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0. 1. 선고 2020노3388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법리오해)

이 사건 구제명령이 확정되기 전에, 이 사건 회사가 근로자 D의 허위 이력을 이유로 근로계약을 취소하는 의사표시를 함에 따라, 이 사건 근로계약이 이미 취소되어 종료되었으므로, 이 사건 회사가 구제명령을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가 성립하지 않고, 이를 근로계약기간 만료 등의 경우와 달리 볼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동대문구 B, 5층에 소재한 C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상시 8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도시계획 엔지니어링 서비스업 등을 영위하는 사용자이다.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관련한 지방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에 대하여 사용자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여 기각되면 그 구제명령은 확정되고, 사용자는 확정된 구제명령을 이행하여야 한다.

근로자 D이 2019. 3. 13. 신청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 대하여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5. 13. 피고인이 2019. 3. 8. D에게 행한 해고가 부당해고임을 인정하면서 피고인에게 “근로자 D을 원직복직하고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라는 구제명령을 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2019. 6. 21. 중앙노동위원회에 초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2019. 8. 20. 중앙노동위원회는 “초심을 유지한다”라는 판정을 하였고, 피고인은 재심 판정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하여 2019. 10. 2. 동 구제명령이 확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동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구제명령이 내려지면 사용자는 이를 이행하여야 할 공법상의 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가 취소권의 행사와 같이 사법상 권리를 행사하여 구제명령에 따른 공법상의 의무를 면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경우 사용자의 의사에 따라 근로자의 원직복직 여부가 결정되어 구제명령의 실효성을 해하는 결과가 되므로, 사법상 취소권을 행사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제명령에 따른 공법상 의무를 변경시키지는 않는다고 보아야 함을 전제로, 정년 도달이나 근로계약기간 만료 등과 같이 사용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원직복직이 불가능한 객관적 사유가 아니라, 사용자가 근로자와의 분쟁이 발생한 이후 취소사유를 탐색하여 이를 이유로 취소권을 행사한 이 사건에서는 구제명령 확정 당시 근로자의 원직복직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이 사건 확정된 구제명령의 내용인 ‘원직복직’은 우선 근로자 지위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인데, 구제명령 확정 전에 이미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등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면 이를 이행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원직복직 및 이를 전제로 한 임금의 지급을 내용으로 하는 구제명령은 그 효력이 없다(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누13196 판결의 법리 등 참조).

그리고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으로서(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4호 참조) 기본적으로 그 법적 성질이 사법상 계약이므로, 계약 체결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표시에 무효 또는 취소의 사유가 있으면 그 상대방은 이를 이유로 근로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여 그에 따른 법률효과의 발생을 부정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다. 다만 그와 같이 근로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근로계약에 따라 그 동안 행하여진 근로자의 노무 제공의 효과를 소급하여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므로 이미 제공된 근로자의 노무를 기초로 형성된 취소 이전의 법률관계까지 효력을 잃는다고 보아서는 아니 되고, 취소의 의사표시 이후 장래에 관하여만 근로계약의 효력이 소멸된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3다25194, 25200 판결 참조).

그러나, 근로계약관계에 민법상 착오 또는 사기 등을 이유로 한 계약 취소의 법리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경우 보호되어야 할 근로자의 지위가 취약해질 우려가 있으므로, 근로계약의 취소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근로관계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취소의 요건을 엄격히 해석하고 하자의 치유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등 사용자의 취소권 행사를 적절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민법상 취소사유가 인정되고, 별도로 하자가 치유되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는 이상, 원직복직의 구제명령은 이행이 불가능한 것을 명한 것으로서 그 효력이 상실된다고 보아야 하고, 사후에 원직복직의 구제명령이 확정되었다는 이유로 근로계약 종료의 효과를 부인하는 것은 오히려 그 본말을 전도한 것이다.

2)

인정 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①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이고, D은 2018. 9. 10. 이 사건 회사에 대표이사의 수행기사로 입사하여 근무하였다.

②

D은 2019. 2. 12.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서울지노위’라 한다)에 2018. 11. 22.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신청을 하였는데, 그러자 이 사건 회사는 2019. 2. 25.에 D에게 2019. 2. 28.자로 원직복직 명령을 하면서 미지급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였고, 이에 D이 2019. 2. 26. 서울지노위에 위 구제신청을 취하한바 있었다.

③

이후 D은 또다시 부당해고를 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9. 3. 13. 서울지노위에 구제신청을 하였고, 서울지노위는 2019. 5. 13. D에 대한 2019. 3. 8. 해고가 부당해고임을 인정하고, 이 사건 회사에 대하여 원직복직 및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 지급을 명하는 구제명령을 하였다. 그러자 이 사건 회사는 2019. 6. 21.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라 한다)에 재심신청을 하였고, 중노위는 2019. 8. 20. 이 사건 회사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을 하였으며, 이 사건 회사가 2019. 9. 16. 이를 송달받고도 그로부터 15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하여 위 구제명령이 2019. 10. 2. 확정되었다.

④

D은 주식회사 H(이하 ‘H’라 한다)에서 실제로는 2015. 12. 1.부터 2016. 4. 20.까지 약 4개월 20일 동안 근무하였으면서도, 이 사건 회사에 채용될 당시 2010. 2.부터 2016. 4.까지 6년 3개월 동안 H에서 수행기사로 근무하였다는 허위 이력을 제출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회사는 서울지노위의 구제명령 이후인 2019. 5. 21. D에게 경력증명서 등의 자료를 요청하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으로 이를 문제 삼으면서, 2019. 8. 29. D에게 이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취소한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였고, 이는 다음 날 D에게 도달되었다.

⑤

이 사건 회사는 D과의 근로계약이 위 취소의 의사표시에 따라서 2019. 8. 30. 취소되어 종료되었다는 이유로 위 구제명령에 따른 원직복직이나 2019. 8. 31. 이후의 임금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3)

구체적 판단

이 사건 회사는 D과 해고사유의 존부 등에 관한 다툼이 발생하고, 원직복직 등을 명하는 내용의 구제명령을 받게 되자 비로소 D의 입사 당시 허위 이력 제출을 문제 삼으면서 이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취소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D은 직무능력의 평가에 관한 사항으로서 진실고지의무가 인정되는 근무경력에 관하여 이 사건 회사를 기망하였고, 불과 4개월의 경력을 6년 3개월로 과장하여 그 기망의 정도도 중하며, 이 사건 회사 근무기간 또한 1년이 채 되지 못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 사건 회사의 취소권이 제한된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이 사건 근로계약은 이 사건 회사의 2019. 8. 29.자 취소의 의사표시에 따라 2019. 8. 30. 적법하게 취소되어 종료되었고, 이 사건 구제명령은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데, 이는 제2의 다항과 같은 이유로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되,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예영(재판장) 장성학 장윤선

각주1)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증거조사를 통해 확인한 사실관계에 따라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시기획엔지니어링”을 “도시계획 엔지니어링 서비스업”으로, “2019. 8. 21.”을 “2019. 8. 20.”로, “피고인은 재심 판정에 대한 상소를 포기하여, 2019. 9. 27. 동 구제명령이 확정되었다”를 “피고인은 재심 판정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하여 위 재심판정이 2019. 10. 2. 확정되었다”로 각 직권 정정한다.

각주2) 원심은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에 대한 구제명령은 사용자에게 이에 복종하여야 할 공법상의 의무를 부담시킬 뿐, 직접 노사간의 사법상의 법률관계를 발생 또는 변경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라는 구제명령이 있었고 이것이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새로이 제기된 민사소송에서 사용자가 이를 다투는 것이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는 것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다49901 판결의 법리를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는 구제명령이 민법상 법률관계를 변동시키지 않는다는 것일 뿐, 구제명령의 효력이 민법상 법률관계의 변동과 무관하게 유지·존속된다는 취지로는 볼 수 없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