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8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사기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 G로부터 4,750만 원을 차용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피고인이 운영하던 F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고,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피고인의 처남 H이 진행 중이던 소송과 관련하여 변호사 선임비로 사용한다거나 위 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은 다음 그 전에 빌린 1억 원과 함께 변제하겠다고 말한 사실이 없다. 또한, 당시 이 사건 회사의 운영 상황 및 피고인의 변제 노력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4,750만 원을 차용할 당시 이를 편취할 범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근로자들의 대표자인 K이 근로자들 전체를 대표하여 이 사건 공소제기 전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므로, 이는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가 정한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죄를 논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하여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가 철회되었을 때'에 해당한다.
양형부당
제1심의 형(징역 1년)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사기의 점에 대하여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채무자가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하되 점유개정에 의하여 채무자가 이를 계속 점유하기로 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산의 소유권은 신탁적으로 이전됨에 불과하여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대내적 관계에서 채무자는 의연히 소유권을 보유하나 대외적인 관계에 있어서 채무자는 동산의 소유권을 이미 채권자에게 양도한 무권리자가 되는 것이어서 다시 다른 채권자와 사이에 양도담보 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인도를 하더라도 선의취득이 인정되지 않는 한 나중에 설정계약을 체결한 채권자는 양도담보권을 취득할 수 없는데, 현실의 인도가 아닌 점유개정으로는 선의취득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결국 뒤의 채권자는 양도담보권을 취득할 수 없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1751 판결 참조).
한편,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이고, 그 중 소극적 행위로서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은 법률상 고지의무 있는 자가 일정한 사실에 관하여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있음을 알면서도 그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함을 말하는 것으로서, 일반거래의 경험칙상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당해 법률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칙에 비추어 그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인정된다(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8645 판결 참조).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변제의사와 능력도 없이 금원의 사용처를 기망하고, 이미 금융기관에 제공한 담보물임을 숨긴 채 이중으로 담보로 제공하면서까지 피해자로부터 4,75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제1심 증인 M의 진술이나 변호인이 제1심이나 항소심에서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범죄사실의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아니하며, 달리 이를 뒤집을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피해자 G는 수사기관 및 제1심 법정에서 일관하여 피고인으로부터 '한 진중공업 소송을 해서 갚겠다, 변호사 비용이다, 소송을 빨리 진행하여 종전에 차용한 1억 원과 함께 변제하겠다'라는 취지의 말을 듣고 피고인에게 4,750만 원을 대여하였는데, 2009. 12. 22.자 차용금 1억 원도 전혀 변제받지 못한 상황이라 추가로 2010. 9. 7.경 피고인으로부터 무빙프로브 기계 2대(ATG FLYING PROBE TEST SYSTEM A6, 시리얼 넘버 : 03 01 0A6S 075 외 1대, 이하 이를 합하여 '이 사건 기계'라고 한다)를 양도담보로 제공받고 금원을 교부하였다고 진술하였다(다만, G는 제1심 증언 당시 "그러면 4,750만 원이 건너가기 전에는 무빙 프로브 기계의 담보에 관한 이야기가 없었나요."라고 질문에 "그런 이야기는 없었습니다"라고 진술한 바 있으나, 앞선 진술의 전체적인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이는 단순한 착오로 인하여 잘못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도 검찰에서 한진중공업 소송을 언급하면서 피해자 G로부터 금원을 차용한 사실과 위 금원을 차용하기 전 이 사건 기계에 대하여 피해자에게 양도담보를 설정하여 준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당시 피고인의 처남인 H이 주식회사 한진중공업홀딩스에 대하여 제기한 소송은 2010. 3. 26.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판결이 선고되어 원고가 항소한 상태였으므로 승소판결을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 G로부터 금원을 추가로 차용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변제 능력을 과시하고자 위와 같은 취지로 말하였고, 이에 따라 피해자는 피고인의 변제 능력 등에 관하여 오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회사는 당시 은행 대출금이 약 10억 원 가량에 이르고, 피고인의 배우자로서 위 회사를 함께 운영하던 R도 수 억원의 사채를 부담하고 있는 등 피고인의 재정 상황이 상당히 악화된 상태였고, 피고인은 피해자 G로부터 차용한 이 사건 금원을 피해자에게 고지한 바와 같은 변호사 선임비가 아니라 이 사건 회사의 채무변제 및 직원들에 대한 급여 지급 등에 사용하였다.
한편, 이 사건 기계는 이미 2009. 12. 17. 다른 채권자인 주식회사 우리은행에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양도담보로 제공한 것이었고, 피해자 G는 피고인에게 이 사건 금원을 교부할 당시 이러한 사정을 전혀 알지 못하였음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이를 고지하지 아니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미 다른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에 대하여는 뒤의 채권자가 다시 점유개정에 의해 양도담보를 설정 받더라도 그 뒤의 채권자는 양도담보권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에게는 거래관계의 신의칙상 피해자에 대하여 이 사건 기계가 이미 양도담보로 제공된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있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피해자에게 양도담보 제공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하고 금원을 차용한 이상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에 대한 사기죄를 구성하기에 충분하다.
근로기준법위반의점에 대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은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에 해당하는 범죄로서, 같은 법 제109조 제2항에 의하여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 피해자가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어야 한다(대법원 2001. 6. 15. 선고 2001도1809 판결).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K은 2011. 3. 9.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근로자들을 포함하여 23명의 근로자들의 위임을 받아 피고인의 이 사건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였는데, 위 고소장에 첨부된 각 근로자들 명의의 위임장에 의하면 'K을 진정인 대표로 정하고 사건 진술, 금품 확정, 진정 취하 등 일체를 위임한다'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이 사건 공소제기 전 고소인들 중 근로자 K, Y, Z, AA, AB, AC, AD, AE이 수사기관에 각 신분증 사본을 첨부한 진정(고소)취하서를 제출하여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들에 대하여만 2014. 6. 30. 이 사건 공소가 제기된 사실, 이후 근로자 AF이 제1심 재판과정에서 2014. 7. 21. 신분증 사본을 첨부한 진정(고소)취하서를 제출하자 제1심 제5회 공판기일에서 검사가 '이 부분 공소사실 중 근로자 AF에 대한 공소를 취소한다'고 진술하여 제1심 법원은 '위 부분에 대한 공소를 기각한다'는 결정을 고지한 사실, 이후 K은 항소심에서 다시 "위 사건에 관하여 고소인은 피고인과 원만히 합의하였으므로 고소를 모두 취하합니다."라고 기재된 고소취하서를 제출한 사실, K이 제출한 각 취하서에는 고소인이 K으로만 기재되어 있을 뿐, 다른 근로자들의 이름이나 위임장이 전혀 첨부되어 있지 아니한 사실 등이 인정된다.
위와 같이 K이 다른 근로자들을 대표하여 고소장을 제출한 후 고소를 취하함에 있어서는 각 근로자가 개별적으로 자신의 신분증 사본을 첨부한 진정(고소)취하서를 제출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K이 수사기관에서 고소(진정)취하서를 제출할 당시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근로자들로부터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할 권한을 명시적으로 위임받아 그 전부를 대표하여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위 근로자들의 진실한 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K이 항소심에 제출한 고소취하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볼 것이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이 사건 사기 및 배임 범행의 내용과 방법, 피해 정도와 근로기준법위반 범행의 체불임금액 등에 비추어 그 죄질이 가볍지 아니한 점, 현재까지 일부 근로자들에 대한 체불임금 변제 및 배임 범행의 피해자 우리은행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한편, 피고인이 사기 부분을 제외한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항소심에서 사기 범행의 피해자 G와 합의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근로기준법 위반 관련 근로자들에 대한 체불임금 중 상당 부분이 체당금으로 지급된 점,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이 배임 범행으로 취득한 금원 중 상당 부분을 이 사건 회사의 채무변제나 직원들에 대한 급여 지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그 밖에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피고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이 사건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체불금액 및 체불기간, 범행 후의 정황, 전과관계, 가족관계, 경제적 사정 등 이 사건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보면, 제1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무거워서 이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