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피고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에서 정한 투자매매업, 투자중개업, 투자자문업, 투자일임업 등 금융투자업무를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1995. 1.경 피고에 입사하여 2012. 9. 21. 퇴직하였다가, 2014. 9. 15. 다시 입사한 후 ECM/M&A 팀장(부장)으로 재직하다가 2020. 7. 2. ‘개인사업 시작’을 사유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직하였다.
1) 피고의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성과보수기준’에 따르면, 금융투자업무담당자에 대한 성과보수의 40%를 3년간 이연하여 분할 지급하도록 규정하면서(제4조), 임직원퇴직 시 잔여 이연지급액은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제6조, 이하 ‘재직요건 규정’이라고 한다. 위 규정은 원고가 재입사하기 전인 2012. 7. 12. 개정된 것이다). 그 구체적인 규정은 다음과 같다.
한편 원고와 피고가 2020. 1. 22. 작성한 ‘성과보수기준 관련 동의서’에 의하면, 위 성과보수기준 제6조에 따라 “본인의 귀책사유 또는 본인 의사에 따른 퇴직시 잔여 이연지급액은 지급하지 않는다.”고 기재되어 있다.
위 재직요건 규정과 합의에 따라 피고는 원고가 2020. 7. 2. 퇴직한 이후에 지급기일이 도래하는 청구취지 기재의 이연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별지 목록 ‘청구금액’란 기재 각 해당 돈 및 각 이에 대하여 같은 목록 ‘지연손해금 기산일’란 기재 각 해당일로부터 이 사건 소장 송달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3, 6, 7, 10, 1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요지
원고의 주장
이연성과급 재직요건 규정은 이미 지급청구권이 발생하였으나 지급기일만 연기되었을 뿐 성과금의 지급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제20조에서 금지하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또한 이는 실질적으로 전직금지 규정에 해당하는데,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민법 제103조에 따라 효력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일 후에 지급기일이 도래하였거나 도래할 예정인 청구취지 기재 이연성과급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원고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인 성과보수기준에 의하면, 퇴직자에 대하여 지급기일이 도래하지 않은 이연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고, 원고는 성과보수기준 관련 동의서를 작성하여 자발적 퇴직의 경우 이연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데 동의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재직요건 규정이나 합의는 위약금․손해배상의 예정이나 전직금지 규정에 해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금융투자업무담당자들이 과도한 단기위험 추구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합리적인 근거가 있으므로 원고의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무효의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쟁점의 정리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금융투자회사인 임직원이 퇴직하는 경우 지급기일이 도래하지 않은 이연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이 사건 재직요건 규정 또는 합의가 무효인지 여부이다.
판단
이연성과급 지급을 재직요건과 결부시키는 것이 이연성과급 제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원고가 제출한 주장과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재직요건 규정 또는 합의가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여 민법 제103조에 위반된다고까지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C단체는 2009년 채권자 보호를 위한 위험관리체계의 구축과 금융투자업무담당자에 대한 보상체계가 단기 성과주의로 이어지지 않도록 ‘건전한 보상체계 원칙’(Principle for Sound Compensation) 시행규준(Implementation Standards)을 발표하였고, 금융감독원은 2010. 1. 19. 이를 반영한 ‘금융투자회사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을 제정하여 금융투자회사로 하여금 임직원들이 높은 성과보상을 위해 과도한 위험을 부담하며 단기성과를 추구하는 행위를 억제할 수 있도록 성과보수 중 상당 부분을 3년 이상 이연하여 지급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리고 2015. 7. 31. 제정된 금융회사의 지배주조에 관한 법률 제22조는 “금융회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직원에 대하여 보수의 일정비율 이상을 성과에 연동하여 미리 정해진 산정방식에 따른 보수로 일정기간 이상 이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성과보수 이연지급 제도를 법적 의무화하였다.
이러한 국제기준과 관련 법령에 따라 시행된 피고의 성과보수 이연지급 제도는 피고의 임직원에 대한 보상체계를 장기성과에 연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제정의 필요성과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에 더 나아가 금융투자회사에서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 또는 개별적 합의를 통해 성과보상 이연지급 규정을 두면서 지급일 재직요건을 부가하는 것은 아래와 같은 사정에서 알 수 있는 성과보상 이연지급제도의 취지와 이연성과급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현저하게 합리성을 결여하였거나 반사회질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까지 보기 어렵다.
이연성과급 지급을 재직요건과 결부시키는 것은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이 단기간에 고수익을 추구하여 위험성이 큰 업무수행을 하고 과도한 성과보상을 받은 직후 임의로 퇴사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데 적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성과보상 이연지급제도는 금융투자회사의 보상체계를 장기성과에 연동할 수 있게 하려는 것으로서, 이연성과급은 과거의 단기성과만을 고려한 보상이 아니라 이연지급기간의 장기성과 및 잠재적 리스크까지 고려한 보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성과급 중 이연 지급되는 부분은 이연지급기간의 장기성과와 리스크 관리에 대한 대가라고도 볼 여지가 있는데, 원고가 이연지급기간 도중에 퇴직하였다면, 퇴직일 이후의 장기성과와 리스크 관리에는 기여하지 못하게 되므로, 이연성과급이 퇴직 임직원에게 당연히 귀속되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즉 금융투자업무담당자의 퇴직으로 말미암아 근속을 전제로 가능한 장기성과와 지속적 리스크 관리를 성과보수와 연동시키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오히려 당해 금융투자에 전문성 있는 담당자의 퇴직으로 그 상품의 장기적 리스크나 관리상 위험이 사실상 커지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이러한 장기성과 및 지속적 관리와 연동되는 보상체계로서 이연된 성과보수를 퇴직자가 자신의 온전한 권리로서 주장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이연성과제도에 따라 이연기간 중 손실이 발생하거나 리스크가 현실화하는 경우 이연지급액이 축소되거나 재산정될 수 있으므로, 이연성과급은 단순히 금액이 확정된 상태에서 지급기일만 연기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의 재직 중 지속적 위험 관리와 더불어 점진적으로 구체화되는 것이므로, 그 퇴직 당시 이연성과급의 지급이 이미 확정되어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이연성과급 제도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보상체계를 장기성과에 연동시켜 단기위험 추구 경향을 억제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인데, 이러한 장기성과와 지속적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담당자인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의 근속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이연성과급 지급을 재직요건과 결부시키는 것은 이와 같이 성과체계를 장기성과와 지속적 리스크 관리에 연동시키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위와 같이 이연성과급 제도의 목적 달성에 금융투자업무담당자의 근속이 영향을 미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이상, 재직요건 규정에 의해 사실상 금융투자업무 담당자의 전직의 자유 등 근로선택의 자유가 어느 정도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이는 전직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전직시 이연성과급 만큼의 기회비용을 부담시키는 정도의 제한이다), 그 규정이 근로자의 전직 제한을 직접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성과체계의 합리화를 통한 채권자 보호와 금융투자거래의 건전성 확보라는 거시적 목적 달성을 위한 부수적인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통상 금융투자업무담당자의 통상적인 보수지급형태와 이연성과급이 전체 성과급에서 차지하는 정도, 금융투자업무담당자들의 이직이나 전직에 관한 금융투자업계의 관행에 비추어, 전직 회사로부터 상실된 이연성과급의 직접적 보상이나 보다 인상된 성과급 지급조건 등을 통해 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이러한 재직요건 결부 규정이 금융투자업무담당자의 전직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형해화할만큼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이연성과급을 포기하고 피고에서 퇴직할지 여부는 원고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겨져 있다. 퇴직으로 원고가 이연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은 원고의 의사와 관계없이 새로 적극적으로 부과되는 불이익이라고 볼 수 없다.
재직요건을 이유로 한 이연성과급 지급 제한은 현재 자발적 퇴사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재직요건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되는 금융투자업무담당자는 근로계약 체결 당시 또는 근로계약의 변경계약을 통하여, 근로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을지, 1년 이내의 단기로 하여 이를 갱신해 나갈지를 결정할 수 있고(근로기준법 제16조), 근로기간을 단기로 하여 이를 갱신하는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근로계약 기간 중 이연성과급을 포기하고 임의 퇴직을 할지, 아니면 이연성과급 확보를 위해 남은 계약기간을 기다려 기간만료로 계약을 종료시킬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이때 남은 계약기간이 근로기준법상 1년 이하임을 고려해 볼 때 그것이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의 근로계약 종료를 통한 전직의 기회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재직요건 규정이 원고 주장처럼 근로자가 정년까지 계속 근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상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재직요건 규정이나 합의가 효력이 없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종엽
사건정보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1가단5097340
판결선고
2021. 11. 18.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