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1. 27.부터 2018. 7. 11.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6/7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포천시 C에서 중식당(이하 '이 사건 식당')을 운영하고 있고(다만 사업자 명의 및 식당 임차인 명의는 원고의 법률상 배우자 D으로 되어 있다), 피고는 원고와 사촌지간으로 이 사건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근무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식당에서 근무 중이던 2016. 6.경 원고의 처 D과 불륜관계를 맺게 되었고, 이 사실이 원고에게 적발되자 피고는 2017. 12. 13.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각서(이하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하여 교부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식당 인수대금 300,000,000원(이 사건 각서 ①항) 및 정신적 피해보상 1,000,000,000원 중 일부 청구로써 50,000,000원(이 사건 각서 ③항)의 각 지급을 구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이 사건 각서에 따라 위 식당 인수대금 300,000,000원과 정신적 피해보상 5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각서는 원고를 포함한 8명이 피고를 감금한 상태에서 폭행과 협박을 하여 작성되었고, 피고로 하여금 이 사건 가게를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매수하도록 하고 피고의 불륜행위를 용서하는 대가로 과도하게 큰돈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므로, 이 사건 각서에 의한 약정은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이 사건 각서는 원고의 강박에 의하여 작성되었으므로 이 사건 답변서의 송달로써 이 사건 각서상의 의사표시를 취소한다.
판단
반사회적 법률행위 주장에 관한 판단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로 되는 반사회질서 행위는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내용 자체는 반사회질서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법률행위에 반사회질서적인 조건 또는 금전적인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 및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를 포함한다(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다56833 판결 참조).
이 사건 각서 중 ①항, 즉 이 사건 식당 인수 약정에 관하여 먼저 본다.
위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원고는 2003년경 이 사건 식당을 권리금 등을 포함하여 170,000,000원에 인수하였다고 주장하는데 적자 상태인 위 식당을 피고에게 300,000,000원에 인수하게 하는 것은 약 2배에 가까운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원고는 식당인수대금 300,000,000원은 위 170,000,000원에 이 사건 식당에 누적된 부채 약 120,000,000원을 포함하여 정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미지급된 식재료 대금을 포함한 위 채무를 피고가 인수하기로 하는 것은 불륜의 대가로서 상당히 과도하여 부당하다고 보이는 점,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 의하면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는 경제적·사회적 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이 사건 각서 ①항에 따라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체불임금 및 퇴직금이 면책되는 것은 위와 같은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를 잠탈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점, 이 사건 각서에는 부정행위의 대가로 피고가 이 사건 식당을 인수하는 이외에도 원고 및 원고의 자녀에게 학비 및 생활비로 향후 15년간 매달 5,000,000원씩을 지급할 뿐만 아니라 위자료로 1,000,000,000원을 지급하기로 되어 있는 점, 피고가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식당을 인수하게 하는 것은 개인의 경제적 활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서 중 ①항은 법률적으로 위 각서의 내용을 강제하거나 법률행위에 반사회질서적인 조건 또는 금전적인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사건 각서 중 ①항은 무효이다.
다음으로, 이 사건 각서 중 ③항, 즉 위자료 지급 약정에 관하여 본다.
피고는 원고의 처와의 부정행위를 원고에게 들키게 되자 그로 인한 원고의 정신적 고통을 위로하기 위하여 원고의 요구에 의하여 이 사건 각서 중 ③항을 작성하게 된 것이므로, 이를 의무 없는 채무를 강요당한 것으로써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전부 무효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앞서 본 여러 사정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추가로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원고는 현재 처와의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혼인관계가 파탄에까지 이르렀다고 보이지는 않고 피고와 원고의 처 사이에 이 사건 각서 작성 이후 불륜관계가 지속되었다고 볼 증거는 없는 점, 비록 원고가 피고의 부정행위에 따른 손해 배상액을 정하는 목적 외에 피고에게 고액의 손해배상채무를 부담시킴으로써 심리적압박감을 느끼게 하여 향후 원고의 처와 피고의 부정행위를 막고 원고의 처와의 혼인관계를 유지하려는 의도에서 고액의 위자료를 정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행위로 인하여 원고와 원고의 자녀가 받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1,000,000,000원과 식당종업원으로서 별다른 재산이 없는 피고의 경제력을 비교하여 보면 원고의 정신적 고통과 위 위자료 사이에 용인할 수 없을 정도로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서 ③항 중 피고의 부정행위로 인한 원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통상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50,000,000원 상당을 초과하는 부분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써 무효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 주장에 관한 판단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고 하려면 상대방이 불법으로 어떤 해악을 고지함으로 말미암아 공포를 느끼고 의사표시를 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1979. 1. 16. 선고 78다1968 판결,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2다73708, 73715 판결 등 참조).
갑 제5호증의 1, 2 의 각 영상에 의하면, 피고가 상당한 심리적인 압박을 받은 상태에서 원고가 미리 작성해 온 서면을 보고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에게 위법하게 어떠한 해악을 고지하였다거나 피고가 그로 말미암아 공포를 느끼고 위 각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소결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각서 중 ③항에서 인정되는 위자료 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인 2018. 1. 27.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18. 7. 11.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부터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나, 위자료 상당의 약정금 지급 채무에 관하여 기한을 정하였다고 볼 사정이 없으므로 위 채무는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로서 피고는 그 이행청구를 받은 때부터 지체책임이 있는 것인데, 원고가 이 사건 소 제기 이전에 위 돈의 지급을 구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 따라서 위에서 인정한 지연손해금 부분을 초과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러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배성중(재판장) 장재원 강수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