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4. 4. 선고 2022가합557490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와 피고 사이의 계약 체결 경위

1)

피고는 다국적기업인 C 그룹에 속한 한국법인으로 선급 서비스, 기술 인증, 해운, 석유·가스, 에너지 산업에 소프트웨어 및 기술 자문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회사이다.

2)

D 주식회사(이하 'D'이라 한다)는 이집트 철도청이 발주한 나일강 상류의 주요 도시 E 구간의 역사 신호시스템을 현대화하는 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의 입찰에 참가하는 과정에서 2020. 8. 31. 피고와 위 사업의 시스템 엔지니어링 분야 제안서 작성에 관한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3)

피고는 철도 관련 시스템 엔지니어링 경력이 있는 원고를 소개받아 원고와 2020. 9. 1. 위 제안서 작성 업무에 관한 용역계약을 체결한 후 제안서를 공동으로 작성하였다.

4)

D은 이집트 철도청으로부터 이 사건 사업을 수주하였고, 피고에게 이집트 현지에 2년 정도 상주하며 시스템 엔지니어링 업무를 전반적으로 관리할 인력의 투입을 요청하였다.

5)

이에 피고는 2021. 11. 1. 원고와 이 사건 사업의 시스템엔지니어링 제공 업무에 관하여 계약기간 36개월, 자문료 매월 750만 원, 해외파견비용 매월 최대 584만 원으로 정하여 서비스 구매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6)

D은 2021. 11. 11. 피고와 이 사건 사업 관련 시스템 엔지니어링 및 RAMS<2> 수행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이 사건 계약의 해지 경위

1)

이 사건 계약 체결 후 원고는 이집트 현장에 상주하면서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는데, D은 피고에게 당초 예상과 달리 이집트 현지 인력을 장기간 투입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하면서 현지 인력 투입 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였고, 그에 따라 피고와의 도급계약 금액을 감축하였다.

2)

이에 피고의 F 본부장은 2022. 6. 8. 원고에게 D의 사정으로 현지상주 업무기간이 2년에서 1년으로 변경되어 원고의 이집트 현장 상주 역할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고, 이 사건 계약에 따르면 사유와 관계없이 30일 전 통보 후 계약을 종료할 수 있으므로, 본 이메일을 보낸 시점에 30일 전 통보(이하 '이 사건 계약해지 통보'라고 한다)를 한 것으로 하겠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

3)

그 후 F 본부장은 2022. 6. 27. 원고에게 2022. 7. 8.자로 이 사건 계약이 해지될 예정임을 알려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내지 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가.

주위적으로, 이 사건 계약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실질적으로는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한 이 사건 계약해지 통보는 근로기준법상 해고에 해당하고,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서 정한 절차적, 실체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계약해지 통보는 무효이다.

나.

예비적으로,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내용은 약관에 해당하는데, 그 중 '피고가 편의에 따라 30일 이내에 서면으로 통지함으로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이하 '약관규제법'이라 한다) 제9조 제2호에서 정한 '사업자에게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는 해제권 또는 해지권을 부여하여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는 조항'으로서 전형적인 불공정한 약관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다.

따라서 어느 모로 보나 이 사건 계약해지 통보는 무효이므로, 그 무효임을 확인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원고가 계약기간 동안 지급받았어야 할 보수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주위적 주장에 대한 판단

1)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78804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3 내지 7, 9호증, 을 제10 내지 3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가)

피고는 D이 이집트 현지에 상주할 인력이 필요하다고 요청하여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원고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른 것이므로, 원고는 이 사건 사업 수행을 보조하기 위한 특수한 목적에서 계약기간을 3년으로 정하여 피고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일 뿐 피고의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었다. 이에 이 사건 계약에는 '사업명: 이 사건 사업의 시스템엔지니어링 제공', '적용 프로젝트: D의 이집트 SE 사업'이라고 하여, 이 사건 계약의 체결 목적이 이 사건 사업에 한정되어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나)

또한 이 사건 계약에서는 업무범위를 '시스템엔지니어링: RAMS, 요구사항, 인터페이스 관리'로 명시하였고, 실제로 원고는 이 사건 사업과 관련된 위 업무를 주로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위 업무들 외에도 'EMC 관리, 소음진동관리' 업무까지 수행하였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주장하는 위 업무들이 시스템엔지니어링 업무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수행한 위 업무범위가 이 사건 사업 수행이라는 특수한 목적에 한정되어 있었던 점에는 변함이 없다.

다)

원고는 피고의 F 본부장으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F 본부장과 주고받은 이메일, 결재문서, 월간 활동보고서를 증거로 제출하였다. 그러나 ① 위 이메일(갑 제5호증)의 내용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의 F 본부장으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업무분야의 전문가로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피고의 F 본부장과 협력하여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이 사건 계약에서도 '계약자는 독립 계약자로서 장비 및 인력, 그리고 서비스 이행방식 및 방법에 대한 완전한 통제, 감독 및 지시를 가지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② 원고가 제출한 결재문서(갑 제4호증의 1, 2)는 피고가 D에 제출한 것으로서 피고의 내부 업무처리에 관한 문서가 아니다. 특히 갑 제4호증의 1의 경우 최종적으로 D이 이집트 철도청에 제출한 것으로서 작성자가 원고, 검토자가 피고의 F 본부장, 승인권자가 D의 G 팀장으로 기재되어 있어 위 문서 작성에 관여한 사람들이 소속과 무관하게 결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여러 업체들이 협력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충분히 상정 가능한 결재방식으로 보이고, 이와 같은 맥락에서 원고는 D이 이집트 철도청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D 조직도의 '시스템 엔지니어링 매니저'로 기재되기도 하였다. 나아가 ③ 위임관계에서도 수임인은 위임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위임사무의 처리상황을 보고하여야 하므로(민법 제683조), 원고가 월간 활동보고서(갑 제6호증)를 작성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관계를 추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라)

원고는 피고의 사무실이 아닌 이집트 현지 D의 현장사무실에서 피고 직원뿐만 아니라 D 직원들과 함께 협력하면서 업무를 수행하였고, 피고로부터 근태관리를 받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근태관리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출근부(갑 제7호증)를 증거로 제출하였으나, 위 출근부는 피고가 관리하는 문서가 아닐 뿐 아니라 피고의 지시 없이 원고가 자발적으로 작성하여 피고에게 전송한 것으로 보이므로, 위 문서만으로 피고가 원고의 근태관리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원고가 제출한 출근부(갑 제7호증)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계약 이후 10일간 휴가를 가거나 수술 및 입원으로 일주일 정도 자리를 비우기도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에게 보고하거나 피고의 결재를 받았다는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 나아가 원고는 피고의 F 본부장과 D의 G 팀장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갑 제9호증으로 제출하면서, 피고가 D과 협의하여 원고의 휴가를 결정하였다고 주장하나, 위 이메일 내용 중에 피고가 D과 협의하여 원고의 휴가를 결정하였다는 부분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피고의 F 본부장은 D의 G 팀장에게 원고의 귀국 일정을 원고와 협의하여 결정하면 된다고 알리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의 근태관리를 하였다거나 휴가를 결정하였다고 할 수 없다.

마)

원고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피고 직원들과 같은 성과평가를 받지 않았고,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으며, 개인사업자임을 전제로 사업소득세만을 부담하였다.

바)

피고는 원고에게 '상무/위원' 직함의 명함을 교부해 주기는 하였으나, 그 명함에는 일반적인 피고 직원의 명함과는 달리 'Operating on behalf of C'라고 하여 외주 직원에게만 기재되는 문구가 별도로 표시되어 있었고, 원고가 사용한 이메일 계정에도 피고의 직원과는 달리 원고의 이름 옆에 외주직원임을 표시하는 'C External'이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었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의 명함이나 이메일 계정을 사용한 사정만으로 피고의 근로자였다고 볼 수 없다.

나.

예비적 주장에 대한 판단

1)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계약은 근로계약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계약의 체결 경위 및 그 내용에 비추어 이는 위임계약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이 사건 계약 내용 중 '피고가 편의에 따라 30일 이내에 서면으로 통지함으로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사업자에게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는 해제권 또는 해지권을 부여하여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는 조항'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는 것이므로(민법 제689조 제1항), 위 조항이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은 해지권을 부여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2)

나아가 민법은 위임계약의 경우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반면, 이 사건 계약은 피고가 '30일 이내'에 원고에게 '서면으로' 통지를 함으로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오히려 민법보다 더 두텁게 계약 상대방을 보호하고 있으므로, 그 내용이 불공정하다고 할 수도 없다.

3)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의 해지에 관한 조항이 약관규제법에 위배되어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소결론

원고의 주위적, 예비적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도균(재판장) 강대현 백승영

각주1) 원고의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의 '변경된 청구취지'에는 '2011. 11. 1.'로 기재되어 있으나, 이는 '2021. 11. 1.'의 오기임이 분명하다.

각주2) Reliability, Avalability, Maintainability, Safety의 약자로 시스템의 신뢰성, 가용성, 유지보수성, 안전성 향상을 지원하는 기술을 말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