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모 방적 및 모직물 제조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원고는 2016. 1. 1. 피고와 사이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고용계약서(위 고용계약서 작성으로 체결된 계약을 '이 사건 위촉계약'이라 한다) 및 연봉계약서를 작성하고, 피고의 석유화학본부 영업담당 상무로 근무하였다.
피고는 2018. 2. 23. 원고에게 이 사건 위촉계약이 2017. 12. 31. 기간 만료되었는데, 2017. 12. 예정되었던 피고의 정기 임원인사가 지연되어 피고가 2018. 2. 8.이 되어서야 원고에게 계약기간 만료 사실을 구두로 통보한 점, 업무 인계기간 및 신변 정리기간을 고려하여 2018. 2. 28.까지 계약기간을 연장한다는 취지의 통보를 하였다.
그 후 원고와 2018. 3. 5. 피고와 사이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임원계약(이하 '이 사건 임원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2018. 3. 9. 피고에게 이 사건 위촉계약은 기한이 한정되어 있지 않고 이 사건 위촉계약 해지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이 사건 임원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피고의 기만행위이므로 이 사건 임원계약서의 원고 날인을 철회한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의 주장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데, 피고가 2018. 3. 31. 원고에 대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해고를 통보하였으므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해고는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위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 위촉계약은 2018. 1. 1. 자동연장되어 그 계약기간이 2018. 12. 31.까지 라고 할 것인데, 원고는 피고의 강박에 의하여 계약기간을 2018. 3. 31.까지로 하는 이 사건 임원계약을 체결하였다가 2018. 3. 9. 이를 철회하였으므로, 자동연장된 이 사건 위촉계약에 따라 원고는 복직되어야 한다.
피고의 주장
원고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 할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판단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회사의 임원이라 하더라도, 그 업무의 성격상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 임원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의 임원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그 업무수행의 실질이 위와 같은 정도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는 것이라면, 그 임원은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 을 제11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피고의 상무로 근무하기 전 1989. 1.부터 2013. 1.까지는 D 주식회사에서 해외영업 및 신사업 담당 팀장으로, 2013. 1.부터 2016. 2.까지는 E 주식회사에서 해외영업 및 신사업 담당 임원으로 각 근무하였다.
원고의 피고 내 직책은 석유화학본부 영업담당인바, 피고의 직제규정 제10조 제1항에 따르면, '담당'은 본부장 및 대표이사를 보좌하고 담당의 모든 업무를 총괄한다.
피고는 원고의 종전 근무경력에 기초한 전문적인 능력을 고려하여 원고에게 피고의 석유화학제품 영업 부문에 관한 포괄적인 권한을 맡긴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원고의 출퇴근이나 근무태도 등을 관리, 감독하였다거나 원고가 피고의 취업규칙에 구속되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피고가 원고에게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였다는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원고는 일반 직원보다 현저하게 높은 보수인 연봉 150,000,000원을 지급받았고, 법인차량, 법인카드 제공 등 차별화된 복리후생의 혜택을 받았다.
위와 같은 피고의 직제규정의 내용, 피고의 경영목적상 필요에 의하여 원고가 상무로 위촉된 경위, 그 과정에서 고려되었을 원고의 종전 근무경력과 담당 직위의 상관관계, 직원보다 현저하게 우대받은 원고의 보수 및 처우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피고의 대표이사 등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정해진 노무를 제공하였다기보다는 피고의 석유화학제품 영업에 관한 업무를 포괄적으로 위임받아 이를 총괄하면서 상당한 정도의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달리 원고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이 사건 위촉계약의 종료
원고는 이 사건 임원계약은 취소(철회)되었고, 이 사건 위촉계약이 2018. 12. 31.까지 존속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임금청구에 관한 원고의 주장을 위임계약 존속에 따른 보수지급청구 내지 존속 중인 위임계약의 일방적인 해지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로 선해하여 본다.
이 사건 위촉계약은 별도의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고 있고(이 사건 연봉계약서 제1조에서 연봉계약기간을 2016. 1. 1.부터 2016. 12. 31.까지로 정하고 있기는 하나, 이러한 사실만으로 이 사건 위촉계약기간이 2016. 1. 1.부터 2016. 12. 31.까지로 한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보수의 정함이 있는 유상위임계약으로서 피고의 원고에 대한 계약해지사유를 별도로 정하고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렇다면 이 사건 위촉계약은 수임인인 원고의 이익도 목적으로 하는 위임계약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위임계약은 원래 해지의 자유가 인정되어 쌍방 누구나 정당한 이유 없이도 언제든지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다만 불리한 시기에 부득이한 사유 없이 해지한 경우에 한하여 상대방에게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질 뿐이지만, 위임인의 이익과 함께 수임인의 이익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위임의 경우에는 위임인의 해지 자유가 제한되어 위임인으로서는 해지 자체는 정당한 이유 유무에 관계없이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정당한 이유 없이 해지한 경우에는 상대방인 수임인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다47108 판결 등 참조), 피고의 원고에 대한 2018. 2. 23.자 통보는 이 사건 위촉계약을 2018. 2. 28.자로 종료한다는 내용의 계약해지통보에 해당하여 위 해지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피고가 원고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여지가 있으나, 한편, 을 제3, 7, 8, 9, 15, 16, 1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는 2018. 2. 8. 피고의 대표이사로부터 이 사건 위촉계약이 2018. 2. 28.로 종료된다는 통보를 받자 피고에게 2018. 3. 31.까지 임원 신분을 연장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피고는 원고의 위 요청에 응하지 않고 원고와 사이에 계약기간을 2018. 3. 1.부터 2018. 5. 31.까지로 하는 고문계약을 체결하려고 하였으나, 결국 원고의 요청이 받아들여져 이 사건 임원계약을 체결하게 된 점, ② 피고가 이 사건 임원계약 체결 과정에서 원고를 강박 또는 기망하였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점, ③ 이 사건 임원계약은 2018. 3. 5. 체결되었으나 그 계약기간을 2018. 1. 1.부터 2018. 3. 31.까지로 정하고 있는데, 피고의 원고에 대한 2018. 2. 23.자 통보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위촉계약의 계약기간을 2017. 12. 31.까지라고 인식하고 있고, 위 통보를 받을 무렵 원고도 마찬가지로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임원계약기간의 초일을 위와 같이 2017. 12. 31.의 다음날인 2018. 1. 1.로 정한 것은 이 사건 임원계약의 체결로써 이 사건 위촉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에 기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원고는 2018. 3. 9. 이 사건 임원계약을 철회하였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임원계약에 강박 또는 기망 등 취소사유가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원고의 위 주장을 이 사건 임원계약 제7조 제1항에 따른 계약해지 주장으로 보더라도, 이 사건 임원계약 해지 여부는 이 사건 위촉계약 합의해지의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점, ⑤ 원고는 이 사건 임원계약 종료일 무렵인 2018. 4. 2. 피고에게 법인차량을 반납하였고, 2018. 4. 5. 피고로부터 퇴직금을 수령한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위촉계약은 원고의 의사에 기하여 이 사건 임원계약이 체결됨으로써 적법하게 합의해지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이 사건 위촉계약을 해지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도영(재판장) 이효은 정지원
각주1) 피고의 오기로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