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7. 11. 선고 2018가합577688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피혁제품(구두, 핸드백, 액세서리), 의류제품 제조 및 도·소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나.

원고들은 별지 목록 '업무개시일'란 기재 각 해당 일자에 피고와 사이에 '백화점 내 피고의 매장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피고로부터 매출실적에 대한 일정 비율의 위탁수수료를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부터 피고의 매장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업무를 수행하다가, 별지 목록 '업무종료일'란 기재 각 해당 일자에 위 업무를 종료한 사람들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4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의 쟁점

원고들은, 위탁계약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들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에 대하여 퇴직금의 지급을 구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들은 피고와 위탁계약을 체결하여 스스로 판매사원을 고용하고 피고의 상품을 판매한 독립적인 사업자로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하는지 여부라 할 것이므로, 아래에서 이를 살피기로 한다.

3.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①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②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③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④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⑤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⑥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⑦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⑧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59146 판결 등 참조).

나.

인정 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3, 5 내지 13, 15 내지 21호증, 을 제6 내지 14, 2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의 백화점 내 매장 운영 방식

가)

피고는 백화점 운영회사와 특약매입거래계약을 체결하여 백화점 내에서 피혁제품(구두, 핸드백, 액세서리), 의류제품 등 피고의 상품을 판매할 매장을 배정받고, 원고들과 같이 매장을 운영하며 상품판매를 담당할 매장매니저와 위탁계약을 체결하여 매장매니저들로 하여금 상품판매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하였다.

나)

피고는 1년 단위로 위탁계약을 갱신하는 방식으로 매장매니저와의 계약관계를 지속하였으며, 위탁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경우 그 매장을 운영할 매장매니저를 다시 모집하여 위탁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매장을 운영하였다.

다)

원고들이 피고와 위탁계약을 체결하며 작성한 위탁계약서 상호 간에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그 내용이 동일한데, 위탁계약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2)

원고들의 업무내용 및 근무방식

가)

피고는 원고들에게 매출실적에 따른 위탁수수료를 지급하였는데, 위탁계약 체결 시 정하는 위탁수수료율은 원고별 및 매장별로 다르고, 원고들이 지급받은 위탁수수료 액수는 원고들 상호 간은 물론 매출실적에 따라 매월 차이가 있었으며,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급하는 위탁수수료에 상·하한이나 고정수수료가 존재하지는 않았다.

나)

원고들은 피고가 지정한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였고, 피고가 행사기간 및 할인율을 정하여 할인행사를 진행할 경우 이에 따라야 하였으며, 원고들이 임의로 상품을 할인하여 판매하거나 할인율을 정할 수는 없었다.

다)

피고는 원고들이 매장에서 상품을 진열하는 방식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하였고, 원고들이 이를 이행하였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원고들에게 상품 진열사진을 촬영하여 보고할 것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라)

피고는 휴대전화 메신저 프로그램인 I 단체대화방을 통해 업무와 관련된 공지사항과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보고를 받기도 하였는데, 구체적으로 원고들은 당일 영업 마감 후 피고의 본사 직원에게 매장의 일별 매출현황을 I 메시지로 보고하였고, 피고의 본사 직원은 원고들이 보고한 결과가 취합된 주별, 월별 매출현황표를 I 메시지로 전송하여 매출부진을 지적하거나 매출활성화를 독려하기도 하였다.

마)

원고들은 통상적으로 백화점의 영업시간 동안 매장에서 근무하였는데 원고들의 근무시간은 백화점의 운영시간에 따라 정해졌다. 피고가 원고들의 출퇴근이나 단기 휴가 사용을 확인하는 등 원고들의 근태를 관리하지는 않았고, 장기 여름휴가의 경우 피고가 일정한 기간을 제시하여 가급적 그 기간에 여름휴가를 갈 것을 유도하고 원고들이 여름휴가 일정을 보고하도록 하였다.

바)

피고는 원고들을 대상으로 월 1회 정기적으로 전국 매장관리자 영업회의를 실시하여 상품 판매업무 등에 관한 지시사항을 전달하였고, 비정기적으로 매출실적이 부진한 매장이 있는 경우 해당 매장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부진매출회의를 실시하였다.

사)

원고들에게는 피고의 정규직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복무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았다.

3)

원고들의 영업 형태

가)

원고들은 직접 자신의 명의로 판매사원을 채용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판매사원들에 대한 급여를 지급하였다. 피고는 매장별 판매사원 수가 적정하게 유지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원고들에게 판매사원의 결원 및 교체사항에 대한 보고를 요구하였을 뿐, 판매사원의 채용 여부, 채용조건, 휴가 사용, 출퇴근 등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나)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매장운영 및 상품판매에 필요한 비품을 무상으로 제공받았고, 원고들이 피고와 위탁계약기간 종료 후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위 비품은 원고들이 근무한 매장의 후임자에게 인계되었다.

다)

원고들은 모두 그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여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고, 피고를 사업장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되지 않았다.

다.

구체적 판단

앞서 든 각 증거에 을 제16 내지 1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지급받는 위탁수수료는 원고들이 제공한 업무의 내용이나 시간에 관계없이 오로지 매출실적에 비례하여 그 지급 여부 및 지급액이 결정되었고, 위탁수수료에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존재하지 않았다.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위탁수수료로 판매사원들에 대한 인건비를 지급하거나 매장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제반 비용을 지출하였으므로, 위 위탁수수료가 원고들이 피고에게 제공한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2)

피고는 원고들이 판매할 상품의 가격을 정하고 원고들이 임의로 할인판매를 하지 못하게 하였으며, 원고들에게 상품의 진열방식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기도 하였으나, 이러한 피고의 조치는 피고가 가진 브랜드의 통일성을 유지하고 피고의 상품을 판매하는 모든 매장에서 동일한 상품이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되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3)

원고들의 근무시간은 백화점과의 관계에서 준수되어야 하는 시간일 뿐 피고가 원고들의 구체적인 출퇴근 시각을 통제하거나 휴게시간을 정하지 않았고, 피고의 본사 직원이 원고들의 출근 여부를 상시적으로 확인하는 등의 근태관리를 하지도 않았다. 피고의 본사 임직원이 원고들이 운영하는 매장에 방문하여 매장 운영실태를 확인한 경우도 있지만, 이는 위탁자의 지위에서 위탁계약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매장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점검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상시적이고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4)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속적으로 매출실적을 제고할 것을 독려하기도 하였으나, 매출실적에 따라 원고들이 지급받는 위탁수수료 액수가 증감·변동하고 원고들의 매출실적이 피고의 수익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된 이상 피고가 원고들에게 매출실적을 높이라고 독려하였다고 해서 피고가 원고들에게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5)

피고가 원고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월 1회 영업회의를 실시한 것은 원고들이 판매하는 상품이 피고가 제조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브랜드의 통일성을 확보하고 원고들의 상품에 대한 이해와 매출실적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 목적이 위탁계약의 본지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고, 그 횟수나 빈도가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는 것도 아니다.

6)

피고의 본사 직원이 원고들에게 적정 판매사원 수를 충족할 것을 요구한 경우도 있었지만, 이는 피고가 각 매장에서 근무할 판매사원의 적정 인원을 산정하고 위와 같이 산정한 판매사원의 수를 감안하여 위탁수수료율을 정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고, 피고가 판매사원의 채용 여부나 근태관리 등에 관하여 직접 관여한 바는 없다.

7)

원고들과 같은 매장매니저인 J는 피고와 위탁계약을 체결하여 매장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피고와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여 2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상품을 판매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들과 같은 매장매니저들이 피고에게 전속되어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8)

피고가 원고들에게 징계권을 행사한 적은 없었고, 원고들의 매출실적이 부진하다거나 원고들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직접적으로 불이익한 조치를 하였다거나, 계약기간 중 위탁계약을 해지하였다거나, 담당 매장을 변경하는 등의 조치를 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라.

소결론

결국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퇴직금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형표(재판장) 김근홍 장윤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