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 15. 선고 2021가합589315 판결

주문

1.

피고의 2019. 12. 18. 자 원고에 대한 사업자 선정 취소 통보에 의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반환금채무 원금은 361,324,043원을 초과해서는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한다.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의 2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재단법인이고, 피고는 고용보험법 제115조,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145조 제3항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 사업(이하 ‘컨소시엄 사업’이라고 한다) 시행에 관한 권한을 위탁받은 기관이다. 컨소시엄 사업이란, ‘사업주, 사업주단체 등이 직업능력개발훈련을 실시하는 둘 이상의 사업주와 협약을 체결하여 근로자 등을 위해 실시하는 직업능력개발사업’으로서, 피고는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 운영규정(고용노동부고시)’에 따라 사업주에게 비용을 지원한다.

나.

원고는 2014. 4. 1. 피고와 위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 운영규정 및 전략분야 인력양성사업 운영규칙<1>에 따라 컨소시엄 사업을 수행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관련 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 사업약정(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원․피고는 2015. 1. 1. 위 약정을 갱신하였다.<2>

다.

원고는 2015. 11. 9. 피고로부터 지원금 1,099,643,000원을 지급받고, 원고 부담금 180,357,000원을 집행하여 A박물관 4층을 ‘B’ 강의시설(이하 ‘이 사건 시설’이라고 한다) 등으로 리모델링하였으며, 2016년 피고로부터 훈련장비비로 324,371,396원을 지원받아 훈련장비를 구입하여 이 사건 시설을 공동훈련센터로 운영하였다.

라.

원고는 2018년 회계정산을 실시하면서 피고의 담당 회계법인에게 이 사건 시설의 내용연수를 18년으로 정하고 그에 따라 계산된 상각률 0.55(1/18) 및 감가상각비를 기준으로 한 건물부속설비명세 및 감가상각비명세서를 제출하였다.

마.

원․피고는 2019. 1. 1. 이 사건 약정을 갱신하였는데, 피고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원고에게 지급한 지원금 액수는 총 1,604,371,396원이다.

바.

원고는 2019. 9. 11. 피고에게, 내부적 사정으로 인해 컨소시엄 사업을 계속 수행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약정의 조기 종료를 통보하였다. 피고는 2019. 12. 17. 원고에 대한 사업자선정 취소를 결의하고, 2019. 12. 18. 원고에게 ‘2019. 12. 31.자로 사업자선정이 취소되며 기지원된 훈련시설․장비 등 인프라는 회계정산 후 잔존가액을 반납해야 한다’고 통보하였다.

사.

피고는 2020. 5. 8. 원고에게 ① 불인정집행액 93,000원, ② 지원금 잔액 23,910,723원, ③ 이자잔액 35,567원, ④ 기타반납금액 1,026,011,790원 총 합계 1,050,051,080원을 반환하라고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통보’라고 한다). 원고는 2020. 5. 22. 피고에게 ① 내지 ③의 반환금 합계 24,039,290원의 추가발생 이자 등 비용 7,020원을 더한 24,046,310원을 반환하였으나, 나머지 지원금 1,026,011,790원은 반환하지 않았다.

아.

피고는 2020. 6. 23. 원고에게 나머지 훈련시설․훈련장비 지원금 1,026,011,790원(= 훈련시설 지원금 852,681,509원 + 훈련장비 지원금 173,330,281원)을 반환하여야 한고 재통지하였다. 원고는 2020. 6. 26. 위 금액 중 훈련시설 지원금 반환액의 계산이 잘못되었다며 지원금 반환을 거절하고, 2020. 8. 4.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였다.

자.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2021. 8. 17. ‘이 사건 통보는 감가상각하고 남은 가액을 반환하도록 안내한 것에 불과할 뿐 그 자체만으로는 원고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하거나 당사자의 지위에 아무런 변동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어서 행정심판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행정심판청구를 각하하였다.

차.

이에 원고는 피고 및 중앙행정심판위원회를 상대로 이 사건 통보 및 재결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서울행정법원 2021구합86702호), 위 법원은 2023. 5. 12. ‘이 사건 통보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소를 각하하고, ‘이 사건 재결에는 그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원고가 위 판결에 항소하였으나(서울고등법원 2023누45622호), 2024. 1. 11.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되고 원고가 상고를 포기함으로써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15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또는 영상, 을 7~1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련 법령 및 계약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이하 이 사건에 적용되는 구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 운영규정(2019. 12. 31. 고용노동부고시 제2019-98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은 ‘이 사건 규정’, 전략분야 인력양성사업 운영규칙은 ‘이 사건 규칙’이라고 한다].

3.

당사자의 주장 요지

가.

원고

1)

이 사건 약정은 피고가 여러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사전에 내용을 정해둔 약관에 해당하는데, 약정 해지시 원고에게 지원금 반환의무를 강제하는 위 약정 제7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고 한다)은 상대방인 원고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내용으로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라고 한다) 제6조에 따라 무효이거나, 피고가 이에 관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므로 동법 제3조에 따라 원고에게 그 적용을 주장할 수 없다.

설령 원고에게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지원금 반환의무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 사건 시설은 법인세법 시행령 제28조 제1항 제1호 및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15조 제1항, 제2항 [별표2]의 ‘직업훈련용 시설‘에 해당하여 내용연수 5년을 적용해야 하고, 이에 따라 취득일로부터 감가상각 후 잔존가액을 계산하면 남는 금액이 거의 없게 된다.

2)

따라서 피고의 원고에 대한 2019. 12. 18. 자 사업자 선정 취소 통보에 의한 지원금 반환채무는 훈련시설에 관해서는 존재하지 않고, 훈련장비에 관해서만 감가상 각 후 잔존가액 173,330,281원을 초과하여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한다.

나.

피고

이 사건 약정은 원고가 피고와의 개별적인 교섭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내용을 조정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받은 뒤 스스로 작성․체결한 것이므로 약관규제법 소정의 약관이라고 볼 수 없고, 또한 원고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내용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가 이 사건 시설에 대한 감가상각후 잔존 지원금을 852,681,509원으로 산정한 것은 원고가 2018년 스스로 산정한 이 사건 시설의 내용연수 18년과 이 사건 약정 제7조, 이 사건 규정 제24조, 법인세법 시행령 제28조 제1항 제2호에 근거한 것으로 정당하므로 원고의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

4.

피고가 약관규제법에 의해 원고에게 이 사건 조항의 적용을 주장할 수 없는지 여부 가. 먼저 이 사건 약정 내지 조항이 약관규제법 소정의 약관에 해당하는지 본다.

약관규제법 소정의 약관이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에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말한다(약관규제법 제2조 제1항).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계약서를 마련하여 두었다가 어느 한 상대방에게 이를 제시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그 상대방과 사이에 특정 조항에 관하여 개별적인 교섭(또는 흥정)을 거침으로써 상대방이 자신의 이익을 조정할 기회를 가졌다면, 그 특정 조항은 약관구제법의 규율대상이 아닌 개별약정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개별적인 교섭이 있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비록 그 교섭의 결과가 반드시 특정 조항의 내용을 변경하는 형태로 나타나야 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계약의 상대방이 그 특정 조항을 미리 마련한 당사자와 사이에 거의 대등한 지위에서 당해 특정 조항에 대하여 충분한 검토와 고려를 한 뒤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그 내용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다252987, 252994 판결 등 참조). 이처럼 약관 조항이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개별약정으로 되었다는 사실은 이를 주장하는 사업자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9다105383 판결 참조).

앞서 든 증거 및 을 1~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해 인정할 수 있는 다음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약정 내지 조항은 약관규제법의 적용을 받는 약관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1)

여러 번 개정절차를 거치며 일부 변동사항이 있기는 하나, 이 사건 규정 및 규칙은 이 사건 약정의 체결 당시부터 2차례 갱신시까지 기본적으로 원고와 같이 컨소시엄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사업자들이 피고가 공고한 참여 요건 및 절차에 따라 운영기관 선정 신청을 하고, 이에 피고가 서면․현장 심사, 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적격으로 판정된 사업자를 운영기관으로 선정하여 이 사건 규칙에 별지 서식으로 첨부된, 이 사건 약정서와 동일한 양식의 ‘전략분야 인력양성사업 약정서’를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이 사건 규정 제4, 7~10조, 이 사건 규칙 제8조). 이는 당사자 쌍방이 대등한 지위에서의 교섭 및 합의를 거쳐 체결하는 통상적인 계약 절차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2)

이 사건 규칙은 피고로 하여금 컨소시엄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다수의 상대방과 체결하도록 할 목적으로 이 사건 약정서와 동일한 양식의 계약서를 미리 마련하고 있는바, 앞서 살펴보았듯 이 사건 약정은 2014. 1. 1. 체결되고 2015년 및 2019년 두 차례 갱신되어 그 때마다 약정서가 새로 작성되었으나 실질적으로 권리․의무에 관한 내용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었다.

3)

위와 같은 이 사건 약정의 체결 과정 및 절차의 내용과, 컨소시엄 사업이 기본적으로 피고가 고용노동부장관의 위임을 받아 해당 사업에 참여한 사업자에게 지원금 형태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시혜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약정의 체결 과정에서 원고가 피고와 개별적인 교섭을 거쳐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 내용을 조정할 기회를 가진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4)

그 외 피고 주장과 같이 원고가 이 사건 약정의 체결에 앞서 상세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받은 사실, 2015년 약정 갱신에 앞서 2014. 10. 13. 자로 개최된 사업설명회에 참가해 설명회 자료를 교부받은 사실, 이 사건 규정 및 규칙은 피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언제든 확인할 수 있었다는 등의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약정의 체결 및 갱신 과정에서 개별적인 교섭을 거쳐 이 사건 조항 내용을 정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나.

다음으로 이 사건 조항 내용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것인지 본다.

약관규제법 제6조 제1항, 제2항 제1호에 따라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이라는 이유로 무효라고 보기 위해서는 문제 되는 약관 조항이 고객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약관 작성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하여 계약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약관 조항을 작성․사용함으로써 건전한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등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때 약관 조항의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인지 여부는 그 조항에 따라 고객에게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의 내용과 불이익 발생의 개연성, 당사자들 사이의 거래 과정에 미치는 영향, 관계 법령의 규정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0다278873 판결, 대법원 2023. 3. 30. 선고 2018다207076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해 인정할 수 있는 다음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조항 내용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성을 잃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1)

이 사건 조항은 피고가 고용노동부장관의 위임을 받아 중소기업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컨소시엄 사업을 수행하면서 만일 사업자가 사업 참여를 중도에 포기할 경우 기지원금 내지 이를 통해 취득한 재산의 잔존가치를 반환하도록 함으로써 사업자가 지원금으로 취득한 재산을 교부 목적에 부합하게 이용하도록 담보하는 한편, 지원사업에 대한 국가의 적정한 관리와 지원금의 실효성 확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규정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고, 원고가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사업자들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의도로 작성한 것은 아님이 명백하다.

2)

원고들과 같은 운영기관들은 의무이행기간 동안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피고의 지원금 및 지원금을 통해 취득한 재산의 소유권을 종국적으로 이전받는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이는 운영기관들이 컨소시엄 사업에 참여하고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하는 가장 큰 유인이므로 원고 또한 이를 충분히 숙지하였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반대로 의무이행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컨소시엄 사업 약정이 종료될 경우, 이미 지급받은 지원금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환수될 것임은 원상회복 및 부당이득에 관한 일반적인 민사법리나 상관습에도 부합하는 것으로서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3)

이 사건 조항 및 이 사건 규정 제24조는 운영기관이 지원받은 훈련시설 등 고정자산을 기업회계기준에 따른 회계처리 및 법인세법 시행령에 따른 감가상각하고, 약정이 중도에 종료될 경우 위와 같이 감가상각 후 남은 가액을 현금으로 반환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앞서 살펴본 국가 지원금 환수의 목적 달성을 위해 관계 법령에 의거한 공평․타당한 방법을 규정한 것으로서 그 자체로 어떠한 불공정성도 내포되어 있지 않고, 이를 통해 피고가 부당한 이익을 취득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4)

원고는 이 사건 시설의 설치를 위해 자신도 비용의 20%를 부담하였음에도 이 사건 약정 및 규칙이 이 사건 시설을 오직 컨소시엄 사업 수행을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이로 인해 원고가 이 사건 시설을 이용한 일체의 수익사업을 수행할 수 없었음에도, 이 사건 조항이 그러한 원고의 불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원금 반환을 규정한 것이 피고가 약관 작성자의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운영기관이 이 사건 시설과 같이 피고의 지원으로 취득한 시설을 다른 상업활동에 사용할 경우, 컨소시엄 사업에 대한 국가의 적정한 관리와 지원금의 실효성 확보라는 취지가 몰각될 우려가 매우 높은 점, 이 사건 규칙 제33조는 운영기관이 훈련시설, 장비 등을 컨소시엄 사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비영리적인 용도로 사용하도록 허용하고 있는 점, 이 사건 규정 내지 규칙 내용은 피고가 운영하는 홈페이지를 통해 손쉽게 확인이 가능하고 이 사건 약정 체결을 위한 컨설팅, 사업설명회에서도 제공된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가 위와 같은 제한으로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입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원고가 이 사건 시설의 취득을 위해 부담한 부분은 전체 비용의 20%에 불과하고 6년의 의무이행기간이 만료되면 원고가 이를 종국적으로 취득하게 됨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조항이 원고의 부담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지원금 환수범위를 정한 것이 특별히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다.

다음으로 이 사건 조항이 약정 체결을 위한 중요한 내용으로서 피고가 이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하였는지 본다.

사업자는 약관을 사용하여 고객과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고객에게 약관의 내용을 계약의 종류에 따라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방법으로 분명하게 밝힘으로써 그 약관내용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야 하고(약관규제법 제3조 제2항),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약관규제법 제3조 제3항). 여기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은 사회통념에 비추어 고객이 계약체결의 여부나 대가를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말하고, 약관조항 중에서 무엇이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사건에서 개별적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1다69053 판결,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6다276177 판결, 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6다270704 판결 등 참조).

앞서 살핀 것과 같이 이 사건 조항은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고, 환수 범위 또한 법인세법에 의거해 합리적으로 정하고 있으며, 원고와 같은 운영기관이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이 사건 약정의 체결 여부를 좌우할 만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또한 실제 계약 체결과정에서도 컨설팅, 사업설명회 등을 통해 피고의 설명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조항이 약정 체결을 위한 중요한 내용으로서 피고가 이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라.

따라서 원고의 약관규제법 위배 관련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5.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이 사건 시설의 감가상각 후 잔존 지원금의 산정

가.

법인세법 시행령 제28조 제1항 제1호 및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기획재정부령 제844호로 2021. 3. 16. 일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5조 제1항, 별표 2의 내용 연수표는 직업훈련용 시설의 건물부속설비 등을 비롯한 시험연구용 자산의 내용연수를 5년으로 규정하는바, 이 사건 시설이 위 관계법령에 따른 시험연구용 자산에 해당함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나.

다만 피고는, 그럼에도 원고가 피고의 담당 회계법인에게 이 사건 시설의 내용연수를 18년으로 정한 건물부속설비명세 및 감가상각비명세서를 제출하였고, 그것이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 별표 2 비고 2항의 ‘법인이 시험연구용자산에 대하여 이 내용연수표를 적용하지 않으려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시설의 내용연수는 원고가 산정한 바에 따라 18년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1)

이 사건 조항 및 이 사건 규정 제24조가 사업중단 등에 따른 반납 지원금을 산정하기 위해 법인세법 시행령을 인용한 취지는 그 반환 범위를 정함에 있어 피고의 자의를 배제하고 공평의 원칙에 입각한 일률적인 기준을 설정하기 위함으로 보일 뿐이므로,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에 따른 내용연수표 적용 여부에 어떠한 기속력이 인정된다거나 반납 지원금을 산정함에 있어 위와 같은 내용연수표 적용 여부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는 이 사건 규정 제24조 제1항 단서가 피고가 시설․장비의 내용연수, 활용실적 등을 고려하여 감가상각에 관한 사항을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에 비추어 보아도 그러하다.

2)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 별표 2 비고 2항이 사업자로 하여금 시험연구용자산에 대한 별표 2 내용연수표의 적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납세자에게 사업장 특성과 생산설비 가동률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감가상각비 적용 시기를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과세이연의 효과 등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지 시설의 잔존가치를 공평․타당하게 산정하기 위한 것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3)

이 사건 약정 제4조 제1항 및 이 사건 규정 제18조는 이 사건 시설의 의무이행기간을 6년으로 규정하는데, 이 의무이행기간은 컨소시엄 사업 관련 보조금 지원에 관한 결정권한이 있는 피고가 위 보조금의 목적과 해당 재산의 내용연수를 고려하여 정한 처분제한기간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피고가 적용한 이 사건 시설의 내용연수 18년은 위와 같은 의무이행기간 6년과도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서 원고의 지원금 반환 범위가 과도하게 높게 산정될 우려가 크다.

4)

이 사건에서 원고가 이 사건 시설의 내용연수를 18년으로 산정함으로써 어떠한 부당한 이익을 취득한 것이 없고, 여기에 어떠한 귀책이 있어 반환금을 높게 산정할 당위성이 뒤따르는 것도 아니다. 피고는 C, D단체 등 다른 운영기관들에 대해서는 이 사건 시설과 유사한 리모델링, 인테리어 등의 훈련시설의 내용연수를 5년으로 산정하여 지원금을 환수한 것으로 보이는데, 원상회복 및 부당이득 반환의 관점에서 원고와 위 C 등의 운영기관들을 달리 취급할 필요성이 크다고 보이지 않는다.

다.

그렇다면 시행령 제28조 제1항 제1호 및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15조 제1항, 별표 2에 따라 이 사건 시설의 내용연수를 5년으로 보아 산정한 잔존가치는 187,993,762원[= 이 사건 시설 지원금 1,099,643,000원 - (1,099,643,000원 × 지급일 2015. 11. 9.로부터 피고의 사업자선정 취소일 2019. 12. 31.까지의 경과연수 1,513일 / 내용연수 1,825일)]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6.

결론

그렇다면 피고의 2019. 12. 18. 자 원고에 대한 사업자 선정 취소 통보에 의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반환금채무 원금은 361,324,043원(= 훈련시설 지원금 187,993,762원 + 훈련장비 지원금 173,330,281원)을 초과해서는 존재하지 않고, 피고가 이에 대해 다투고 있으므로 확인의 이익도 있다.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형철(재판장) 김두일 김주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