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퇴직금산정표’의 ‘법정퇴직금’란 기재 각 해당 돈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같은 표의 ‘지연이자 기산일’란 기재 각 해당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얻어 신용조사업, 금융기관 채권관리에 관한 용역업, 채권 추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들은 별지 ‘퇴직금산정표’의 ‘근무 기간’란 기재 각 해당 기간 동안 피고와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채권관리 및 추심업무(이하 ‘채권추심업무’라 하고, 위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채권추심원’이라 한다)를 수행하였던 사람들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들
원고들은 피고와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채권추심업무를 수행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원고들은 피고와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그 계약의 내용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수수료를 받아 온 독립적인 사업자일 뿐,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게 종속되어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설령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였다 하더라도, 피고는 채권추심원을 근로자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 이후 2012. 6. 25. 채권추심원에게 적용되던 위임직 운용규정을 폐지한 것을 시작으로, 2012. 10. 1.과 2015. 2. 1. 관련 위임계약서를 전면 개편하고, 채권추심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구속하지 않고 개인별 회수 계획과 실적 등을 일체 보고받지 않는 등 업무형태를 변경하였으며, 전국 영업부 및 영업점에 채권추심원에 대한 지휘․감독으로 오인될 만한 행동을 근절하도록 한 후 매월 체크리스트를 통하여 이를 점검하고, 독촉장 발송비용을 채권추심원들이 부담하도록 하거나 채권배정 시 채권추심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였으며, 채권추심원들의 업무수행에 대한 평가제도(이른바 ‘Cut-off’ 제도)를 폐지하는 등 광범위한 제도 개선(이하 ‘제도 변경’이라 한다)을 하였으므로, 적어도 위와 같이 업무형태가 변경된 2015. 2. 1.경부터는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라 할 수 없다. 따라서 ① 2015. 2. 1. 이후에 최초 위임계약을 체결한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고, ② 2015. 2. 1.부터 1년 미만 이전에 최초 위임계약을 체결한 원고들의 청구는 근로자로 근무한 기간이 1년 미만이어서 퇴직금청구권이 발생하지 아니하였거나 퇴직금청구권이 발생한 2015. 2. 1.부터 3년이 도과한 2019. 7. 23.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모두 이유 없으며, ③ 2015. 2. 1.부터 1년 이상 이전에 최초 위임계약을 체결한 원고들의 청구 역시 마찬가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모두 이유 없거나, 적어도 2015. 2. 1. 이후 기간에 대한 퇴직금 청구 부분은 이유 없다.
판단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제도 변경 이전 근무기간에 대한 판단
갑 제2, 4 내지 26, 28, 29, 37호증, 을 제2, 20 내지 22, 31, 33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이 법원의 고양세무서, 강서세무서에 대한 각 과세정보제출명령 결과 및 W 주식회사, X 주식회사, Y 주식회사, Z 주식회사, AA 주식회사, AB 주식회사, AC 주식회사, AD 주식회사, AE 주식회사, AF 주식회사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제도 변경 이전에 피고와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채권추심업무를 수행하였던 원고들은 그 계약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는 영업본부 산하에 은행채권부, 통신채권부, 카드채권부, 캠코채권부 등부서를 두고, 전국 9개 지점과 4개 사무소로 이루어진 채권추심조직을 운영하였는데, 원고들은 위 각 부서 내지 지점 소속으로 채권추심업무를 담당하였다.
원고들이 수행하는 채권추심업무는 피고가 영위하는 사업의 핵심적이고 중요한 부분이고,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 관계 법령과 금융감독기관을 통해 비교적 강한 규제를 받는다. 피고로서는 원고들이 관계 법령 및 관련 규제사항을 위반하지 않도록 상시적으로 지휘․감독할 필요성이 있다.
피고는 관계사인 주식회사 AG, 주식회사 AH 등의 금융기관으로부터 채권의 관리 및 추심을 위임받거나, 주식회사 AI, AJ유한회사가 각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위탁받아 관리하는 채권의 관리 및 추심을 재위탁받아 정기적으로 원고들에게 추심할 채권을 배분하였다. 피고는 채권추심, 재산관계 파악, 채무액 조정 및 감면, 법적 절차 진행 등 각 업무에 관한 수행방법을 정하여 놓고, 원고들로 하여금 이에 따르도록 하였다. 따라서 원고들의 업무 내용은 피고에 의하여 정해졌다.
피고는 회의를 통해 원고들에게 수시로 실적 유지 및 채무자 관리방법 등에 관한 지시를 하였고, 채권추심 시 필요한 유의사항과 지식, 민원대처요령 등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였다. 또한 미수채권 회수에 만전을 기하고 기간별 계획을 달성할 것, 개인신용정보의 관리를 철저히 하고 불법취득을 금지할 것, 채권추심 관련 금지행위 및 제재사항 등에 관하여 수시로 공지하였다.
피고는 원고들로 하여금 매월 초 채권회수 목표치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보고하는 외에 매일 교섭내용 등록 건수 및 추진실적 현황 등 채권추심업무 수행 상황을 피고의 전산시스템에 입력하게 하였다. 피고는 원고들의 목표달성률을 수시로 점검하면서 매월 채권추심실적을 평가하여 그 결과를 공지하고 월간 목표달성을 독려하였고, 실적에 따라 수수료 지급률에 차등을 두기도 하였으며, 채권추심실적이 저조한 경우 경고를 하거나, 담당할 채권을 적게 배분하거나, 위임계약을 해지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었다.
원고들은 외근이나 출장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가 지정한 출․퇴근 시각에 따라 통상 08:30경 피고의 사무실에 출근하여 배정된 업무를 수행하다가 19:00경 퇴근하였다. 외근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사전에 피고에게 외출시간, 목적지, 귀환시간 등을 보고하고 외근 후에 현장방문결과보고서를 작성하여 보고하여야 했다. 피고는 원고들을 비롯한 채권추심원들에게 연장, 주말근무를 지시하거나, 현장방문일자를 지정하여 현장을 실사하고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지시하기도 하였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피고의 사무실 내 지정된 자리를 배정하였고, 컴퓨터 등 비품을 제공하였으며, 우편요금, 주민등록등․초본 및 부동산등기부등본 서류 발급비용 등 채권추심업무 수행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였다.
원고들은 제3자로 하여금 자신의 채권추심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없었다.
원고들은 피고가 배정한 채권의 추심업무만 수행했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고객을 유치하거나 추심업무의 양을 늘림으로써 수입의 규모를 확대할 수 없었다. 이러한 점을 보면 원고들이 독립하여 자신들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거나 그로 인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원고들에게 피고의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은 적용되지 않았지만 2012. 6. 25.까지 위임직 운용규정이 적용되었다. 아래와 같이 위임직 운용규정 제16조 제1항은 사실상 징계해고(제1호, 제5호) 또는 정리해고(제2호)에 해당하는 사유를 계약해지사유로 정하고 있고, 사실상 채권추심원의 정년(제7호 나목)을 정하고 있는 등 실질적으로 취업규칙 또는 인사규정에 준하는 내용을 정하고 있다.
피고는 근태, 민원 발생, 실적 등에 관한 평가제도를 시행하고, 기준에 미달하는 행위를 반복할 경우 계약해지 사유로 삼았다(이른바 ‘Cut-off’ 제도).
원고들은 기본급이나 고정급 없이 성과급의 형태로만 매월 일정한 일자에 전월의 업무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받았지만 이는 채권추심업무의 특성에 의한 것일 뿐이고, 그러한 성과급 형태의 돈이 원고들이 제공한 근로의 양과 질에 대한 대가로서의 임금의 성격을 지니지 아니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는 캠코채권부 소속 원고들의 경우 피고의 전산시스템이 아닌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의 전산시스템에 직접 접속하여 업무를 수행하였으므로 피고가 원고들의 업무수행에 관여할 여지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캠코채권부 소속 원고들의 경우에도 피고가 구체적인 업무수행방법 등을 지시하고, 원고들의 업무처리가 피고의 업무처리지침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관리․점검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다른 부서 소속 채권추심원들과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이 자신들과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는 캠코의 전산시스템에 직접 접속하여 업무수행내역 등을 전산입력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원고들과 계약관계를 맺은 피고의 지시에 의한 것이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업무상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원고들이 속한 부서나 지점별로 개별적인 업무지시의 강도 또는 그 지시에 따르지 않았을 경우에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불이익의 정도가 다소 다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이 채권추심원들의 근로자성을 달리 판단할 만큼 본질적인 차이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들은 피고와 위임계약을 체결한 다음 통상적으로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였고, 짧게는 약 1년 1개월, 길게는 약 13년 5개월 동안 피고의 채권추심업무를 수행하는 등 업무의 계속성이 있었고, 관계 법령 및 위임계약상 다른 채권추심회사의 업무를 수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피고에게 전속되어 근무하였다.
일부 원고들이 피고와의 계약관계가 유지되는 기간 동안 다른 곳에서도 근로소득 또는 사업소득을 얻은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소득을 올리게 된 경위에 관한 원고들의 설명(투자에 대한 배당금, 야간 대리운전, 배우자의 사업 등)이 합리적이고, 관련 증거(갑 제37호증, 을 제33호증)가 이에 부합하는 점, 소득금액이 대체로 크지 아니한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목표설정에서부터 업무 처리에 이르기까지 원고들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지휘하고 관리․감독하였으므로 원고들이 다른 회사에 전속되어 근무하거나 일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기는 사실상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이를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유력한 징표로 삼기는 어렵다. 또한 원고들이 피고와의 계약관계가 유지되는 기간 외의 기간에 다른 채권추심회사에서 채권추심업무를 수행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기간제 근로자에게 흔히 발견되는 근로제공의 양상에 불과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들이 피고와의 계약관계가 유지되는 기간 동안 피고에게 사실상 전속되어 근무하였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원고들은 이른바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고,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당하였으며, 교통비, 주유비, 식대 및 채무자 면담비 등의 비용을 스스로 지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들은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에 불과하므로, 이를 들어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쉽사리 부정할 것은 아니다.
제도 변경 이후 근무기간에 대한 판단
을 제1, 10 내지 19, 23, 30, 34, 39 내지 5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는 2012. 6. 25. 사실상 취업규칙 또는 인사규정에 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던 위임직 운용규정을 폐지하였다.
피고는 2012년 및 2015년 무렵 근로관계로 볼 수 있는 위임계약서의 규정들을 개정하였다. 2015. 2. 1.자로 최종 개정된 채권추심 위임계약서는 개정 전 위임계약서와는 달리 실적 부진 또는 연령 등을 계약해지사유에서 제외함과 아울러, 채권추심원은 관련 법규에서 정한 시간적, 장소적 제약 이외에는 다른 제약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재량에 따라 추심활동을 할 수 있고(제6조 제2항), 관련 법규에서 겸업을 제한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위임업무 외의 다른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제9조), 추심활동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제7조 제4항)고 정하였다. 2015. 2. 1. 이후 위임계약을 갱신하거나 새로 위임계약을 체결하게 된 원고들은 위와 같이 변경된 계약서에 따라 피고와 위임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2013. 1. 18. 전 부서에 ‘채권추심원을 포함한 자산관리사들에 대한 지휘․감독으로 오인될 만한 행동을 금지하고, 2015년경 각 영업부․영업점에 위임직에 대한 출퇴근 관리, 실적 관리, 행정 관리 등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내용의 체크리스트를 배포하여 2015. 9. 10.경부터 매월 각 영업부․영업점별로 점검결과가 기재된 체크리스트를 보고받았다.
피고는 2015. 3. 1.부터 독촉장 발송비용을 채권추심원들이 부담하도록 하였고, 2015. 8. 1.부터는 피고가 채권추심원의 수와 동일한 수의 ’대상채권 묶음‘을 설정하고, 채권추심원들이 제비뽑기 방식으로 순위를 결정한 후 그 순위에 따라 묶음을 선택하도록 하여 채권 배정 시 채권추심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였다.
피고의 채권추심업무를 수행한 채권추심원들이 2015년경 이후 Cut-off 제도에 따른 평가를 받았다거나 그 평가 결과 피고와의 계약이 해지되는 등의 불이익을 입었다는 등의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앞서 본 사실관계에다가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30 내지 38, 40 내지 43호증, 을 제24 내지 27, 2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은 제도 변경 이후에도 여전히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위 3. 가. 2) 나) (1)항의 인정사실만으로 이전과 달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게 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 해당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그 실질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피고가 제도 변경의 근거로 제출한 객관적 자료들은 근로계약관계로 해석될 만한 규정을 삭제하고 위임계약관계로 해석될 만한 규정을 추가․강조하는 방식으로 변경된 위임계약서, 피고 소속 각 영업부․영업점의 장이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한 체크리스트, 위임직 운용규정 폐지 등 제도 변경과 관련하여 피고가 각 부서에 발송한 공문들인데, 위 자료들만으로는 제도 변경 이후 원고들의 업무수행 방식과 피고의 지휘․감독의 정도가 근로자성을 달리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실질적으로 변경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
2015. 8. 1. 이후 추심채권의 배정 방식이 제비뽑기 방식으로 변경되기는 하였지만, 이는 추심대상채권을 배정하는 방식을 변경한 것에 불과하고 그 변경도 피고에 의하여 이루어진 점, 대상채권 묶음도 피고가 설정하는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방식의 변경이 있다고 하여 채권 배정이 피고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벗어났다고 볼 수는 없고, 여전히 원고들의 업무 내용은 피고에 의하여 정해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피고가 2012. 6. 25. 사실상 취업규칙 또는 인사규정에 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던 위임직 운용규정을 폐지하였으나, 사용자가 정한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 규정 등이 적용되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수 있으므로(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두50168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점만으로 원고들이 근로자가 아니라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
피고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용조사, 금융기관 채권관리에 관한 용역, 채권추심 등을 주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채권추심업무는 피고의 사업에서 핵심적이고 중요한 업무라 할 수 있으므로, 피고로서는 채권추심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상시적으로 필요하였고, 적정한 업무수행을 보장하기 위하여 채권추심원들의 업무에 대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고자 하는 유인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마) 제도 변경 이후에도 피고가 영업본부 산하에 채권추심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을 두어 원고들과 같은 채권추심원들을 이와 같은 조직적 규율 및 체계에 포섭하고 있었던 점, 원고들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업무의 범위와 양을 늘림으로써 이윤을 창출할 수 없었던 점, 원고들이 제3자로 하여금 채권추심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없었던 점 등에는 제도 변경 이전과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채권추심업무의 구체적인 수행방법을 정하여 놓고 원고들로 하여금 이에 따르도록 하였던 ’영업점 채권관리시스템 업무지침(갑 제5호증)‘ 등이 제도 변경 이후에는 더 이상 원고들의 업무처리지침으로 작용하지 않았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
피고는 제도 변경 이후에도 ① 수시로 원고들에게 채권추심업무와 관련한 교육 또는 회의를 실시하고(갑 제30, 40, 43호증), ② 각 채권추심원별로 상담 및 교섭내용 등록 횟수를 정리한 문서인 일별 상담명세(갑 제31호증)와 교섭내용 등록건수(갑 제32호증)를 작성하고, 채권추심원들로부터 지급명령신청 내역 또는 소멸시효 도래 채권에 관한 보고를 받는 등(갑 제38호증) 채권추심원들의 업무수행 과정을 관리하였으며, ③ 채권추심원들에게 마감 예상․확정 실적, 일일 회수 예상 금액 등을 보고하도록 하고(갑 제43호증), 각 채권추심원별 채권회수 목표치, 일별 및 월별 실적, 목표달성률 등을 점검하여 순위를 매기거나 교섭 건수, 법조치 건수, 대환 건수, 대환금액 등을 파악하는 등(갑 제41, 42호증) 업무수행 성과를 관리하였다.
피고 부산지점의 관리 직원은 2016. 6. 1. 원고를 비롯한 부산지점 채권추심원들에게 배부한 전달사항(갑 제34호증)을 통하여, “교섭, 우편물, 현장방문 적극 실시”, “현장방문 2인 1조”, “화요일, 목요일 조별로 방문 예정이며 방문 지역은 시외”, “우편물 발송 매월 600건, 교섭 기록 매월 500건 이상”, “발견 재산은 2016년 12월까지 계속 관리 및 중간 점검을 통해 법조치 신청”, “약정 체결 건 중 기한이익 상실 대상 건 확인 및 등기발송”, “배당금, 우편물 발송, 기타 관련 내용 꼭 AJ 전산에 자세히 등록” 등과 같이 매우 구체적으로 업무수행과 관련한 지시를 하는 한편, “민원 발생시 관리건 제외되고 귀책 여부에 따라 배정시 불이익” 등과 같이 업무수행 결과와 관련한 불이익을 고지하기도 하였다.
피고는 제도 변경 이후에도 원고들을 비롯한 채권추심원들에게 피고의 사무실 내 지정된 자리를 배정하였고, 컴퓨터 등 비품을 제공하였다.
피고 서울사무소, 부산지점 소속 채권추심원들은 출근이 늦어지거나 현장에서 바로 퇴근하는 경우 관리직원들에게 그 사유를 보고하기도 하였는데(갑 제35, 36호증),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근무시간에 대한 규제 없이 자유로운 출퇴근이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 뿐만 아니라 설령 피고가 근무시간과 장소를 제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채무자와의 면담 등을 위해 출장근무가 많은 채권추심업무의 특성상 이는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주요 징표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 밖에 원고들이 지급받은 보수가 근로의 양과 질에 대한 대가로서 임금의 성격을 갖는 점, 노무제공관계의 계속성이 인정되고 원고들이 피고에 사실상 전속되어 근무하였던 점 등은 제도 변경 전․후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위와 같은 제도 변경 이후 피고의 지휘․감독과 관련한 증거들에 관하여 피고는 ’관계 법령에서 정한 의무사항 또는 피고에게 채권추심업무를 위임한 금융기관의 요구사항을 이행한 것에 불과하거나, 금융기관의 지시사항을 그대로 전달한 것에 불과하거나, 수수료 산정 등을 위하여 실적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여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가 피고와 계약관계를 맺고 피고의 사업인 채권추심업무를 수행한 원고들에게 구체적인 업무수행방법 등을 지시하고, 원고들의 업무수행 과정 및 성과 등을 관리․점검한 이상 이로써 적어도 상당한 지휘․감독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설령 그와 같은 지휘․감독이 피고의 위임인인 금융기관의 요구 또는 지시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거나 피고에게 관계 법령에서 정한 일정한 설비 등을 갖출 의무가 부여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사용자가 업무의 수행 과정에서 한 조치가 관련 법령상 규정된 의무 이행을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종속관계의 유무나 근로자성 인정 여부와 관련하여 가지는 의미를 탐구하지 않고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상당한 지휘․감독 등의 사정과 무관한 것으로 취급하는 태도는 타당하지 않다). 또한 피고가 채권추심원들의 실적을 관리하기 위하여 작성한 문서의 내용 등에 비추어 단순히 수수료 산정만을 위하여 필요최소한의 실적을 보고받은 것으로 보이지도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또한 피고는 위 증거들이 피고의 일부 지점들에서 1회적으로 작성된 문서 등에 불과하여 피고의 채권추심원들에 대한 통일적이고 체계적인 지휘․감독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가 전사(全社) 차원의 광범위한 제도 변경을 통하여 근로계약관계의 징표로 해석될 수 있는 요소들을 제거하였다고 주장하며 피고의 전 영업부․영업점의 장이 작성한 체크리스트를 그 주요 근거로 들고 있지만, 체크리스트의 기재와 달리 피고의 일부 지점들에서 지휘․감독관계가 유지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위와 같은 자료들이 발견되었다는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 체크리스트가 과연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계약관계의 실질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자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및 그 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제도 변경을 통하여 원고들에 대한 지휘․감독을 거두어들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피고의 퇴직금 지급 의무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원고들의 재직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들의 근무 기간, 퇴직 직전 3개월간(원고 F의 경우 1년간) 지급받은 수수료, 이를 기초로 산정한 1일 평균임금액, 1일 평균임금액에 30일 및 근무기간을 곱하여 산정한 퇴직금이 각 별지 ‘퇴직금산정표’ 중 ‘근무 기간’, ‘산정기간 수령액’, ‘1일평균임금’, ‘법정퇴직금’란 기재 각 해당 기간 또는 금액과 같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퇴직한 근로자인 원고들에게 퇴직금으로 별지 ‘퇴직금산정표’의 ‘법정퇴직금’란 기재 각 해당 돈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원고들의 퇴직일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같은 표의 각 ‘지연이자 기산일’란 기재 각 해당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에서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는 원고들이 제도 변경이 완료된 2015. 2. 1. 이후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게 되었음을 전제로 2015. 2. 1. 발생한 퇴직금청구권이 이 사건 소 제기 전 이미 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다고 항변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이 제도 변경 이후에도 여전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한 이상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위 소멸시효 항변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모두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마은혁(재판장) 장민경 오주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