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0. 27. 선고 2021가합534759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식품 제조업, 도·소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다음 도표와 같이 조직을 구성하고 있고, 원고는 2003. 10. 1. 피고에 영업팀 부장으로 입사하여 이사, 부사장을 거쳐 2019. 1. 1. 사장으로 승진하였다.

나.

대표이사 C과 그 가족은 피고의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고, 대표이사 회장과 부회장은 등기이사이며, 사장, 영업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 생산본부장은 미등기이사이다.

다.

C은 2012. 8. 2.부터 2016. 1. 5.까지 필리핀 카지노에서 상습도박을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징역 10월의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위 판결이 2018. 5. 21. 확정되었는데(수원지방법원 2018. 2. 20. 선고 2017고단7010, 2018. 5. 3. 선고 2018노1712 판결), 2020년경부터 추가 도박혐의 및 도박 채무를 변제하기 위하여 피고 자금을 유출하였다는 횡령혐의에 관하여 수사를 받았으나, 검찰로부터 추가 도박혐의에 대하여는 확정된 유죄판결의 기판력이 미친다는 이유로 공소권없음 처분을, 횡령혐의에 대하여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라.

C이 피고를 주식회사 D 또는 주식회사 E에 매각한다거나 주식회사 E 사장이 피고 사장으로 부임한다는 소문이 확산되자, 원고는 2021. 1. 19. 및 같은 달 29. 팀장들을 불러 모아 회의를 주관하여 그들에게 C이 2015년경부터 피고를 매각하려고 시도한다는 소문을 공유하며, 피고가 주식회사 E에 매각될 경우 팀장 직급 이상의 임직원들이 대거 해고될 수 있다고 하였다.

마.

C은 2021. 2. 19. 소문이 사실무근임을 밝히고자 팀장 회의를 소집하였는데, 팀장들은 회의에서 소문을 기정사실화하며 C에게 고용안정을 위한 대책을 요구하였고, 이에 C은 팀장들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자 그들에게 ① 원고를 해임하고 자신을 중심으로 피고 경영을 정상화하는 1안과 ② 실제 피고를 매각하되 피고 인수자로부터 임직원들의 고용안정에 관하여 확답을 받기로 하는 2안을 제시하였다. 이에 팀장들이 만장일치로 2안을 선택하였는데, 곧바로 C은 팀장들에게 2안을 진행하더라도 원고만은 해임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바.

원고는 2021. 2. 22. 다시 임직원들에게 피고가 매각되면 고용안정을 보장받을 수 없다며 자신에게 힘을 실어달라고 하였고, 이에 F, G, H, I을 비롯한 임직원들은 같은 날 원고를 임직원 대표로 지정하고, C이 피고를 매각할 경우 그 절차에 원고를 참여시키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작성하여 C에게 전달하였다. 또한 원고는 2021. 2. 25. 팀장 회의를 소집하여, 팀장들에게 C의 추가 도박혐의 및 횡령혐의를 언급하며, 원고 또한 C의 범죄혐의를 방치하고 이에 가담한 잘못이 있으니 자수하여 처벌을 받고, C도처벌받도록 하겠다고 하였다.

사.

피고는 2021. 3. 2. 원고를 해임하였다가 2021. 4. 15. 이를 취소하였고, 2021. 4. 23.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를 징계해고한다는 의결을 하였는데, 원고에게 통지된 징계사유는 다음과 같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고 한다).

아.

한편, 피고는 2021. 3. 31.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영업본부장 F, 경영지원본부장 G, 생산본부장 H, 생산본부 부본부장 I이 원고의 비위행위에 가담하였다는 이유로 그들을 징계해고하였다. 이에 F, G, H, I이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자,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F 등의 징계사유가 인정되나 징계양정이 과다하다는 이유로 징계해고가 부당하다고 판정하였다. 피고는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징계양정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전북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취소하고 F 등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F 등은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취소하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현재 서울행정법원 2021구합89428호로 소송이 계속 중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9, 11 내지 14, 18, 24, 33, 59 내지 83, 86호증, 을 3, 4, 7, 10, 11, 1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

원고는 피고의 사장으로 근무하면서 사용자인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데, 피고는 위원장 및 위원자격이 없는 자들로 구성된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사실이 아닌 비위행위를 근거로 원고를 해고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는 절차적, 실체적 하자로 인하여 무효이고, 피고는 원고에게 해고일 다음 날인 2021. 4. 24.부터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17,343,655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원고는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피고 경영에 관한 업무 전체를 총괄하였으므로 피고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며 정해진 노무를 제공한 근로자가 아니다. 따라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전제로 하는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청구는 이유 없다.

다만, 원고의 청구에는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위임계약을 해지한 데 따른 손해배상청구가 포함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원고가 피고의 매각과 관련한 허위소문 및 C의 범죄혐의를 유포하여 임직원들을 선동하고 집단행동을 유발하였으므로, 피고가 위임계약을 해지한 데 정당한 이유가 인정된다.

3.

판단

가.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28813 판결 참조).

따라서 회사의 임원이라 하더라도, 그 업무의 성격상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왔다면, 그 임원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참조).

그러나 회사의 임원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그 업무수행의 실질이 위와 같은 정도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는 것이라면, 그 임원은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대규모 회사의 임원이전문적인 분야에 속한 업무의 경영을 위하여 특별히 임용되어 해당 업무를 총괄하여 책임을 지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등기이사와 마찬가지로 회사 경영을 위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왔고 일반 직원과 차별화된 처우를 받은 경우에는, 이러한 구체적인 임용 경위, 담당 업무 및 처우에 관한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참작하여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지 여부를 가려야 한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참조).

2)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에 갑 6, 7, 16, 17호증, 을 2, 13, 14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는 피고의 대표이사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정해진 노무를 제공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미등기이사인 사장으로서 피고와의 신임관계 아래 업무를 총괄하면서 상당한 정도의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그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가 원고에게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며 원고의 출퇴근이나 근무태도 등을 관리·감독하였다거나, 원고가 피고의 취업규칙에 구속되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②

피고는 2020년 매출이 약 1,000억 원, 직원이 600명 이상에 이르는 작지 않은 규모의 회사인데, 사장은 영업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 생산본부장, 연구소장의 상급자로, 피고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여 관리·감독한다. 비록 원고의 상급자로 회장과 부회장이 있으나, 원고는 그들과 함께 피고의 의사결정 및 경영에 참여하였다.

③

원고는 약 2억 9,000만 원 상당의 연봉을 지급받았고, 일반 직원들과 달리 법인 차량을 제공받았으며, 법인차량이 아닌 자기 차량을 이용하여 출퇴근하는 경우 자가운전수당을 지급받는 등 복리후생 혜택도 부여받았다.

④

비록 연봉계약서에 원고가 근로자로 기재되어 있고, 피고가 원고를 근로자로 인식하고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는 등 일반 직원과 동일한 해고 절차를 밟기도 하였으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원고의 실질적인 지위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전환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 사건 소송에 이르러 원고의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피고의 주장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3)

따라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청구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

나.

위임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1)

민법 제689조 제1항은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하면서 제2항에서 당사자 일방이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민법상의 위임계약은 그것이 유상계약이든 무상계약이든 당사자 쌍방의 특별한 대인적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위임계약의 본질상 각 당사자는 언제든지 이를 해지할 수 있고 그로 말미암아 상대방이 손해를 입는 일이 있어도 그것을 배상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위임인의 이익과 함께 수임인의 이익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위임의 경우에도 위임인은 정당한 이유 유무에 관계없이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그 해지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대방인 수임인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2다118860 판결, 2015. 2. 26. 선고 2014다7036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의 주주총회에서 이사나 감사로 선임된 사실이 없으므로, 상법상 피고의 임원으로 재직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원고가 피고에서 재직할 당시에 '사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하면서 피고의 의사결정 및 경영에 참여하였고, 영업본부장을 비롯한 임직원을 지휘, 감독하는 등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상급자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이므로, 원고의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청구에는 피고와 위임관계에 있는 이른바 '비등기임원'으로서의 보수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민법 제686조, 제689조 제2항 참조)가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에 갑 25호증, 을 8, 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이 인정된다.

①

H와 F은, C이 피고 매각과 관련한 소문을 진정시키고자 소집한 2021. 2. 19.자회의에 앞서, 팀장들에게 C이 원하는 대로 회의를 진행하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질문을 계속하여 진행을 방해하도록 지시하였고, 이미 원고가 수차례 언급한 피고가 매각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대량 해고사태에 관하여 재차 이야기하였다.

②

F은 C이 2021. 2. 19.자 회의에서 피고를 매각하기로 공개 선언하였다는 내용의 문서를 기안하여 이를 피고 거래처인 총판 대표자에게 송달하고자 하였으나, C이 결재를 거부하여 그 문서가 송달되지는 않았다.

③

피고는 2021. 3. 2.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지 않고 F에게 해고통보를 하였고, 이에 H와 I은 팀장들에게 피고의 원고에 대한 2021. 3. 2.자 해임통지서와 F에 대한 해고통보서를 보여주며 팀장들로부터 사직서를 거두어 항의의 표시로 이를 C에게 일괄 제출하였다.

④

피고는 2021. 3. 11.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지 않고 H와 I에게 해고통보를 하였고, G은 같은 날 C의 범죄혐의에 관한 수사재개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작성한 후 C에게 이를 제시하였다.

⑤

이후 피고는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F, G, H, I과 원고에게 인사위원회를 거친 해고통보를 하였다.

반면, 갑 8, 10, 21 내지 23, 34 내지 40, 84, 85, 87호증, 을 5, 6호증은 이 사건 소문을 전해들은 사람들의 진술서,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고자 하는 내용증명, 전후 맥락을 알 수 없는 제3자들 사이의 카카오톡 메시지로, 위 증거들의 각 기재를 종합하여 보더라도, C이 2016년경 피고의 기업 가치를 알아보기 위하여 주식회사 D에 그 평가를 의뢰한 사실이 인정될 뿐, C이 2015년경부터 피고를 매각하려는 확정적인 의사 아래 구체적인 매각 절차를 진행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러한 인정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는 실체를 알 수 없는 소문에 근거하여 임직원들에게 반복하여 대량 해고사태를 언급하는 등 그들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자신을 임직원 대표로 지정하는 결의문까지 작성되도록 한 후 팀장들로 하여금 일괄하여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피고의 사실상 100% 주주이자 대표이사인 C과 임직원들 사이의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였다고 인정된다.

3)

따라서 피고로서는 더 이상 원고를 믿고 경영을 맡기는 등 원고와 사이에 신임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우므로,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위임계약을 해지한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고, 이로 인하여 원고에게 위임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도 않는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봉기(재판장) 김성준 이진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