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피고는 생명보험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피고의 전신인 C 주식회사(이하 명칭 변경 여부 등과 무관하게 '피고'라 한다)로부터 피고의 '영업 및 마케팅 총괄 임원' 분야의 업무를 담당하여 달라는 제안을 받고 2008. 8.경 피고에 '영업 및 마케팅 총괄 상무(Chief Sales Officer)'로 입사하였으며, 신용생명보험(CPI) 센터가 설립된 2016. 6.경부터는 CPI 센터장으로 임명되어 담당 부서의 업무를 총괄하여 왔다.
피고는 2017. 6. 28.경 피고의 직원인 D으로부터 원고의 성희롱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고 있다는 신고를 받은 후 2017. 6. 30. 피고의 취업규칙 제19조에 따라 원고에게 2017. 7. 1.부터 2017. 7. 31.까지 대기발령을 명하면서, 대기발령 기간 동안 피고의 사전 승인이 없는 한 피고에 출근, 방문하거나 피고의 임직원, 고객 등을 접촉할 수 없음을 통지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위 통지일 다음 날인 2017. 7. 1. 피고의 임직원 및 고객사 소속 직원들과 만나 골프를 쳤다.
피고는 2017. 8. 1.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의 직장 내 성희롱 행위 및 직무명령 위반 행위를 이유로 2017. 8. 2.자로 원고에 대한 징계면직을 의결하였고, 2017. 8. 2. 이를 원고에게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
이 사건과 관련된 피고의 취업규칙은 다음과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호증, 을 제5,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해고는 징계위원회의 구성이 부적법하게 이루어졌고, 원고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진술 확보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그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무효이다.
또한 이 사건 해고는 원고의 성희롱이나 성추행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없음에도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 없이 D의 진술만을 토대로 이루어졌으므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해고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루어져 무효이다.
판단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회사의 임원이라 하더라도, 그 업무의 성격상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 임원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의 임원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그 업무수행의 실질이 위와 같은 정도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는 것이라면, 그 임원은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대규모 회사의 임원이 전문적인 분야에 속한 업무의 경영을 위하여 특별히 임용되어 해당 업무를 총괄하여 책임을 지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등기 이사와 마찬가지로 회사 경영을 위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왔고 일반 직원과 차별화된 처우를 받은 경우에는, 이러한 구체적인 임용 경위, 담당 업무 및 처우에 관한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참작하여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지 여부를 가려야 한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참조).
원고가 피고에 '영업 및 마케팅 총괄 상무(Chief Sales Officer)'로 입사하였고, 2016. 6.경부터는 CPI 센터장으로 임명되어 담당 부서의 업무를 총괄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원고는, 원고가 피고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온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함을 인정할 수 있는 아무런 증거도 제출하지 않고 있으므로, 원고가 피고 대표이사의 구체적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가 아니므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해고 무효 확인에 관한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사건 해고의 효력(가정적 판단)
설령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의 D에 대한 성희롱 행위 및 직무명령 위반 행위가 인정되는바, 이 사건 해고는 그 징계사유가 존재하고 징계위원회 구성 및 진행에 있어서 절차상 하자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유효하다.
징계 절차의 적법 여부
갑 제3호증, 을 제4, 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는 원고에게 대기발령 명령을 한 후 원고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원고에게 충분한 진술 기회를 부여하였던 점, 피고는 2017. 7. 31. 원고에게, 징계혐의사실 즉, 원고가 피고의 직원인 D에 대한 성희롱 행위 및 대기발령 명령에 반하는 행위를 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2017. 8. 1. 개최될 징계위원회에 출석할 것을 통지하였던 점, 2017. 8. 1. 취업규칙 제12조에 따라 피고 대표이사에 의하여 지명된 위원 3인[지역인사부장인 E(의장), 피고 대표이사인 F, 피고 준법 담당자인 G]과 감사 담당자(H), 인사부 차장(I)이 각 참석한 가운데 징계위원회가 개최되었고, 원고는 징계위원회에서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은 점, 비록 피고가 위 조사 과정에서 피고 소속 근로자로서 CPI팀의 부장인 J을 조사하지는 않았으나 이는 J이 원고와 D 사이에 있었던 일을 잘 알지 못한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으로 보이고, 달리 J이 둘 사이의 일을 잘 알고 있다고 인정할 자료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해고의 징계 절차는 적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징계사유의 인정 여부
직장 내 성희롱 행위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두6461 판결,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참조).
을 제1 내지 6, 9, 10호증의 각 기재, 증인 D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D은 2013. 11.경 피고에 파견직 직원으로 입사하여 2015. 10.경까지 근무하다가 2015. 11. 25. 피고에 계약직 직원으로 채용되었고, 2016. 6.경부터 CPI 센터에 발령받아 근무한 사실, ② 원고는 ㉠ 2014년 서울 용산구 K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D에게 "D씨는 결혼하기 좋은 여자다"라고 말하였고, ㉡ 2014년경 세일즈 부서 회식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D이 과거 사랑했던 사람과 비슷하다'는 취지로 말하였으며, ㉢ 2016. 6.경부터 D과 서류, 결재판, 휴대폰, 아이스크림 등 물건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7 ~ 8회에 걸쳐 D의 손을 만지거나 손바닥을 긁는 행위를 하였고, ㉣ 2017. 2.경 서울 광진구 L에 위치한 고객사 사무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D에게 고객사 대표의 옆자리에 앉으라고 요구하였으며, ㉤ 2017. 6. 9. 회사 앞 M 커피숍에서 D이 다른 부서에 지원해 보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자 D에게 "너 정규직 하면서 1년 안에 대리도 달자", "팀에서 잘 해보자", "나중에 원하면 언제든지 다른 팀으로 보내줄 테니 지금은 같이 일하자", "왜 가려고 하냐"라고 말하면서, 두 손으로 D의 오른손을 3~4초간 잡았고, ㉥ 2017. 6. 23. CPI팀 1주년 기념 회식을 하러 가는 지하철에서, 최근에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여 혼자 살게 된 D에게 '밤에 혼자 자기 무서울 텐데?', '독립했는데 뭐 필요한 거 없어?'라고 말을 하였으며(D은 당시 원고의 말이 마치 원고가 D의 집에 오고 싶다는 듯한 뉘앙스였다고 진술하였다), ㉦ 같은 날 서울 서초구 N에 있는 식당에서 회식을 하면서 D의 눈을 계속하여 쳐다보았고, 자신의 어깨를 D의 어깨에 일부러 부딪히기도 하였으며, 오른손으로 D의 왼쪽 허벅다리 안쪽 부분을 약 2초 정도 만졌고, ㉧ 2017. 6. 26. D이 입고 온 옷을 보며 '예쁘다', '어딜 가냐' 라는 말을 한 것을 포함하여, 수시로 D의 옷과 외모를 평가하는 말을 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원고가 D에게 한 위와 같은 말과 행동은 상급자인 원고가 그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하급자인 D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처럼 원고는 D을 성희롱함으로써 피고의 취업규칙 제82조 제13호에서 정하는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직원에게 성희롱을 하거나 이를 조건으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거나 성적 굴욕감을 유발하여 고용환경을 악화시킨 경우'에 해당하는 행위 또는 이에 준하는 행위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해고에는 근로기준법 제23조의 '정당한 이유'가 존재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D의 이 법원에서의 증언 및 피고의 조사 과정에서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하나, D이 원고로부터 성희롱을 당할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D은 2014년경부터 지속적으로 원고에게 성희롱 발언을 들어 왔음에도 원고가 본인의 인사평정자로서 본인의 정규직 전환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고, 신고로 인하여 정규직 전환 등 회사 생활에 불이익이 미치게 될 것을 우려하여 참고 있다가 2017. 6. 23. 원고가 D의 허벅지를 만지는 행위를 하자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하여 신고를 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D은 2017. 6. 23. 위와 같은 일이 발생한 며칠 후에 주변 직장 동료들에게 이에 관하여 상담을 요청하여 피해 사실을 호소하였던 점, D이 원고에 대하여 거짓 진술을 할 이유나 동기가 없어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D의 이 법원에서의 증언 및 피고의 조사 과정에서의 진술은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직무명령 위반 행위
원고가 2017. 6. 30. 피고로부터 2017. 7. 1.부터 2017. 7. 31.까지 대기발령을 받았고, 대기발령 내용에 따르면 대기발령 기간 동안 피고의 사전 승인이 없는 한 피고에 출근, 방문하거나 피고의 임직원, 고객 등을 접촉할 수 없었음에도 원고가 2017. 7. 1. 피고의 임직원 및 고객사 소속 직원들과 만나 골프를 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위 골프 회동에 관하여 피고의 사전 승인이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는 피고의 취업규칙 제82조 제15호에서 정하는 '상급자의 업무상 지휘명령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복한 경우'에 해당하는 행위 또는 이에 준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볼 것이어서, 이 사건 해고에는 근로기준법 제23조의 '정당한 이유'가 존재한다.
이에 관하여 원고는 당시 피고 부사장인 O의 허락을 받고 위 골프 회동에 참석하였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당시 O의 허락이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설령 O의 허락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만으로 피고의 사전 승인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종섭(재판장) 임상은 송인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