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이 사건 소를 모두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들은 대한민국 국적자로서 원고 A은 2005. 1. 9., 원고 B은 2006. 10. 1., 원고 C은 2009. 6. 7. 각 피고의 주한 대사관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피고 산하 E 소속 기관인 F(F. 이하 ‘F’라 한다)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다.
피고는 2019. 11. 21. 원고들에게 ‘F의 효율적 운영을 위하여 국외에 소재한 F 사무국을 폐쇄할 것이고, 이에 따라 원고 C은 2020. 2. 28., 원고 A, B은 2020. 3. 28. 각 해고될 것이다’라는 취지의 통보를 하였다.
피고는 2020. 2. 28. 원고 C을, 2020. 3. 28. 원고 A, B을 각 해고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해고는 다음과 같은 사유로 위법하여 효력이 없다.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4조에서 정한 경영상 해고에 해당한다. 사용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경영상 해고를 할 수 있다 할 것인데, 피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존재하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해고를 하였고,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아니하였으며, 이 사건 해고 과정에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른 대상자를 정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해고회피방법 및 해고의 기준에 대하여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와 해고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일방적으로 원고들이 재직 중인 F 부서의 폐쇄를 결정한 후 원고들에게 해고를 통보하였는바,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4조에 규정한 경영상 해고의 요건을 결여한 것으로서 부당하다.
피고 주한 대사관의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현지 채용 직원을 위한 안내서’ 제10장 나)항은 ‘감원은 업무 계획상의 필요성, 예산 부족, 기구 개편 및 정원의 감축 등에 따른 직위의 폐지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해고는 위 안내서에서 정한 감원에 해당한다. 또한 위 조항은 ‘직원이 감원되게 되는 경우, 그 직원은 인사과장으로부터 60일 전에 사전통고를 받게 된다. 가능한 경우, 감원된 직원들에게는 대사관 내 공석을 위한 채용에 우선권이 주어진다. 자세한 내용은 대사관 지침 07-05를 참고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피고의 대사관 지침 07-05는 ‘이러한 사전통고는 이러한 감원의 이유, 해고의 날짜, 부서의 감원 심의위원회에 항소할 수 있는 근로자의 권리를 표시하여야 하고, 이러한 항소는 사전통고를 받은 후 30일 이내에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원고들은 이 사건 해고 과정에서 인사과장으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은 바 없고, 원고들이 감원에 대하여 항소하였으나 감원 심의위원회가 열린 바도 없으며, 원고들에게 대사관 내 공석을 위한 채용에 우선권이 주어진 바도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해고는 피고의 취업규칙인 위 안내서 등에서 정한 정리해고의 요건을 위반하여 부당하다.
이에 원고들은 이 사건 해고의 무효 확인과 복직 시까지의 임금 지급을 구한다.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의 주장
이 사건 해고는 피고의 주권적 활동에 속하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그 효력의 유무를 다투는 이 사건 소는 주권면제의 원칙에 따라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부적법하다.
판단
우리나라의 영토 내에서 행하여진 외국의 사법적 행위가 주권적 활동에 속하는 것이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이에 대한 재판권의 행사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외국의 사법적 행위에 대하여는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하여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다3921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1. 12. 13. 선고 2009다1676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 을 제1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해고는 피고의 주권적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이에 대하여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한다면 피고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으므로, 결국 이 사건 해고는 주권면제의 대상이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들이 근무하였던 F는 피고 행정부 산하의 정보기관인 E 소속 부서기관이다. E는 국외 및 국제사안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피고의 대통령, 국가안보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 기타 국가의 안보를 결정할 권한을 가진 공무원 등에게 위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F는 E가 담당하는 국외 정보수집 및 기타 업무의 일부로서 국외 매체 등에서 공적으로 확인되거나 이미 출간되어 있는 정보를 수집·주시·번역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원고 A은 재무, 회계, 예산절차에 관한 업무, 인사 업무, 개인 계약자 및 업체 계약의 관리 등 업무를 담당하였고, 원고 B은 F 서울사무국에서 현장기술공무원(Field Technical Officer)으로 전산운영 업무를 담당하였으며, 원고 C은 현장 오픈 소스 공무원(Field Open Source Officer)으로 F의 지시에 따라 직접 우리나라의 오픈 소스에서 가용한 정보를 평가·수집·활용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들은, 원고들이 회계 업무, 컴퓨터 시스템 관리 업무, 공개된 한국 미디어 자료의 수집 업무 등을 담당하였으므로 이들의 직무가 그 성격상 피고의 주권 행사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 C은 F의 정보수집 업무를 직접 수행하였다고 할 것이고, E 및 F가 담당하는 업무의 내용, 설립 목적 등을 고려할 때 원고 A, B이 담당업무를 수행하면서 처리한 정보들도 고도의 기밀에 해당한다고 평가될 수 있으며, 위 원고들의 담당 업무가 F의 정보수집 업무와 유기적 관련성을 가지고 수행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위 원고들 역시 F 내에서 이루어지는 국외정보수집활동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업무에 종사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F는 당초 국외 및 국제사안에 관한 정보 수집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국외에 사무국을 두고 현지 인력을 고용하여 위 업무 중 일부를 수행하게 하였으나, 미디어 기술의 급격한 발달, 피고 정부의 요구 등으로 인하여 그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현지 시설이나 인력을 이용하는 것이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하였고, 국외 사무국들을 전부 폐쇄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F는 2020. 6.경 모든 국외 사무국을 폐쇄하였고, 국외 근로자 전원에 대한 고용 종료를 단행하였는바, 이 사건 해고도 위 결정에 따른 서울 사무국의 폐쇄 및 인원감축조치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주권국가가 국가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외국에 정보기관을 설치할 것인지 여부 그리고 그 사무소에 국외 근로자를 고용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그 주권 국가의 고도의 공권적 행위에 해당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정보기관을 운용하여야 할 필요에 따라 F의 국외 사무국 전부에 대한 폐쇄 를 결정하고, 국외 사무국에 고용된 국외 근로자 전원에 대한 해고 절차를 진행하였는데, 이 사건 해고 역시 피고의 고도의 공권적 결정에 따른 주권적 행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한 국가가 다른 주권국가로 하여금 그 주권국가의 공권적 결정에 따라 해고된 근로자를 복직시킬 것을 강요하는 것은 이런 공권적 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다.
이 사건 해고는 피고의 주권적 활동에 속하는 것이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마은혁(재판장) 장민경 오주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