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선박 회사 대리점 업무, 복합운송 주선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C(C유한공사, 이하 '중국 본사'라고 한다)의 한국 지사이고, 중국 본사는 피고의 지분 전부를 보유하고 있다.
원고는 2003. 3. 27. 피고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가 2016. 5. 10. 사임하였고, 그 내역이 피고의 법인등기부등본에 등재되어 있다.
청구취지
주위적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36,276,439원 및 이에 대한 2016. 5. 1.부터 2016. 5. 14.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예비적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15,448,909원 및 이에 대한 2016. 5. 1.부터 2016. 5. 14.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7, 8, 17호증, 을 제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주위적 청구
원고는 중국 본사에서 근무하던 중 피고에 파견되어 중국 본사의 지휘·감독에 따라 피고에서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피고의 근로자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003. 3. 27.부터 2016. 4. 30.까지의 근로기간에 대하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 136,276,439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예비적 청구
설령 원고가 2003. 3. 27.부터 근로기준법상 피고의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중국 본사와 피고 사이의 구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6. 12. 21. 법률 제8076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파견법'이라 한다)에 따른 근로자파견계약에 따라 구 파견법 제2조 제5호 소정의 파견근로자로서 피고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파견근로자인 원고는 2003. 3. 27.부터 2년을 초과하여 사용사업주인 피고를 위하여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구 파견법 제6조 제3항<1>에 따라 피고가 원고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피고는 고용간주일인 2005. 3. 27.부터 2016. 4. 30.까지의 근로기간에 대하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 115,448,909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판단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이든 또는 도급계약이든 그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0다27671 판결 등 참조). 한편, 회사의 업무집행권을 가진 이사 등 임원은 그가 그 회사의 주주가 아니라 하더라도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고용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다28228 판결 등 참조).
한편, 일반적으로 다국적기업은 국적이 다르고 법적으로 분리된 여러 기업으로 구성된 기업집단으로서의 특성을 지니게 되는데, 기업집단으로서의 다국적기업은 구성기업들의 대등한 연합체가 아니라 지배기업인 모기업이 기업집단의 정점에 위치하여 다국적 기업에 대한 모든 사항을 총괄해서 결정하고, 종속기업은 지배기업인 모기업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되어 지배기업인 모기업과 종속기업 사이에 지배종속관계가 존재하게 된다. 이에 따라 지배기업인 모기업의 대표이사 등 임원들과 종속기업의 대표이사 등 업무집행권을 가진 임원들 사이에도 지배기업과 종속기업의 지배종속관계가 투영되어 일정한 수준의 지휘·감독관계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하나의 기업 내에서의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지배종속관계와 유사한 면이 있으나 어디까지나 지배기업과 종속기업 사이의 기업 간 관계에서 발생하는 지배종속관계라는 점에서 구별되어야 하고, 따라서 비록 종속기업의 대표이사 등 업무집행권을 가진 임원들과 모기업 임원들 사이에 일정한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한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종속기업의 업무집행권을 가진 임원들을 종속기업의 근로자라고 볼 수 없다(서울고등법원 2012. 12. 21. 선고 2012나52795 판결 참조).
판단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갑 제9 내지 12, 14, 18호증, 을 제2, 4, 5, 7, 8, 9, 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고가 피고의 대표이사로서 중국 본사와의 관계에서 일정한 정도의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와의 관계에서는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근로기준법상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중국 본사는 중국 내에 약 30개의 자회사를, 해외에 약 4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데, 피고는 중국 본사의 해외 자회사 중 하나이다. 원고는 중국 본사의 해외기업관리팀장에게 피고의 경영과 관련된 보고업무를 수행하고 중국 본사 측으로부터 일정한 수준의 지시를 받으며 피고의 대표이사로서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러나 이는 피고가 중국 본사에 대하여 종속기업의 지위에 있어 지배기업으로부터 통제를 받는 지배종속관계가 투영된 결과로 발생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지배종속관계와는 구별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를 곧바로 피고의 근로자로 볼 수는 없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는 형식적으로만 독립된 법인일 뿐 실질적으로는 중국 본사로부터 독립된 법인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① 피고는 중국 본사와는 독립하여 대한민국 법률에 따라 설립등기를 마친 별도의 법인인 점, ② 피고는 대한민국 내에 인적·물적 조직을 구비하고 있으면서 법률상 독립적인 사업주체로서 활동하고 있는 점, ③ 중국 본사의 각 자회사들은 해당 사업 분야 또는 지역을 담당하는 자회사들 사이에 연락을 주고받으며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뿐 그 과정에 중국 본사의 구체적인 업무지시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④ 특히, 피고는 중국 본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업무와는 별도로 대한민국 내에서 고객사들을 상대로 직접 영업활동을 하고 이들로부터 의뢰받은 물류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바, 위와 같은 피고의 대한민국 내 영업활동에 관하여 중국 본사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지도 아니하는 점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원고는 "대표이사는 당 회사의 업무를 통할하고 전무이사 또는 상무이사는 대표이사를 보좌하여 그 업무를 분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피고의 정관 제29조 제1항에 따라 피고의 대표이사로서 업무집행권을 가지고 피고의 업무를 총괄하였고, 피고 내에서는 누구로부터도 업무상 지시를 받지 아니하였다.
원고는 피고의 대표이사로서 약 40명의 피고 소속 근로자들을 채용하고 이들의 임금을 결정하였고, 피고 소속 근로자들뿐만 아니라 피고의 상무이사 등 비등기임원에 대하여 지휘·감독권을 행사하기도 하였다.
원고에게는 피고의 비등기임원들 및 근로자들과는 달리 독립적인 집무실이 배정되었고, 2대의 차량 및 운전기사, 유류비 등 다른 직원들과는 차별화된 지원이 제공되었다. 또한 원고에게는 피고의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아니하였다.
한편 원고는, 대한민국의 여러 기업들이 국내 본사의 근로자를 해외에 있는 현지 법인에 법인장으로 전출시키는 경우가 있고, 이 경우에도 전출된 근로자와 국내 본사 사이의 근로관계는 유지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원고를 피고의 근로자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원고는 중국 본사를 상대로 중국 본사의 근로자라고 주장하며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원고는 피고의 대표이사를 사임한 이후인 2016. 5.경 중국 본사로 돌아가 중국 본사에서의 퇴직절차를 마쳤고, 중국 법령이 정하고 있는 퇴직에 따라 발생하는 기업연금, 보충양로보험금, 기본양로보험금 등의 복지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를 상대로 자신이 피고의 근로자라고 주장하며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는바, 원고가 들고 있는 위와 같은 사정이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 성립 여부에 관하여 참고할 만한 사정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출계약에 따른 퇴직금 지급의무 발생 주장에 관하여
또한 원고는, 중국 본사, 피고 및 원고 사이에 중국 본사 소속 근로자인 원고를 피고에서 근로시키기로 하는 차용파견합의가 이루어졌는데, 이는 이른바 '재적형 전출'에 해당하고, 이에 따라 원고는 중국 본사 및 피고 모두에 대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갖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퇴직금 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 본사, 피고 및 원고 사이에 원고의 주장과 같은 내용의 전출계약에 따른 법률관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지휘·감독에 따른 근로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는데, 앞서 본바와 같이 원고는 피고의 대표이사로서 업무를 수행한 것일 뿐 원고를 피고의 근로자로 볼 수 없는 이상,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소결론
따라서 원고를 피고의 근로자로 볼 수 없는 이상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근로자파견"이라 함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하는바(구 파견법 제2조 제1호), 원고의 예비적 청구는 '근로자파견사업을 업으로 행하는 파견사업주인 중국 본사가 파견근로자인 원고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피고와 사이에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사용사업주인 피고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였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의 예비적 청구가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우선 원고가 피고의 지휘·명령을 받아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살피건대, 앞서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부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는 피고의 대표이사로서 피고의 경영 전반에 관한 업무를 위임받아 그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할 뿐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와 같이 원고가 피고의 지휘·명령을 받아 피고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였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원고가 구 파견법 제6조 제3항에 따라 피고의 근로자로 간주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예비적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상용(재판장) 이고은 김현성
각주1) 제6조 (파견기간) ③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 다만, 당해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를 제외한다.
사건정보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사건
2017가합517504
판결선고
2018. 10. 18.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