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피고는 악세사리, 귀금속 제조 및 도소매업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피고는 2019. 8. 27.부터 9. 16. 사이에 피고의 하도급업체였던 C 소속 직원 약 20명을 피고 회사에 입사하게 하면서 근로기간을 ‘2019. 9. 1.부터 2019. 12. 31.까지’로 하는 내용의 기간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
한편 원고는 위 C 출신 직원들과는 별도로 2019. 9. 16.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귀금속 수선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입사 당시 근로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다.
원고는 2020. 1. 14. 피고에게 ‘안면 마비’를 사유로 2020. 1. 13.경부터 2. 2.경까지 약 20일 정도의 병가를 신청하였고, 피고는 이를 승인하였다.
원고가 위 병가를 마치고 복직한 2020. 2. 중순경부터,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기간을 2020. 3. 31.까지로 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원고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하였다.
피고는 2020. 3. 초경 원고에게 ‘2020. 3. 31.자로 근로계약이 만료됨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근로계약 종료 확인서를 교부하고, 2020. 3. 24. 원고를 면담하면서 ‘2020년 3월분 임금 전액을 지급할 테니 더는 회사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통보하였다. 이에 원고는 2020. 3. 24.부터 피고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원고는 ‘원고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인데, 피고가 2020. 3. 31. 근로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은 부당해고’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D).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6. 2. ‘원고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라고 인정하고, ‘피고가 2020. 3. 31. 원고에게 행한 근로계약 만료 통보는 부당해고임을 인정한다. 피고는 이 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원고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로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는 구제명령(이하 ‘이 사건 구제명령’이라고만 한다)을 하였다.
같은 날 피고는 원고에게 “판정상 복직하는 걸로 되어 있으니 내일 바로 출근해 주세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원고는 2020. 6. 8.(월)부터 출근하겠다고 회신하였으며, 피고는 이를 승낙하였다.
원고는 2020. 6. 8.(월) 출근하였으나, 피고와 근로계약서 작성에 관한 다툼이 생기자 변호사와 통화하겠다며 사업장을 떠났고 이후 출근하지 않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4호증, 을 제1, 4, 6, 7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 주장의 요지
원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원고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라고 인정하고 피고에게 원고를 원직 복직시키라는 구제명령을 하였음에도,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기간이 3개월로 된 근로계약서의 작성을 강요하였다. 피고의 강요 등으로 인하여 원고는 이 사건 구제명령이 내려진 2020. 6. 2. 이후에도 출근할 수 없었다. 원고가 근로 제공을 하지 못한 것은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피고에 대하여 원고가 정상 근로하였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2020. 6. 3.부터 2021. 4. 30.까지의 임금 지급을 구한다.
피고
피고는 이 사건 구제명령에 따라 원고에게 즉시 복직할 것을 명하였다. 피고가 복직한 원고에게 근로기간이 3개월로 된 근로계약서의 작성을 제안한 사실은 있으나, 원고가 이를 거절하여 그와 같은 근로계약서는 작성되지 않았다. 이후 피고는 원고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임을 인정하여 여러 차례 문자메시지와 복직명령서, 내용증명을 보내고 책상 등 작업환경까지 제공하였으나 원고는 전혀 출근하지 않았다. 이처럼 원고는 무단결근한 것이지 피고의 귀책사유로 근로 제공을 하지 못한 것이 아니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할 것을 약정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쌍무계약으로서(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4호), 근로자의 임금청구권은 특별한 약정이나 관습이 없으면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고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이상 그 대가관계인 임금청구권을 갖지 못한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참조).
다만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를 제공할 의사가 있는데도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그 의사에 반하여 근로제공이 거부되거나 불가능하게 되었다면 근로자는 민법 제538조 제1항에 의하여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임금 전부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3. 10. 11. 선고 2012다12870 판결 법리 등 참조).
인정 사실
갑 제2호증, 을 제4 내지 10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음성,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2020. 6. 8.(월) 08:45경 피고 사업장에 나와 피고의 실운영자인 E와 면담하였다. E가 근로기간이 3개월로 된 근로계약서를 제시하며 “양보라는 걸 하셔야 될 거 아니에요. 진짜 일하실 의사가, 골탕먹일 게 아니라 일하실 의사가 있으시다고 하면 3개월을 어느 정도 보여주신 다음에 재계약이라는 게 되는 거잖아요. 본인 욕심 마음껏 남들은 그렇게 재계약에 재계약인데 뭐가 얼마나 특별하셔서 저희한테 다른 계약서를 원하시는지 이해가 안 가는데요.”라고 말하자, 원고는 “이거를 계약을 안하면 서명안하면 못하는 겁니까? … 노동위원회에서 내린 결과가 3개월 재계약이 맞는지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은 거였거든요. 원직 복직이면 계약이 이미 성사되어 있어야죠. 이건 다시 재계약 아닙니까?”라고 말하고 변호사와 통화하겠다며 사업장을 떠났다. 이후 원고는 사업장에 복귀하지 않았다.
피고가 2020. 6. 9.(화) 원고에게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와 무관하게 출근의무가 있으니 출근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원고는 변호사와 이야기하라고 대답하고 출근하지 않았다.
피고가 2020. 6. 10.(수) 다시 출근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원고는 “모욕적인 말과 폭언을 하시는데 어디 겁나서 출근할 수 있겠습니까? 손이 떨려 일을 못할 것 같네요. 그러니 제 변호사와 통화하세요.”라고 대답하며 복직명령서를 요구하였다. 이에 피고가 복직명령서 사진을 전송하고 다음 날부터 출근하라고 요구하였으나, 원고는 출근하지 않았다.
피고가 2020. 6. 17.(수) “출근은 언제쯤 하시는 건가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원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피고가 2020. 6. 24.(수) “출근 언제쯤 하시는 건지 말씀해 주세요”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원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피고가 2020. 6. 25.(목) 원고에게 “출근해 주세요”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원고는 “근무형태, 계약기간 다시 명시해 주세요”라고 대답하고 출근하지 않았다.
피고는 2020. 7. 15. 원고의 계좌로 4~5월분 및 6월 1~2일 분 임금으로 합계 5,993,333원을 송금하였다.
피고는 2020. 8. 27. 원고에게 “피고는 2020. 6. 8. 원고에게 회사의 사정으로 계약기간을 정하는 것이 어떤지 제안하였고 원고가 그 제안을 거절한 사실은 있으나, 그렇더라도 원고는 여전히 피고의 ‘기한의 정함 없는 근로자’입니다.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2020. 6. 9.부터 수차례 출근할 것을 명령하였으나, 원고는 출근 거부에 대한 정당한 사유를 제시한 바도 없이 2020. 6. 9.부터 현재까지 무단결근 상태입니다. 원고에게 아래와 같이 다시 한 번 출근을 명하오니 정해진 기일에 출근하시기 바라며, 만약 무단결근이 계속될 경우 해고사유가 될 수 있음을 엄숙히 통보합니다. 출근일: 2020. 8. 31. 또는 원고가 본 내용증명을 송달받은 날의 익일”이라는 출근명령서를 내용증명우편으로 보내고, 위 출근명령서 사진을 문자메시지로도 전송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위 출근명령서에 대답하지 않았고 2020. 8. 31. 출근하지도 않았다.
판단
위 인정 사실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에게 근로 제공의 의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원고의 복직을 거부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피고의 2020. 6. 2.자 복직명령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출근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이상, 그 이후 기간에 관하여 원고는 피고에게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위 ⑧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출근명령서에서 원고가 기한의 정함 없는 근로자임을 명시하고 무단결근이 계속될 경우 해고사유가 될 수 있음을 명확히 고지한 점 등에 비추어, 원고의 복직명령 불응행위에 관하여 복직명령이 무효라거나 부당해고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등으로 피고를 탓하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구체적인 판단 이유는 다음과 같다.
2020. 6. 2.(화) 이 사건 구제명령 직후 피고가 원고에게 출근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원고는 2020. 6. 8.(월)부터 출근하겠다고 대답하였다. 원고는 2020. 6. 8.(월) 08:45경 피고 사업장에 나왔다가, 근로계약서 작성에 관한 다툼이 생기자 변호사와 통화하겠다며 사업장을 떠났다. 이후 피고가 여러 차례 원고에게 출근하라는 문자메시지와 복직명령서 사진, 출근명령서 등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출근하지 않았다. 달리 원고가 근로를 제공할 수 있는 작업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다.
원고는 피고의 위와 같은 문자메시지나 복직명령서 사진, 내용증명 등에 대하여 변호사와 이야기하라는 태도로 일관하면서 제대로 된 회신을 하지 않았다.
원고는 피고가 원고를 모욕하며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서 작성을 강요하는 바람에 출근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측 사용자들이 원고를 모욕하였다거나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서 작성을 강요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와 무관하게 출근의무가 있으니 출근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원고의 요구에 따라 복직명령서 사진 등을 보내기도 하였다. 피고가 2020. 8. 27. 원고에게 보낸 출근명령서에는 “원고는 여전히 피고의 기한의 정함 없는 근로자”라고 기재되어 있기도 하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설령 근로계약서의 내용에 관한 다툼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이유만으로 원고가 피고의 복직명령에 불응하고 출근하지 않은 것이 정당화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의 귀책사유로 원고가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였다고 볼 수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이기선(재판장) 박수진 현재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