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2. 10. 선고 2020가합508807 판결

주문

1.

피고가 2019. 11. 6. 원고에게 한 해고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가.

2020. 2. 1.부터 원고를 원직에 복직시키는 날까지 월 6,000,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과,

나.

32,339,912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2. 1.부터 2020. 2. 17.까지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는 서울 구로구 C건물, D호에서 ‘E’라는 브랜드로 안경 및 안경 관련 악세사리류에 대한 디자인, 개발, 제조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상시 7명의 근로자를 사용하고 있다. 위 주소지에는 피고 외에도 ‘F’라는 브랜드로 안경 사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 G, ‘H’이라는 브랜드로 안경 사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 I가 본점을 두고 있는데, 위 각 회사는 피고와 주요 주주가 동일하고, 전체적으로 하나의 조직으로 사업을 수행해 왔다(이하 위 각 회사의 명칭에서 ‘주식회사’는 생략한다).

나.

원고는 피고 대표이사 J의 고등학교 동기로, 2019. 3. 1.경부터 피고의 ‘부사장’ 직함으로 근무한 사람이다.

다.

피고 대표이사는 2019. 9. 27. 전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원고의 개인적인 이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바 모든 보직을 해임합니다”라는 공지를 하였다.

라.

피고는 2019. 10. 30. 원고에게 다음과 같이 이메일로 해임을 통보(이하 ‘이 사건 해임통보’라고 한다)하였다.

마.

피고는 2019. 11. 5. 원고에게 다음과 같이 이메일로 2019. 11. 6.자로 해고함을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처분’이라고 한다).

바.

피고의 취업규칙 중 이 사건의 쟁점과 관련된 부분은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 을 제1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 주장의 요지

해고 등 징계처분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실체적으로 징계사유가 존재해야 하며, 징계양정에 있어 재량권의 일탈·남용도 없어야 하는바, 이에 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 이에 편의상 사용자인 피고의 주장 요지를 먼저 기재한다.

가.

피고

원고는 피고의 ‘부사장’으로서 법인인감을 보관하고 있음을 기화로 연봉이 7,200만 원(월급 600만 원)으로 과다 기재된 근로계약서를 위조하였다. 피고는 근로계약서 위조행위를 이유로 원고를 해고한 것인바, 이 사건 해고처분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나.

원고

이 사건 해고처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효이고, 피고는 원고에게 복직하는 날까지 월 600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1)

징계절차의 위법

피고는 원고를 해고하면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즉 피고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2)

징계사유의 부존재

피고는 근로계약서 위조 행위를 이유로 원고를 해고하였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해임통보 이메일에는 “사적인 이득을 목표로 비상식적인 연봉계약서를 작성”하였다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 “원고가 근로계약서를 위조했다”는 내용은 기재되어 있지 않다. 또한 그 근로계약서(갑 제7호증)는 피고 대표이사 J, G의 대표이사이자 피고의 전임 ‘부사장’이었던 K이 사용자를 대표하여 서명한 것인바, 원고는 근로계약서를 위조하거나 비상식적인 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다. 결국 이 사건 해고처분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다.

3.

해고무효확인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징계절차의 적법성에 관하여

1)

징계대상자에게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변명과 소명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부여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이러한 징계절차를 위반하여 해고를 하였다면, 이러한 징계권의 행사는 징계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절차에 있어서의 정의에 반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0다100919 판결,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5다219160 판결 등 참조).

2)

피고 취업규칙에 의하면, 피고는 징계사유가 있는 사원에 대하여 징계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징계해고할 수 있다(제49조 제3호, 제61조). 징계위원회 위원장은 회의 7일 전까지 징계대상자에게 출석통지를 하여 변명과 소명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제63조). 징계결과 통보는 징계처분사유 설명서에 의하여야 하고(제64조), 징계처분을 받은 사원은 징계처분에 대하여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제65조).

3)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는 원고의 비위행위를 이유로 해고한 것이므로 이 사건 해고처분은 징계해고에 해당함이 분명하다. 그런데 피고가 이 사건 해고처분 내지 그 전제가 된 이 사건 해임통보를 하면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였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4)

이에 대하여 피고는 취업규칙 제49조 제4호에 근거하여 원고를 해고한 것이므로 징계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취업규칙 제49조 제4호는 “1. 신체 또는 정신상 장애로 직무를 감당할 수 없다고 의사가 인정한 경우, 2. 휴직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휴직기간 만료 후 7일이 경과할 때까지 복직원을 제출하지 않은 경우, 3. 징계위원회에서 해고가 결정된 경우”에 준하는 경우로서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렵다고 인정할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도 해고가 가능하다는 일반조항일 뿐이다. 징계해고임이 명백한 이 사건 해고처분에 위 조항을 적용하여 징계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5)

결국 이 사건 해고처분에는 취업규칙이 정한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

나.

징계사유의 존부에 관하여

1)

징계사유의 특정

(가)

기초 사실에 의하면, 피고가 2019. 11. 5.자 이메일에 기재한 해고사유는 ‘원고는 보직이 해임되고 그 이후 1개월의 기간을 두고 해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에게 요구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회사의 자료에 직접 접근하거나 다른 직원에게 요청하는 등으로 회사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나)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소송절차에서는 근로계약서 위조를 이유로 원고를 해고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결국 피고의 주장은 이 사건 해고처분은 그로부터 일주일 전에 이루어진 이 사건 해임통보와 사실상 하나의 절차를 이루고 있다는 전제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다)

이에 이 사건 해임통보 이메일을 살펴보면, 해임사유 제1점은 원고가 채권자, 투자자, 협력사 등에 피고가 도산할 것이라고 말하여 신용을 손상시키고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이고, 제3점은 출퇴근을 불규칙하게 하는 등 성실하게 복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임사유 제1, 3점을 뒷받침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이에 관한 피고의 주장도 없다), 해임사유 제1, 3점은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이 사건 해임통보 이메일에 기재된 해임사유 제2점에 관하여 판단한다.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소송절차에서 주장하는 “근로계약서 위조 행위”와 이 사건 해임통보 이메일에 기재된 해임사유 제2점 “사적인 이득을 목표로 비상식적인 연봉계약서를 작성” 사이에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의 지위 및 피고 대표이사의 관계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입장에서도 해임사유 제2점에는 그 임금이 과다하게 기재되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원고가 ‘부사장’으로서 위임받은 권한 범위를 벗어나 법인인감을 날인하고 피고 대표이사 및 K의 서명을 위조하였다는 사실도 포함되어 있다고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해임사유 제2점

가)

관련 법리

(1)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반증에 의하여 그 기재 내용과 다른 특별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약정이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법원은 그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1. 21. 선고 97다1013 판결 등 참조).

(2)

특히 근로기준법 제17조에 의하면,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임금, 소정근로시간, 주휴일, 연차 유급휴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을 명시하여야 하고, 그중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및 소정근로시간, 주휴일, 연차 유급휴가에 대해서는 그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여야 하며, 근로계약 체결 후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의 변경 등의 사유로 인하여 위 사항이 변경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으면 그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이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뿐만 아니라, 이를 변경하는 경우에도 위 법에서 열거하고 있는 중요한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서면으로 명시하도록 하고, 사용자로 하여금 변경된 근로조건이 명시된 근로계약서를 교부하도록 하여 근로자의 법적 지위를 강화하고자 하는 데 그 입법취지가 있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도11659 판결 참조). 따라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바와 달리 임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

(3)

한편 관련 형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재판에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나, 민사재판에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이를 배척할 수 있는 것이고, 더욱이 형사재판에서의 유죄판결은 공소사실에 대하여 증거능력 있는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이 있다는 의미인 반면, 무죄판결은 그러한 증명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지 공소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1다81213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인 판단

(1)

다음 사실은 을 제25 내지 28, 3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거나 이 법원에 현저하다: 피고 대표이사 J은 원고에게 2019년 5~8월분 임금 2,400만 원(= 600만 원 × 4개월)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근로기준법위반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그러나 J은 정식재판을 청구하여(서울남부지방법원 2020고정1022호) 2021. 5. 12. ‘이 사건 근로계약서상 J과 K의 서명이 J과 K이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자료는 없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판결을 선고받았고, 검사가 항소하였으나(서울남부지방법원 2021노1166호) 2021. 11. 8. 항소가 기각되어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이하 ‘선행 형사사건’이라고만 한다).

(2)

그러나 갑 제7, 8, 9, 1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을 제5, 7, 9 내지 12, 24 내지 27, 32호증의 각 기재에 감정인 L의 감정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할 수 있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 대표이사 J이 무죄판결을 선고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사적인 이득을 목표로 임금이 과다 기재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J과 K의 서명을 위조했다는 해임사유 제2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오히려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갑 제7호증에 기재된 대로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피고와 G이 공동 사용자로서 원고를 ‘재무이사 겸 경영총괄부사장’으로 채용하고 2019. 4. 1. ~ 2019. 12. 31. 월 600만 원의 임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2019. 4. 19.자 근로계약서(갑 제7호증) 원본이 현존한다.

②

위 갑 제7호증에는 피고의 법인인감에 의한 인영이 날인되어 있고, J, 피고의 전임 부사장이자 G의 대표이사인 K의 각 서명이 있다. 지출결의서 등 피고가 보관하고 있는 다른 서류들과 비교 관찰한 감정 결과에 의하면 위 각 서명은 다른 서류들에 서명한 사람과 동일인에 의한 서명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③

원고는 연봉이 7,200만 원이었던 K의 후임이었는데, K은 선행 형사사건에서 증인으로 법정 출석하여 ‘원고에게 자신이 받던 연봉이 7,200만 원이라고 알려 주었다. G 명의로 된 근로계약서에 서명해 주었는데, 금액을 보지는 않았지만 7,200만 원으로 예상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을 제27호증 5쪽).

④

피고 대표이사 J은 피고 직원들의 2019년 7월분 월급으로 합계 23,616,053원, 2019년 8월분 월급으로 합계 24,132,092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각 지출결의서에 서명하였는데(을 제9, 11호증), 이는 원고의 월급이 6,000,000원(실수령액 5,149,860원)임을 전제로 계산한 금액이다(을 제10, 12호증). 피고는 위 지출결의서에 기재된 대로 원고에게 2019. 8. 1. 5,149,860원, 2019. 9. 3. 5,149,860원을 각 지급하였다(갑 제12호증, 을 제24, 32호증). 이러한 점과 갑 제7호증, 을 제9, 11호증에 각 서명할 당시 최종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던 J과 K이 위 증거에 기재된 내용을 확인하였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맞는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급여가 무단으로 초과 기재된 사실을 발견하였으나 다른 직원들의 급여가 시급히 지급되어야 함을 이유로 일단 지출결의서를 결재”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은(2020. 9. 18.자 준비서면 7쪽) 설득력이 없고, 믿기도 어렵다.

⑤

선행 형사사건에서 증거로 제출된 근로계약서는 피고가 사용자로서 보관하고 있던 을 제13호증이다. 그런데 선행 형사사건에서는 위 을 제13호증에 대한 사감정 결과(을 제19호증)만이 제출되었을 뿐, 원고가 근로자로서 보관하고 있던 갑 제7호증은 감정 대상에서 제외되었는바, 앞서 본 이 법원의 감정 결과보다 증거가치에서 우위를 차지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피고가 보관하고 있는 을 제13호증의 진정성립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하여, 원고가 보관하고 있는 갑 제7호증의 진정성립이 부인되는 것은 아니다.

(3)

그 밖에 피고는 원고가 J에 대한 개인적인 악감정에서 J이 계약서 내용을 잘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였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피고가 제출한 을 제14, 29, 30, 38, 39호증을 살펴보아도 앞서의 판단을 뒤집기에 부족하다.

다.

소결론

결국 이 사건 해고처분은 피고 취업규칙이 정한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은 절차상 하자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징계사유도 인정되지 않아, 무효이다.

4.

임금 청구에 관한 판단

앞서의 판단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가.

2019. 5. 1. ~ 2020. 1. 31. 9개월 동안의 임금 54,000,000원에서, ① 2019. 8. 1. 및 2019. 9. 3. 지급받은 2019년 7, 8월분 임금 합계 12,000,000원, ② 원고가 이 사건 소제기 후인 2020. 6. 15. 지급받았음을 자인하는 9,660,088원을 제외한 나머지 32,339,912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2. 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20. 2. 17.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나.

2020. 2. 1.부터 원고를 원직에 복직시키는 날까지 월 600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있으므로 인용한다.

판사 이기선(재판장) 황해철 현재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