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0. 5. 6.자로 원고에 대하여 한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304,133,1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2. 11. 18.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10%는 원고가, 90%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제1항 및 피고는 원고에게 354,133,1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판결 선고 시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두고 스토리지 어레이 제품을 개발․공급하는 C의 한국 지사로, 2013. 4. 30. 설립되어 C 제품의 판매 및 마케팅활동, 재판매업자와의 계약 및 교육 등을 주된 사업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피고를 비롯한 아시아현지법인의 업무는 싱가포르에 위치한 C의 아시아 본부(D, 이하 ‘D’라고 한다)에서 총괄하고 있다.
원고는 2017. 8. 21.부터 피고의 영업담당 이사(Account Executive)로 근무하다가 2020. 5. 6. 해고된 근로자이다.
피고의 거래구조
피고의 제품 판매는 [최종 소비자(End-User) → 리셀러(Reseller) → 총판(Distributor) → 피고(판매업체)]의 단계적 주문을 거쳐 이루어진 것이 원칙적인 모습이다. 최종 소비자 중 대기업의 경우 아웃소싱을 통해 전산 관련 제품 구매 및 설치업무를 총괄하는 별도의 기업(‘SI 기업’이라고 한다)이 발주를 하는 경우가 많다.
총판은 피고의 재무 및 회계를 담당하며 C 본사에 대금 결제 후 제품을 공급받아 리셀러에게 판매하는 역할을 하고, 리셀러는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설치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피고의 영업담당은 거래처 확보, 총판 및 리셀러 선정․ 관리, 제품 발주 및 사후 관리 업무 등을 수행한다.
피고의 영업담당은 ‘E’이라는 피고의 내부 거래관리시스템(이하 ‘E 시스템’이라고 한다)에 거래 진행과정을 단계별로 등록하여야 한다. 입찰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 소비자의 발주가 확정 및 완료되면, 피고의 영업담당은 E 시스템에서 해당 거래를 종결한 후 C 본사에 주문을 넣어 제품 발송을 요청하는데[실무상 이를 거래가 ‘클로징(Closing)’되었다고 한다], 이때 최종 소비자의 주문번호와 총판의 주문번호를 각각 입력하고 총판의 주문서를 첨부하게 되어 있다.
원고에 대한 해고의 경위
원고는 2019. 10. 16. E 시스템에 최종 소비자인 F 주식회사(이하 ‘F’이라고 한다)의 SI 기업인 주식회사 G(이하 편의상 구분하지 않고 ‘F’이라고 한다)의 발주로 진행된 거래(이하 ‘이 사건 거래’라고 하고, 이 사건 거래대상 제품을 ‘이 사건 제품’이라고 한다)를 최초로 등록하였고, 2019. 10. 24. 이 사건 거래를 종결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2019. 12.경 ‘이 사건 거래가 실제로는 최종 소비자의 주문서 없이 이루어진 허위 거래’라는 제보를 접수한 후, 이에 관한 내부 감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이 사건 거래와 관련하여 ① 리셀러인 주식회사 H(이하 ‘H’라고 한다)가 총판인 주식회사 I(이하 ‘I’라고 한다)에 발행한 주문서의 작성일자가 2019. 10. 25.인데, F이 H에 발행한 수주내역확인서(을 제3호증의 1, 이하 ‘이 사건 수주내역확인서’라고 한다)는 그보다 약 한 달 뒤인 2019. 11. 20.에서야 작성된 사실, ② 원고가 H의 임직원들에게 이 사건 수주내역확인서의 작성을 요구하여 교부받은 사실, ③ F의 내부 사정으로 인해 H에 대한 이 사건 제품의 발주가 최종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
피고는 2020. 1. 15. 원고에게 대기발령 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30일간의 대기발령을 명하였다. 이후 피고는 2020. 3. 23. 원고에게 징계위원회 개최 사실을 통지한 후 2020. 3. 26.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였고, 원고는 징계위원회에 참석하여 진술하였다.
이후 피고가 원고에 대한 추가 서면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원고가 이 사건 거래 이전에도 2018. 9.경 주식회사 J와의 거래, 2019. 1.경 K 주식회사와의 거래(이하 위 2건의 거래를 합쳐서 ‘J 거래 등’이라고 한다)에 관해서도 최종 소비자의 발주서 없이 E 시스템에서 해당 거래를 종결하고 C 본사에 주문을 하였으나, 그 이후 해당 거래로 인한 제품이 당초 소비자 또는 다른 소비자에게 정상적으로 판매된 사실이 확인되었다.
피고는 2020. 5. 6. 원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사유로 원고를 2020. 5. 6.자로 해고한다는 통지를 하였고(이하 ‘이 사건 해고’라고 한다), 해고예고통지에 갈음하여 30일분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였다.
관련 규정
피고의 취업규칙(이하 ‘이 사건 취업규칙’이라고 한다)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고의 행동강령 및 컴플라이언스 규정(이하 합쳐서 ‘이 사건 행동강령 등’이라고 한다)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내지 9, 11, 17, 24, 3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증인 L, M의 각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무효이다.
제1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피고는 매출실적을 채우기 위해 이 사건 거래의 선발주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였고 그에 따라 진행상황 역시 상세히 알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거래를 원고에 의한 허위주문으로 볼 수 없다. 나아가 최종 소비자가 요구하는 납기나 피고의 해당 분기 실적 등을 맞추기 위해 최종 소비자의 발주서가 있기 전에 C 본사에 우선 주문을 하는 이른바 ‘선발주’는 실무상 관행이므로, 선발주 자체가 징계사유가 될 수도 없다.
제2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원고는 H에 대하여 피고의 제품 구매를 강요한 사실이 없다.
이처럼 이 사건 해고는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일로부터 1개월이 지난 2020. 6. 7.부터 2022. 7. 6.까지의 임금 304,133,100원(= 해고 당시의 평균임금 12,165,324원 × 25개월)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5,000만 원 합계 354,133,1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해고는 유효하다.
피고는 근로기준법과 이 사건 취업규칙에 따른 적법한 해고절차를 거쳤다.
이 사건 해고의 근거가 된 징계사유는 모두 인정된다.
제1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원고는 최종 소비자의 주문이 없음에도 E 시스템에 이 사건 거래가 유효한 거래인 것처럼 허위로 등록하여 그에 따른 수수료를 부당하게 수령하였는데, 이는 이 사건 행동강령 등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며, 원고의 주장과 달리 선발주는 실무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래방식이 아니다. 또한, 이 사건 거래는 원고가 자신의 실적 증대를 위해 독자적으로 판단하여 진행한 것일 뿐, 피고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
제2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원고는 위와 같이 최종 소비자의 주문이 없는 상황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리셀러인 H에 대하여 피고의 제품을 주문․구매하도록 강요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해 최종 소비자의 주문서를 위조할 것까지 요구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거래 외에도 최종 소비자의 주문서 없는 허위거래를 등록한 사례가 2차례 있는 등 유사한 비위행위를 반복적으로 저질렀다.
피고는 이 사건 거래와 같은 허위거래를 방지하고자 모든 임직원들에게 이 사건 행동강령 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여 왔고 원고도 이를 잘 알고 있었던 점, 원고의 비위행위는 피고의 이익창출과 직결되는 피고와 고객(최종 소비자), 파트너(총판 및 리셀러) 사이의 신뢰관계를 현저하게 해치는 행위인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는 더 이상 원고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해고에 이른 것이므로, 징계양정 또한 적정하다.
해고무효확인청구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그 정당성이 인정되고, 사회통념상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5. 17. 선고 2014다13457 판결 등 참조). 한편, 해고의 정당성에 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사용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6두33391 판결 등 참조).
취업규칙이나 상벌규정에서 징계사유를 규정하면서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 여러 등급의 징계가 가능한 것으로 규정한 경우에 그중 어떤 징계처분을 선택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속한다. 그러나 이러한 재량은 징계권자의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재량이 아니며 징계사유와 징계처분 사이에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균형의 존재가 요구되므로 경미한 징계사유에 대하여 가혹한 제재를 하는 것은 징계권 남용으로서 무효이다(대법원 1991. 12. 13. 선고 90다18999 판결, 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5두8269 판결 등 참조).
인정사실
앞서 채택한 증거와 갑 제3 내지 11호증, 을 제10, 13, 14, 18, 19, 21, 35, 36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의 조직
C의 한국 지사장(Country Manager)은 피고의 조직과 업무를 총괄하는데, 한국 지사장은 D에 의해 임명되었고 등기이사는 아니다.
피고의 근로자들은 크게 직접적으로 영업을 담당하는 영업 직군(AE), 기술적 지원을 담당하는 엔지니어 직군(SE), 파트너의 영업 독려를 담당하는 채널매니저 직군(CAM), 홍보를 담당하는 마케팅 직군으로 나뉜다.
피고의 실적 관리 및 거래 진행방식
D는 분기별로 피고의 영업실적을 평가 내지 관리하였다. 이에 피고는 실적 목표를 연간 및 분기별로 설정하여 영업담당들에게 분배하였고, 피고의 영업담당들은 매주 ‘주간보고서’의 형태로 피고에게 실적을 보고하였다.
원칙적으로는 최종 소비자(또는 SI 기업)가 실시하는 경쟁 입찰 절차에서 피고의 제품이 선정되고, 최종 소비자 → 리셀러 → 총판 → 피고의 순서로 발주가 이루어지면 피고의 영업담당은 E 시스템에 해당 거래의 종결 사실을 등록하여 C 본사에 제품 주문을 하게 된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피고의 영업담당은 분기별 목표 실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아직 입찰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거나 최종 소비자의 발주서가 발행되기 전이라도 수주가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먼저 해당 분기 내에 거래가 종결된 것으로 처리한 후 C 본사에 주문을 하고(선발주), 사후적으로 최종 소비자의 발주서 등 증빙서류를 보완하였다. 이러한 선발주는 한국 지사장과의 사전 협의 내지 보고를 거쳐 진행되었고, 반대로 한국 지사장이 먼저 영업담당에게 선발주가 가능한 거래가 있는지 물어보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 내부적으로 선발주가 결정되면, 리셀러와 총판은 최종 소비자의 발주서가 없는 상태에서 각각 총판과 피고에 대하여 발주를 함으로써 피고의 선발주 진행에 협조하였다. 한편, 선발주 방식으로 거래가 진행되더라도 C 본사에서는 이를 알지 못하였다.
이 사건 거래 전후의 경위
2019년 가을경 피고의 다른 영업담당이 진행하던 거래 중 최종 소비자가 N 주식회사인 거래(이하 ‘N 거래’라고 한다)가 도중에 취소되는 상황이 발생하였고, 한국지사장인 O는 2019년 10월 말경 3분기 실적 마감을 앞두고 원고에게 당시 원고가 영업을 진행하고 있던 F과의 거래를 성사시켜 N 거래로 인한 매출 공백을 메울 것을 지시하였다.
그에 따라 원고는 F에 대한 영업 및 이 사건 거래에 관한 선발주를 진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F과의 미팅 일정, 품목과 금액, 예상 거래종결일 등 거래 진행상황을 피고에게 보고하였다.
이 사건 거래에 관한 입찰은 2019. 10. 28. 예정되어 있었으나, F의 내부 사정, 즉 발주 방식이 개별 제품 구입 방식에서 종합설비(턴키) 방식으로 변경됨으로 인해 입찰 절차가 지연되었고, 2019년 11월 말경에서 12월 중순경 사이에 이 사건 거래가 최종적으로 무산되었다. 이후 원고와 H의 대표이사 M은 이 사건 제품을 판매하고자 주식회사 P라는 회사에 견적을 제안하기도 하였으나 실패하였다.
H는 2020. 5. 14. 모델 단종 등으로 인해 이 사건 제품의 판매가 더 이상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여 피고에게 공식적으로 반품을 요구하였으나, O는 다른 판매처를 알아보고 있다는 이유로 반품을 보류하였다.
피고의 컴플라이언스 교육 실시 등
피고는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 사건 행동강령 등의 내용에 관한 컴플라이언스 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하였고, 원고 역시 위 교육을 이수하였다.
원고를 비롯한 영업담당들은 피고에게 분기별로 ‘자신의 책임 하에 진행한 모든 거래는 최종 소비자의 주문서를 갖춘 최종적이고 구속력 있는 거래임을 확약한다’는 내용의 분기별 영업담당자 확인서(Quarterly Sales Rep Letter Certification)를 제출하였다.
징계사유의 존부
제1 징계사유의 경우 : 인정
이 사건 행동강령 등이 피고의 영업담당으로 하여금 최종 소비자의 주문서 번호 조작을 금지하면서 반드시 최종 소비자의 유효한 주문서 등 증빙서류를 갖추어 거래를 종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원고가 이 사건 거래와 J 거래 등 총 3차례의 거래에 관하여 최종 소비자의 주문서가 발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효한 주문서가 존재하는 것과 같은 외관을 만들어 E 시스템에 거래가 종결된 것으로 등록하여 C 본사에 제품을 주문한 것은 이 사건 행동강령 등을 위반한 것으로, 이 사건 취업규칙 제38조 제1호의 ‘회사의 취업규칙, 윤리강령 또는 기타 사규 및 지침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하여 징계사유로 인정된다.
물론 뒤에서 보는 것처럼 이 사건 행동강령 등의 규정과 C 본사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피고 내부적으로는 분기별 목표 실적 달성을 위해 선발주의 방식으로 거래를 진행하는 것이 한국 지사장에 의해 오랫동안 묵인되어 왔고, 특히 이 사건 거래의 경우 O 지사장의 요청으로 진행되었다는 사정이 있다. 그러나 C 본사는 미국의 상장사로서 주주 및 채권자를 보호하고 기업을 안정적으로 경영하기 위해 이 사건 행동강령 등 내부 지침 마련과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최종 소비자의 주문서 없는 거래 금지 등 투명한 거래를 매우 강조하여 왔고, 원고 또한 이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사정은 징계양정에서 고려할 수 있을 뿐, 징계사유의 인정 여부와는 무관하다.
제2 징계사유의 경우 : 부정
앞서 채택한 증거와 을 제31, 32, 3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① H는 2019. 10. 25. F의 주문서가 없음에도 총판인 I에 이 사건 제품에 관한 주문서를 발행한 사실, ② 원고는 2019. 11. 25.경 H의 직원 Q에게 F의 발주서 양식이 있는지 문의한 사실, ③ 이후 원고는 H의 대표이사 M에게 F의 발주서 샘플파일을 보내면서 ‘작성일을 11월 중순으로 하여 이와 유사하게 만들어달라’고 요청하였고, M은 위 샘플파일을 이용하여 2019. 11. 20.자로 이 사건 수주내역확인서를 작성한 다음 이를 원고에게 보낸 사실, ④ 피고는 이 사건 거래와 관련하여 내부 감사 및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를 진행하면서 H를 상대로 서면(이메일) 조사를 실시하였는데, H의 임직원들(M, Q, R)은 ‘원고의 요구 내지 지시에 따라 이 사건 수주내역확인서를 작성하였다’고 진술하였으며, 특히 R은 ‘이 사건 수주내역확인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Q이 반대를 하였다’는 취지로도 진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M은 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H가 발주한 건에 관해서는 H가 위험부담을 지기 때문에 스스로 해당 거래의 성사 여부를 검토한 다음 최종 소비자의 주문이 확실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총판에 대하여 발주한다. 이 사건 거래의 경우에도 F으로부터 직접 구매 확약을 받지는 않았지만, 원고가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발주하는 데에 별다른 장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선발주를 진행하였다. H는 피고와 협력관계 내지 유착관계에 있으면서 피고가 분기별로 일정한 목표 실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고, 이에 과거부터 최종 소비자의 주문서 없는 선발주 거래를 종종 해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M의 증언 내용을 고려하면, 앞서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H에 대하여 피고의 제품 구매․주문 및 이 사건 수주내역확인서 작성을 강요하였다’고 보기 어렵다(H 임직원들의 서면 진술 내용은 H가 리셀러로서 관여한 이 사건 거래가 문제되자 피고와의 거래관계 유지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원고의 귀책사유를 강조하여 H 측의 책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작성된 것으로 볼 여지도 있어, M의 증언보다 신빙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제2 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
징계양정의 적정성
앞서 본 기초사실과 앞서 채택한 증거, 을 제34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해고는 원고가 행한 비위행위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워 피고가 징계양정에 관한 재량권을 현저하게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는 오로지 C 본사의 제품 영업 및 판매를 위해 존재하는 한국 지사로, 아시아 지역 지사를 총괄하는 D는 분기별로 피고의 실적을 관리 내지 평가함으로써 실적 압박을 가하였고, 피고의 매출 실적이 저조할 경우 한국 지사장은 그 지위를 상실할 수도 있었다. 이처럼 피고에게는 주어진 분기별 실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언제나 가장 중요하고 최우선적인 과제였기 때문에, 실적에 직결되는 영업활동을 직접 담당하는 영업담당들도 지사장을 통해 실적 달성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실적이 저조할 경우 지사장과 마찬가지로 해고될 위험을 안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당 분기의 목표 실적에 미달하는 경우, 영업담당이 아직 최종 소비자의 주문서가 발급되지는 않았지만 주문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거래를 E 시스템에 미리 종결 등록함으로써 해당 분기의 실적으로 잡히도록 하는 ‘선발주’가 관행적으로 종종 이루어졌다. 이는 이 사건 행동강령 등을 통해 최종 소비자의 주문서를 갖춘 거래를 강조하는 C 본사의 정책에 반하는 편법이었지만, 한국 지사장은 피고의 부족한 실적을 채우는 방안으로서 선발주를 묵시적으로 양해 내지 용인하여 왔고,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영업담당으로 하여금 선발주를 진행하도록 제안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거래 역시 2019년 3분기 실적 마감을 앞두고 취소된 N 거래의 실적을 대체하기 위해 당시 한국 지사장인 O의 지시 내지 요구로 진행되었고(피고의 또 다른 영업담당이었던 L와 H의 대표이사 M은 위와 같은 사실을 원고로부터 들었다고 일치하여 증언하였다), 원고는 그 진행상황을 O에게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원고는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피고가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 즉 분기별 목표실적 미달을 해결하고자 한국 지사장인 O의 용인 내지 지시 하에 선발주를 진행하였을 뿐이다(원고는 O로부터 취소된 N 거래 실적을 이 사건 거래 실적으로 대체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같은 영업담당인 L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는 ‘원고가 내부 감사 및 징계절차에서 O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원고가 보인 태도나 진술 내용(원고는 2020. 2. 6. 피고의 감사팀 담당자와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거래에 대해서는 상당히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앞으로는 회사 규정에 따른 절차를 잘 준수하도록 하겠다’고 진술하였고, 2020. 3. 26. 징계위원회에서도 ‘앞으로 회사에 복귀해서 더 열심히 일할 것과 사규를 정확히 따르면서 일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진술하였다) 등에 비추어, 원고는 자신이 해고될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향후에도 피고에서 계속 근무할 것을 전제로 감사 및 징계절차에 임했기 때문에 자신의 상사인 O의 잘못을 언급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가 주장하는 위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O와의 협의 없이 이 사건 거래에 관한 선발주를 독단적으로 진행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J 거래 등을 비롯하여 이 사건 거래 이전에는 최종 소비자의 주문서 없이 선발주를 하여도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사건 거래의 종결 이후인 2019. 11.경 C 본사와 D를 통해 피고의 영업담당들에 대하여 누락된 증빙서류를 보완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원고는 아직 이 사건 거래가 확정적으로 무산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임시방편으로 F의 ‘주문서’가 아닌 ‘수주내역확인서’의 형태로 증빙서류를 갖추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원고는 O의 선발주 지시가 있기 전부터 영업을 위해 F과 접촉을 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이 사건 거래에 관한 선발주할 무렵에는 원고와 F 담당자 사이에 발주금액 등에 관하여 어느 정도 구두 협의가 이루어지고 입찰일정도 정해져 있는 등 수주 가능성이 상당히 있었는데, 다만 그 이후 F의 발주 방식 변경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함에 따라 거래가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 거래를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거나 성사 가능성이 낮았던 거래’와 동일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피고는 결과적으로 최종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지만, 거래 구조상 피고의 거래 상대방은 파트너이고(직접적인 거래 상대방은 총판이지만, 총판은 재무․회계처리의 목적에서 형식적으로 거치는 것에 가까우므로 사실상 피고의 거래 상대방은 리셀러라고 할 수 있다), 최종 소비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리셀러이므로, 최종 소비자의 발주가 취소되더라도 그 손해는 리셀러가 부담하게 된다. 실제로 선발주 이후 최종 소비자와의 거래가 무산되는 경우, 리셀러는 피고에 의해 반품 처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피고의 영업담당과 협력하여 다른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해결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의 선발주로 인해 피고에게 어떠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행동강령 등을 위반하여 선발주를 한 것은 C 본사 → D → 피고로 이어지는 높은 수준의 실적 요구와 그로 인한 실적 압박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큰데, 그럼에도 원고의 행위를 온전히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여 그 책임을 모두 원고에게 전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므로, 원고에게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귀책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여기에 더하여 앞서 본 것처럼 제2 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않는 점, 원고의 선발주 횟수가 많지 않은 점, 이 사건 취업규칙은 징계의 종류를 견책, 감봉, 정직, 강등, 징계해고로 구분하고 있고 그중 징계해고는 가장 중한 징계처분인 점 등까지 고려하면, 이 사건 해고는 원고의 비위사실에 비해 과도하게 가혹한 제재를 가한 것으로, 징계사유와 징계처분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해고는 무효이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로서는 그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도 있다.
미지급 임금 청구에 관한 판단
이 사건 해고가 무효인 이상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 다음 날부터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해고 당시 원고의 임금이 월 12,165,324원 이상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가 원고에게 해고예고수당에 갈음하여 이 사건 해고일로부터 1개월간의 임금을 지급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일로부터 1개월이 지난 2020. 6. 7.부터 원고가 구하는 2022. 7. 6.까지의 임금 304,133,100원(= 원고가 구하는 12,165,324원 × 25개월) 및 이에 대하여 임금 지급기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2. 11. 18.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청구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근로자를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 하에 고의로 어떤 명목상의 해고사유를 만들거나 내세워 해고한 경우나 해고의 이유로 된 어느 사실이 취업규칙 등 소정의 해고사유에 해당되지 않거나 해고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이유로 해고에 나아간 경우 등 해고권의 남용이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그 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서 말하는 정당성을 갖지 못하여 효력이 부정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되어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6. 7. 28. 선고 2006다17355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본 제반 사정, 특히 ① 피고는 이 사건 거래가 허위 주문에 의한 거래라는 제보를 받고 내부 감사 및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한 점, ② 원고의 선발주는 그 이유와 경위가 어떻든 피고의 내부규정인 이 사건 행동강령 등을 위반한 것임은 부정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원고를 해고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원고를 피고에서 몰아내려는 의도 하에 고의로 명목상의 해고사유를 만들어 해고하였다거나, 해고사유로 삼은 사실이 해고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해고에 나아감으로써 이 사건 해고가 사회상규에 반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인정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해고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가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자료 청구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현석(재판장) 오주훈 성창희
각주1) 각 데이터 저장장치를 하나로 엮어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드라이브로 사용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각주2) 실무상 총판 또는 총판과 리셀러를 합쳐서 ‘파트너 회사’라고도 한다.
각주3) 원고는 피고로부터 2019년에 총 148,464,069원의 급여(상여 포함)를 지급받았는데 이를 월 평균금액으로 계산하면 약 12,372,005원이고, 2020년에 이 사건 해고일(2020. 5. 6.)까지 총 87,469,894원의 급여(상여 포함)를 지급받았는데 이를 월 평균금액으로 계산하면 약 20,826,165원이다(원고의 2022. 11. 11.자 참고서면 참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