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2. 12. 선고 2024가합46673 판결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

주문

1.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153,064,516원 및 이에 대하여 2023. 6. 16.부터 2026. 2. 12.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예비적 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1/3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2023. 1. 4. 설립되어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반도체 설계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원고는 2023. 2. 1. 피고에 입사하여 등기된 사내이사 겸 CTO(Chief Technology Officer)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나.

피고는 2023. 6. 14. 원고에게 이메일을 통해 '2023. 6. 15.자로 원고를 ① 타 직원 소유물 절취, ② 직무명령에 대한 불복종, ③ 근무 기강 문란을 해임사유로 하여 사내이사직 포함 모든 직위에서 해임한다'는 내용의 통지(이하 '이 사건 해고'라고 한다)를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3호증, 을 제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1)

주위적 주장

원고는 피고의 대표이사로부터 구체적인 지휘, 감독을 받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이 사건 해고는 해고사유가 특정되지 않았으므로 근로기준법 제27조(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 의무)에 위반되었고, 해고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

2)

예비적 주장

설령 원고가 상법상 이사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주주총회 해임결의가 없었으므로 절차적으로 위법하고, 해임의 정당한 사유가 부존재하여 실체적으로 위법한 해임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임기 만료 전에 원고를 해임하여 입게 된 손해로서, 남은 임기 동안 지급받을 수 있는 보수 상당액을 상법 제395조 제1항에 기한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여야 한다.

나.

피고의 주장

원고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가 아니다. 설령 원고가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해고는 정당하다. 피고는 상법상 이사인 원고를 주주총회 특별결의에 의해 해임하였고, 실체상 해임사유도 정당하므로 상법 제395조 제1항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성립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판단

가.

주위적 주장에 관한 판단

1)

이사의 근로자성에 관한 법리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28813 판결 등 참조). 회사의 임원이라 하더라도, 업무의 성격상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 · 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 임원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의 임원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업무수행의 실질이 위와 같은 정도로 사용자의 지휘 · 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는 것이라면, 그 임원은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과정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5. 12. 11. 선고 2025다21441 판결,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을 제1 내지 3, 6, 7 내지 9, 11, 12, 14 내지 18, 21 내지 24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갑 제1, 2, 5 내지 11, 17, 18, 21 내지 24호증의 각 기재 등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의 대표이사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정해진 노무를 처리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상당한 정도의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상법상 이사의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원고는 피고의 설립행위 당시부터 대표이사 이외에 유일한 등기이사로 취임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2023. 1. 2. 발기인총회에서 대표이사와 함께 사내이사로서 취임승낙서에 서명하였고, 피고의 설립당시부터 사내이사로 등기되어 있다가 2023. 6. 15. 해임등기가 마쳐졌다.

나)

원고는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D, E 등에서 근무하다가 F의 CIO(Chief Information Officer), G의 기술컨설턴트 등으로 근무하였고, 피고의 사내이사 겸 CTO로 취임한 후 피고의 유일한 SW 분야 전문가로서 SW의 개발 · 관리 업무를 총괄하였으며, 대표이사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보직과 직위를 부여받았다.

다)

① 원고는 2023. 5. 30.까지는 피고 대표이사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스스로 직원 H에 대한 감사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 점, ② 실제로 2023. 5. 26. 연휴직전 퇴근 시간 이후 대표이사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은 채 H가 사무실에 보관하던 그 소유의 SSD 저장장치 내의 데이터, 자료들을 피고의 회사 서버에 백업하는 작업을 독자적으로 실시한 점, ③ 연휴가 끝난 2023. 5. 30.에서야 피고 대표이사에게 보고한 후 H에 대해 업무배제를 요청한 점, ④ 이에 관하여 대표이사가 자신과 의견이 다름을 확인한 후부터 피고의 임원에서 빼달라고 요청한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2023. 5. 30.까지는 스스로를 피고의 임원이라고 인식하였고 임원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였다.

라)

원고는 CTO 취임 당일 원고의 모회사인 I의 주식 1,000,000주(전체의 5%)를 지급받았고, 출 · 퇴근도 비교적 자유로웠으며, 휴가도 개인 일정에 따라 자유롭게 사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마)

원고는 피고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피고의 모회사인 I와 만 2023. 3.31.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이 계약에는 미합중국 뉴욕주의 관계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회사의 자유로운 의사로 언제든지 근로자와 본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였고, 위 계약서는 미합중국 뉴욕주의 관계 법령에 의하여 규율되고 해석되며, 위 계약과 관련한 분쟁은 피고의 미합중국 본사 소재지 관할 법원을 제1심의 전속적 관할법원으로 정하기로 하였는데, 원고가 이에 서명하였고, I는 2023. 6. 12. 원고를 심각한 비위를 이유로 해임하는 주주총회회의록을 작성하였다.

바)

피고는 미국 법인인 본사와 사이에서만 계약을 체결한 원고와 달리 다른 직원들과는 미국 법인인 본사와 계약을 체결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와도 근로기준법에 부합하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

3)

소결론

따라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위적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예비적 주장에 관한 판단

1)

상법 385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의 성립에 관한 법리

상법 제385조 제1항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 언제든지 이사를 해임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이사의 임기를 정한 경우에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임기만료 전에 해임한 때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해임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주주총회에 의한 이사 해임의 자유를 보장하는 한편, 임기가 정하여진 이사의 임기에 대한 기대를 보호하기 위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만료 전에 이사를 해임한 때에는 회사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주주의 회사에 대한 지배권확보와 경영자 지위의 안정이라는 주주와 이사의 이익을 조화시키려는 규정이다(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4다25611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정당한 이유'란 주주와 이사 사이에 불화 등 단순히 주관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에 위배된 행위를 하였거나 정신적 · 육체적으로 경영자로서의 직무를 감당하기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 회사의 중요한 사업계획 수립이나 그 추진에 실패함으로써 경영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경우 등과 같이 당해 이사가 경영자로서 업무를 집행하는 데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2다98720 판결 등 참조).

상법 제385조 제1항의 문언 내용과 규정 취지,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성질 등을 고려하면,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해임결의 당시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유를 참작하여 판단할 수 있고, 주주총회에서 해임사유로 삼거나 해임결의 시 참작한 사유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3다220639 판결 등 참조).

해임의 정당한 이유의 존부에 관한 증명책임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사가 부담한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다49570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해임 절차의 위법 여부

갑 제23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자본금이 5억 원이므로 상법 제364조 제4항에서 정한 자본금 총액이 10억 원 미만인 회사에 해당하여 주주 전원의 동의가 있는 경우 소집절차 없이 주주총회를 개최할 수 있고, 서면에 의한 결의로써 주주총회 결의를 갈음할 수도 있으며, 주주 전원이 서면으로 동의를 한 때에는 서면에 의한 결의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바, 피고는 원고를 해임하기 전 주주 전원의 서면에 의한 임시주주총회결의를 하여 원고의 해임에 대해 전원의 동의를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의 해임 절차 위반에 관한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해임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4, 6, 12, 19 내지 21, 24, 25호증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 정당한 해임사유가 있다거나, 원고가 법령이나 정관에 위배된 행위를 하거나 회사의 중요한 사업계획 수립 및 추진에 실패함으로써 경영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경우에 해당하여, 경영자로서 업무를 집행하는데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해임은 정당하지 않다. 따라서 피고는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원고가 임기만료 전 해임으로 인하여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1)

원고에 대하여 피고는 ① 타 직원 소유물 절취, ② 직무명령에 대한 불복종, ③ 근무 기강 문란을 해임사유로 하여 해임하고, 주거침입, 절도, 손괴혐의로 고발하였으며, H와 함께 원고를 업무방해죄로 고소하였으나 수사기관에서는 모두 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혐의없음' 불송치결정을 하였다.

(2)

원고가 2025. 5. 26. 피고 회사 내에서 H의 SSD 저장장치를 검색하고 따로 보관 조치하다가 경찰의 피고에 대한 압수·수색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것이 오로지 개인적인 원한을 해결하거나 어떠한 이익을 취득하고자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내부감사 조직과 절차가 마련되지 않은 신생회사인 피고의 사내이사 겸 CTO이자 피고의 유일한 SW 분야 전문가로서 컴퓨터의 보안이 중요한 첨단 기술 회사의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기술유출 등의 피해나 위법한 기술취득으로 인한 제소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성격이 있었다고 본다.

(3)

원고는 자신보다 경력이나 직급이 낮은 직원들보다 적은 연봉을 받는 대신 피고의 성장에 따른 장기적인 주식가치의 상승으로 이를 보상받고자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피고의 성장에 큰 관심과 책임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바, 원고가 피고의 대표이사와 H와 관련된 사안에 대하여 의견이 다름을 확인한 후부터 피고 대표이사 및 직원들과 심각하게 대립하기는 하였으나, 회사의 유일한 SW 분야 전문가이자 임원으로서 인가받지 않은 대용량의 SSD 저장장치를 회사에 반입한 H의 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정당한 직무명령에 대한 불복종이라거나 근무 기강을 문란하게 한 것으로서 해임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법령이나 정관에 위배된 행위를 하거나 회사의 중요한 사업계획 수립 및 추진에 실패함으로써 경영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4)

그 밖에 피고가 주장하는 모든 사유를 살펴보더라도 원고에게 정당한 해임에 이를 정도의 비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는 외부투자 유치에 실패한 것이 회사내에 불화를 일으킨 원고에게 책임이 있어 또 다른 해임의 사유가 된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나, 설령 회사 내 불화가 인가받지 않은 SSD 저장장치를 회사에 반입한 H의 행위에 원고가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유로 원고를 해임한 것이 정당하다고 평가할 수 없는 이상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불화의 원인이 원고에게 있고, 외부투자 유치의 실패가 원고의 책임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이를 전제로 한 피고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손해배상의 범위

(1)

원고의 임기

갑 제23호증, 을 제29, 30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의 임기는 피고의 설립등기일인 2023. 1. 4.부터 3년이 경과하는 2026. 1. 3.까지로 봄이 타당하다.

(2)

손해배상액의 계산

을 제20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의 월 보수는 500만 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해임된 다음날인 2023. 6. 16.부터 2026. 1. 3.까지 보수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3)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153,064,516원<1>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피고로부터 보수를 지급 받은 최종일의 다음날인 2023. 6. 16.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6. 2. 12.까지는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며, 나머지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회일(재판장) 박승균 이영주

1150,000,000원(= 500만 원×30개월) + 3,064,516원(= 500만 원×19일/31일, 원 미만은 버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