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시멘트 제조, 가공 및 판매에 관한 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2013. 4. 10.경 피고의 상무로서 건재사업부문 강원본부장에 위촉되었다가 2013. 11. 16. 퇴사하였다. 한편, 원고는 피고의 계열회사인 C 주식회사(이하 'C'라고 한다)에서 30여 년간 근무하다가 2014. 3. 18.경 등기이사로서 경영부문장의 직위에서 해임되었고, 2012. 3. 26. 피고의 계열회사인 D 주식회사의 사내이사로 선임되었다가 2014. 3. 18.경 해임되었다.
피고의 조직 및 운영형태 등
피고(1955. 8. 25 상호를 C 주식회사로 하여 설립되었으나, 2000. 6. 9. E 주식회사를 거쳐 2011. 7. 27. 현재와 같이 상호가 변경되었다)는 ① 건재부문(레미콘 등 생산·공급), ② 건설부문(건축사업 등), ③ 섬유부문(섬유·의류사업), ④ 플랜트부문(플랜트기자재·환경·에너지)의 4개 부문을 주력으로 하여 사업을 영위하여 온 회사로서, 1999. 7.경 F 주식회사, 2005. 1.경 주식회사 G, 2008. 5.경 주식회사 H, 2011. 9.경 I 주식회사 등을 각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해당 사업부문을 조직·운영하였다.
피고의 각 사업부문의 주사업장은 별도의 지역에 소재하고 있으며, 피고 명의로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한 외에 사업부문별로도 각 사업자등록을 하였다.
원고의 근무조건 등
피고에는 사장과 부사장을 제외한 20여명의 임원(전무, 상무, 상무보, 이사대우)들이 재직하였는데, 그 중 전무는 1명, 차상 직위인 상무는 원고를 포함하여 5명이었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매월 고정적인 급여를 수령하였다.
피고는 소속 근로자가 임원(회장,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상무보 및 감사로서 상근 근무자)으로 승진하는 경우 당시까지의 퇴직금을 정산하여 지급한 다음, 취업규칙과 별도로 마련된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에 따라 임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여 왔다. 그 지급기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보면, 임원의 퇴직금은 퇴직 당시의 월 기본급(상여금 등 제외)에 자체의 퇴직금 지급율을 곱하여 산정하는데, 퇴직금 지급율은 전무의 경우 재임 매 1년에 대하여 4개월, 상무의 경우 3.5개월, 상무보의 경우 3개월 등이다(다만, 회생절차가 개시된 이후인 2014. 3. 1.부터 퇴직금 지급율이 하향 조정되어, 전무 및 상무의 경우 재임 매 1년에 대하여 2개월, 상무보의 경우 1.5개월을 기준으로 하였다).
피고는 원고를 포함한 임원들에게 차량 및 기사를 지원하였고, 골프회원권과 함께 업무수행과 관련한 접대비 등도 제공되는 등 일반 근로자에 비하여 우대를 받았다.
원고의 퇴사 전후 피고의 상황
피고는 2013. 9.경 경영악화 등을 이유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회합186호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였고, 위 법원은 2013. 10. 17. 회생절차개시결정을 하면서, 피고의 관리인으로 하여금 '과장급 이상의 인사 및 보수결정', '경영상 이유에 의한 근로자의 해고' 등을 함에 있어서는 법원의 허가를 얻도록 하였다.
이에 피고는 2013. 11. 4.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4부문 10본부 5담당 20공장이던 기존 조직을 5본부 6담당 20공장으로 축소하고 그에 따라 담당 직책이 사라진 원고를 포함한 12명의 임원을 해임(발령일자 2013. 11. 30.)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조직개편, 임원 인력조정 및 급여조정'의 시행을 법원에 신청하여 같은 달 6. 위 신청을 허가받았다(이하 '이 사건 해임처분'이라 한다). 한편, 원고는 위 발령일자에 앞서 2013. 11. 16. 피고에서 퇴사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2, 3, 5, 8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의 주장 내용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해고무효확인을 구하나, 원고가 피고의 상무로 위촉된 경위, 원고가 상무로 재직하였던 기간, 피고의 회생절차개시에 따른 조직개편 및 무보직 임원들에 대한 해임 필요성, J의 경영부실에 대한 원고의 책임, J의 임원의 지위에서 받았던 처우, 이 사건 해임처분 이후 원고가 계열사인 C와 계속 관계를 맺으면서 자기사업을 영위하여 온 정황, 원고와 같은 시기에 해임된 다른 임원들의 피고를 상대로 한 소송 결과에 대한 원고의 인식 등의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원고가 해임 이후 2년 7개월간 그 효력을 다투지 아니하였고, 피고도 원고가 더 이상 해임처분의 효력을 다투지 아니할 것이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청구 부분은 실효의 원칙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어 부적법하다.
판단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으로서의 실효기간(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길이와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 측과 상대방 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한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2. 5. 26. 선고 92다3670 판결 참조).
원고가 퇴사한 후 2년 7개월 정도 지난 후인 2016. 6. 10.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고, 을 제6, 7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퇴사 후 2014. 6. 13.부터 2015. 6. 25.까지 주식회사 K의 대표이사를, 2016. 3. 16.부터 현재까지 주식회사 L의 대표이사로서 위 각 회사를 운영하여 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갑 제3, 4호증, 을 제3, 1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는 당시 처한 경영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원고를 포함한 임원들을 동시에 해임하였고, 해임된 임원들 상당수가 해고무효확인소송 등을 제기한 결과 상당기간 동안 당사자들 사이의 법정 공방이 이어져 온 점, ② 다른 임원들이 제기한 위와 같은 소송은 원고가 다투고자 하는 중요한 쟁점과 중복되었던바, 원고는 위 소송의 추이를 지켜보던 중, 위 소송심의 항소심 판결이 선고된 것을 계기로 이 사건 소송을 준비하였을 가능성도 적지 않은 점, ③ 원고는 위와 같은 항소심 판결이 2016. 4. 22. 내려진 후 2개월이 지나기 전에 바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퇴사 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소제기가 신의칙에 반한다거나 실효의 원칙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당사자의 주장
원고의 주장 내용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이고,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에 따르지 아니하고 원고를 해고하였을 뿐만 아니라 해고를 서면통보 하지 않았으므로 절차적으로도 위법하다. 따라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해임처분은 위법하여 효력이 없다. 나아가 피고는 원고에게 2013. 11. 18.부터 복직시까지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내용
원고는 자발적으로 피고를 퇴사하였고, 원고는 피고의 임원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하지도 아니하며, 민법상 위임관계에 불과하여 이 사건 해임처분은 위임계약 해지통보로서 유효하다.
판단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인지 여부
관련 법리
주식회사의 이사 등 임원은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은 고용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일정한 보수를 받는 경우에도 이를 근로기준법 소정의 임금이라 할 수 없고, 회사의 규정에 의하여 이사 등 임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그 퇴직금은 근로기준법 소정의 퇴직금이 아니라 재직중의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에 불과하다. 다만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회사의 이사 등 임원이라 하더라도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대법원 1988. 6. 14. 선고 87다카2268 판결,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본 사실과 갑 제6, 7호증, 을 제3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피고의 임원으로서 회사와의 신임관계 하에서 일정한 자율성을 갖고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일 뿐, 달리 원고의 지위나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불과하거나, 실제 피고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하였다는 등 종속성의 징표를 발견하기 어렵다.
주식회사의 이사 등 임원은 회사와의 신임관계 하에 중요 자산의 처분이나 양도 등 업무집행의 방향이나 내용을 결정하는 회사의 공식적인 기관이어서(상법 제382조 제2항, 제393조 제1항 참조), 일반적으로는 소속 회사에 대한 종속적인 관계를 상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특정 주식회사의 임원으로서의 지위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실질적으로는 회사의 지휘·명령하에 종속적인 관계에서 업무를 수행하여 왔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은 당해 임원의 근로자성을 주장하는 측에서 이를 입증하여야 한다.
그러나 ㉮ 원고는 위임전결 권한 등을 통해 담당 업무 중 일정 부분에 대한 재량권을 부여받아 온 것으로 보이는 점, ㉯ 피고는 주력 사업부문을 자체적으로 조직하는 대신, 주식회사 H 등 외부의 기업들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사업부문의 외연을 확장하는 동시에, 사업자등록 내지 취업규칙 등의 제정은 해당 사업부문별로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사업부문별 독자성을 상당 부분 보장하는 방향으로 기업을 운영하여 왔으며, 그 결과 해당 사업부문을 총괄·관리하는 임원들에게도 업무수행에 있어 상당한 정도의 자율성이 보장되었을 것으로 추단되는 점, ㉰ 결국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이 정한 퇴직금 지급율이나 보수의 수준, 골프회원권과 차량제공 등 일반 근로자들과 대비되는 앞서 본 원고에 대한 처우의 수준이나 내용은, 회사와 임원과의 신임관계 및 그에 따른 업무권한 등을 반영한 결과로 이해되는 점, ㉱ 원고는 근로시간이나 휴가의 사용 등과 관련하여 일반 종업원들을 그 대상으로 예정한 취업규칙상의 규율과 별도로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이에 대하여 원고는 '출·퇴근이나 휴가, 출장 등에 대해 다른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취업규칙을 적용받았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 원고는 피고의 상무로 재직하는 기간 동안 피고의 계열사 임원으로서 지위를 유지하면서 이사회결의에 참여하는 등으로 근로자의 지위와 계열회사의 임원으로서의 지위를 겸직하였다는 것은 이례적이라 할 것인 점, ㉳ 한편으로 피고의 전체 직원에 대한 임원들의 수(피고는 전체 직원들의 수가 500명 이상이라 주장하고 있는바, 회생절차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한 임원의 수는 약 20명 가량이었다), 원고의 지위(사장과 부사장을 제외하고, 퇴직 당시 상무였던 원고보다 상위의 직위를 보유하였던 자는 전무 단 1명에 불과하였다) 또한 그 직위의 형식성 등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원고와 피고와의 관계 내지 원고의 지위와 권한 등을 평가함에 있어 이를 가볍게만 볼 것이 아닌 점 등을 종합할 때, 원고가 보유한 주식회사 임원으로서의 지위가 단지 형식적이거나 명목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이에 반해 원고는, 자신이 실제 임원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행사한바 없다면서도, 일반적인 위임이나 도급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업무지시나 보고를 넘어 대표이사 등 직위상 상급자들에게 업무보고 등을 함으로써 사용종속성의 징표인 지휘·명령 관계하에 들어서게 되었음을 추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정들에 대해서는 밝히고 있지는 못한다.
소결론
따라서 원고가 실질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바(나아가 설령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건재부문 취업규칙 제19조에 의하면 이 사건 변론종결일 당시 원고의 정년은 이미 지났으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가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근로자지위확인청구 및 임금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권혁중(재판장) 박현숙 이누리
각주1) 원고의 퇴사일자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3. 11. 16.이나, 원고는 2013. 11. 17.자로 피고가 자신을 해고하였다고 주장한다.
각주2) 제19조(정년) 종업원의 정년은 만 55세가 되는 해의 12. 31.로 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