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4. 25. 선고 2022가합563501 판결

주문

1.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3,056,670원 및 이에 대하여 2022. 3. 15.부터 2024. 4. 25.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예비적 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7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방송 및 뉴미디어 관련 사업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2020. 8. 17.부터 2022. 2. 28.까지 피고 회사에서 프로그램 제작 관련 촬영 지원, 편집보조, 프로그램 완제, 영상 제작 등의 업무를 수행한 사람이다.

나.

원고와 피고 편성제작국장 C 사이에 두 차례 계약서가 작성되었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다.

피고 콘텐츠제작국장 D은 2022. 1. 27. 원고에게 ‘2022. 2. 28. 프리랜서 계약이 만료되어 계약이 종료된다’는 취지의 프리랜서 계약 만료 안내를 송부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가.

원고

1)

주위적 청구

원고가 피고와 체결한 계약의 형식적인 명칭은 프리랜서 업무계약이나, 원고는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 위 업무계약이 근로계약에 해당하는 이상 원고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보아야 하고, 피고가 2022. 1. 27. 계약기간 만료를 주장하며 계약 종료를 통보한 것은 부당해고로서 무효이다.

설령 원고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원고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 피고의 2022. 1. 27.자 계약 종료 통보는 합리적 이유 없는 갱신거절로서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이다.

피고가 2022. 1. 27. 원고에게 한 해고 또는 갱신거절이 무효이므로, 피고는 2022. 2. 28.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원고는 피고에게 명시적 일부청구로서 15,3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2)

예비적 청구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피고는 원고와 프리랜서 업무계약을 체결하고 프로그램 제작 관련 업무를 위탁하였을 뿐 원고를 지휘·감독한 사실이 없으므로,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가 2022. 1. 27. 원고에게 한 계약 종료 통보가 부당해고 또는 합리적 이유 없는 갱신거절로서 무효라고 볼 수 없고,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도 없다.

3.

원고의 근로자성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229120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실

갑 제5 내지 12, 14, 20, 22 내지 29, 31 내지 43, 46호증, 을 제2, 13, 17, 18, 22, 23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업무 내용과 근무 방식

가)

원고는 2020. 8. 17.부터 2022. 2. 28.까지 피고가 방영하는 ‘E’, ‘F’ 등의 프로그램 제작에 조연출로 참여하였다. 원고는 주로 피고의 정규직 직원인 피디나 편성제작 국장의 지시에 따라 어느 프로그램에 참여할지, 언제 어떤 현장에 투입될지가 결정되었고 현장에서 피디의 업무를 보조하며 촬영, 진행, 준비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위 프로그램의 방송 화면에 원고가 ‘연출’, ‘촬영’, ‘타이틀’ 또는 ‘카메라, DSLR’ 등으로 표시되는 경우도 있었다.

나)

원고는 송출 관련 업무로 프로그램 완제와 이어서 영상, ID 영상 제작 등의 업무도 수행하였다. 프로그램 완제 업무는 외부 제작사가 제작한 프로그램을 편집하여 편성표상 할당된 방송 시간에 맞추고, 광고를 삽입하며, 개인정보나 상호 등을 모자이크 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피고가 송출할 수 있는 최종적인 형태로 만드는 것으로 원고는 ‘G’ 등 정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피고 직원의 요청에 따라 특집 프로그램의 완제 작업도 하여 주당 약 5편의 프로그램 완제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어서 영상은 하나의 프로그램이 끝나고 진행될 다음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영상이고, ID 영상은 편성에 비는 시간을 할애하여 피고가 방송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을 예고 내지 홍보하는 영상으로, 원고는 피고의 프로그램이 변경되거나 신설되는 경우 또는 영상 제작 양식이 변경되는 경우 등 필요할 때마다 피고 편성제작국장 등의 지시를 받아 해당 영상을 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원고는 피고 소속 직원인 피디나 광고 담당자, 아나운서 등과 긴밀하게 협력하였다.

다)

원고는 뉴미디어 완제 업무로 피고가 이미 방영한 프로그램 테이프를 영상 파일로 변환하여 위 프로그램을 재편집하고 영상 소개 화면(썸네일)을 만들어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업무를 주 2∼3회 수행하였다.

라)

그 외에도 원고는 편성표에 남는 시간을 메우는 용도로 사용되는 필러 영상과 피고의 이벤트를 소개하거나 캠페인을 위한 스팟 영상을 제작하였고, 피고 소속 피디의 지시에 따라 촬영 현장에서 리포터 내지 출연자로 투입되기도 하였다.

2)

근무시간 및 장소

원고는 당시 H대학교 재학생으로 피고가 정한 일반적인 출·퇴근 시간에 제약을 받지는 않았으나 담당 프로그램 촬영 내지 영상 송출 일정에 맞추어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는 피고의 정규직 직원들과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였고, 거기에 원고의 책상도 배치되어 있었다. 원고의 조연출 업무는 피고 프로그램의 촬영이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송출 관련 업무는 피고의 편집실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피고는 인트라넷 방식으로 시스템을 운용하였기 때문에 피고의 편집실이 아닌 곳에서는 편집 내지 송출 업무를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3)

작업도구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카메라 등 촬영 장비, 차량, 편집 도구, 내근에 필요한 책상과 컴퓨터 등을 피고가 제공하였다.

4)

보수

원고는 2020년 8월경부터 2021년 2월경까지는 C과 사이에 체결된 편성제작국 프리랜서 업무계약서에 따라 매달 마지막 주에 인적용역 명목으로 170만 원을 받았고 그 외 비정기적으로 ‘E’, ‘I’ 등 피고 프로그램 출연료로 적게는 5만 원, 많게는 30만 원을 6차례 지급받았다. 2021년 3월경부터 계약이 만료될 때까지는 AD(조연출) 프리랜서 업무계약서에 따라 인적용역 명목으로 주 1회 40만 원을 받았고 그 외 ‘E’ 출연료 내지 타이틀 제작, ‘F’ 촬영감독 등의 명목으로 10만 원을 6차례 지급받았으며, ‘J’ 출연료로 30만 원을, 각종 캠페인 제작 등으로 30만 원 내지 60만 원을 4차례 받았다.

다.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과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실질적으로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원고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원고는 피고의 취업규칙을 적용받지 않았고,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으며,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고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이유로 한 유급휴가를 지급하지도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들은 사용자인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이를 들어 원고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1)

일반적으로 방송 프로그램 관련 업무는 전체 프로그램 기획 및 방영 결정, 기획, 제작(촬영 및 편집), 송출 등의 순서로 진행되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는 피고가 방영할 프로그램을 결정하고, 기획 역시 피고 직원인 피디가 담당한다. 원고는 피고가 방영하기로 정한 프로그램의 제작에 조연출로 참여하여 일부 촬영을 하거나 현장 진행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원고는 이러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른 피고 직원들과 긴밀히 협조하여야 했을 뿐만 아니라 편성제작국장이나 피디 등 피고 측 책임자와 실질적으로 상·하급의 위계 구조를 이루면서 그 책임자의 구체적인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 완제나 이어서 영상, ID 영상 제작 등의 송출 관련 업무나 뉴미디어 완제 업무에 있어서도 원고가 피고의 방송 과정과 연동되는 범위를 벗어나 독자적인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재량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 제작 업무의 특성, 원고가 피고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게 되는 방식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의 업무 내용과 범위를 정하고 업무수행에 관한 상당한 지휘·감독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원고는 피고가 제작하는 프로그램의 촬영 및 방영 일정 등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의 출·퇴근을 비롯한 근무시간에 다소 탄력적인 면이 있었으나 이는 업무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피고의 정규직 피디나 조연출들도 비슷했고, 원고가 당시 대학에 재학 중이라는 사정은 피고도 용인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업무의 내용과 특성, 방식, 일정, 장비 등으로 인해 원고가 업무의 장소를 임의로 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처럼 원고의 근무시간과 장소는 피고가 지배하는 사정에 따른 제한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

원고는 주로 피고가 제공한 촬영 및 편집 장비 등을 이용하여 업무를 수행하였고, 원고가 자신의 촬영기기를 이용한 것은 매우 일부에 불과하다. AD(조연출) 프리랜서 업무계약서에는 원고가 본인의 업무 활동을 피고의 사전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위임, 대리하거나 대행하게 할 수 없도록 정하고(제11조), 원고가 담당하는 업무의 특성상 원고가 제3자를 고용하여 자신의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아 보이므로, 원고가 피고로부터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4)

원고는 프로그램 제작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그에 따른 보수를 지급받았을 뿐 비용이나 손실을 부담하지 않았으므로, 원고가 독립사업자로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이윤창출과 손실 발생 등 위험을 스스로 부담하였다고 볼 수 없다.

5)

원고는 완제한 프로그램이나 제작한 영상의 개수, 촬영 횟수 등에 따라 보수를 지급받은 것이 아니라 업무계약서에서 정한 월급 또는 주급에다가 일부 계약서에서 정하지 않은 업무에 관한 수당을 지급받아 왔는바, 원고가 피고로부터 수령한 보수는 업무수행의 결과물에 대한 대가의 성격을 가진 것이라기보다는 원고가 제공한 노무의 질과 양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서 근로에 대한 대가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6)

원고는 상당 기간 피고로부터 보수를 지급받으며 프로그램 제작 관련 업무를 계속하였고 그 업무 양상을 고려할 때 겸업이 사실상 자유롭게 행해질 수는 없었다고 보인다. 원고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만한 정도에 이르는 겸업이나 겸직 등의 내용이 확인되지도 아니한다.

4.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인지 여부

근로자와 사용자가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에도 근로계약서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동종의 근로계약 체결방식에 관한 관행, 근로자보호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사정이 인정될 때에는 근로계약서의 문언과 관계 없이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볼 것이나, 위와 같은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처분문서인 근로계약서의 문언에 따라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 맺어진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2다17035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원고와 피고 편성제작국장 C 사이에 2021. 2. 22. 작성된 AD(조연출) 프리랜서 업무계약서에 계약기간이 2021. 3. 1.부터 2022. 2. 28.까지로 명시되어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 프리랜서 업무계약이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근로계약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에 대하여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과 같은 법적 효력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계약서에서 기간을 정한 것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인정하기도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처분문서인 AD(조연출) 프리랜서 업무계약서의 문언에 따라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결국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으로서 원칙적으로 계약기간이 종료함으로써 효력이 상실되었다고 할 것이다.

나.

원고에게 근로계약 갱신의 기대권이 형성되었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그 근로자는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17호증, 을 제5, 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원고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가)

원고와 피고 편성제작국장 사이에 당초 작성된 업무계약서에는 계약기간의 연장이나 재계약 등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아니하였고, 2021. 2. 22. 작성된 업무계약서에는 ‘AD(조연출) 업무가 남아 있을 경우 상호 합의하여 계약기간을 변경할 수 있다’고만 정하고 있을 뿐 갱신의 기준이나 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등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은 없다. 오히려 위 2021. 2. 22자 업무계약서에서 ‘개편 등의 사유로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경우 본 계약은 자동 해지사유가 되며 피고는 원고에게 프로그램 종료 사실이 확정되는 경우 바로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원고로서도 피고 내부 사정 등에 따라 계약이 갱신되지 않을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달리 원고에게 특정한 기준을 만족하면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또는 신뢰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나)

원고와 피고 사이 근로계약이 갱신된 적은 없었다. 원고와 피고 편성제작국장 사이 최초로 체결된 편성제작국 프리랜서 업무계약이 종료되기 6개월 전 AD(조연출) 프리랜서 업무계약서가 다시 작성된 바 있으나 이는 최초 체결된 계약의 갱신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월급으로 정한 보수를 주급으로 변경하는 데 중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관점을 달리하여 이를 계약 갱신으로 보더라도 과거에 한 차례 근로계약이 갱신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에게 정당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

피고는 2021년 6월 정규직 피디 채용공고를 하였고 원고는 위 공개채용 절차에 지원하였는바, 원고는 그 결과에 따라 근로관계 계속 여부를 판단 받겠다는 의사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와 무관하게 당연히 기존의 계약이 갱신되리라는 기대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

라)

피고는 계약직으로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자 중 근무성적이 우수한 자를 채용하는 경우 등은 특별전형에 의하여 채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인사규정 제11조 제1항 라호), 실제로 피고는 2022년 3월경 파견, 프리랜서 내지 도급직으로 근무했던 엠디(Master Director, 송출 등이 진행되는 주조정실에서 방송 프로그램 등이 정해진 시간과 내용에 맞도록 지휘하는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을 말한다)와 보도·자료편집 담당자, 시설·전기업무 담당자 등 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고와 위 직원들은 수행 업무, 근무 형태, 보수 등에서 구별되는 점, 위 직원들은 실질적으로 파견에 기초하여 피고 회사에서 짧게는 5년 길게는 19년을 근무하여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위반의 소지가 있어 피고가 직접 고용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위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과 원고의 갱신기대권을 동일하게 보기는 어렵다. 원고와 같은 직역의 조연출 등과 피고 사이에 계약이 갱신되는 관행이 형성되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다.

소결론

그렇다면 원고와 피고의 근로계약은 2022. 2. 28. 기간만료로 종료되었고, 2022. 1. 27.자 계약 종료 통보는 해고에 해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갱신거절로서 부당하지 않으므로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5.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하고, 원고가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지급받을 퇴직금의 액수가 원고가 구하는 3,056,670원이라는 사실은 피고가 이를 다투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 3,056,67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의 업무수행이 종료된 2022. 2. 28.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날의 다음 날인 2022. 3. 15.부터 피고가 위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4. 4. 25.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6.

결론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며 나머지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회일(재판장) 박승균 이영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