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소 중 강직 처분 무효 확인 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원고는 1997. 1. 1.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부장으로 승진하고 2018. 9. 6.부터 인사구매부(전 의원사업부, 이하 편의상 '의원사업부'라 한다) 부서장으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2019. 3. 21. 피고 회사의 영업부 영업 활성화 교육에 참석하고 그날 저녁 다른 직원들과 회식을 하였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C에 2019. 3. 26. '피고 회사의 의원사업부장인 원고가 21일 저녁식사 자리에서 여직원에게 "너 D에서 물뽕 맞은 여자 같아."라는 언급을 하였다.'는 사실과 함께 '사내에 원고가 고의로 여직원의 허벅지나 어깨 등 신체 부위를 건드리거나 밀착시킨다는 추문이 돌았다.', '위계질서가 강한 회사 분위기 속에 스스로 퇴사한 사람도 여럿이었다고 들었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기사가 게재되었다.
피고 회사는 2019. 4. 1. 징계위원회를 열고 "직원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 등 부서장으로서 적절치 못한 언행으로 부서 분위기를 해하고, 회사 명예를 실추시키는 등 복무질서를 문란케 하였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사료되어 상벌규정 제18조 제5호 등, 취업규칙 제5조 및 제69조의3의 규정에 따라 징계함."이라는 사유를 들어 원고의 직위를 부장에서 차장으로 낮추는 강직 1급 처분을 하고, 원고를 총무팀으로 전보 발령하였다.
원고는 2019. 4. 10. 재심을 요청하였고 2019. 4. 18. 재심위원회가 개최되었으나 기존의 처분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원고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이후 2020. 2. 28. 피고 회사에서 퇴사하였다.
이 사건과 관련된 피고 회사 취업규칙 및 상벌규정은 다음과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5호증, 을 제1, 4,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
원고는 회식 자리에서 평소 친하게 지내던 여직원 E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자 "D에서 물뽕 맞은 거 아니지?"라고 농담을 던진 것이 전부이다. E은 인사팀과 면담하면서 그 상황이 기억나지 않고, 설령 그런 말을 들었더라도 개의치 않는다고까지 하였다. 원고의 발언은 사회통념에 비추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고 다른 추문을 담은 기사의 내용도 모두 허위이므로,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
설령 징계사유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강직 처분은 해고 다음으로 강력한 징계로서 원고의 발언 경위에 비추어 보았을 때 매우 과중하다. 한편 피고 회사의 상벌 규정은 전보 발령을 징계의 종류로 정하지 않았으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전보가 가능한데, 영업 업무를 주로 수행했던 원고를 총무팀으로 전보 발령한 것은 그 범위를 넘은 것으로 부당하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 회사의 강직 1급 처분 및 전보 발령에 대한 무효 확인을 구한다.
원고는 총무팀으로 전보되기 전까지 의원사업부 부서장으로서 직책수당으로 월 80만 원(실수령액 기준), 업무활동비로 근무일수당 3만 원을 지급받았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부당한 강직 처분 및 전보 발령을 함으로써 2019. 4. 1.부터 2020. 2. 28. 사이에 지급하지 않은 직책수당 880만 원(= 80만 원 × 11개월)과 업무활동비 678만 원(= 3만 원 × 근무일수 226일), 합계 1,558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회사
서울 강남에 소재한 대형 클럽 D은 2019년 초순경 경찰과 유착되어 있고, 마약 거래, 불법 촬영, 성매매 등이 이루어진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는 등 음란의 온상이자 퇴폐의 대명사였다. 원고의 발언은 이와 같은 D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E이 음탕하기라도 한 듯 표현한 것으로 성희롱에 해당하고, 피고 회사의 교육 일정과 연계된 저녁 회식자리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업무 관련성도 충분히 인정된다. E은 사건 발생 당시에는 원고와 관계 등을 고려하여 큰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을 뿐 지금은 수치심이 들고 매우 불쾌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하였으므로, 징계사유는 충분히 인정된다.
원고의 발언으로 인터넷에 관련 기사가 게재됨으로써 피고 회사의 명예가 실추되었다. 여기에 피고 회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의원사업부의 부서장이었던 원고의 지위, 재발 방지, 성희롱에 대한 사회 분위기 등에 비추어 볼 때, 징계양정 또한 적정하다.
피고 회사는 전보 발령에 관하여 상당한 재량권을 갖는다. 뿐만 아니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5항는 성희롱이 발생할 경우 지체 없이 그 사람에 대한 징계, 근무 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를 총무팀으로 전보 발령한 것은 2차 피해 방지와 원만한 회사 생활유지 등을 감안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적법하다.
이 사건 소 중 강직 처분 무효 확인을 구하는 부분의 적법성에 관한 직권 판단
확인의 소는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유효, 적절한 수단이 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확인의 이익이 있다(대법원 1995. 4. 11. 선고 94다4011 판결,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36407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2020. 2. 28. 피고 회사에서 퇴사하였다. 원고가 이 사건에서 지급을 구하는 직책수당 및 업무활동비는 '의원사업부의 부서장'이라는 지위에서 지급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원고가 이를 지급받지 못한 불이익은 총무팀으로 전보 발령되어 그 지위를 상실함으로써 발생한 것일 뿐, 직급을 부장에서 차장으로 낮추는 강직 처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 밖에 달리 강직 처분이 현재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 부분 소는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것으로 부적법하다.
전보 발령 무효 확인과 직책수당 및 업무활동비 지급 청구에 관한 판단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내용·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도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고, 그것이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휴직·정직·감봉 기타 징벌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구 근로기준법(2007. 4. 11. 법률 제8372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0조 제1항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는 할 수 없다. 전직처분 등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는 당해 전직처분 등의 업무상 필요성과 전직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가 속하는 노동조합(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91. 7. 12. 선고 91다12752 판결, 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두2963 판결,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7두20157 판결 등 참조).
원고의 발언은 술자리에서 농담조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성희롱으로서 수위나 발언의 악의성이 상대적으로 높지는 않다. 아울러 앞서 든 증거, 갑 제3, 6호증의 기재 및 음성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E이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와 관련하여 원고의 'D 물뽕' 발언이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이에 개의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던 사실도 인정된다. 강직 처분은 피고 회사의 징계 중 해고 다음으로 강력한 처분이므로, 원고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었음을 고려하더라도 징계양정이 다소 과중하다고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앞서 본 사실, 앞서 든 증거, 을 제3, 6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거나 이를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를 총무팀으로 전보한 피고 회사의 처분이 무효라고 볼 수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전보 발령의 무효 확인과 직책수당 및 업무활동비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E은 징계절차가 진행되던 때와 달리 2020. 2. 10. '당시 수치심이 들고 매우 불쾌했지만 분위기가 다운될 것 같아 농담으로 받아치며 그 상황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부서장과 팀장들이 방을 나가고 나서 남은 직원들끼리 성희롱 발언에 대해 모두 기분이 나쁘다는 대화를 나눴다. '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하였고, 익명의 피고 회사 직원 5명도 2020년 7월경 '원고의 발언 이후 남아있던 직원들은 모두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였다. ', '원고는 평소 비꼬는 언어를 자주 사용한다.', '당시 분위기가 좀 어색해졌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진술서를 제출하였다. 피고 회사에서 계속 근무해야 할 직원들의 진술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그 전반적인 취지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문제가 된 발언을 한 자리에 있었던 직원들은 발언 내용이 단순한 농담으로 보아 넘기기에는 상당히 부적절하다고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적인 영역에서 원고의 발언을 평가할 때, 앞서 본 바와 같은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부적절한 발언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원고의 발언은 언론에 보도되었고 그 기사가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C에 게재되었으므로, 이로 인해 피고 회사의 명예나 이미지가 손상되었으리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피고 회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 의원사업부 부서장이었으므로, 피고 회사로서는 원고를 징계하고 전보 발령을 해야 한다고 판단할 만한 이유가 있었고 그 판단이 특별히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다.
피고 회사는 내부적으로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의 진술을 청취하는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쳤고, 그 절차 진행에 문제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원고는 E에게 발언을 한 사실 자체보다는 주로 기사에 등장한 성추행 등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다투었을 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경솔함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였고, 재심 신청에 따라 진행된 절차에서도 '넋두리를 하고자 재심을 신청했고, 더욱 자중하고 깨우치고 조용히 지내도록 하겠다.'는 의견을 진술하는 데 그쳤다.
그 밖에 원고에 대한 전보 발령이 사실상 징벌에 해당하여 구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에 위반한다거나 정당한 이유가 없음에도 원고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가하려는 목적에서 실행한 권리남용이라고 볼 만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
결론
이 사건 소 중 강직 처분 무효 확인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형표(재판장) 박수진 배인영
각주1) 원고는 강직 및 전보 발령 처분의 취소를 구하지만, 민사소송에서 그와 같은 형성소송은 인정되지 않으므로 통상의 경우와 같이 처분의 효력이 없음을 확인하는 청구로 선해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