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봤을 때 G의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 설령 피고인이 F를 E 신축공사의 골조공사(이하 ’이 사건 골조공사‘라고 한다) 현장의 총무 역할을 담당한 근로자라고 인식하였다고 하더라도 일용직 근로자 중에 총무 역할을 할 수도 있으므로, 위 사정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근거가 될 수 없다. D 주식회사(이하 ’D‘이라 한다)는 F의 급여 등을 특정하여 G에게 지급한 것이 아니고, G가 요청한 금액을 G 개인계좌로 입금한 것에 불과하였으며, F를 비롯한 일용직근로자들에게 얼마를 어제 지급할 것인지는 G가 스스로 결정하였고, G가 D에 제출한 자료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신고하기 위한 자료일 뿐이므로 이러한 사실이 유죄인정의 근거가 될 수 없다. F가 경비를 선지출하였다고 주장하는 내역은 D이 전혀 모르는 내역이고, D은 G 등으로부터 관련 지출내역과 자료를 받은 사실도 전혀 없는바, 이는 비용으로 계상되지 않았던 것으로 G의 지시에 따라 자신들의 개인적인 지출을 한 것에 불과하므로, 위 내역과 관련하여 F에게 지급된 돈은 실제로는 임금 명목으로 지급된 돈이라 할 것이어서 미지급 임금액에서 공제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항소이유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현행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형사사건의 실체에 관한 유죄·무죄의 심증은 법정 심리에 의하여 형성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참조).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비추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 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1도11675 판결 참조).
인정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이 사건 골조공사는 서울 동작구 E에서 2019. 3.부터 2020. 8.까지 진행된 공사로, D이 J 주식회사로부터 하수급한 공사이다.
D의 부사장 H이 J 주식회사로부터 위 공사를 수주해왔고, G는 H의 제의에 따라서 2019. 3.경부터 2020. 5.까지 D의 이 사건 골조공사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면서 건축자재나 인력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였으며, ’D 이사 G‘가 기재된 명함을 사용하기도 하였고, D로부터 월급 및 인센티브를 지급받았다.
F는 G의 소개를 받아 이 사건 골조공사 현장에서 2019. 5. 1.부터 2020. 6. 30.까지 총무라는 직함으로 크레인 신호수나 관리업무 등을 하면서 근무하였다.
D은 G로부터 이 사건 골조공사 현장과 관련하여 발생한 건축자재비, 인건비 등 지출자료를 D에 제출받고, 위 자료를 근거로 공사대금 등을 G 명의 국민은행 계좌에 지급하였으며, G는 이를 F를 비롯한 인부들에게 직접 입금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집행하였다. 그러나 D은 2020. 5. 이후부터는 인부들에게 인건비를 직접 지급하였다.
F의 임금 액수에 관하여, F, G는 세후 월 400만 원으로 하기로 구두 약정하였다고 진술하였고, D의 부사장 H은 세전인지 세후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나 월 400만 원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하였다.
F는 2019. 5.부터 2020. 5.까지 사업장 명칭을 이 사건 골조공사, 하수급 업체명을 D로 하는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고, 2019. 5. 2.부터 2020. 4. 1.까지 “D(주)/일용/K 업무시설 신축공사중”을 사업장 명칭으로 하는 직장 가입자로 건강보험이 가입되어 있었다.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F가 D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F는 D과 명시적인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는 않았으나 이 사건 골조공사 현장의 현장소장 G와의 계약에 따라 이 사건 골조공사 현장에서 총무 직함으로 근무하였고, 금액은 일정하지 않으나 2020. 5.까지는 매월 자금집행을 담당하는 G를 통하여 임금을 지급받고, 그 이후부터는 D로부터 직접 지급받았다. 건설회사 현장소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법 제15조 소정의 영업의 특정한 종류 또는 특정한 사항에 대한 위임을 받은 사용인으로서 그 업무에 관하여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지고 있고, 그 통상적인 업무의 범위에 그 공사의 시공에 관련한 노무관리가 포함되는바(대법원 1994. 9. 30. 선고 94다20884), G가 현장소장 자격에서 F와 체결한 근로계약은 위 부분적 포괄대리권에 기한 계약으로 볼 수 있고, D은 G를 통해 또는 직접 F에게 임금을 지급하여 위 근로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여 왔다. D은 이 사건 공사현장과 관련하여 위 현장에서 일을 할 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현장소장으로 G만 파견하였는바, D이 하수급한 공사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필요함에도 직접 근로자와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G에게 현장소장으로 일을 하게 하였다는 것은 D이 G에게 이 사건 공사현장과 관련한 고용계약 체결 권한을 위임하였다고 보아야 하고(만일 이렇게 해석하지 않는 경우 G와의 근로계약에 따라 D이 하수급한 공사를 수행한 근로자들은 D의 직원에 불과한 G로부터 임금을 받아야 하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 G는 위 위임에 따라 F와 고용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 F는 이 사건 골조공사 현장에서 주로 근무하였으나 D의 지시에 따라서 근무 장소를 옮기기도 하여 D이 F의 근무시간 및 근무 장소를 관리하고 업무에 대하여 지휘를 하기도 하였다. 출력일수를 기준으로 작성된 노임 대장에 근거하여 F에 대한 임금이 지급되기도 하였다. D의 대표이사인 피고인도 F가 이 사건 골조공사 현장에서 총무 역할을 담당한 근로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앞서 본 바와 같이 F는 고용인을 D로 한 고용보험과 사업장을 D로 하는 직장 건강보험에 각 가입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해보았을 때 F는 D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F의 급여가 월 400만 원에 해당하는지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G는 D의 사용인으로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D로부터 이 사건 공사현장과 관련한 고용계약 체결권한을 위임받았는데, G는 ’F와 임금을 세후 월 400만 원으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F도 같은 내용으로 진술하였다. 피보험자별 근로내용 조회의 기재에 의하면 F의 1일 근무 기준 보수액이 약 20만 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F는 수사기관에서, G는 원심 법정에서 ’F의 임금을 일당제로 정하게 되면 D의 금액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월급제로 세후 월 400만 원을 받기로 약정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F의 임금을 월 400만 원으로 정하게 된 경위가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D의 부사장 H 역시 F의 임금을 월 400만 원으로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G는 F의 급여가 월 400만 원임을 전제로 D에 제출하는 자금집행자료를 작성하였고 일정 기간이나마 이에 기초하여 급여가 지급되었다. 이런 사정에 비추어 보면, F와 D 사이의 근로계약에 따른 임금은 세후 월 400만 원임을 인정할 수 있다.
F가 이 사건 공사현장 등과 관련하여 지급받은 돈 중에 F가 비용 명목으로 지출한 후 G로부터 보전받았거나 미리 비용 명목으로 받은 돈이 있는지 여부
F는 G로부터 지급받은 돈 중 460만 원은 이 사건 공사현장과 관련하여 F가 선지출한 비용을 보전받거나 앞으로 지출할 비용을 미리 받은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고, G의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이 위 진술과 일치하고, 당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선물 내역이 위 각 진술에 부합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F의 위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 위 F의 진술에 의하면, F가 G로부터 지급받은 돈 중에는 비용 명목의 돈이 포함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 따라서 F가 비용 명목으로 받은 돈이 임금 명목으로 지급된 돈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피고인에게 금품청산의무 미이행의 점에 관한 고의가 있는지 여부
피고인은 F의 근로계약상 임금과 기지급 금원의 구체적인 액수에 대하여 다투고 있고, 일정 기간 F의 임금 지급이 G를 통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나 이는 변제 방식의 문제에 불과하다. F와의 근로계약의 귀속 주체는 D이므로, 최종적인 정산은 F와 D 사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F의 임금은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용계약 체결권한을 가진 G와 F 사이의 계약에서 정해졌는데, D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은 D이 일방적으로 계산한 금액만을 정산금액으로 주장하였을 뿐, G와 F 사이에서 정해진 임금액, F에게 구체적으로 지급된 임금액, G가 비용으로 선지출하였다고 주장하는 금액 및 그 지출 내역 등에 관하여 제대로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 D의 부사장 H은 구체적인 액수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으나 F에 대한 임금이 완제되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고, F는 퇴직한 이후 미지급금 등에 관한 현황을 D 측에 등기우편으로 보내는 등 독촉한 것으로 보이나 별다른 대응이 없어 결국 고소에 이르게 되었다. 임금 미지급에 대하여 인정하되 그 액수만을 다투고 있을 뿐이라면 자체적으로 산정한 액수의 금전을 공탁하는 방식 등도 고려할 수 있는데 이와 비슷한 사정 또한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임금 미지급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직권판단
직권으로 본다.
피고인이 미지급한 임금의 액수가 적지 않고, 피고인이 오랜 기간 동안 그 임금을 미지급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와 사이에 ’D이 피해자에게 2,000만 원을 지급하되, 2023. 11. 20. 1,000만 원을, 2023. 12. 20. 1,000만 원을 지급한다.‘는 취지의 합의를 하였고, D은 위 약정에 따라 2023. 11. 20. 피해자에 1,0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피해자는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하였다. 피고인에게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다.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및 경위, 수단과 방법, 범행 이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나,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