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개발도상국가를 비롯한 외국, 북한, 재외동포 및 외국인 근로자 등에 대한 보건의료지원사업을 수행함으로써 국제협력 증진과 인도주의의 실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법인이다.
피고의 인사규정 제21조 제1항에 따르면 '총재는 필요에 따라 예산의 범위 내에서 기간을 정하여 계약직 직원을 채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피고는 위 규정에 따라 계약직 채용 공고를 냈고 원고가 이에 지원하여, 피고는 원고와 2008. 11. 17. 계약기간은 2008. 11. 17.부터 2008. 12. 31.까지로 정하여 원고를 계약직 직원으로 채용하는 채용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이후 원고와 피고는 2009. 1. 2. 계약기간을 2009. 1. 1.부터 2009. 11. 16.까지로 하는 채용계약을, 2009. 11. 10. 계약기간을 2009. 11. 17.부터 2010. 11. 16.까지로 하는 채용계약을 체결하였고, 위 기간 동안 원고는 피고에서 근무하였다(이하 원고와 피고의 근로계약을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
피고 B팀장으로 인사 등 업무를 담당했던 C은 2010. 10. 14. 원고의 피고 계정이메일인 D로 더 이상 근로계약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근로계약기간 만료 도래에 따른 만료예정일이 2010. 11. 16.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하였고, 원고는 2010. 11. 16.자로 근로계약 기간이 종료된 후에는 더 이상 피고에 출근하지 않았다.
청구취지
선댁적으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10. 11. 16.자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010. 11. 17.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말일에 3,627,710원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또는, 피고는 원고에게 169,123,928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2. 9.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사건정보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사건
2018가합532999
판결선고
2019. 10. 18.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민사부
판결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2, 1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증인 C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 주장의 요지
원고
피고를 상대로 선택적으로 다음과 같이 청구한다.
해고무효 확인 및 미지급 임금지급 청구: 원고는 2008. 11. 계약직 직원으로 채용되어 피고에서 근무하다가 2010. 11.경 피고가 재계약 체결을 거부하였는바, 이러한 거부는 원고의 갱신기대권을 침해하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를 상대로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 침해에 따른 해고 무효 확인과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구한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피고는 원고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후 이를 원고에게 교부하였어야 하는데 이를 준수하지 않았고, 기간만료 통지 또한 서면으로 하지 않았다. 이러한 피고의 행위는 근로기준법 제17조, 제27조를 위반한 행위로서, 불법행위 책임을 진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으로 소 제기 이전 3년간의 급여 상당액을 배상하여야 한다.
피고
해고무효 확인 및 미지급 임금지급 청구 관련: 피고는 원고와의 마지막 계약직 채용계약이 만료되기 전인 2010. 10. 14.경 원고에게 이메일로 근로계약 만료를 통보하였고, 피고가 원고와의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아니한 데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또한 원고는 피고로부터 위 통보를 받고 근로계약의 종료를 수용하고, 퇴직금을 수령하였음에도 8년이 지난 시점에 갱신기대권 침해 등을 주장하면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관련: 피고는 원고에게 채용계약서 2부를 작성한 후 그 중 1부를 교부하여 주었고, 이메일로 한 기간만료 통지 또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해고무효 확인 및 임금 청구에 관한 판단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판단기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그 근로자는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두12528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본 인정사실과 갑 16호증, 을 제3 내지 7, 15, 17, 24 내지 26, 29, 30호증의 각 각 기재, 증인 C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근로계약상 기간 만료 당시 원고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근로계약 만료 통지는 해고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피고의 취업규칙, 단체협약이나 피고와 원고가 체결한 채용계약 등에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기간이 만료될 무렵 인사평가 등을 거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원고는 피고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한 약 2년의 기간 동안 고정된 업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한 것이 아니고, 피고의 해외 사업 관련 탄자니아 모자보건증진사업, 아프리카 의약품 지원사업, 몽골 심장병 환아 수술 지원사업, 해외협력사업 자문위원회 운영, EDCF 컨설팅 등의 사업에 투입되어 업무를 수행하였다.
피고는 2010. 1.경 피고 소속의 계약직 직원을 특별 채용하는 평가절차를 진행한 일이 있었다. 그 절차에서 원고를 비롯한 계약직 직원들에 대한 인사평가가 진행되었는데, 원고는 47점을 받아 특별채용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피고 B팀장 C이 2010. 8. 24. 원고에게 2009년 근무성적 평정결과를 이메일로 통보하자 원고는 그 다음날인 8. 25. 이의신청을 하였다. 피고는 원고의 이의신청에 대해 2010. 9. 1. 근무성적평정위원회를 개최하여 출석위원 전원의 일치 의견으로 원고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피고 B팀장 C은 2010. 10. 14. 원고의 이메일 계정(D)으로 근로계약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고 종료하겠다는 메일을 보냈다. 이에 원고는 2010. 10. 29. 회신 이메일로 수신인 C, 참조 E(F)으로 하여 피보험자격상실 신고서, 이직 확인서를 작성하여 서울서부고용센터 담당자에게 보내줄 것과 계약만료 이전일인 2010. 11. 16.자로 국·영문 재직 및 경력 증명서의 발급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다. 원고는 2010. 11. 16. 이후부터 피고로 출근을 하지 않았으며, 2010. 11. 19. 피고로부터 퇴직금 5,696,944원을 특별한 이의 없이 수령하였다. 이와 같은 원고의 이메일 내용 및 이후 원고가 퇴직금을 아무런 이의 없이 수령한 것은 원고가 피고의 계약기간 만료 통보를 수용하는 전제에서만 이해될 수 있을 뿐이다.
한편 원고는, 피고가 원고에게 보낸 이메일(을 제16호증)을 비롯하여 원고가 회신한 이메일(을 제17호증의 1)에 표시된 이메일 계정 D은 원고 본인이 알지 못하는 이메일 계정으로 전혀 사용하지 않은 이메일 계정이고, 원고 본인은 피고에서 근무할 당시 사설 이메일 계정인 G을 사용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가 제출한 피고와 원고 사이의 이메일 교신내역 자료의 진정성립을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원고가 피고 소속으로 근무하면서 피고 계정의 이메일이 아닌 사설 이메일을 이용하여 업무를 수행하고, 피고 직원들과 교신을 하였다는 것이 쉽게 납득되지 않고, 피고 제증명발급대장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2010. 10. 16.자로 보낸 이메일의 요청대로 피고 직원 E은 2010. 11. 16.자 재직증명서를 발급한 사실이 확인되는 점, 반면 원고가 본인이 사용한 이메일 계정으로 2010. 11. 16.자로 피고 B팀장 C에게 보낸 이메일이라고 주장하는 갑 제16호증의 기재를 보면, C의 이메일 계정 주소가 "H"로 표시되어 있는데, 이는 2010. 11. 16.자 시점의 유효한 피고 메일 서버 주소가 아닌 점(피고 이메일 주소 서버가 현재는 "I"이나, 과거 2010년경 당시에는 그 주소가 "J"이었다), 갑 제16호증의 우측 하단에는 해당 문서의 인쇄 시점이 기재되어 있는데 그 일자는 2010. 11. 16.로 되어 있어, 원고가 2010. 11. 16. 갑 제16호증의 이메일을 C에게 발송하고, 같은 날 이를 인쇄하여 보관해 두었다가 2018년 이 사건 소를 제기하면서 이를 증거로 제출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어서 그 진정성이 오히려 의심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D 이메일 주소는 2010년경 당시의 원고의 이메일 계정으로 봄이 타당하고, 을 제16호증 내지 을 제17호증 등 피고와 D 사이의 교신 이메일은 모두 원고와 피고 사이의 교신 내역 자료로 그 진정성립이 인정된다. 진정성립을 부정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신의칙 내지 실효의 원칙 위반 여부
앞서 본 갱신기대권 침해 쟁점과 별개로 원고의 이 사건 소 제기가 신의칙 내지 실효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도 살펴보기로 한다.
관련법리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다45827 판결 참조).
따라서 사용자에 의하여 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그 해고처분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근로관계가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음을 이유로 하여 해고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고 해고처분 이후의 임금을 청구하는 등의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에도 마땅히 위 신의성실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특히 근로자가 해고처분 후 아무런 이의 없이 사용자로부터 퇴직금을 수령하고 그 후로는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하는 등으로 해고처분을 다툼이 없이 다른 생업에 종사하기까지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는 해당 해고처분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그가 해고처분 시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후 그 해고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노동분쟁의 신속한 해결이라는 요청과 신의성실의 원칙 및 실효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6. 11. 26. 선고 95다49004 판결, 대법원 2000. 4. 25. 선고 99다34475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 더하여,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 즉, ① 원고는 피고의 2010. 10. 14.자 기간만료 통보 이메일에 대해서 2010. 10. 29. 회신을 보내면서 고용보험 피보험자격상실신고서 및 이직확인서, 계약만료일인 2010. 11. 16.자로 하는 재직증명서 등의 관련자료를 송부하여 줄 것을 요칭하는 메일을 보냈고, 이는 원고도 계약만료를 수용하는 내용으로 봄이 상당한 점, ② 원고는 2010. 11. 19. 피고로부터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달지 않고 퇴직급여를 수령한 점, ③ 이후 8년이 지난 2018. 2. 9.에서야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점, ④ 이 사건 소 제기 이전에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의 효력에 관한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미 원고가 더 이상 근로계약 종료의 효력을 다투지 않을 것이라는 피고의 신뢰가 형성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해고 무효확인 및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은 노동분쟁의 신속한 해결이라는 요청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점에서 보더라도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사용자가 근로자를 징계해고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근로자를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 하에 고의로 어떤 명목상의 해고사유를 만들거나 내세워 징계라는 수단을 동원하여 해고한 경우나, 해고의 이유로 된 어느 사실이 소정의 해고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하거나 해고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이유로 징계해고에 나아간 경우 등 징계권의 남용이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그 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정당성을 갖지 못하여 효력이 부정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되어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대법원 1993. 10. 12. 선고 92다43586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기초하여 이 사건을 살펴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원고를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 하에 고의로 어떤 명목상의 해고사유를 만들었다거나 피고의 징계권의 남용이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아가 원고가 주장하는 피고의 위법행위 사유들을 개별적으로 살펴본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채용계약서에 원고의 간인이 존재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피고는 원고에게 채용계약서를 교부하였던 것으로 판단되고, 설령 피고가 채용계약서를 원고에게 교부하지 않았더라도 원고가 주장하고 있는 손해와 아무런 인과관계가 인정되지도 않으므로, 이를 이유로 한 불법행위 책임은 성립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원고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자인 이상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그 근로자는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원고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음은 앞서 본 바이다. 따라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서면으로 통보토록 한 근로기준법 제27조가 이 사건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 관계에 적용될 여지는 없으므로, 근로기준법 제27조 위반을 이유로 한 불법행위 책임도 성립되지 않는다.
결국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성인(재판장) 이종훈 정승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