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퇴직연금계약의 체결
주식회사 A(2002. 3.경 주식회사 B에서 상호가 변경되었고, 2012. 9. 26. 파산선고를 받고 원고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다. 이하 주식회사 A과 파산관재인을 통칭하여 '원고'라 한다)은 2009. 12. 9. 피고와 아래와 같은 내용의 퇴직연금 운용관리계약(이하 '이 사건 퇴직연금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피고와 이 사건 퇴직연금계약을 체결하면서 같은 날 원고를 위탁자로 하고 피고를 수탁자로 정한 아래와 같은 내용의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자산관리 신탁계약(이하 '이 사건 신탁계약'이라 하고 이 사건 퇴직연금계약과 함께 '이 사건 각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2017. 1. 31. 기준으로 원고가 이 사건 각 계약에 따라 피고에게 신탁한 퇴직연금 재산의 평가금액은 1,488,979,597원 상당이다.
한편 원고의 임직원 중 이 사건 퇴직연금계약의 가입자는 원고의 대표이사였던 C를 포함하여 D, E, F, G, H, I(이하 '이 사건 가입자들'이라 한다) 합계 7명이었고, 위 가입자들의 지위 및 재직기간 등은 다음과 같다.
퇴직연금채권에 대한 추심명령
원고는 2012. 11. 5.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가합537251호로 C 등을 상대로 원고 임직원들의 법령 또는 정관 위반으로 인한 부실대출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2015. 5. 15. 이 사건 가입자들 중 C, D, E, F, G, I(이하 'C 등'이라 한다)에 대한 일부승소판결 및 H에 대한 패소판결이 선고되었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항소하였으나 2016. 7. 21. 서울고등법원 2015나2048632호로 항소가 기각되어 확정되었다.
원고는 C 등에 대한 위 손해배상사건의 승소확정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다음과 같이 C 등의 피고에 대한 '현재 및 장래에 입금될 예금채권 및 퇴직연금채권, 퇴직신탁에 의한 수익채권 또는 신탁금반환채권 중 청구금액에 이를 때까지의 금원(다만,채무자의 1개월간 생계유지에 필요한 예금으로 2011. 7. 6. 시행되는 민사집행법 시행령이 정한 금액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관한 압류·추심명령(이하 '이 사건 각 추심명령'이라 한다)을 받았고, 피고에게 위 각 추심명령이 송달되었다.
이 사건 가입자들의 퇴직금청구
원고는 2012. 9. 26. 인천지방법원 2012하합9호로 파산선고를 받았고, 같은 날 원고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다. 위 파산절차에서 H은 2012. 11. 21. 퇴직급여 명목의 임금채권 40,177,700원을 파산채권으로 신고하였고, E은 2012. 11. 22. 퇴직금 95,422,200원을 파산채권으로 신고하였다.
C, I은 원고 등을 상대로, 자신들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원고 대주주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원고에 대한 퇴직금 등이 원고에 대한 파산절차에서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퇴직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C, I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원고에 대한 퇴직금 등이 재단채권이 아닌 파산채권에 해당하므로 파산절차를 거치지 않고 직접 파산채권의 지급을 구하는 소는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C에 대하여는 2015. 11.경, I에 대하여는 2016. 1.경 각 각하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 한편 D, F는 2012. 11.경 원고를 상대로 위와 같은 내용으로 소를 제기하였다가 취하하였다.
피고의 퇴직연금 변제공탁
피고는 2017. 9. 8. 및 2017. 9. 13. 아래 표 기재와 같이 이 사건 가입자들 중 C 등에 대한 퇴직연금액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일부터 공탁일까지 연 6%의 비율로 계산한 공탁금액을 채권자 불확지를 이유로 변제공탁(이하 '이 사건 변제공탁'이라 한다)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0호증, 을 제1 내지 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원고가 피고와 사이에 퇴직연금 지급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이 사건 가입자들에게 퇴직연금 등 수익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이 사건 각 계약을 체결하였고, 원고의 파산에 따라 위 각 계약의 특별중도해지사유가 발생한 사실, 이 사건 퇴직연금계약과 함께 체결된 이 사건 신탁계약 제5조 제1항은 '이 신탁의 원본 및 이익의 수익자는 연금규약에서 정한 가입자 또는 가입자이었던 자'로 한다고 정하고, 제17조 제4항은 '이 신탁이 중도해지 되었을 경우 수탁자는 운용관리기관의 통지에 따라 신탁재산을 매각하여 신탁금을 수익자에게 금전으로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는 사실, 원고가 이 사건 가입자들 중 H를 제외한 C 등의 피고에 대한 퇴직연금채권에 관한 이 사건 각 추심명령을 받아 위 각 추심명령이 피고에게 송달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원고가 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로써 이 사건 퇴직연금계약을 해지하였음은 기록상 명백하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추심권자인 원고에게 이 사건 퇴직연금계약의 해지에 따라 이 사건 가입자들 중 H를 제외한 C 등의 퇴직연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한편 원고가 H의 피고에 대한 퇴직연금채권에 관하여 추심명령을 받은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의 주장 등에 대한 판단
이 사건 각 추심명령의 무효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는, 이 사건 각 추심명령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압류가 금지되는 퇴직연금채권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무효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7조 제1항에 따라 양도가 금지되는 '퇴직연금제도의 급여를 받을 권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압류하더라도 현금화할 수 없으므로 피압류 적격이 없고, 위 양도금지 규정은 강행법규에 해당하므로 '퇴직연금제도의 급여를 받을 권리'에 대한 압류명령은 실체법상 무효이며, 제3채무자는 그 압류채권의 추심금 청구에 대하여 위 무효를 들어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3다71180 판결 참조). 다만 회사가 퇴직하는 근로자나 이사 등 임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하여 퇴직연금 제도를 설정하고 은행, 보험회사 등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26조가 정하는 퇴직연금사업자와 퇴직연금의 운용관리 및 자산관리 업무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였을 때, 재직 중에 위와 같은 퇴직연금에 가입하였다가 퇴직한 이사, 대표이사는 그러한 퇴직연금사업자를 상대로 퇴직연금채권을 가진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이사, 대표이사 등의 퇴직연금채권에 대해서는 '퇴직연금제도의 급여를 받을 권리'의 양도금지를 규정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7조 제1항은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5다51968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가입자들 중 C 등은 원고의 대표이사 내지 비등기 이사, 감사위원 등 임원이었던 사실, C와 I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이 확정된 바 있고, D, F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전제로 소를 제기하였다가 취하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달리 C 등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만한 사정을 찾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C 등의 피고에 대한 퇴직연금채권에 관한 이 사건 각 추심명령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압류가 금지되는 채권에 관한 것이어서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변제공탁 항변에 대한 판단
피고는, 원칙적으로 이 사건 가입자들에게 이 사건 퇴직연금계약에 따른 퇴직연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할 뿐인데, 이 사건 각 추심명령의 채무자인 C 등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정할 수 없고 설령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퇴직연금채권의 압류가 금지되는지 여부에 관한 대법원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어서 위 퇴직연금채권의 채권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가입자들 중 C 등에 대한 퇴직연금을 채권자 불확지를 이유로 변제공탁하였다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피고는 이 사건 퇴직연금계약에 따라 이 사건 가입자들 중 C 등에게 지급할 퇴직연금액을 계산하여 채권자 불확지를 이유로 변제공탁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는 통상적으로 퇴직급여 지급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운용관리기관이 통지하는 바에 따라 신탁재산을 매각하여 수익자에게 금전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 각 추심명령은 'C 등이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현재 및 장래에 입금될 예금채권 및 퇴직연금채권, 퇴직신탁에 의한 수익채권 또는 신탁금반환채권'을 그 순서에 따라 추심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위 각 추심명령만으로는 퇴직연금 지급사유의 발생 여부나 구체적인 금액을 알기 어려운 점, ② 이 사건 변제공탁 당시 피고로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받은 C와 I을 제외한 나머지 가입자들에 대해서는 이들이 근로자에 해당하여 퇴직연금채권의 압류가 금지되는지 여부를 단정할 수 없었고, 근로자가 아닌 가입자들에 대해서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퇴직연금채권의 압류가 금지되는지 여부에 관한 사건이 대법원에 계속 중이었으므로, 이 사건 각 추심명령의 효력이 유효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추심권자인 원고와 이 사건 가입자들 중 누구에게 퇴직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인지 알기 어려워 과실 없이 채권자를 알 수 없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을 제8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가 변제공탁한 각 공탁금액은 원고가 최종적으로 신탁금을 납입한 2011. 6. 30.경을 기준으로 납입된 원금에 수익금을 가산하고 수수료 등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퇴직연금 총액을 산정한 다음, 원고가 제출한 자료에 근거하여 계산한 이 사건 가입자들의 퇴직연금액에 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일 다음날부터의 지연손해금을 가산한 금액인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각 계약이 정한 바에 따라 가입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퇴직연금액을 변제공탁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결국 위 변제공탁에 따라 C 등의 피고에 대한 퇴직연금채권은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가입자들의 퇴직금 등 채권은 파산채권에 해당하여 원고에 대한 파산절차를 거쳐 지급되어야 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퇴직연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을 뿐이고, 채권자를 과실 없이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C 등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각 계약에 따른 퇴직연금채권을 추심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은데, 을 제1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신탁계약 제20조 제1항은 '신탁이 종료된 경우 신탁금을 수익자에게 지급한다'고 정하고, 제22조 제1항은 '신탁자는 위탁자에게 신탁재산을 반환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각 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이 사건 가입자들에게 퇴직연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할 뿐이고, 피고가 직접 원고에게 퇴직연금 상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거나 C 등의 피고에 대한 위 퇴직연금채권이 원고에 대한 파산채권에 해당한다고 볼만한 근거도 찾기 어려우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는 또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각 계약의 특별중도해지사유가 발생한 파산선고일을 기준으로 계산한 신탁금 잔액과 이에 대한 위 파산선고일 또는 이 사건 각 추심명령의 송달일 다음날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위와 같이 계산한 퇴직연금액 1,578,306,930원에 미치지 못하는 이 사건 변제공탁은 일부 공탁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는 이 사건 각 계약의 해지에 따라 이 사건 가입자들에게 퇴직연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점, ② 그에 따라 피고는 원고가 최종적으로 신탁금을 납입한 2011. 6. 30.경을 기준으로 원고가 제출한 자료에 기초하여 이 사건 가입자들에게 지급할 퇴직연금액을 계산한 것인 점, ③ 피고는 위 각 퇴직연금액에 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일 다음날부터의 지연손해금을 가산하여 변제공탁하였는데, 원고가 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로써 이 사건 퇴직연금계약을 해지하기 전까지 원고나 이 사건 가입자들이 피고에 대하여 퇴직연금을 청구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고, 추심명령의 제3채무자가 압류채권자에게 압류된 채권액 상당에 관하여 지체책임을 지는 것은 집행법원으로부터 추심명령을 송달받은 때부터가 아니라 추심명령이 발령된 후 압류채권자로부터 추심금 청구를 받은 다음날부터라고 할 것인 점(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0다47117 판결 등 참조)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가입자들에게 지급할 퇴직연금액에 대하여 원고에 대한 파산선고일 또는 이 사건 각 추심명령의 송달일 다음날부터의 지연손해금을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이 사건 변제공탁으로 C 등의 퇴직연금채권에 대하여 적법하게 변제의 효력이 발생하였다고 볼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유석동(재판장) 김진만 장윤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