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 10. 선고 2018가합549355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는 D 주식회사에서 근무하는 승무직・정비직 근로자들과 D 주식회사에 합병된 E 주식회사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단위노동조합이고, 원고 A는 피고의 지부장, 원고 B은 피고의 부지부장 지위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나.

F를 비롯한 피고의 대의원 및 조합원 여러 명은 2018. 1. 29. 원고들의 불신임을 안건으로 하는 총회의 소집을 요구하였다. 이에 2018. 2. 19. 당시 지부장이었던 원고 A의 명의로 2018. 3. 13.부터 이틀간 조합원 투표 방식으로 원고들에 대한 불신임 안건을 목적사항으로 하는 총회를 개최한다는 공고가 이루어졌다.

다.

2018. 3. 13.부터 3. 14.까지 이틀간 투표가 진행되어, 조합원 총원 1,586명, 총 투표자 수 1,447명 중 찬성 980표, 반대 376표, 무효 91표로 원고들에 대한 불신임 안건이 가결되었다(이하 위와 같이 진행된 총회를 '이 사건 총회'라 하고, 가결된 결의를 '이 사건 총회 결의'라 한다)

라.

원고들은 피고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거관리위원회'라 한다)에 이 사건 총회 결의에 불복한다는 취지의 이의신청을 하였고, 선거관리위원회는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2018. 3. 19. 이 사건 총회 결의의 확정 공고 게시를 유보한다는 내용의 공고를 하였다

마.

피고의 규약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바.

원고들은 이 사건 총회 결의의 투표용지 및 투표함에 대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카기50723호로 증거보전 신청을 하였고, 위 법원은 2018. 8. 10.자로 증거보전 결정을 한 후, 2018. 9. 12. 투표함과 투표용지에 대해 검증을 실시하였다. 검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4, 6호증, 을 제1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총회 결의는 무효이므로 그 확인을 구한다.

가.

이 사건 총회 당시 고정된 투표소에서 투표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선거관리위원들이 투표함을 조합원들이 근무하는 곳에 들고 다니면서 투표를 독려하는 방식으로 투표가 이루어졌으며, 선거관리위원들이 투표를 마친 조합원들의 투표용지를 확인하면서 조합원들이 안건에 찬성하였는지 반대하였는지를 확인하였다. 이는 투표소 설치에 관한 피고의 선거관리규정 제21조에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자유투표 및 비밀・무기명투표의 원칙도 위반한 것이다.

나.

이 사건 총회가 개최된 후 개표 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 10명 중 6명만이 개표에 참여하였고, 각자 자신이 검수한 투표용지만을 확인하고 다른 선거관리위원이 검수한 투표용지는 확인하지 않은 채 결과를 집계한 후, 투표함을 보존・밀봉처리하였으며, 이 사건 총회는 이틀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선거관리위원회 종사원 G이 기술팀(부천공장 투표소 포함, 이 투표소 선거구인은 약 50명임)의 투표함을 봉인하지 않은 채 그대로 자신의 집에 가져갔다가 다음 날 다시 가져온 사실이 있는데, 이 사건 총회 결의는 위와 같은 개표 절차에서의 하자로 인하여 무효이다.

다.

이 사건 총회는 그 소집 공고에 목적사항이 '원고들에 대한 불신임'이라고만 기재되어 있었을 뿐 그 사유가 제대로 공고되지 않았다. 또한 이 사건 총회 결의는 사실상 원고들에 대한 징계에 해당함에도 이 사건 총회 결의 과정에서 원고들에 대한 소명의 기회가 제대로 부여되지 않았다.

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16조에 따르면 임원의 해임에 관한 사항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항으로서(제1항 제2호),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며 (제2항 단서),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하여야 하는데(제4항), 임원의 해임에 관한 결의는 총회가 열리는 장소에서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의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노동조합의 규약 등에서 달리 정하고 있지 않는 한 여러 장소에서 분산 개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피고의 규약에 따르면 총회 결의사항 중 하나인 임원선거에 관하여는 피고의 선거관리규정에서 조합원이 투표로 직접 선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제2조) 회의 방식이 아닌 선거 방식으로 의결이 가능하지만, 임원의 불신임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하고 있지 않으므로, 투표에 의한 선거 방식으로 이루어진 이 사건 총회 결의는 무효일 뿐만 아니라 선거 방식으로 임원에 대한 불신임 결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관행이 성립되지도 않았다.

3.

판단

가.

이 사건 총회 결의에 선거관리규정이 적용되는지 여부

갑 제8호증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선거의 개념은 다수인이 일정한 직(職)에 취임할 사람을 선출하는 행위이고, 피고의 선거관리규정 제2조 제1항은 '본 규정은 지부 임원 및 지부와 분회 대의원을 조합원이 직접선거(조합원 투표)할 경우에만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② 노동조합법 제16조에서 임원의 선거와 해임에 관한 사항을 총회 의결 사항으로 규정하면서(제1항 제2호), 규약의 제정・변경과 임원의 선거・해임에 관한 사항은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제4항), 위 규정은 임원의 해임 및 규약의 제정, 변경 등을 총회 결의사항으로 하고, 결의 방법을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 방식으로 한다는 것일 뿐, 임원 해임, 규약 제정・변경이 모두 선거에 해당한다는 취지는 아닌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총회는 '선거'에 해당하지 않으며, 피고의 선거관리규정이 적용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총회 결의가 투표소 설치에 관한 피고의 선거관리규정 제21조를 위반하였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자유투표 및 비밀・무기명투표 원칙 위배 여부

갑 제7호증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총회 결의 당시 다른 조합원들이 투표용지를 흔들어 대거나 선거관리위원 또는 참관인에게 투표용지를 흔들어 보이며 '이렇게 투표하면 되지'라고 말하는 것을, 일부 조합원들이 본 사실이 있다고 진술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조합원들이 전국에 흩어져 근무하는 피고 지부의 현실 여건을 고려하여 볼 때,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함을 근무지로 가져가서 투표를 받는 방식이 곧바로 자유투표 원칙을 침해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다수 조합원들의 의사를 수렴할 수 있는 장점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투표를 독려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찬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점, ③ 노동조합법 규정도 임원 해임 결의에 자유투표 원칙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며, 투표함을 근무 현장으로 가져가서 투표를 받는 것은 위 법이 규정하고 있는 직접투표 원칙에 반하지 않는 점, ④ 피고는 위 조합원들이 당시 투표용지의 잉크를 말리기 위해 흔들었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주장하는데, 위 사실확인서 작성자들이 보았다는 것이 투표용지를 공개하여 비밀투표 원칙을 위배한 행위인지 불분명한 점, ⑤ 법원의 검증을 통하여 확인된 투표 결과에 따르면 총 투표수 1,447표의 3분의 2(투표수로 환산하면 965표)를 상당히 상회하는 1,015표의 찬성이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인정 사실만으로 이 사건 총회 결의를 무효로 할 만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개표 절차에서의 하자 유무

앞서 인정한 사실에다가 을 제13호증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총회 의결(투표) 과정을 관리한 선거관리위원회는 원고들에 의하여 구성되었는데, 원고들에게 불공정, 편파적으로 절차를 진행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② 당초 검표 결과와 법원의 검증 결과를 비교하여 보더라도 당초 검표 과정에서 다수의 찬성표를 무효표로 처리하는 등 엄격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이고, 검표가 원고들에게 불리하거나 편파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볼 수 없는 점, ③ 일반적인 선거관리관행상 선거관리위원회 전원이 출석하지 않은 채 개표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④ 선거관리위원회 종사원 G이 투표함을 봉인하지 않은 채 보자기에 싸서 이동하였고 첫째 날 투표 후 자신의 집으로 가져갔다가 다음날 계속 투표를 진행하여 투표함의 관리 방식에 일부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관리 방식의 문제가 투표 내용 및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할 수 없고, 이를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주장하는 위 사정으로 인하여 이 사건 총회 결의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

총회 사유 공고 및 소명 기회 부여에 관한 절차상 하자 유무

1)

원고들은 이 사건 총회 결의가 사실상 원고들에 대한 징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므로, 먼저 이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것과 같이 피고의 규약 제48조는 임원에게 징계사유가 있을 시에는 절차를 거쳐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49조는 징계의 종류로 경고, 정권, 제명을 규정하고 있을 뿐 임원의 해임은 징계의 종류로 열거하지 않고 있다. 한편, 피고의 규약 제12조 제3호는 총회의 기능으로 임원의 불신임 및 징계에 관한 사항이라고 규정하여 불신임과 징계를 구별하고 있고, 제22조 제2항도 임원의 해임을 특별 결의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징계의 종류에 임원의 해임(피고의 규약은 '불신임'과 '해임'을 혼용하고 있으나, 아래에서는 '해임'이라고만 한다)은 포함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임원의 해임은 임원인 조합원에 대하여 임원으로서의 위임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에 그치고 조합원으로서의 지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음에 반하여 징계는 조합원으로서의 지위 자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인 점을 감안하면, 임원에 대한 해임과 징계는 구별되는 개념이라고 보아야 한다.

2)

피고와 그 임원인 원고들 사이의 법률관계는 신뢰를 기초로 한 위임 유사의 관계로 보아야 한다.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고, 다만 당사자 일방이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할 뿐이므로(민법 제689조), 규약에서 해임사유를 정하고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특별한 사유가 없더라도 언제든지 규약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임원인 원고들을 해임할 수 있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다70368 판결 등 참조).

임원을 해임할 때에 해당 임원에 대하여 소명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별다른 규정이 없고, 이 사건 총회 결의는 징계가 아닌 해임에 해당할 뿐이므로, 징계를 전제로 한 절차 규정도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더구나 해임에 별다른 사유가 필요하지도 않은 이상 해임결의를 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소명기회가 부여되어야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에게 소명기회가 부여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총회 결의가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이처럼 원고들에 대한 해임 결의에는 특별한 사유가 필요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총회 결의의 공고에 '원고들에 대한 불신임'이라고만 기재되어 있고 그 해임사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고 하여 공고가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

3)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마.

이 사건 총회 결의가 회의 방식이 아닌 선거 방식으로 이루어져 무효인지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에다가 앞서 든 증거들 및 을 제1 내지 1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노동조합법은 노동조합의 민주적 운영을 위하여 조합원 전체로 구성되는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총회를 두도록 하고, 노동조합을 자주적・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데에 필요한 주요사항(그중 하나가 임원의 선거와 해임에 관한 사항이다)에 관하여 반드시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총회에서 의결하여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제16조), 피고가 각자의 근무 시간이 다른 고속버스 승무원들로 이루어진 노동조합인 데다가 조합원들의 주된 근무 장소도 여러 곳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모든 조합원들이 한 장소에 모여 총회를 개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러한 토론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총회 결의를 무효라고 선언한다면 이는 오히려 피고 조합원들이 총회를 통하여 민주적으로 의사를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원천적으로 부인하는 셈이 되는 점, ② 이 사건 총회는 2017년 하반기에 있었던 임금협상 때부터 논란이 된 사용자의 상여금 분할지급 방안에 관하여 원고들이 취한 태도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으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보이고, 상여금 분할지급 문제는 전 조합원의 근로조건과 관련된 것으로서 이 사건 총회의 소집 공고가 있기 전에도 원고들이 취한 태도에 대한 조합원들의 토론은 상당히 오랜 시간에 거쳐 개별적으로 이루어져 왔을 것으로 보이므로, 개별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형성할 기회가 충분히 부여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총회 결의가 전체 조합원 1,586명의 91%가 넘는 1,447명의 투표에 의하여 이루어진 점 등을 고려하면, 모든 조합원들이 함께 모인 회의장에서 이 사건 총회 결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조합원들 상당수의 참여에 의하여 형성된 의사의 표현인 이 사건 총회 결의의 효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박종택(재판장) 임상은 서지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