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37,246,000원과 이에 대하여 2022. 1. 1.부터 2023. 6. 13.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서울특별시B구도시시설관리공단설치조례에 따라 설립되어 구립체육시설관리 및 운영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원고는 2001. 1. 1. 일반직 3급으로 피고 공단에 입사하여 체육사업팀에서 근무하다가 2021. 12. 31. 정년퇴직한 사람이다.
피고의 임금피크제 도입 및 시행
피고는 2015. 8. 27. 행정자치부로부터 ‘지방공기업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하달받고 2015. 9. 10. 임금피크제 도입계획 초안을 마련하여 피고 직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하였으며, 2015. 9. 21. 노사협의회를 개최하여 근로자위원 5인이 참석한 가운데 위 임금피크제 계획안을 협의하였고, 2015. 9. 22.부터 같은 달 30.까지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급여수준이 최저임금 150% 이하인 일반직․전문직 8급과 현업직을 제외한 전 직원) 95명 중 78명으로부터 동의 서명을 받아 2015. 9. 30. 임금피크제 도입추진계획을 발표하고, 2016. 5. 19. 임금피크제 운영내규(갑 3호증)를 제정하여 2016. 1. 1.부터 이를 시행하였는데 이 사건 임금피크제 운영내규 중 그 적용기간과 보수, 인사관리에 관한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5조(적용기간) 임금피크제 적용기간은 정년퇴직일 도래 3년 전일부터 정년퇴직일까지 총 3년으로 한다.
제6조(임금의 산정)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보수는 다음 각호와 같이 산정한다.
정년일 기준 3년전 익일부터 기준 급여의 90%
정년일 기준 2년전 익일부터 기준 급여의 85%
정년일 기준 1년전 익일부터 기준 급여의 80%
제8조(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의 직군 및 직급)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의 직군 및 직급은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의 직군 및 직급을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인사관리상 필요에 따라 이사장이 별도 직군 및 직급으로 관리할 수 있다.
제9조(인사관리)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의 직위, 직무부여, 평가, 승진 등 인사관리는 다른 직원과 동일하게 한다.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 삭감과 근로조건
원고는 2021. 12. 31. 만60세로 정년퇴직하였는데 정년퇴직일 3년 전의 익일인 2019. 1. 1.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와 비교할 때 2019년 10%, 2020년 15%, 2021년 20%의 임금이 각 감액되었고 그에 연동하여 퇴직급여도 감액되었다.
원고는 임금피크제 적용 전인 2017. 8. 1. B구민체육센터 관장으로 발령받아 근무하다가 2019. 1. 1. 임금피크제 적용과 동시에 체육사업팀 팀장으로 발령받았고, 2021. 1. 1.에는 다시 B구민체육센터 관장으로 발령받았으며 종전 근무기간에도 대부분 위 관장과 팀장을 번갈아 맡는 등 임금피크제를 전후하여 직책, 직무의 양이나 강도, 근무형태 등 근로조건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7, 을 제1 내지 17(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피고가 시행한 임금피크제의 근거가 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운영내규의 제정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함에도 소속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얻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위 내규는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을 위반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는 취업규칙이므로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무효인 임금피크제 운영내규를 근거로 미지급한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원고를 차별하여 원고에게 감액된 임금 및 퇴직금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원고는 피고에 대한 급여청구권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기하여 감액된 임금 및 퇴직금 상당액의 지급을 구한다.
판단
취업규칙변경의 절차상 하자
이 사건 임금피크제 운영내규의 제정은 정년이나 근로조건의 변화 없이 정년에 임박한 근로자에 대한 임금의 삭감만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므로 근로자에 불리한 취업규칙의 변경에 해당함이 명백하다.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을 것을 요하고, 동의의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그와 같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사용자 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사업장 전체 또는 기구별·단위 부서별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의 의사를 모으는 회의방식에 의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은 효력을 가질 수 없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다239441 판결 참조). 여기서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라 함은 사업 또는 한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32362 판결 참조).
피고 공단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운영내규 제정 과정에서 위와 같은 적법한 근로자 집단의 동의 절차를 거쳤는지 보건대, 앞서 본 사실과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없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운영내규는 무효이다.
피고 공단에는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다.
피고가 2015. 9. 10. 피고 직원들을 상대로 임금피크제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한 사실은 인정되나 어떤 부서에서 몇 명의 근로자가 참석하였는지, 참석 근로자와 사용자측 사이 또는 근로자 상호간 찬반 의견의 교환이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는 아무런 자료가 없다.
피고가 개최한 노사협의회에 참석한 근로자위원 5인이 피고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를 대변한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의 변경 절차에서 요구되는 근로자 집단의 동의는 단순히 개별적으로 동의한 근로자 수의 합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근로자의 과반수가 동의서에 서명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적법한 근로자 집단의 동의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
고령자고용법상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
관련 법리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고령자고용법상 차별금지조항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하고,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판단
위 법리를 전제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사실과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운영내규는 연령을 이유로 임금 분야에서 원고를 포함한 적용 대상 근로자들을 차별하는 경우에 해당하고, 그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반하여 효력이 없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기존의 정년 60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년이 임박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으로 ‘정년유지형’에 해당한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도입됨에 따라,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급여는 정년일 3년 전 익일부터, 연차적으로 10%, 15%, 20%의 임금이 삭감되어 연령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을 전후하여 원고를 비롯한 대상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고, 달리 근로자들이 임금 삭감으로 입게 되는 불이익에 대하여 적절한 대상 조치가 취해졌다고 볼 자료가 없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보건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이후 피고가 3명을 채용한 사실은 인정되나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마련된 재원이 위 3명의 채용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되었다고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고, 설령 피고의 주장과 같이 감액된 재원을 신규 청년채용을 위하여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이미 60세의 정년을 보장받고 있던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을 충분히 상쇄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도 어렵다.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은 그 근거가 되는 취업규칙의 변경 절차가 위법할 뿐만 아니라 강행규정인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을 위반하는 것이어서 어느 모로 보나 무효이고,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무효인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여 임금을 감액시킨 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인한 임금 분야 차별이 없었더라면 받았을 적정한 임금, 퇴직금 등과 실제 받은 임금, 퇴직금 등의 차액 상당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원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인하여 받지 못한 임금이 34,381,700원(= 기본연봉 차액 27,742,800원+평가급 차액 6,638,900원), 퇴직금이 2,864,300원인 사실은 피고가 이를 명백히 다투지 않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합계 37,246,000원(= 34,381,700원+2,864,300원)과 위 돈에 대하여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22. 1. 1.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송달일인 2023. 6. 13.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한 판단
피고는 원고의 청구 중 피고의 임금지급의무 발생일로부터 3년이 경과한 부분은 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하는바, 원고는 급여지급청구권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선택적으로 행사하고 있고, 이 법원은 그 중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이는 바이므로 피고의 소멸시효항변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 소멸시효에 관한 주장으로 보아 판단한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고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한다. 나아가 피해자 등이 언제 위와 같은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다757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임금피크제에 관하여는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에서 처음으로 그 유효성에 관한 판단의 기준을 설시하였고, 원고도 2022. 6. 22. 비로소 피고에게 미지급 급여의 지급을 최고하는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하면서 ‘위 판례에 의거 피고의 임금피크제가 무효로 간주된다’고 기재한바(갑 8-1, 2), 그 이전에 원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위법하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은 이 대법원 판결 선고일인 2022. 5. 26.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이 사건 소는 그때로부터 3년 이내에 제기된 것이 명백하므로 피고의 항변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주옥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