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원고들에게 한 2022. 6. 15.자 조합원 제명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금속산업과 금속관련 산업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전국 규모의 산업별 노동조합이고, 원고들은 피고 E지부 F지회(이하 '피고 지회'라 한다)에 소속된 조합원들로 G 주식회사(이하 'G'이라 한다)의 H(이하 '이 사건 H'라 한다)에서 협력업체 소속 직원으로 근무하였다.
이 사건 H 협력업체 소속 직원들 중 일부는 G을 상대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한 근로자지위확인의 소를 제기하였고, 위 소송에서 G과 협력업체 소속 직원들 사이의 고용관계를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이 2022. 12. 1. 선고되었다(인천지방법원 2016가합50814호 등).
한편 이 사건 H에는 2021. 3.경부터 G이 위 근로자지위확인의 소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자회사(I 주식회사, 이하 'I'라 한다)를 설립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피고 지회는 2021. 7. 13. 비상대책위원회를 개최하여 "1. 전 조합원은 G 자회사(I)에 입사지원하지 않는다. 2. 전 조합원은 지회의 투쟁 계획 및 회의 의결사항에 절대 복무한다."는 내용의 지침(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을 결의하였다.
G은 I를 설립하였고, I는 2021. 7. 19. 정식 채용공고를 하였으며, 2021. 9. 1.부터 이 사건 H 협력업체들이 담당하던 공정을 I에 이관하였다. 원고 B, C는 2022. 2.말경, 원고 A는 2022. 3.말경 I에 각 입사지원하였고, 2022. 5. 1.부터 I 소속 직원으로 이 사건 H에서 근무하고 있다.
피고 지회는 2022. 3. 3. 원고들에 대하여 징계 심의 · 의결 요청을 결의하였고, 피고 E지부 운영위원회는 2022. 3. 28. '원고들이 이 사건 지침 제2호를 위반하여 피고의 선언, 강령 규약 및 각종 의결사항을 위반하였고, 조합의 조직 질서를 문란하게 하였으며, 명예를 손상하였으므로 피고 규약 제75조 제1항 제1, 2호 및 상벌규정 제8조 제1, 2항을 적용한다'고 하면서 원고들에 대하여 제명처분을 하였다.
원고들은 위 제명처분에 불복하여 2022. 4. 5. 재심청구를 하였지만, 피고 징계위원회는 2022. 6. 15. '원고들은 주변 조합원들에게 자회사 입사를 권유하고 직접 자회사에 지원 · 입사하여 피고 투쟁 원칙과 피고 지회 의결사항(이 사건 지침)을 위반하였다. 또한 피고 대의원과 전 지회장으로서 피고 지회 지침에 따라 자회사 전환 거부 투쟁에 모범적으로 복무해야 함에도 오히려 조합원들에게 자회사 입사를 거부할 수만은 없다며 억지를 부리고 자회사 전환을 권유하는 등 현장을 호도하고 조합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원고들은 위와 같은 행위로 피고의 명예를 훼손하였고 피고의 질서를 어지럽혔으며, 피고 지회의 자회사 전환 저지 활동을 방해했다. 이에 피고 규약 제75조 제1 내지 3호를 적용한다'고 하면서 원고들에 대하여 제명처분(이하 '이 사건 제명처분'이라 한다)을 하였고, 피고는 2022. 6. 20. 이를 확정하여 원고들에게 각 통지하였다.
이 사건과 관련한 피고의 내부규정은 아래와 같다.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2, 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원고들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제명처분은 그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고, 설령 징계사유가 존재하더라도 원고들에 대하여 가장 중한 처분인 제명처분을 한 것은 징계양정에 있어서 사회통념상 타당성을 잃어 피고의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
피고 주장의 요지
원고들은 피고 조합원임에도 불구하고 피고의 의결과 이 사건 지침을 위반하여 G의 자회사인 I에 입사지원하였고, 피고의 다른 조합원들에게 I 입사를 권유하기도 하였다. 이는 피고 규약 제75조 제1항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원고들의 행위는 피고의 존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제명처분을 한 것은 피고의 재량권 범위 내에 있다.
판단
이 사건 제명처분의 징계사유가 존재하는지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피고 지회는 사용자인 G의 자회사 설립방침에 대응하기 위하여 '피고 조합원은 I에 입사지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이 사건 지침을 의결한 사실, 원고들이 이 사건 지침이 있은 이후에 I에 입사지원한 사실은 앞서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다. 한편 피고는 원고 A가 2022. 2.경 I에 입사지원하였다고 주장하고, 원고 A는 피고 E지부 운영위원회가 2022. 3. 28. 원고 A에 대하여 제명처분을 한 이후인 2022. 3.31. I에 입사지원하였다고 주장한다.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 A가 2022. 2.경 I에 입사지원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지만, 이 사건 제명처분은 피고 E지부 운영위원회의 2022. 3. 28.자 제명처분에 대한 원고 A의 재심청구를 거쳐 2022. 6. 15.에 있었고, 원고 A가 이 사건 제명처분이 있기 이전에 I에 입사지원한 사실에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들은 I에 입사지원함으로써 이 사건 지침을 위반하였고, 이는 피고 규약 제75조 제1항 제1호 '선언, 강령, 규약 및 의결사항을 위반할 때'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제명처분의 이 부분 징계사유는 존재한다.
그러나 원고들이 피고의 대의원이거나 피고 지회의 전 지회장이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이 I에 입사지원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원고들이 피고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조합의 업무와 활동에 대해서 방해행위를 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I 입사지원이 피고 규약 제75조 제1항 제2, 3호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 이 사건 제명처분의 징계사유에는 원고들이 피고 소속 조합원들에게 '자회사 입사를 더 거부할 수만은 없다며 억지를 부리고 자회사에 입사지원할 것을 권유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원고들은 개별적인 자리에서 생계유지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피고 소속 조합원들에게 자회사인 I 입사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피고 소속 조합원들에게 적극적으로 I 입사지원을 권유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1 내지 15호증, 을 제3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 소속 조합원(대의원 L, M, N)이 각 작성한 진술서(을 제4 내지 6호증)에는 원고 A가 2022. 2. 11. 피고 지회 회의에서 피고 소속 조합원들에게 '원고 A는 I에 입사지원한다'고 말하였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을 뿐이고 '원고들'과 '함께' I에 입사지원하자고 적극적으로 말하였다는 취지의 기재는 없는 점, ② 위 각 진술서에는 위 진술자들에게 'I로 가자고 포섭을 한 사람들이 있다'는 기재가 있지만, 그 사람들이 원고들인지 원고들로부터 지시를 받은 사람들인지 분명히 하는 기재 내용은 없는 점, ③ O의 진술서(을 제3호증)에는 원고 A가 2022. 2. 9. 피고 소속 조합원들과의 토론 자리에서 'I로 넘어가서 현재 일하고 있는 공정이라고 지키자'고 말하였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으나 원고 A가 자신이 I에 입사지원을 하고자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을 두고 O이 자신도 함께 I로 입사지원하자는 취지로 오해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그 진술서 내용이 전체적으로 분명하지 않은 점, ④ 위 각 진술서 어디에도 원고 C에 관한 기재와 원고 B의 직접적인 권유행위에 관한 기재가 없는 점, ⑤ 원고들이 징계절차에서 제출한 소명서(갑 제7호증, 갑 제9호증의 2)에도 피고 소속 조합원들에게 I로 입사지원할 것을 권유하고 설득하였다는 취지의 기재 내용은 없는 점, ⑥ 피고 소속 조합원 지위를 박탈하는 제명의 징계처분은 더욱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사실인정을 할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이 자인하는 범위를 넘어서 피고 소속 조합원들에게 I 입사지원을 권유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제명처분의 징계사유 중 원고들이 피고 소속 조합원에게 I 입사 지원을 권유하였다는 내용에 해당하는 징계사유는 존재하지 않고, 원고들이 자인하는 행위만으로는 피고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조합의 업무와 활동에 대해서 방해행위를 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 사건 제명처분의 이 부분 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
이 사건 제명처분의 징계양정에 관한 판단
헌법 제33조 제1항에 의하여 단결권을 보장받고 있는 노동조합은 그 조직을 유지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는 조합의 내부질서가 확립되고 강고한 단결력이 유지되지 않으면 안되고 따라서 노동조합은 단결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하고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조합원에 대하여 일정한 규제와 강제를 행사하는 내부통제권을 가진다고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대법원 2005. 1. 28. 선고 2004도227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와 같은 내부통제권이 노동조합의 비민주적 운영수단으로 악용될 우려 또한 배제할 수 없으므로 그러한 통제권은 노동조합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 특히 노동조합의 구성원인 조합원에 대한 제명처분은 조합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조합원의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므로 조합의 이익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최종적인 수단으로서만 인정되어야 할 것이지만, 조합의 규약에 근거규정과 절차규정이 마련되어 있는 경우에 조합원의 행위가 조합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하고 조합의 존재의의 자체를 부인하는 정도에 이를 때에는 조합의 목적 달성과 다른 조합원의 보호를 위하여 그 규정 중의 징계 종류의 하나인 제명처분도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4. 6. 10. 선고 2004다11032 판결 등 참조).
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 을 제9 내지 12, 14 내지 3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제명처분은 원고들에 대하여 인정되는 징계사유에 비하여 그 징계내용이 너무 무거워 피고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행사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재량권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다.
원고들에게 인정되는 징계사유 즉, 이 사건 지침을 위반하여 I에 입사지원한 행위가 피고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한다거나 노동조합의 존재의의를 부인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
원고들이 I 입사지원 권유행위와 관련하여 자인하고 있는 사정을 더하여 보더라도 위와 같은 결론에 차이가 없다.
원고들이 비록 피고의 대의원(원고 C는 피고 대의원, 원고 A, B은 피고 지회 대의원)이거나 피고 지회의 전 지회장(원고 A, B)이었고, 당시 G이 자회사인 I를 설립하고 협력업체 직원들을 I에 채용하는 방식으로 파견근로관계에 관한 분쟁을 해결하려고 하는 상황이어서 피고 지회의 단결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이 I 입사를 선택할 만한 개별적인 사정이 있을 수 있고, 피고 조합원으로 계속 남기를 희망하고 있었으므로 피고는 최종적인 수단인 제명에 앞서 경고, 정권, 해임같은 보다 경한 징계를 통하여 내부 질서의 유지가 가능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들에게 가장 중한 징계인 제명처분을 한 것은 사회통념상 타당한 처분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지침이 소속 조합원들의 단결을 통하여 근로조건을 개선하고자 하는 피고의 주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 사건 지침의 의결 과정에서 피고 지회 소속 조합원들의 의견수렴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등을 확인한 만한 증거가 없는 점, 이 사건 지침이 있은 이후에도 적지 않은 피고 소속 조합원들이 이 사건 지침을 위반하여 I에 입사지원한 것으로 보이는 점, 그에 반해 피고가 이들에 대하여 제명처분을 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점, 원고들은 이 사건 지침이 있었던 때로부터 약 7개월이 지난 시점에 I에 입사지원한 점 등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제명처분은 그 징계사유가 일부 인정되지 않고, 인정되는 징계사유에 비하여 피고의 재량권 범위를 벗어난 위법이 존재하므로 무효이다.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도균(재판장) 백승영 송서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