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중소기업․벤처기업의 육성․발전을 위한 조사․연구 및 정책 건의와 중소기업․벤처기업 지운정책의 분석, 평가 및 교육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이고, 원고는 2004. 7. 15. 피고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한 근로자이다.
임금피크제 도입의 배경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3. 5. 22.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이 개정됨에 따라 같은 법 제19조 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두게 되었고, 같은 조 제2항은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라는 규정을 두게 되었다.
나아가,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은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노동조합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2015. 5. 7. 청년 고용 증진을 위한 재원마련을 위해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이하 ‘이 사건 권고안’이라 한다)을 발표하고 각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의 조속한 도입을 장려하였으며,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설명회를 개최하여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도록 홍보하는 한편, ‘공공기관을 위한 임금피크제 매뉴얼’을 제작, 배포하기도 하였다.
임금피크제의 도입 경과 및 시행
피고는 이 사건 권고안에 따라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 등을 의논하기 위하여 2015. 10. 28. 노사협의회를 개최하고, 임금피크제의 설계에 관하여 논의하였다. 위 협의회에서는 피고가 이미 정년이 60세로 보장되어 있는 기관이므로 임금피크제에 관한 직원들의 공감대 형성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어 합리적인 설계안 마련이 중요하다는 점이 지적되었고, 임금 감액율에 대해서는 직년 1년간의 계약연봉을 기준으로 하여 1차년도 10%, 2차년도 20%, 3차년도 30%를 감액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는바, 위원들의 토론을 통하여 해당 설계안에 대한 위원들 전원의 동의가 이루어졌다.
이후 피고는 2015. 10. 30.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을 제정하였고, 2018. 11. 7. 그 내용을 일부 개정하였는바,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이하 ‘이 사건 임금 피크제’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주장 및 판단
원고의 주장 요지
고령자고용법은 연령을 이유로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에 대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처우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에 도달하기 전 기간부터 원고에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임금을 삭감하여 지급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어 무효이다. 또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노사협의회를 통하여 도입되었는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무효이다. 피고는 원고에게 조정 전 임금을 기초로 산정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의 절차적 하자 유무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한다. 이때 동의의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그와 같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 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 변경으로서의 효력을 가질 수 없다(대법원 1991. 9. 24. 선고 91다17542 판결 등 참조).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때에는 근로자들의 회의 방식에 의한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 회의 방식은 반드시 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전 근로자가 일시에 한자리에 집합하여 회의를 개최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 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상호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의견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고 할 것인데, 이때 사용자 측의 개입․간섭이라 함은 사용자 측이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로 명시 또는 묵시적인 방법으로 동의를 강요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사용자 측이 단지 변경될 취업규칙의 내용을 근로자들에게 설명하고 홍보하는 데 그친 경우에는 사용자 측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1다18322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은 임금피크제와 관련된 근로조건을 정하는 것으로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당시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던 피고로써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을 위하여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피고가 2015. 10. 28. 노사협의회를 개최하여 임금피크제의 설계에 관하여 논의하였던 사실, 위 협의회에는 근로자위원이 참여하였고 피고의 임금피크제 설계에 관한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임금감액율에 대해서 협의가 이루어져 결의까지 이루어진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을 제12, 16, 1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당시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은 선거를 통해 선출되었고, “임금의 지불방법, 체계, 구조 등의 제도 개선” 또한 노사협의회에서 협의할 사항으로 정하고 있었던 점, ② 피고는 위 노사협의회 개최 직후인 2015. 10. 30. 피고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하여 설명회를 개최하여 위 제도에 관하여 충분히 설명한 점, ③ 피고는 2017년경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취업규칙 변경신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관한 지적을 받고, 2017. 8. 10.경 이를 변경신고 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와 관련하여 근로자들 과반수의 동의를 받은 점, ④ 위와 같은 동의를 받을 당시 ‘취업규칙 변경동의서’에는 ‘※동의 또는 반대에 표기(표기형태 무관)하고, 서명란에 반드시 서명할 것’이라고 기재되어 있어서 피고 측이 동의를 유도하거나 강요한 흔적은 보이지 않고, 근로자 총원 99명 중 57명이 동의한 점, ⑤ 위와 같이 동의를 받을 무렵에는 이미 피고의 임금피크제 관련 지침이 제정된지 2년 가량이 경과하였으므로 피고의 근로자들은 임금피크제 관련 내용을 충분히 인지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관하여 피고 근로자들이 동의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의견교환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이고, 해당 논의 끝에 과반수의 동의 또는 추인을 받은 2017. 8.경부터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유효하게 시행되었다고 판단된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내용상 하자 여부에 관한 판단
한편, 앞서 든 증거들 및 을 제6, 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고 그 방법이나 정도도 적정한 경우라 판단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는 청년층들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및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한편 고령 노동자들의 고용 유지 및 안정, 목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기획재정부가 각 공공기관에 고령근로자의 그 도입을 권고함에 따라 피고 또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게 된 것이며, 기존 근로자의 퇴출이나 피고의 개별적 이익과 같은 부당하거나 탈법적인 목적에서 시행된 것이 아니다.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는 근본적으로 한정된 재원 내에서 근로자들의 정년 연장 및 보장과 맞물려 고령근로자들의 임금감경을 통하여 마련한 재원으로 신규 고용을 늘려 청년고용 증진을 위한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한정된 재원의 합리적인 배분, 청년고용 증진의 목적의 타당성 자체는 부정할 수 없다.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와 관계없이 당초 정규직 정년이 만 60세였던 기관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규직 직원들(계약직인 연구직은 제외)의 당초 예정되어 있던 정년을 그대로 보장하는 조건으로 정년 이전의 연령부터 임금을 인하하는 정년보장형으로 설정되었는바, 그 경우 정년에 가까운 고령의 정규직 근로자들의 경우 개별적으로 직접 금전적인 보전 없이 3년간 임금이 감경되는 불이익한 효과가 현출되기는 한다. 그러나 ①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2017. 1.경 정년퇴직예정자 및 장기근속퇴직자에 대한 공로연수제도를 도입한 점, ② 공로연수자가 되는 경우 임금과 별도로 연수소요경비와 연수활동비를 추가로 지급받고, 근무장소나 근로시간의 제한 없이 해당 연수를 수행할 수 있는 점, ③ 그리고 피고는 2018. 2.경 명예연구위원제도를 도입하였는바, 명예연구위원으로 추대될 경우 300만 원 가량의 수당을 월정액으로 지급받을 수 있는 점, ④ 피고는 정년예정자들에게 공로연수제도와 명예연구위원제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고, 원고는 공로연수제도를 선택하여 2023. 6. 16.부터 2023. 12. 15까지 피고 연구원에 출근하지 않고 연수를 수행하며 5,997,975원 상당을 지급받은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는 원고를 포함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은 고령의 직원들에 대하여 대상조치를 시행하였다 할 것이다. 피고의 위와 같은 각 조치가 비록 원고 등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삭감된 임금 등을 완전히 전보하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는 임금피크제 자체가 한정된 재원을 고령층에서 청년고용으로 일부 이동시켜 배분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서 기인한 필연적인 결과이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기간 및 삭감 임금 등을 고려할 때도 원고가 과도한 불이익을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당초 목적인 신규채용으로 이어졌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 신규로 79명(청년의 경우 48명)을 채용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규모를 명확히 알 수는 없으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라 감액된 재원 중 일부가 피고의 신규채용을 위하여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이며, 달리 피고가 이를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 목적에 부합하지 않게 사용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윤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