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9. 30. 선고 2021노591 판결

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원심 유죄부분 중 차별대우에 의한 근로기준법위반 부분에 대하여)

①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근로자 E(이하 ‘이 사건 근로자’라 한다)에게 ‘3일 뒤에 나가라’라는 말을 한 장소는 사무실이 아니고, ② 이는 이 사건 근로자가 피고인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노동청에 잦은 진정을 넣고, 다른 직원들에게 회사의 문제점을 말하고 다녀 회사의 업무 분위기를 해치는 등의 문제적 행동을 하여 두 사람 간의 신뢰관계가 이미 깨어진 상태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에게 계약 종료의 의사를 표시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근로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부당한 처우를 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주장(원심 유죄부분 전부에 대하여)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2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원심 무죄부분에 대하여)

①

피고인은 2018. 5. 10.경 이 사건 근로자의 임신사실을 안 후 그에게 해고를 통보하였고, 다음날 이 사건 근로자가 이를 노동청에 진정하자 피고인은 그 의사를 철회하였는데, 피고인과 이 사건 근로자가 작성한 2018. 5. 14.자 근로계약서(이하 ‘이 사건 계약서’라 한다)는 그로부터 불과 3일 후 작성되어 그 경위가 의심스럽고, ② 이 사건 근로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계약서에 기재된 근로기간의 의미는 2018. 10. 31. 근로계약이 기간만료로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출산 이후에는 휴직기간에 들어가는 것이다’라고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게 진술하였는데 그 진술이 일관되고, 이 사건 근로자가 2019. 3. 31.로 설정되었던 기존 근로계약기간의 종기를 앞당겨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자발적으로 포기할 이유도 없는 것이므로 위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데, ③ 그렇다면 이 사건 계약서는 이 사건 근로자가 착오 내지 피고인의 기망에 의하여 서명한 것이므로, 문언상 기재된 내용이 아니라 이 사건 근로자가 인식한 바와 같이 근로계약의 효력이 발생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양 당사자의 의사불합치로 이 사건 계약서 기재대로의 근로계약은 불성립하여 근로계약기간의 종기는 기존의 그것인 2019. 3. 31.을 따라야 하는데, 피고인이 근로계약의 유효함을 알면서 기간만료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을 종료한 것은 근로기준법상 해고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해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면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주장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 부분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각 사정, 즉 ① 피고인이 2018. 5. 10.경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회사 사무실에서 이 사건 근로자가 임신을 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 사건 근로자에게 ‘3일 이내에 나가라’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은 인정되는 점, ② 그러나 이 사건 근로자가 다음날 이에 관한 내용을 노동청에 진정하자 피고인은 위와 같은 의사를 철회한 점, ③ 사용자는 통상적으로 근로자에 대하여 우월적 지위를 가지기 때문에 사무실이라는 업무상 공간에서 일시적이라고 해도 해고를 시사하는 말을 한다면 비록 그 말이 최종적으로 어떠한 지속적인 법적 효력을 가지는 조치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말 자체를 법적 판단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적절한 점, ④ 임신이라는 상태는 여성에게만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임신을 이유로 어떠한 부당한 대우를 한다면 이는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당심의 판단

가)

관련 법리

‘차별적 처우’란 사용자가 근로자를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가리킨다.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ㆍ정도 등이 적정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1>.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는 개별 사안에서 문제가 된 불리한 처우의 내용과 사용자가 불리한 처우의 사유로 삼은 사정을 기준으로 근로자의 고용형태, 업무의 내용과 범위ㆍ권한ㆍ책임,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의 결정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다262193 판결 참조).

나)

구체적인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원심이 설시한 사정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 각 사실 내지 사정들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이 사건 근로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적 대우를 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이와 결론을 같이 하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인 스스로도 이 사건 근로자에게 2018. 5. 10.경 ‘3일 뒤에 나가라’라는 발언(이하 ‘이 사건 발언’이라 한다)을 하였던 것을 인정하고 있다. ㉠ 이 사건 발언시기가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로부터 임신사실을 들은 직후인 점, ㉡ 피고인과 이 사건 근로자가 주고받은 네이트온 메시지(증거기록 34쪽)에 의하면, 이 사건 근로자가 ‘임신여부는 근로채용과 무관한 조건이고 이러한 사유로 부당대우 아예 할 수 없는 조건인데요’라고 말하자 피고인은 ‘모든 근로자는 근로계약서 작성 전 고지의 의무가 있고 근로계약서는 사업주와 협의를 마친 상태에서 해야 합니다’라고 대답하여,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가 근로계약서 작성 전 임신사실을 미리 고지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2> 피고인의 이 사건 발언은 이 사건 근로자의 임신을 이유로 한 것임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나가라’는 발언은 통상 그 자체로 해고의 통보로 이해되는 것이 일반적인 데다가, 피고인은 위 네이트온 메시지에서 ‘3일 이내 기준이 내일인건지 월요일인건지 알려주세요’라고 묻는 이 사건 근로자에게 “저는 좋게좋게 한두 달 정도 사람 와서 인수인계하고 마무리하자고 하려고 했습니다”라고 대답했는데, 이는 피고인이 해고의 의도로 이 사건 발언을 했다는 것을 의미하여 이것을 단순한 계약 종료 제안의 의사표시로 볼 수 없을뿐더러, 설령 계약종료제안의 의사표시라 하더라도 임신을 이유로 계약 종료를 제안하는 것 또한 원심이 설시한 바와 같은 임신이 갖은 특성상 성별을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를 가하는 것으로 부당대우에 해당한다.

②

㉠ 피고인은 고용보험 등 4대 보험 가입유예에 관한 피고인의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근로자가 이를 거짓 변명으로 거절하여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신뢰관계가 깨어졌으므로, 이 사건 발언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4대 보험 가입은 관련법령상 사용자의 신고가 강제되는 것으로,<3> 5인 미만 사업장에 지원되는 고용촉진장려금을 부당하게 지급받기 위한 행위에 동참해달라는 취지와 다름없는 피고인의 제안을 거절한 이 사건 근로자의 태도를 사회통념상 피고인과의 근로계약상 신뢰관계를 깰 만큼 불합리하고 비정상적인 태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이처럼 부당한 피고인의 부탁에 대해 이 사건 근로자가 ‘지역 보험 가입비가 비싸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야 한다’ 등의 거절사유 발언을 하기 하였으나, 이는 근로자의 입장에서 사용자의 부당한 제안을 완곡히 거절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근로자의 이러한 행위가 피고인의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부당 처우를 합리화할 만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 피고인은 또 이 사건 근로자의 잦은 노동청 진정으로 근로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울 만큼 신뢰감이 상실되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기록상 이 사건 근로자의 진정은 2018. 5. 11., 2018. 7. 16. 단 두 차례만 확인될 뿐, 이 사건 발언 전에 이 사건 근로자가 진정을 하였음을 인정할 객관적 증거가 제출되지 않아 피고인의 위 주장은 그 설득력이 매우 떨어지고, 근로자의 노동청 진정은 허위 진정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로서 부당 처우의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도 없다. ㉢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가 회사의 문제점을 직원들과 공유하였다고도 주장하나,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근로자는 사내 단체 메신저 내에서 대부분 업무와 관련된 발언을 하거나, 피고인의 운영방식에 대해 정당한 문제제기를 하는 수준인 것으로 보일 뿐이므로 이 역시 부당 처우를 정당화할 합리적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③

피고인과 이 사건 근로자가 주고받은 네이트온 메시지(증거기록 34쪽)에 의하면, 이 사건 근로자는 “카페에서 말씀하셨던 거 회사벤치에서 말씀하셨던 거 그 3일 이내 기준이 내일인건지 월요일인건지 알려주세요”, “저만 들은 거 아니잖아요?”라고 말하고, 경위서작성 요청건의 내용증명(증거기록 10쪽)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근로자는 피고인이 “카페에서 자리를 뜬 후 사내 야외 테이블에서 제가 지나가자 여러 직원이 보는 앞에서 3일 내로 나가달라고 해고요청을 하였다”고 하는 것을 봐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발언을 한 장소가 사무실이라는 원심판결의 이유 설시는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위 기재상의 이 사건 발언 장소가 회사 내인데다가(피고인과 그 변호인은 이 사건 근로자의 원심증언 과정에서 이 사건 발언 장소에 대한 탄핵을 한 바도 없다) 사용자로서 근로자에 대해 우월한 지위를 가지는 피고인이 직원인 이 사건 근로자에게 근무시간 중 다른 직원들 앞에서 ‘3일 내에 나가라’라고 한 것 역시 그 자체로 불리한 처우에 해당하므로, 그 합리적 이유가 없는 이상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는 결론에는 영향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 부분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각 사정, 즉 ① 이 사건 계약서 제10조의 특약사항에는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근로계약기간 이내에 출산휴가, 육아휴직 신청시 신청일로부터 정상적으로 휴직기간에 들어간다’라고 기재되어 있고, 그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근로계약기간은 ‘2018. 4. 1.부터 2018. 10. 31.까지’인데, 위 문구는 객관적으로 위 계약기간 내에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의 시작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이해될 뿐, 나아가 그 휴직기간 동안 근로계약기간이 자동으로 연장된다는 내용으로는 해석되지 않는 점, ② 이전 계약서와 비교해 볼 때 이 사건 계약서에서 근로계약기간이 줄어들게 되었으므로 일견 이 사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보이기도 하나, 이 사건 계약서는 당사자 사이의 협상과정을 거쳐 체결된 것인데, 이 사건 근로자의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이 시작된 경우 근로계약기간을 어떻게 하는지는 이 사건 계약서에 명확히 기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에 대하여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그 경우 근로계약의 종기는 2018. 10. 31.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고 계약의 일방 당사자인 E의 진술만으로 처분문서의 문구 자체의 객관적 의미를 달리 해석하기는 어려운 점, ③ 피고인과 이 사건 근로자 사이의 2018. 4. 30.자 근로약정서에는 ‘계약기간 만료 후 계속 근무할 필요가 있는 경우 피고인과 이 사건 근로자는 합의에 의하여 갱신할 수 있으며, 계약기간 만료 전에 별도 계약갱신이 없으면 자동해지된 것으로 한다’라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으므로, 피고인과 이 사건 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은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통상 갱신되지 않고, 달리 이 사건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이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 ④ 위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과 이 사건 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은 2018. 10. 31. 기간만료로 종료되었을 뿐,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를 해고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해고가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해고를 전제로 하는 이 부분 공소사실 전체도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2)

당심의 판단

가)

관련 법리

처분문서의 진정 성립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나, 처분문서라 할지라도 그 기재 내용과 다른 명시적․묵시적 약정이 있는 사실이 인정될 경우에는 그 기재 내용과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그 작성자의 법률행위를 해석함에 있어서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자유로운 심증으로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 등 참조).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퇴직, 해고, 자동소멸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퇴직은 근로자의 의사로 또는 동의를 받아서 하는 것이고, 해고는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로 하는 것이며, 자동소멸은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근로계약이 자동적으로 소멸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말하는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위의 두 번째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뜻한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4다9632 판결 등 참조).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등 참조). 이때 그 근로계약이 계약서의 문언에 반하여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계약서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동종의 근로계약 체결방식에 관한 관행 그리고 근로자보호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1998. 5. 29. 선고 98두625 판결 참조).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엄격한 증명의 대상에는 검사가 공소장에 기재한 구체적 범죄사실이 모두 포함되고, 특히 공소사실에 특정된 범죄의 일시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의 주된 대상이 되므로 엄격한 증명을 통해 그 특정한 대로 범죄사실이 인정되어야 하며, 그러한 증명이 부족한데도 다른 시기에 범행을 하였을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있다고 인정하여서는 아니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참조).

나)

구체적인 판단

(1)

피고인과 이 사건 근로자가 2018. 9. 6. 주고받은 네이트온 메시지(증거기록 271쪽)에 의하면 이 사건 근로자는 “육아휴직은 출산휴가 끝날 때쯤 다시 말씀드릴게요”라고 말하여 근로계약기간 종료 이후에도 고용관계가 유지됨을 전제하고 있고, 이 사건 근로자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보장받기 위해 4대 보험 가입을 요청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근로계약기간을 출산휴가 종료 전으로 줄이며 출산휴가의 상당부분과 육아휴직을 모두 포기한다는 것이 부자연스럽고, 이 사건 근로자의 노동청 진정으로 두 사람 간의 관계가 악화된 직후 기존 근로자들 중 이 사건 근로자만 근로계약서를 재작성하게 된 경위를 고려하면 이 사건 근로자는 표준근로계약서 양식으로의 작성을 내세운 피고인의 요청으로 근로계약서를 재작성함에 있어 자신의 내심의 의사와 다르게 이 사건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는 보인다.

(2)

그러나 위 관련 법리에 비추어, 원심이 설시한 사정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 각 사실 내지 사정들을 보태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이 사건 근로자와의 근로계약 종료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점이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와 결론을 같이 하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 이 사건 근로자의 원심 법정진술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근로자는 이 사건 계약서 작성 당시 피고인에게 ‘정확한 복귀시점은 이야기하기 어렵고 복귀할 것인지 여부 역시 정확히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으로,<4> 이처럼 이 사건 근로자의 복귀 여부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실제 근무하게 됨이 확실한 달을 기준으로 근로계약기간을 설정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인 주장은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고, 근로약정서의 기재에 의하면 ‘계약기간만료 후 계속 근무할 필요가 있는 경우 합의에 의하여 갱신할 수 있다’는 문구를 통해 이 사건 근로자의 복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특별히 이 사건 근로자에게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으며, ㉡ 이 사건 근로계약서 중 ’근로계약기간 이내에 출산휴가, 육아휴직 신청 시 신청일로부터 정상적으로 휴직기간으로 들어간다’라는 문구는 이 사건 근로자가 근로계약서 초안을 직접 검토한 후 스스로 만들어서 계약서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한 것이고(이 사건 근로자는 내심 이러한 문구에 의해 계약기간의 종기 이전에만 출산휴가에 들어가면 그 종기 이후에도 출산휴가의 지속으로 근로계약관계가 당연히 유지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과의 별다른 마찰 없이 이를 이 사건 계약서에 반영한 것으로, 그 과정에서 검사의 주장과 같은 피고인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이 사건 근로자가 피고인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의 1심 재판부에 이 사건 근로자의 소송대리인이 낸 준비서면에 의하면 이 사건 계약서상의 근로계약기간 종기를 2018. 10. 31.로 하자는 제안을 피고인이 하거나<5> 심지어 이 사건 근로자 자신이 하였음<6>을 밝히고 있고, 위 민사소송 이전에 이 사건 근로자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피고인 운영의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는데 그 판정결과 이 사건 계약서는 검사의 주장과 같은 취지의 피고인의 기망에 의한 것이라는 취지의 이 사건 근로자 주장을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이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유지되었던 것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과 4대 보험가입시기를 두고 갈등이 있던 이 사건 근로자 스스로도 복귀 자체가 불투명한 마당에 근무기간 내라도 출산휴가 보장을 받기 위해서는 나름 최선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 이 사건 근로자는 피고인과 합의하여 이 사건 계약서를 수정하기도 한 만큼, 이 사건 계약서 작성 중 이 사건 계약서는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볼 정도로 이 사건 근로자에게 취소가능한 중대한 착오가 있었다거나 또는 피고인과 이 사건 근로자 사이에 다른 내용의 명시적, 묵시적 약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이 사건 계약서는 피고인과 이 사건 근로자가 임금, 근로기간 등 계약의 중요요소에 관하여 합의과정을 거쳐 작성한 것인 만큼, 계약이 불성립하였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양 당사자 간 의사의 합치가 없었다고 할 수도 없고, ’근로계약기간 이내에 출산휴가, 육아휴직 신청 시 신청일로부터 정상적으로 휴직기간으로 들어간다’라는 문구를 근로계약기간이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기간에 따라 자동 연장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엔 그 문구의 객관적 의미 및 관련 법리상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설령 이 사건 근로자의 내심의 의사가 이 사건 계약서 기재와 다소 다르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계약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함이 타당하다.

②

이 사건 근로자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주식회사 D를 상대로 2018. 10. 31.자 근로관계 종료가 부당해고라는 이유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는데, 위 노동위원회는 피고인과 이 사건 근로자 간의 근로계약은 이 사건 계약서의 기재 내용대로 효력이 발생하여 2018. 10. 31. 기간만료로 당연히 종료되었을 뿐이므로, 이는 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이와 달리 해고임을 전제로 한 위 신청을 기각하였고, 이에 대해 이 사건 근로자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이를 같은 이유로 기각하였다(다만 그 재심신청기각 판정의 확정 전 이 사건 근로자가 그 신청을 취하하여 이를 이유로 종결처리되었다). 그뿐 아니라 이 사건 근로자가 위 주식회사 D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 등의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그 1심 법원(서울남부지방법원 2019가합111593) 역시 위 노동위원회의 판정과 같은 취지로 그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이 사건 근로자의 항소로 그 항소심이 계류 중에 있다<7>).

③

이 사건 근로자와 피고인 간의 근로계약은 이 사건 계약서의 기재 내용대로 2018. 10. 31. 기간 만료로 종료된 것으로, 이는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의미하는 해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한편 ㉠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근로계약을 연장해줄 것이라는 기대권을 형성할 만한 언동을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으며, ㉡ 이 사건 계약서 작성 당시 이 사건 근로자의 근로기간은 1년 미만으로,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보기에는 다소 짧은 기간이고, ㉢ 이 사건 근로자의 업무가 특수성을 요하여 인력 교체를 예견하고 있지 아니한 것도 아니므로, 이 사건 근로자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도 아니어서, 피고인의 사실상 갱신거절이 부당해고와 같다고 볼 수도 없다.

다.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 부분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살피건대, 비록 당심에 이르러 피고인은 일부 근로기준법 위반 범행(근로계약서 미교부)에 대해서는 원심에서와는 달리 다투지 아니하기는 하나 그렇다고 원심의 형을 변경할 만큼 유의미한 사정의 변경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 외에는 당심에서 유의미한 양형자료가 새롭게 제출되지 아니하여 원심과 비교하여 양형조건에 변화가 없고, 피고인과 검사가 양형부당 사유로 주장하고 있는 사정들은 이미 원심의 양형사유에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근로계약서를 근로자에게 교부하지 않고 여성 근로자의 임신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한 것으로 그 죄질이 좋지 못한 점,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러서까지도 일부 범행에 대하여는 해당 근로자를 탓하며 자신을 합리화하기에 급급하는 등 그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여,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거나 지나치게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양섭(재판장) 전연숙 차은경

각주1)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는 ‘“차별”이란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성별, 혼인, 가족 안에서의 지위, 임신 또는 출산 등의 사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채용 또는 근로의 조건을 다르게 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남녀의 차별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남성 또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차별대우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4누13589 판결 취지 참조).

각주2) 이에 대해 피고인은 검찰에서 이 사건 발언의 의미는 ‘4대 보험 적용 여부 등의 근로 조건에 대한 고지의 의무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이 사건 근로자가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나가라고 하였는데 위 거짓말에 이 사건 근로자가 임신사실을 숨긴 것은 포함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이러한 주장 바로 직전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가 임신사실에 대해 거짓말을 했고, 노동청 진정에 대한 거짓말 등 여러 사실들이 복합되어 회사를 나가라고 하였다고 진술하여 자신의 진술 자체와도 배치되고 있는바, 이러한 피고인의 주장은 그 설득력이 떨어진다.

각주3) 국민연금법 제131조, 제21조, 국민건강보험법 제119조 제3항 제1호, 제7조, 고용보험법 제118조 제1항 제1호, 제15조,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등에 관한 법률 제50조 제1항 제1호, 제11조에 따라 미신고시 과태료 처분의 대상이 된다.

각주4) 공판기록 144쪽

각주5) 증거기록 474, 475쪽

각주6) 증기기록 475쪽

각주7) 그 항소심에서 이 사건 근로자는 부당해고란 당초의 주장을 철회하고 (기간만료로 인한) 근로관계 종료를 인정하기로 하면서 이를 이유로 한다는 취지로 청구원인을 변경하기도 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