭을 하면서, 주요한 의제로 '연봉제로 전환한 근로자와 연봉제로 전환하지 않은 근로자 사이의 과거 및 현재 임금 격차 해소'를 논의하였다.

위 단체교섭 중, 2012. 5. 30. 오후 3시 20분부터 다음날인 5. 31. 새벽 4시까지 이어진 마라톤 교섭의 중간에 이루어진 노측 교섭대표인 원고 X와 사측 교섭대표인 AB 전무와의 독대 중, AB 전무는 '산별노조하고는 단체협약을 체결 못한다. 산별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하였고 또, 이후의 2012. 6. 25. 교섭에서도 피고측은 합의서 체결의 조건으로 직·간접적으로 '산별노조 탈퇴를 요구'하여,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측은 단호하게 '산별노조 탈퇴를 강요한다면 더 이상의 교섭은 불필요하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하였다.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과 피고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노사간 '연봉제로 전환한 근로자와 연봉제로 전환하지 않은 근로자 사이의 과거 및 현재 임금 격차 해소'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아래와 같은 합의서를 2012. 6. 25. 체택하고(이하 이를 '이 사건 1차 잠정합의'라 한다), 다음날 노사대표자간 조인식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피고는 조인식 당일인 2012. 6. 26. 오전 9시경, "전제조건을 수용한 것으로 알고 잠정합의를 한 것이다."라고 하며, 사실상 산별노조 탈퇴라는 전제조건을 다시 거론하여, 노조측이 "산별노조 탈퇴를 강요한다면 더 이상 교섭은 안한다고 어제 분명히 이야기를 했다."고 하자, 피고는 "그러면, 잠정합의를 파기한다"고 하며,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하였다.

4)

그 이후, 피고의 요청에 따라 교섭이 재개되어 2012. 10. 12. 및 2012. 10. 15. 17:00부터 2012. 10. 16. 04:00까지, 이어서 2012. 10. 16. 17:00부터 2012. 10. 17. 04:00까지 장시간 교섭을 하여 이 사건 제1차 잠정합의와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다시 '합의서'(이하 '이 사건 2차 잠정합의'라 한다)를 체택하였다. 그러나, 피고회사의 당시 대표이사는 예정된 조인식 날인 2012. 10. 25.의 하루 전인 2012. 10. 24. 전주공장에 내려와서, 합의서가 회사의 철학과 원칙에 위배되며,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면서 일방적으로 또 다시 합의 파기를 통보하였다.

5)

피고는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쳐 여수 기업별노조의 개별교섭 요구에 동의한 후, 2013. 10. 8. 여수 기업별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이에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은 2013. 10. 11. 피고에게 '기존 109개항의 단체협약(안)을 철회하고, '피고가 여수 기업별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 내용에 맞춘 단체협약(안)을 제시'하였으나 피고는 2014. 2. 7.경에야 회사의 단체협약(안)을 원고에게 송부하였고, 현재까지도 이 사건 노조와 회사 사이에 단체협약은 체결되지 않았다.

6)

위와 같은 회사의 2차례에 걸친 일방적인 잠정 합의서 파기 행위에 대해 노동조합은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라는 취지로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하였는데, 지방노동위원회 및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기각하였으나, 서울행정법원은 '회사가 이 사건 제1차 잠정합의를 파기한 후 그와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이 사건 제2차 잠정합의를 체결하고서는 이를 다시 파기한 일련의 행위들은 노조와 회사 사이의 단체교섭을 부당하게 지연시킨 행위로서 정당한 이유없이 불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응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결하였고, 피고가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은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고, 위 판결은 확정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 1내지 22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 원인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 주장의 요지

1)

원고들 주장의 요지

피고의 이 사건 제 1차 및 2차 잠정합의 파기 등 행위로 인한 단체교섭 거부·해태는 법원에서 부당노동행위로 확정되었고, 노조법에서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는 곧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 회사는 노동조합과 조합원이 입은 비재산적 손해를 위자료로서 배상할 의무가 있다.

개별 조합원인 원고 노동조합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도, 노동조합은 개별조합원들의 집합체로서 조합원이 존재하지 않는 노동조합은 실질적으로 노동조합이라 할 수 없고, 헌법은 단체교섭권을 비롯한 노동3권의 향유주체를 근로자로 규정하고 있으며, 단체협약의 실질적 귀속주체는 근로자인 점을 고려하면 결국 단체교섭 거부로 인한 실질적이며 현실적인 피해는 개별 조합원에게 귀속될 수밖에 없으므로 개별조합원인 원고들도 원고 노동조합과 더불어 이 사건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한 배상을 구할 수 있다.

2)

피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단체교섭 과정에서 간사의 잠정 합의를 파기한 일련의 피고의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결론을 달리하였는바, 이러한 경우에 그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그 요건으로서의 위법성은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성과는 구별되는 보다 엄격한 기준이므로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만 이를 인정하여야 할 것인바, 그 예로서 사용자가 위장폐업과 같이 의도적인 위법행위를 하여 근로자에게 중대한 폐해를 초래한 경우로서 그 자체로 비난 가능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피고의 불법행위가 성립하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생긴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간사잠정합의에는 승급폐지분에 따른 급여 인상을 해준다거나, 소급하여 승급폐지분의 급여를 지급한다는 등 회사의 경영원칙을 저버린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이를 파기한 것이지 결코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을 부정하거나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며, 단체교섭 과정에서 노사간에 이견이 있거나 의견충돌이 발생하였다고 하여 이를 이유로 사용자가 불성실한 교섭을 하였다고 해석할 수 없으며, 2012년 당시 잠정 합의가 파기된 이후에도 피고는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과 단체협약 교섭에 성실하게 임해오고 있고, 이후 진행된 임금 교섭, 노사협의회를 통한 근로조건 변경 등을 통해 현재는 이 사건 지회 조합원들 모두에게 연봉제가 적용되어 승급폐지분에 해당하는 20% 가량의 임금 상승이 이루어졌으며, 이에 따라서 이 사건 단체교섭에서 주된 주제로 삼았던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의 조합원들과 이미 연봉제로 전환한 사원들과의 사이에 존재하던 임금 수준의 차이는 완전히 해소되었으므로, 이 사건 부당노동행위를 위법한 민사상 불법행위라고 볼 수 없고, 그로 인하여 원고 노동조합에 어떠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원고 노동조합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

또한 피고의 원고 노동조합에 대한 부당노동행위에 따른 민사상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하더라도 원고 노동조합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나머지 원고들은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의 지회에 소속된 분회원에 불과하다 할 것인바, 이들은 원고 노동조합과 별도로 손해배상청구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나.

판단

1)

이 사건 단체교섭 및 1차 및 2차 잠정합의 파기 등 행위의 부당노동행위 성립 여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3호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 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단체교섭에 대한 사용자의 거부나 해태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노동조합측의 교섭권자, 노동조합측이 요구하는 교섭시간, 교섭장소, 교섭사항 및 그의 교섭태도 등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의무의 이행을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고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5도8606 판결 참조). 또한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호가 규정한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에 해당되는가의 여부는 구체적 사건에 있어서 노사 쌍방의 태도, 사용자가 할 불이익취급의 태양, 정도 등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3호가 정하는 부당노동행위는, 사용자가 아무런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 또는 해태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거나 단체교섭에 성실히 응하였다고 믿었더라도 객관적으로 정당한 이유가 없고 불성실한 단체교섭으로 판정되는 경우에도 성립한다(대법원 1998. 5. 22. 선고 97누8076 판결 참조).

피고의 앞서 본 이 사건 단체교섭 및 그로부터 도출한 이 사건 제1차 잠정합의 파기 등 행위는 그 파기의 사유가 단체교섭에 임한 상대방 당사자의 실질적 자격을 부정하는 인식이나 자세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고, 이어진 이 사건 제2차 잠정합의 파기도 그 내용이 회사의 철학과 원칙에 위배되며,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는 앞서와 다른 사유를 내세우기는 하였으나 앞선 이 사건 제1차 장점합의와 대동소이한 내용을 합의해놓고 다시 파기를 반복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제1차 및 2차 잠정합의의 파기를 포함한 이 사건 단체교섭의 일련의 과정은 그 내용과 전후 경위를 함께 살펴볼 때,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 사건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한 것으로서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호 위반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2)

이 사건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민사상 불법행위 성립에 관한 판단 기준

사용자가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였다고 하여 그 단체교섭 거부행위가 바로 위법한 행위로 평가되어 불법행위의 요건을 충족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단체교섭 거부행위가 그 원인과 목적, 그 과정과 행위태양, 그로 인한 결과 등에 비추어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단체교섭 거부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서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로 평가되어 불법행위의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다11070 판결 참조).

이러한 판단의 기준과 원칙은 이 사건과 같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노동위원회와 법원이 판단을 달리한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3)

이 사건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의 민사상 위법성

피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부당노동행위 이전 2008. 9. 26.부터 2009. 11. 30.까지 20차에 걸친 단체교섭 과정에서 근무형태 변경에 따른 임금 협상 및 단체협약 체결 등의 의제를 논의하기 위한 단체교섭 거부·해태를 하고, 그 과정에서 비조합원들에 대해서만 임금을 5% 인상하여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를 한 바 있다.

이러한 단체교섭 거부·해태 등의 부당노동행위가 이미 있었고, 그 단체교섭을 통하여 논의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는 상황에서, 2012. 4.경부터 2012. 10. 17.까지 진행된 단체교섭은 '연봉제로 전환한 근로자와 연봉제로 전환하지 않은 근로자 사이의 과거 및 현재 임금 격차 해소' 등을 논의하였는바,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해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이 사건 제1차 잠정합의를 파기한 후 그와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이 사건 제2차 잠정합의를 체결하고서 이를 다시 파기한 일련의 행위들은 원고 노동조합과 피고 사이의 단체교섭을 부당하게 지연시킨 행위로서 정당한 이유 없이 불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응한 것으로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행위로 판단된다.

가)

피고가 이 사건 제2차 잠정합의를 파기한 이유는 연봉제 임금과 호봉제 임금 간의 차액 상당의 돈을 소급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피고 회사의 인사 원칙을 훼손하고, 그와 같은 사항은 교섭을 담당한 실무자들의 권한을 넘는 사항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는 데에 있다.

나)

그런데, 연봉제 임금과 호봉제 임금의 차액을 소급적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은 이미 이 사건 제1차 잠정합의에도 포함되어 있었다. 피고는 위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이 사건 제1차 잠정합의를 체결하고 스스로 위 합의 내용을 파기한 후 이 사건 제2차 잠정합의를 위한 협상을 개시하였으므로 당연히 원고가 이 사건 제2차 잠정합의를 위한 협상에서도 위와 같은 임금 차액의 소급 지급에 대한 요구가 있을 것을 예상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

피고가 단체교섭에 성실한 자세로 응하였더라면 위와 같이 당연히 예상되는 노동조합 측의 요구에 대해 실무자들에게 협상 지침을 주었거나 최소한 이 사건 제1차 잠정합의를 파기할 당시 임금 차액의 소급 지급이라는 조건은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알렸을 것이다. 피고가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였다면 원고 노동조합과 피고는 상호 수용 가능한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보다 명확히 인식하고 합의 가능한 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교섭을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피고는 위와 같은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교섭에 임하여 이 사건 제2차 잠정합의가 이 사건 제1차 잠정합의와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체결되게끔 방치한 후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제2차 잠정합의를 파기하여 위 교섭에 들인 시간과 노력을 무위로 돌렸다.

라)

특히, 피고는 이 사건 1차 잠정합의를 도출한 단체교섭의 상대방인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과 관련하여 산업별 노동조합의 탈퇴를 거론하고 요구하거나, 그러한탈퇴가 전제되지 않으면 단체교섭을 실질적으로 진행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없다고 함으로써, 단체교섭이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대등한 지위에서 이루어지고, 그 교섭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부정하였다.

마)

이러한 피고 회사의 교섭 태도는 피고가 단체교섭을 해태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하여 최초의 교섭 개시일부터 4년이 경과하도록 단체협약 체결이 이루어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피고가 불성실하게 교섭에 응하였음을 더욱 강하게 추단할 수 있게 한다.

4)

손해배상채권 - 조합원의 지위 등

(가)

따라서 피고회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 노동조합에게 위와 같은 피고의 위법한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 조합의 비재산적 손해에 대한 배상으로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피고의 이 사건 부당노동행위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 노동조합을 제외한 개별 조합원인 나머지 원고들에게도 그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위법행위가 되므로, 피고는 그로 인하여 위 원고들이 입은 비재산적 손해에 대한 배상으로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즉, ① 단체교섭권은 헌법 제33조 제1항에 의하여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권리이고, 이 권리는 사인간에도 일정한 효력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하며, 이 경우 그 권리의 주체는 여전히 근로자이다. ② 전항의 근로자의 헌법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실천규범으로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제29조에서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 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여 노동조합을 단체교섭의 당사자로 정하고 있으나, 이는 헌법이 명기한 단체교섭권의 권리주체로서 근로자의 지위를 부정하거나 변화시킨 것이라기보다 그와 더불어 실천적 단계에서 노동조합의 권리 주체성을 창설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③ 단체교섭권은 의무적인 단체협약 체결과 반드시 연결되는 것은 아니나, 그 교섭의 결과가 단체협약으로 규범화되는 경우에는 근로자 개개인이 그 협약의 규율대상이 되고 실질적인 이해관계를 갖게 되는 점에서 그 효과의 실질적 귀속 주체가 된다. 위 원고들은 이 사건 단체교섭에서 다루어진 의제와 관련하여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고 그것이 단체협약으로 마무리될 경우에는 그 직접적 규율대상이 되는 사람들이다.

(나)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는 자신이 2012년 이 사건 제2차 잠정 합의가 파기된 이후에도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과 단체협약 교섭에 성실하게 임해오고 있고, 이후 진행된 임금 교섭, 노사협의회를 통한 근로조건 변경 등을 통해 현재는 이 사건 노동조합 지회 조합원들 모두에게 연봉제가 적용되어 승급폐지분에 해당하는 20% 가량의 임금 상승이 이루어졌으며, 이에 따라서 이 사건 단체교섭에서 주된 주제로 삼았던 이 사건 원고 노동조합의 조합원들과 이미 연봉제로 전환한 사원들과의 사이에 존재하던 임금 수준의 차이는 완전히 해소되었으므로, 이 사건 부당노동행위를 위법한 민사상 불법행위라고 볼 수 없고, 그로 인하여 원고 노동조합에 어떠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원고 노동조합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살피건대, 단체교섭권이 헌법상의 권리로서 보장되고, 노동조합법이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서 규정하여 이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에 위반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취지는 상호존중의 기초 위에서 대등한 당사자로서 진행되는 것을 예정하는 단체교섭이라는 노사간의 대화와 타협의 수단을 유효하게 확보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고, 따라서 그 수단과 절차 자체가 보호되는 법익이라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므로, 피고가 거부·해태한 단체교섭에서 논의하고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가 단체교섭을 통하지 않고 다른 수단으로 사실상 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단체교섭의 거부·해태가 부당노동행위가 되지 않거나 그로 인한 민사상 불법행위의 성립이 부정될 수는 없는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5)

손해배상의 범위

이제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액수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 사건 부당노동행위의 성격과 그 구체적 내용, 그 전후의 경과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두루 참작하면, 위자료의 액수는 원고 A노동조합(원고 1)에 대하여 15,000,000원, 나머지 원고들(원고 2 내지 25)에게 각 5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 A노동조합에게 15,000,000원, 나머지 원고들에게 각 500,000원과 각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15. 7. 17.부터 2015. 9. 30.까지 개정 전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의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265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소정의 연 20%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의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 소정의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한다.

판사 유영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