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8. 22. 선고 2022고단4663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o 피고인은 2018. 3. 6.부터 2020. 12. 16.까지 서울 서초구 B빌딩 12층에 있는 C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의 대표이사로 재직한 사람으로, 상시 노동자 1,511명을 사용하여 손해사정 및 보험 관련 서비스업을 영위하였던 사용자였다.

-

임금은 통화로 직접 노동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해야 하고,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

· 그러나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없었음에도 2020. 3. 21. 노동자 D에게 2020년 3월 분 임금을 지급하면서 E 회비 명목으로 18,000원을 공제하여 이를 지급하지 않았다.

→ 피고인은 이를 비롯하여 2020. 3. 21.부터 2020. 8. 21.까지 위 D을 포함한 노동자 6명(이하 ‘이 사건 노동자들’이라고 한다)에게 임금을 지급하면서 별지 범죄일람표에 적힌 것처럼 E 회비 명목으로 합계 506,000원을 공제하여 각 임금정기지급일(매월 21일)에 각각 지급하지 않았다.

2.

피고인의 주장

가.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

피고인이 2020. 3. 21.부터 2020. 8. 21.까지 이 사건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면서 별지 범죄일람표에 적힌 것처럼 E 회비 명목으로 합계 506,000원을 공제한 것은 사실이다(이하 ‘이 사건 공제’라고 한다).

나.

이 사건 공제는 E와 체결한 협약에 따른 것으로서 적법

E는 노동조합으로서 실질적인 요건은 갖추었지만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이른바 ‘법외 노동조합’이다. 법외 노동조합도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고, 이 사건 공제는 이 사건 회사 노동자들로 구성된 E와 체결한 협약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공제는 적법하다.

다.

이 사건 공제는 묵시적 동의 또는 노동관행에 따른 것으로서 적법

이 사건 공제 당시 이 사건 회사에는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면서 E 회비를 공제한다는 데 대한 묵시적 동의 또는 노동관행이 있었다. 따라서 이 사건 공제는 묵시적 동의 또는 노동관행에 따른 것으로서 적법하다.

라.

피고인에게는 임금 전액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없었음

피고인은 E를 노동조합이라고, E와 체결한 협약을 단체협약이라고 각각 생각했다. 피고인은 E와 체결한 협약에 따라 이 사건 공제를 했다. 피고인은 2020. 8.에야 이 사건 노동자들이 더 이상 임금에서 E 회비가 공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따라서 이 사건 공제 당시 피고인에게는 고소인들에게 임금 전액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고의가 없었다.

3.

객관적인 사실관계

o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알 수 있다.

가.

관련자들의 지위

1)

이 사건 회사는 1998년 설립된 회사로서 손해액 및 보험금 사정 등을 하는 회사이다.

2)

E는 이 사건 회사가 설립된 1998년경 이 사건 회사 노동자들로 구성된 노동자단체이다. E는 1998년경 구성된 이후 2년마다 선거를 통해 회장단을 선출했고, 매년 이 사건 회사와 근로조건에 관한 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했으며, 현재 정회원 860명, 대의원은 3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2022. 11. 14.자 변호인의견서에 첨부된 증 제1호증 참조).

3)

F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고 한다)은 2018. 7. 2. 설립신고를 마친 노동조합으로 이 사건 노동자들을 포함한 이 사건 회사 노동자들이 소속돼 있다.

나.

이 사건 협약 내용

1)

E는 매년 이 사건 회사와 이 사건 협약을 체결했다. 이 사건 협약 제15조에 따르면, 이 사건 회사는 매달 이 사건 회사 소속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면서 E 회비 명목으로 직급에 따라 월 9,000원에서 18,000원을 공제하게 된다.

2)

이에 따라 이 사건 회사는 매달 이 사건 회사 소속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면서 E 회비 명목으로 직급에 따라 월 9,000원에서 18,000원을 공제했고, 그와 같이 공제한 돈을 모아 E에 전달했다.

다.

E 회비 공제 중단을 둘러싼 △ 이 사건 회사, △ 이 사건 노동조합, △ E의 입장차이

1)

이 사건 노동조합과 이 사건 회사가 단체협약 체결

이 사건 노동조합과 이 사건 회사는 2020. 2. 5.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위 단체협약에 따르면, 이 사건 회사는 이 사건 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면서 조합비를 공제하여 이를 이 사건 노동조합에게 전달해야 한다(증거기록 1027~1046쪽).

2)

이 사건 노동조합의 1차 요구

가)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20. 2. 11. 이 사건 회사에 ‘2020년 2월분 임금부터 이 사건 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의 E 회비 공제를 중단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이 사건 노조 소속 노동자 10명<1>의 2020년 2월 분 급여명세서를 첨부했다.

나)

그러나 이 사건 회사는 2020년 2월 분 임금을 지급하면서 이 사건 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의 E 회비 공제를 계속했다. 이에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20. 2. 27. 이 사건 회사에게 ‘E 회비 공제를 정당화하는 법적 근거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3)

1차 요구에 대한 이 사건 회사의 대응

그러자 이 사건 회사는 2020. 3. 3. 이 사건 노동조합에 대표이사인 피고인의 명의로 ‘E 회비 공제 문제는 이 사건 노동조합과 E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4)

이 사건 노동조합의 2차 요구

가)

이에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20. 3. 6. 이 사건 회사에 ‘2020. 3. 10.까지 이 사건 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이 (자동 공제를 통해) 납부한 것으로 되어 있는 E 회비를 모두 반환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위 요구에 동의하는 “이 사건 노동조합 소속 노동자 125명의 명단”과 “위 노동자 125명이 자필 서명한 동의서”를 첨부했다.

나)

또한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20. 3. 11. 이 사건 회사에 “이 사건 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 명단”을 통보하면서 ‘이 사건 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의 E 회비 공제를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5)

2차 요구에 대한 이 사건 회사의 대응

그러나 이 사건 회사는 2020. 3. 17. 1차 요구에 대한 대응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노동조합에 대표이사인 피고인의 명의로 ‘E 회비 공제 문제는 이 사건 노동조합과 E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6)

이 사건 노동조합과 E의 입장차이

가)

E는 2020. 3. 19. 이 사건 회사와 이 사건 노동조합을 상대로 ‘이 사건 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 중 E 탈퇴 의사를 밝힌 사람들의 명단을 제출해 주면, 해당 노동자들에게 E 탈퇴 의사를 확인 하겠다’고 요구했다.

나)

그러나 이 사건 회사와 이 사건 노동조합 모두 E의 위와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

이 사건 노동자들의 고소 및 수사 결과

1)

이 사건 고소

가)

이 사건 노동자들을 포함한 이 사건 회사 소속 노동자 10명(이하 ‘이 사건 고소인들’이라고 한다)은 2020. 3. 19.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2020. 3.까지 이 사건 고소인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면서 E 회비를 공제하여 각 임금정기지급일에 각각 지급하지 않았다’는 범죄사실로 피고인과 이 사건 회사를 고소했다.

나)

한편, 이 사건 고소인들을 대리한 변호사는 2020. 5. 15. 이 사건 고소사건의 범죄사실의 “범행일시”를 “2017. 3.부터 2020. 2.까지”로, “미지급 임금액”을 “5,496,000원”으로 정리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2)

노동청 수사 결과

이 사건 고소사건을 수사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소속 근로감독관은 2020. 7.경 서울중앙지검에 이 사건 고소사건을 “혐의없음” 의견으로 송치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덧붙였다.

3)

검찰 수사 결과

가)

한편, 이 사건 고소인들을 대리한 변호사는 2022. 1. 25. 이 사건 고소사건의 범죄사실의 “범행일시”를 “2018. 3.부터 2020. 8.까지”로, “미지급 임금액”을 “4,226,000원”으로 정리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나)

검사는 2022. 5. 27. 이 사건 수사를 마치고 △ 이 사건 고소사건의 범죄사실 중 일부(2018. 3. 21.부터 2020. 2. 21.까지)는 불기소(혐의없음) 처분을 하고, △ 나머지[2020. 3. 21.부터 2020. 8. 21.까지(즉, 이 사건 공소사실이다)]는 기소하면서, △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었다.

4.

판단

가.

법리

1)

형사재판의 기본원칙

가)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을 인정하려면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갖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검사가 법관이 위와 같이 확신을 갖게 하는 정도로 범죄사실을 증명하지 못했다면, 비록 피고인이 한 주장이나 변명에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피고인이 유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한다.

나)

고소인과 피고인의 진술은 모두 각기 일부는 진실을, 일부는 허위나 과장·왜곡·착오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은 고소인과 피고인의 상반되고 모순되는 진술들 가운데 허위·과장·왜곡·착오를 배제한 진실을 찾아내고, 그 진실들을 조합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

법원은 공평하고 공정해야 한다. 검사의 공소사실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에서 보이는 여러 불일치, 모순, 의문에는 애써 눈감으면서, 피고인이 한 주장과 제출한 증거는 믿지 않고 현미경의 잣대로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법원이 가지면 안되는 태도다.

그러므로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은 선입견 없는 태도로 검사와 피고인 양쪽의 주장을 귀 기울여 듣고, 증거를 조사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헌법에 규정된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유·무죄를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도16628 판결 등 참조).

2)

임금 지급의무에 대한 고의

가)

임금 지급의무가 있는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면,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더라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하므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을 위반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나)

임금 지급의무가 있는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가 임금 지급을 거절한 이유,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 규모, 사업목적,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가 있는지에 관하여 다툴 당시의 여러 정황들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

다)

그리고 나중에 사용자에게 임금 지급의무가 있다고 밝혀졌더라도, 곧바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을 위반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고소인들에게 임금을 전액 지급하지 않는다는 고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

1)

이 사건 회사 규모 및 피고인의 지위

이 사건 회사는 상시 노동자 1,500명 이상을 사용하는 회사이다.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이 사건 회사 운영 전반에 관한 업무를 처리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회사에는 E 회비 공제 중단과 관련된 업무나 노조 관련 업무를 하는 담당 직원이 따로 있었다.

2)

E와 이 사건 노동조합의 역사 및 위상

가)

E는 설립신고를 마치지 않아 노동조합법에 따른 노동조합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 사건 회사가 설립된 무렵부터 이 사건 공제 무렵까지 약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 사건 회사 소속 노동자들을 위한 단체로서의 역할을 어느 정도는 한 것으로 보인다.

나)

반면, 이 사건 노동조합은 설립신고를 마친 노동조합법에 따른 노동조합이지만, E에 비해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고, 이 사건 공제 무렵까지 이 사건 회사 안에서 지위나 역할이 확고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2>

3)

E 회비의 액수와 공제가 이루어진 기간

가)

이 사건 회사 노동자들의 임금에서 공제되는 E 회비는 직급에 따라 월 9,000원에서 18,000원으로 큰 금액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

E 회비 공제는 이 사건 회사가 설립된 무렵부터 이 사건 공제 무렵까지 약 20년 넘게 이루어졌다.

4)

피고인이 E 회비 공제 중단과 관련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의사를 확인한 시점

가)

이 사건 노동조합이 2020. 3. 6. 이 사건 회사에 ‘2020. 3. 10.까지 이 사건 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이 (자동 공제를 통해) 납부한 것으로 되어 있는 E 회비를 모두 반환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위 요구에 동의하는 “이 사건 노동조합 소속 노동자 125명의 명단”과 “위 노동자 125명이 자필 서명한 동의서”를 첨부한 것은 사실이다.

나)

그러나 피고인은 2020. 8.경 이 사건 노동조합 소속 노동자 125명을 상대로 E 회비 공제에 대한 동의 여부를 개별적으로 확인했는데, 위 125명 중 37명만 E 회비 공제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증거기록 793쪽).

다)

그렇다면, 위 가)항에 적혀있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2020. 3.경 이 사건 노동자들의 E 회비 공제 중단과 관련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의사를 확인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5)

E 회비 공제 중단을 둘러싼 △ 이 사건 회사, △ 이 사건 노동조합, △ E 사이의 입장차이

앞서 본 것처럼 2020년 2월부터 3월까지 E 회비 공제 중단을 둘러싸고 △ 이 사건 회사, △ 이 사건 노동조합, △ E 사이에 입장차이가 존재했는데, 기록상 위와 같은 입장차이가 이 사건 공제가 끝난 2020. 8.까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5.

결론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2.항에 적힌 피고인의 주장들 중 ‘라. 피고인에게는 임금 전액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하는 이상, 2.항에 적힌 피고인의 나머지 주장들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하지 않는다).

판사 박병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