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5. 11. 선고 2022가합558738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상시 약 14,2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은행법이 정하고 있는 은행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피고의 2016년 하반기 신입행원 공개채용(이하 '이 사건 공개채용'이라 한다)에 지원하여 서류전형과 1, 2차 면접을 거쳐 2016. 11.경 채용 확정 통보를 받고 2017. 1. 25. 피고에 입사하여 C금융센터에서 근무하던 사람이다.

나.

피고 신입사원 부정채용 관련 형사사건의 경과

1)

국회의 2017. 10. 17.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피고의 신입행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부정채용 청탁에 의한 부정입사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2017. 11.경부터 피고 인사담당자들에 대한 조사, 본점에 대한 압수수색 등 수사가 진행되었다.

2)

위 수사 결과 피고의 공개채용 업무를 총괄하였거나 담당하였던 대표이사 D, 인사부장 E, 인사부 채용팀장 F 등이 이 사건 공개채용을 포함한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피고 신입행원 공개채용 절차에서 원고를 포함하여 서류전형 점수 미달로 불합격대상인 지원자를 서류전형에 합격한 것처럼 처리하거나, 면접 시험결과 불합격권인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하여 면접시험에 합격한 것처럼 처리하는 등으로 면접관들 및 피고의 적정하고 공정한 신입직원 채용업무를 방해하였다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되어 2019. 1. 10. 제1심에서 각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서울북부지방법원 2018고단329호), 위 형사재판은 항소심(서울북부지방법원 2019노181호)과 상고심(대법원 2019도9865호)을 거쳐 2020. 2. 13. 확정되었다(이하 위 형사사건을 '관련 형사사건'이라 하고, 관련 형사사건의 제1, 2심 판결을 '관련 형사판결'이라 한다).

3)

관련 형사사건의 항소심은 지원자별 업무방해죄 성부를 살피면서 '서류전형이나 면접 불합격권에 있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일부 지원자와 관련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는데, 원고는 이에 해당되지 않았고 업무방해죄 성립이 인정되는 '증거에 따라 불합격권에 있었음이 인정되는 지원자'에 포함되었다.

4)

관련 형사판결의 이유 중 원고와 직접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다.

피고의 원고에 대한 권고사직 제안, '기타퇴직' 의결 및 통지

1)

피고는 관련 형사판결이 확정된 이후인 2020. 10. 15.경부터 원고를 포함하여 관련 형사사건에서 부정청탁으로 인하여 채용 불합격권에 있었음에도 합격한 것으로 처리되었다고 인정된 직원들 중 당시 피고에 재직 중이던 18명(이하 '이 사건 부정입사자들'이라 한다)에 대한 인사조치 방안을 논의하였고, 2020. 11. 30. 이 사건 부정입사자들에 대하여 1차 권고사직 면담을 진행하였는데, 원고는 피고의 권고사직 제안에 응하지 아니하였다.

2)

피고는 2021. 1.경 관련 형사사건의 기록 일체를 열람ㆍ등사하였고, 2021. 2. 4.경 이 사건 부정입사자들 중 아직 사직을 하지 않은 직원들에 대하여 2차 권고사직 면담을 진행하면서 관련 형사사건의 기록을 토대로 부정채용 경위를 설명하였는데, 원고는 피고의 2차 권고사직 제안에도 응하지 아니하였다.

3)

위 1, 2차 권고사직 면담을 거친 후 이 사건 부정입사자들 중 10명이 부정입사사실을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사직을 하였고, 피고는 원고를 포함하여 이 사건 부정입사자들 중 위 1, 2차 권고사직 면담을 거쳤음에도 자발적으로 사직하지 않은 나머지 8명에 대하여 인사협의회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4)

피고는 2021. 2. 18. 원고에게 '원고는 부정입사를 이유로 인사관리지침 제39조에 따라 기타퇴직 여부를 심의하기 위해 2021. 2. 25. 개최되는 인사협의회에 회부될 예정이고, 인사협의회에서 서면 또는 구두로 소명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인사협의회 개최 통지서를 교부하였고, 이에 원고는 '원고와 원고의 가족은 채용 청탁을 한 사실이 없고, 원고는 피고에 정당하게 채용되어 근무 중이므로 피고의 근거 없는 퇴사 압박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소명서를 제출하였다.

5)

피고는 2021. 2. 25. 인사협의회를 개최하여 원고가 출석한 가운데 원고의 기타퇴직 여부에 대해 심의하였고, '2021. 2. 26.자 기타퇴직'을 의결하여 2021. 2. 26. 원고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퇴직통지서를 내용증명우편 및 이메일로 발송하였다(이하 피고의 원고에 대한 위 처분을 '이 사건 해고'라 한다).

라.

원고의 구제신청 및 피고의 재심신청

1)

한편 피고와 I노동조합 J은행지부(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가 체결하여 이 사건 해고 당시 적용되던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의 보충협약 제10조는 "피고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 이외에는 조합원을 해고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6호에는 "업무상 중대한 고의, 과실 또는 인사규정 위배로 인하여 인사협의회의 결의에 의할 시"라고 정하고 있는데, 원고는 2021. 5. 20. 이 사건 해고가 이 사건 단체협약을 위반한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1. 8. 17. '원고에게 귀책사유 있는 인사규정 위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이 사건 단체협약상의 해고사유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하였다(K).

2)

피고가 이에 불복하여 2021. 9. 17.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11. 29. '원고의 부정채용으로 인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의 신뢰관계가 훼손되어 근로관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인사관리지침 제39조 2호에 해당하여 이 사건 해고에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고, 이 사건 단체협약에도 위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으며(L,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원고가 이에 대하여 불복을 제기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재심판정이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

마.

관련 규정

이 사건 해고와 관련된 피고의 인사관리지침과 징계지침, 이 사건 단체협약과 그 보충협약의 내용은 별지 관계 규정 기재와 같다.

[인정 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호증, 을 제1, 3 내지 5, 10, 1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본안전 항변 요지

원고는 이 사건 해고 직후 피고로부터 퇴직금을 이의 없이 수령하였고, 이 사건 해고가 정당하다는 취지의 이 사건 재심판정에 대하여도 전혀 다투지 아니하다가 이 사건 재심판정이 있었던 때로부터 약 1년이 경과한 후에야 비로소 이 사건 소로써 이 사건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바, 이는 실효의 원칙 내지 신의칙에 위반되어 허용되지 않는다.

나.

판단

1)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그 권리행사의 기대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으로서의 실효기간(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길이와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 측과 상대방 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다30118 판결, 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1다310484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을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해고 이후인 2021. 3. 11. 피고로부터 퇴직금 18,700,597원을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원고가 이 사건 재심판정에 대하여 불복을 제기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재심판정이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위 기초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는 피고의 두 차례에 걸친 권고사직 제안에 응하지 아니하였고, 피고의 인사협의회 개최 통지를 받고 '피고의 퇴사 요구는 부당하다'는 취지의 소명서를 제출하는 등 이 사건 해고 전부터 피고의 퇴사 요구에 응하지 않고 다투었던 점, ② 원고는 이 사건 해고 이후에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여 이 사건 해고의 효력에 관하여 다투었던 점 및 이 사건 재심판정이 있었던 때로부터 이 사건 소를 제기한 때까지의 기간(약 11개월) 등을 종합하면, 위 인정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상대방인 피고로 하여금 이 사건 해고의 효력을 더 이상 다투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갖게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3)

따라서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3.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요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해고는 효력이 없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 다음날부터 원고를 복직시킬 때까지 원고가 피고로부터 2020년 지급받은 임금의 월 평균액인 5,558,859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1)

원고는 이 사건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으로서 이 사건 단체협약이 적용되는데, 이 사건 단체협약의 보충협약 제10조는 피고의 조합원인 근로자에 대한 해고사유를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고, 단체협약의 규정은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므로,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의 '인사규정 위배'는 '업무상 중대한 고의, 과실'과 대등한 정도로 근로관계의 계속에 장애가 되는 것으로 평가되는 당해 근로자의 인사규정 위배로서 해고의 불이익을 받는 당해 근로자의 귀책사유를 요한다고 해석해야 하고, '제3자의 인사규정 위배로 인한 이익이 결과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귀속되는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런데 피고가 이 사건 해고의 이유로 들고 있는 '부정청탁 및 피고 임직원들의 위법하고 불공정한 개입으로 인하여 원고가 부정입사하였다'는 내용에 의하더라도 부정청탁의 주체가 특정되지 않았고, 원고는 이 사건 공개채용의 서류전형 합격자 결정 과정에서 피고 임직원들의 부정한 행위에 가담한 바 없으므로, 이는 피고 임직원들의 인사규정 위배로 볼 수 있을지언정 원고의 인사규정 위배로 볼 수 없어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의 사유가 인정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는 근로자에 대한 해고사유를 제한하고 있는 이 사건 단체협약의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에 위반한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

2)

원고는 이 사건 공개채용의 서류전형 이후의 1, 2차 면접 절차에서는 합격권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고, 인ㆍ적성검사 등에서 결격사유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피고에 입사한 후 이 사건 해고일까지 약 4년간 근무능력이나 근무성적이 미흡하였다는 등의 사정 없이 정상적으로 근무하여 왔으므로, 설령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공개채용의 서류 전형 절차에서 피고 임직원들의 부정한 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효력이 없다.

나.

관련 법리

법은 원칙적으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하여 동일한 구속력을 갖는 사회의 보편타당한 규범이므로 이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법의 표준적 의미를 밝혀 객관적 타당성이 있도록 하여야 하고, 가급적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실정법이란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사안을 염두에 두고 규정되기 마련이므로 사회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안에서 그 법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구체적 사안에 맞는 가장 타당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즉 구체적 타당성을 가지도록 해석할 것도 또한 요구된다. 요컨대, 법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아가 법률의 입법취지와 목적, 그 제ㆍ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ㆍ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앞서 본 법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참조). 그리고 이와 같은 법률 해석의 원칙은 피고의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준칙인 피고의 인사관리지침 및 원고와 같은 이 사건 노동조합원에 적용되는 규범적 성격을 가지는 이 사건 단체협약의 해석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

이 사건 해고가 이 사건 단체협약의 보충협약을 위반하여 효력이 없는지 여부

1)

해고사유를 제한하고 있는 단체협약에 위반한 해고처분의 효력

이 사건 단체협약의 보충협약 제10조는 피고의 인사권 남용에 의한 자의적인 해고 등을 방지하여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해고사유를 제한적으로 열거하는 규정이고, 이 사건 해고는 '기타퇴직'이라는 명칭으로 이루어졌으나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피고의 일방적 의사에 기한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해고'에 해당한다. 단체협약에서 근로자에 대한 해고사유를 제한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제한에 위배된 해고처분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으로서 무효이므로(대법원 1992. 9. 8. 선고 91다2755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해고가 이 사건 단체협약의 보충협약 제10조를 위반한 것이라면 그 효력이 없다.

2)

이 사건 단체협약의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의 해석

가)

단체협약과 같은 처분문서를 해석할 때에는 단체협약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유지ㆍ개선하고 복지를 증진하여 경제적ㆍ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킬 목적으로 근로자의 자주적 단체인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에 단체교섭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명문의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형 해석해서는 안 되는바(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다262193 판결 등 참조),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의 규정 형식과 앞서 본 보충협약 제10조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제6호 전단은 '당해 근로자의 업무상 중대한 고의, 과실'을 의미하는 것으로 당해 근로자의 귀책사유를 요하는 것이고, 제6호 후단의 '인사규정 위배'는 이와 병렬적으로 나열되어 있으므로, 이는 당해 근로자의 인사규정 위배로 인하여 '업무상 중대한 고의, 과실'과 대등한 정도로 근로관계의 계속에 장애가 되는 것으로서 당해 근로자의 귀책사유를 요하는 것이고, 다만 그때에도 인사협의회의 결의와 같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징계면직 또는 기타퇴직의 사유가 인정되는지에 관한 엄격한 심사를 통해서만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는 원칙을 선언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단체협약의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의 '인사규정 위배'는 원칙적으로 당해 근로자의 인사규정 위배로서 해고의 불이익을 받는 당해 근로자의 귀책사유를 요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나)

그러나 앞서 본 관련 법리에 의하면 이 사건 단체협약의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를 해석함에 있어서도 앞서 본 바와 같이 가능한 한 위 규정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나아가 위 규정의 취지와 목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해고 관련 다른 규정들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ㆍ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구체적 사안에 맞는 가장 타당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해석하여야 하는바,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당해 근로자가 아닌 제3자의 인사규정 위배가 있었고 그로 인하여 당해 근로자가 부당한 이익을 얻고 사용자에 손해가 발생함으로써 사용자인 피고와의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훼손되는 등으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당해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인정되는 것이 명백한 경우라면, 비록 당해 근로자가 인사규정을 직접 위배하지 않았더라도 당해 근로자에 대한 해고가 이 사건 단체협약의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를 위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① 이 사건 단체협약의 보충협약 제10조는 근로자의 사의 표명(제1호), 근로자의 사망(제2호), 정년 도달(제3호), 형사상의 범죄로 금고 이상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았을 시(제4호), 성년후견 또는 한정후견 선고를 받았을 때(제5호), 업무상 중대한 고의, 과실 또는 인사규정 위배로 인하여 인사협의회의 결의에 의할 시(제6호), 보충협약에 의하여 조합과 합의된 자(제7호)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보충협약 제10조 제1호 내지 제5호는 인사관리지침 제35, 36, 38조의 의원퇴직, 정년퇴직, 당연퇴직과 동일한 내용을 정하고 있으므로,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는 인사관리지침 제37조 및 징계지침 제4조 제1호의 징계면직 또는 인사관리지침 제39조의 기타퇴직을 상정한 조항으로 볼 수 있다.

②

인사관리지침 제37조 및 징계지침 제4조 제1호에서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위법ㆍ부당한 행위, 횡령ㆍ배임ㆍ절도ㆍ업무와 관련한 금품 수수 등의 범죄행위, 변칙적ㆍ비정상적 업무처리 등으로 자금세탁에 관여한 행위, 정직조치를 받은 자가 승진ㆍ승급제한기간 중 다시 정직처분에 해당하는 행위, 연속 10일 이상 또는 최근 2년을 통산하여 15일 이상 특별한 사유 없는 결근을 징계면직 사유로 정하고 있고, 인사관리지침 제39조 제1호는 '휴직직원이 허가 없이 타 기업에 고용되거나 영리사업을 운영하였을 때'를 기타퇴직 사유로 정하고 있는바, 이는 모두 당해 근로자 자신의 귀책사유 있는 행위에 대한 제재에 해당한다. 이에 반하여 인사관리지침 제39조 제2호는 '그 밖에 명백한 퇴직사유가 발생하였을 때'를 기타퇴직 사유로 정하고 있으므로, 근로자 자신의 귀책사유 있는 행위에 한정되지 않는다.

③

다만 인사관리지침 제39조 제2호에 의한 기타퇴직의 경우에도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기한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해고'에 해당함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근로기준법상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므로(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5170 판결 등 참조), 결국 인사관리지침 제39조 제2호의 '그 밖에 명백한 퇴직사유가 발생하였을 때'라는 포괄적이고 불확정적인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당해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명백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④

한편 근로관계는 계속적 계약으로서 당사자 사이의 특별한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것이므로(대법원 1998. 2. 10. 선고 95다39533 판결,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다51675 판결 등 참조), 설령 당해 근로자가 아닌 제3자의 인사규정 위배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당해 근로자가 부당한 이익을 얻고 사용자에 손해가 발생함으로써 사용자인 피고와의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훼손되는 등으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당해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인정되고 그것이 명백한 경우라면 인사관리지침 제39조 제2호의 '그 밖에 명백한 퇴직사유가 발생하였을 때'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경우에도 형식적으로 보아 당해 근로자의 직접적인 인사규정 위배가 없다고 하여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의 '인사규정 위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면 근로자와 사용자 간에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훼손되는 등으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당해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발생한 것이 명백한 경우에도 사용자로 하여금 당해 근로자와의 근로관계 유지를 부당하게 강제하는 결과가 된다.

3)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공개채용의 서류전형 합격자 결정 과정에서 피고 임직원들의 부정한 행위에 직접 개입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관련 형사판결의 범죄사실에 의하더라도 원고와 청탁자 사이의 배경이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았다), 원고가 피고의 인사규정을 직접 위배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피고의 공개채용 업무를 총괄하였거나 담당하였던 대표이사 D, 인사부장 E, 인사부 채용팀장 F 등이 이 사건 공개채용을 포함한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피고 신입행원 공개채용 절차에서 원고를 포함하여 서류전형 점수 미달로 불합격 대상인 지원자를 서류전형에 합격한 것처럼 처리하거나, 면접 시험결과 불합격권인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하여 면접시험에 합격한 것처럼 처리하는 등의 행위를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러한 행위는 인사관리지침 제5조 제1항, 제6조 제1항에 위반되며, 그로 인하여 원고가 서류전형 불합격권의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필터링 대상에서 제외되어 피고에 채용되는 부당한 이익을 얻었고 피고는 피고의 신입행원 채용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어 사회적 신뢰가 손상되고 명예가 실추되는 손해를 입었고, 이에 따라 피고와의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훼손되는 등으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인정됨은 아래 라.항에서 보는 바와 같고 그것의 명백성은 관련 형사판결에서 확인되므로, 원고가 피고의 인사규정을 직접 위배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해고가 이 사건 단체협약의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를 위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가 이 사건 단체협약의 보충협약을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이 사건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

1)

피고는 이 사건 해고 당시 해고사유로 인사관리지침 제39조 제2호의 '그 밖에 명백한 퇴직사유가 발생하였을 때'를 들고 있는바, 이에 해당하여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는지 여부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2)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을 제6 내지 8, 1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를 이유로 한 이 사건 해고에는 정당한 이유가 인정된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①

이 사건 공개채용 당시 원고의 서류전형 점수 합계는 55.99점(= 자기소개서 평가 30점 + 학점 21.99점 + 사회활동 4점)으로, 서류전형 합격점수(총점 64점)에 미달하여 불합격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 소속 G 부행장의 청탁으로 서류전형 불합격권에서 합격자로 조작한 내용의 합격자 품의서가 작성되어 서류전형에 합격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공개채용의 서류전형 이후의 1, 2차 면접 절차에서는 합격권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고 인ㆍ적성검사 등에서 결격사유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인사관리지침 제5조 제1항에 따르면 서류전형에 합격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1, 2차 면접 절차가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위와 같은 부정청탁으로 인하여 피고에 부정채용된 것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

②

채용은 피고와 같은 사용자와 소속 근로자의 신뢰관계가 형성되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과정인바, 당초 서류전형에서 불합격권이었던 원고가 앞서 본 바와 같이 불공정한 과정을 통하여 피고에 채용된 것은 그 자체로 근로관계의 기초인 원고와 피고 간 신뢰관계의 중대한 훼손에 해당하고, 설령 원고가 피고에 입사한 후 이 사건 해고일까지 근무능력이나 근무성적이 미흡하였다는 등의 사정 없이 정상적으로 근무하였다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이 아니다.

③

피고는 기본적으로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기업이기는 하나, 다른 사기업과 달리 은행법 등에 의하여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고 은행이 부실화되거나 금융위기가 발생할 시에는 공적자금이 투입되기도 하는 등 국가로부터의 감독과 보호를 동시에 받는 은행업을 영위하는 금융기관일 뿐만 아니라, 은행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나 주식 보유 관계나 그동안의 행장 선임 과정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부와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갖는 공공성의 정도는 다른 어떤 사기업보다도 크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그에 걸맞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여야 하고, 그것의 기본은 공정한 채용이라고 할 것이다. 피고도 이러한 관점에서 모든 지원자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동일한 조건하에서 공정한 경쟁과정을 통해 채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이 사건 공개채용을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원고를 포함하여 이 사건 공개채용 과정에서 사회유력자나 피고 내 고위 임직원을 배경으로 한 부정청탁으로 인하여 채용 불합격권에 있었음에도 합격한 것으로 처리된 이 사건 부정입사자들의 존재가 밝혀짐으로 인하여, 적어도 피고 정도의 사회적 규모나 공공성을 지닌 금융기관은 인사채용 업무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리라고 기대한 사회 전반의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되고 피고의 명예도 실추되었는바, 원고를 포함한 이 사건 부정입사자들에 대한 권고사직, 해고 등의 적정한 조치는 피고의 손상된 사회적 신뢰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운영과 윤리경영을 위한 사회적 책무로서 요구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실제로 피고를 비롯한 은행들은 2018. 6. 18. 은행의 공정한 채용절차 확립을 목적으로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제정하였는데, 위 모범규준 제31조 제1항은 "지원자가 부정한 채용청탁을 통해 합격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 은행은 해당 합격자의 채용을 취소 또는 면직할 수 있다."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였다.

④

원고가 이 사건 공개채용의 서류전형 합격자 결정 과정에서 피고 임직원들의 부정한 행위에 직접 개입하였다고 보기 어려움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원고는 피고 소속 G 부행장의 청탁으로 인하여 서류전형 불합격권이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서류전형에 합격하였고, 원고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타인이 위 청탁 과정에 직ㆍ간접적으로 관여하였음은 경험칙상 인정되는바, 설령 원고가 피고 임직원들의 이 사건 공개채용 과정에서의 부정행위를 전혀 알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원고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타인이 원고를 위하여 부정행위를 한 경우에는 그 부정행위의 이익을 받게 되는 원고 역시 부정행위를 한 자와 마찬가지로 평가함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2006. 7. 13. 선고 2006다23817 판결 취지 참조), 원고에게 발생한 이러한 일신상의 사유를 기준으로 본다면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와의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훼손되는 등으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게 된 것은 원고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⑤

원고는 당초 합격할 자격을 갖추고 있지 못하였음에도 채용비리라는 부정행위를 통하여 직업적 안정과 보수라는 이익을 상당 기간 향유할 수 있었던 반면(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로부터 퇴직금도 수령하였다), 그로 인하여 선의의 다른 합격 가능 대상자는 불합격이라는 결과와 채용 준비를 위하여 투자한 시간과 노력의 기회가치 상실이라는 커다란 경제적ㆍ정신적 손해를 입게 되었는바, 이를 시정하지 않고 두는 것은 사회정의의 관념에도 반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도균(재판장) 최윤영 김수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