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1. 28. 선고 2019가합504632 판결

주문

1.

이 사건 소를 모두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D, D문화 및 D산업의 진흥과 관련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국민삶의 질 향상과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여, D 및 D문화 육성, 홍보, 체험, 보급 업무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나.

피고의 정관 및 직제규정에 의하면, 임원(이사장, 이사, 감사 등)을 제외한 직원은 아래 표와 같이 나뉘며, 그 중 사무총장은 이사장을 보좌하고 부서별 분장업무를 관장하며, 이사장의 궐위 또는 사고시에는 당연직 이사 중 최연장자가 그 직무를 대행하고 진흥원의 사무는 사무총장이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

원고는 2016. 3. 31. 피고에 입사하여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다가 2018. 6. 11. 직권면직 처분을 받았는데, 그 경위는 다음과 같다.

1)

원고는 피고의 이사장 궐위로 2017. 5. 13.경부터 2018. 4. 1.경까지 이사장 직무대행을 겸하였다.

2)

피고는 'E 홍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외부 용역업체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금을 받아, 위 사업의 일환으로 이탈리아, 스웨덴, 호주, 미국, 프랑스 등 5개국을 방문하여 식품 관련 공공기관과 식문화교류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에 원고는 프랑스 공공기관과의 업무협약 체결을 위하여 피고의 교류협력사업부 F 부장, 같은 부 계약직 직원 G와 함께 2017. 11. 6. ~ 2017. 11. 10. 일정으로, 프랑스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원고, F, G는 현지에서 업무와 무관한 식사비용으로 두 차례에 걸쳐 1인당 1식 327,000원, 1식 595,000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다하게 지출하였음에도 이를 해외 간담회 비용인 것처럼 처리하여 용역업체로 하여금 정부 지원금을 사용하게 하였고, 원고는 출장시 직책수행경비만 이사장 직무대리 직위를 기준으로 지급받을 수 있음에도 국외여비 마저 이사장 직무대리 직위를 기준으로 하여 1,029,000원을 과다하게 지급받았다.

3)

그 후 언론에 위 내용이 보도되는 등 피고의 명예가 훼손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원고와 피고는 원고 면직의 근거규정을 마련하고자 2018. 3. 29. 이사회를 개최하여 인사규정 제26조 제2항을 신설하는 것으로 개정하였는데, 당시 원고는 이사장 직무대행으로서 위 이사회에 참석하는 등 위 개정에 동참하였다.

인사규정 제26조(면직)

②

직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될 때에는 이사장은 직권에 의하여 면직할 수 있다.

1.

고의 또는 과실로 채용 비리 등 중대한 사고를 발생시킨 경우

2.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된 경우, 다만,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되었으나 부정에 직접 가담하지 아니한 자를 면직시킬 경우에는 필요시 인사위원회의 동의를 거칠 수 있다.

4)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2018. 4. 23.경 피고에게 해외 출장시 호화 식사 논란 등 물의를 빚은 자에 대한 직무정지 등 조치를 취하여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하였다. 한편 원고는 2018. 5. 11. 개인사정을 이유로 한 사직원을 제출하였다.

5)

농림축산식품부는 피고에 대하여 2018. 4. 24.경부터 2018. 4. 27.경까지 특정감사를 실시하였고, 2018. 5. 23.경부터 2018. 6. 5.경까지 정기감사 또한 실시하였다.

6)

피고는 2018. 5. 26.경 면직 처분에 관하여 원고에게 구두로 통지하였고, 2018. 6. 11. 인사발령으로 피고의 인사규정 제26조에 의하여 원고를 직권면직 하였다(이하 '이 사건 면직처분'이라 한다).

라.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2018. 10. 8.경 피고에게 원고, F, G의 위와 같은 비위행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의 처분을 요구하는 '정기감사 결과 및 처분요구서'를 보내왔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 을 제1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피고의 본안전항변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청구 및 피고의 신의칙 위반 항변

원고는 이 사건 소로, 이 사건 면직처분은 사실상 징계해고인데, 이는 서면에 의하지 아니하여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였고, 징계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며, 인사규정 제26조를 위법하게 소급 적용한 것이어서 면직사유가 인정되지 않고, 경미한 과실로 인한 비위행위에 관하여 중징계인 해고처분을 한 것이어서 근로기준법 제23조의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면직처분은 부당해고로서 절차적 및 실체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해고무효 확인 및 원고가 피고에서 계속 근무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의 지급을 구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면직처분에 관하여 원고가 이를 원만하게 수용하였고, 원고의 요구에 의하여 원고의 퇴임 간담회, 각 부서장들과의 오찬 등 행사를 진행하였으며, 이후 퇴직금을 이의 없이 수령하였는바, 이 사건 소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며 본안전 항변을 한다.

나.

관련 법리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고용관계(근로자의 지위)의 존부를 둘러싼 노동분쟁은, 그 당시의 경제적 정세에 대처하여 최선의 설비와 조직으로 기업활동을 전개하여야 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물론, 임금 수입에 의하여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신속히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실효의 원칙이 다른 법률관계에 있어서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으로서의 실효기간(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길이와,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 측과 상대방 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다204105 판결 등 참조), 사용자로부터 해고된 근로자가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를 다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거나 그 외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 하에서 이를 수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그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0. 4. 25. 선고 99다34475 판결 등 참조).

다.

이 사건의 경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위 기초사실과 그 인정근거 및 을 제11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프랑스 출장 관련 호화 식사 등 비위행위 문제가 불거지자 피고는 원고의 이사장 직무대행 기간 중 이사회를 개최하고 인사규정의 새로운 면직사유를 신설하는 것으로 개정하였는데, 원고는 이사장 직무대행자로서 이에 동참하였는바, 비위행위자인 원고로서는 자신에 대하여 행하여 질 면직 처분을 예상하고 이에 동의하여 위 개정에 협조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의 징계규정에 의하면, 직원에 대한 징계는 '직원 징계심의요구서를 통한 징계의결 요구 → 인사위원회 간사의 징계사유 조사 → 인사위원회 부의 및 징계 요구 → 인사위원회 징계 의결' 등의 절차에 따라 진행이 되는데, 원고는 이 사건 면직처분에 의하여 징계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되었고, 징계 절차에도 회부되지 않았던바(관련자인 F 부장은 농림축산식품부의 감사 결과 중징계 처분을 요구함에 따라 피고가 F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 입장에서 이 사건 면직처분에 동의할 명분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원고 스스로 피고에게 사직원을 제출하기도 하였고, 또한 이 사건 면직처분 당시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았으며, 피고의 급여 규정에 따른 퇴직금도 별다른 이의 없이 수령하였고, 퇴임 간담회와 부서장과의 오찬 등 퇴임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응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그 후 원고는 이 사건 면직처분을 다투지 않고 있다가 아무런 사정 변경이 없음에도 위 처분일로부터 7개월 이상 경과한 2019. 1. 31. 위 면직처분이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면서 해고무효 확인과 미지급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로서는 이 사건 소 제기 무렵에는 원고가 위 면직처분의 효력을 인정하고 더 이상 이를 다투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해고무효 확인 및 위 해고의 무효를 전제로 원고가 피고에 계속 근무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소는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 할 것이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의 위 본안전항변은 이유 있다(또한 피고는, 원고의 사무총장 임기가 2019. 3. 30.로 종료되어 원고의 지위 회복이 불가능하므로 이 사건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취지로 항변하나, 원고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윈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 사건 직면면직에 의하여 재취업의 제한을 받을 위험성이 있으므로 비록 그 임기가 종료되었다 할지라도 이 사건 직권면직의 유무효에 관한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의 위 항변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도영(재판장) 이효은 정지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