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 A을 벌금 500만 원에, 피고인 B를 금고 4월에 각 처한다.
피고인 A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다만, 피고인 B에 대하여 이 판결 확정일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A에 대하여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사건정보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4고단5211
판결선고
2026. 2. 5.
범죄사실
피고인 B는 서울 중구 C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의 시공사인 D㈜(이하 'D'이라 한다)의 현장소장 및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소속 근로자와 관계수급인에 대한 안전보건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사람이고, 피고인 A은 D 소속으로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피고인 B를 도와 위 공사현장의 안전보건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사람이다.
피고인들은 2022. 8. 9. 09:00경 위 공사현장 지하 2층 물탱크실에서 D으로부터 위 신축공사 중 습식공사를 도급받은 ㈜E(이하 'E'이라 한다) 소속 근로자인 피해자 F(남,45세)로 하여금 위 물탱크실 벽면(높이 약 6.6m)에 배수판을 부착하는 작업을 진행하도록 하였다.
당시 피해자는 현장에 있던 비계(높이 약 1.7m)를 스스로 조립하여 사용하고, 그 비계 위에서 사다리를 이용하여 배수판을 부착하는 작업 중이었으므로 추락할 위험이 있었다.
이러한 경우 피고인들은 ① 위험성 평가를 통해 근로자에게 미칠 위험성을 미리 제거하여 사고를 예방하고, ② 근로자인 피해자가 비계를 조립하여 작업하기 전 비계 상태를 점검하여야 하며, ③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안전난간을 설치하거나 안전대를 착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호 조치를 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A은 위험성 평가 등을 통해 작업의 위험 요인을 파악하는 사전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으며, 벽체 배수판 부착 상황에 비추어 고소 작업에 따른 피해자의 비계 사용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피해자가 작업하기 전 비계 상태를 점검하지 아니하고, 비계에 안전난간을 설치하거나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하지 아니한 업무상 과실로, 피고인 B는 작업일보를 확인하고 위험성 평가 등을 통해 해당 작업의 내용과 위험성을 잘 알고 있음에도 피해자가 작업하기 전 비계 상태를 점검하지 아니하고, 비계에 안전난간을 설치하거나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하지 아니한 업무상 과실로, 같은 날 16:00경 비계 위에서 사다리를 이용하여 작업 중이던 피해자로 하여금 바닥으로 추락하게 하였다.<1>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에게 약 16주의 치료가 필요한 팔 및 턱뼈 골절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들의 각 일부 법정진술
증인 F, G, H, B의 각 법정진술
입건전조사보고서(안전교육실시보고서 첨부 관련)
- 상해진단서, - 요양급여신청 소견서
각 - 현장사진, - 112신고사건처리표, - 사고 직후 사진, - 하도급 계약서, - 안전관리자 선임보고서 등, - 공사개요, 산업재해조사표, - 작업일보
- 벽체 배수판 시공계획서, - 위험성평가서, - 작업허가서(피고인 B에 한하여)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피고인 A: 형법 제268조, 제30조(공동하여, 벌금형 선택)
피고인 B: 형법 제268조, 제30조(공동하여, 금고형 선택)
노역장유치
피고인 A: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집행유예
피고인 B: 형법 제62조 제1항
가납명령
피고인 A: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들에게는 공소사실 기재 업무상 주의의무가 없거나 이를 위반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허용되지 않는 방법으로 비계 및 사다리를 사용한 결과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인들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상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 한다.
판단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여부
업무상과실치상죄에 있어서의 '업무'란 사람의 사회생활면에서 하나의 지위로서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를 말하고, 여기에는 수행하는 직무 자체가 위험성을 갖기 때문에 안전배려를 의무의 내용으로 하는 경우는 물론 사람의 생명·신체의 위험을 방지하는 것을 의무내용으로 하는 업무도 포함된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도1040 판결 등 참조).
D은 도급인으로서 이 사건 공사 전반을 총괄하여 관리할 의무가 있고, D의 현장소장이자 산업안전보건법 제62조, 제15조에 따른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피고인 B와 산업안전보건법 제17조에 따른 안전관리자인 피고인 A에게는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실제로 일하는 작업자의 유해·위험방지를 위해 작업 전에 미리 작업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 위험성을 감소시킬 의무가 있으며, 작업자가 비계를 사용하는 경우 안전을 위해 비계의 상태를 점검하고 안전난간을 설치하거나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하여 근로자의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피고인 A은 이 사건 사고 발생 전 피해자가 수행해야 할 벽체 배수판 작업(이하 '이 사건 작업'이라 한다)의 위험성 평가를 하지 않았고, 이 사건 작업 내용에 고소작업이 포함되어 있다거나 피해자가 비계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 A은 이 사건 공사현장의 안전관리자로서 그날 진행될 작업의 내용 및 이에 따른 위험성을 파악한 후 근로자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은 그 자체로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내용을 모르고 있었던 피고인 A이 사건 당일 피해자에게 적절한 내용의 안전교육을 실시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피해자도 안전교육 당시 고소 작업의 존재에 대하여 듣지 못하였고, 이 사건 작업을 할 공사현장을 확인한 후에야 비계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공사 담당자에게 이를 요청하였다고 진술하였는바, 당일 오전에 시행된 안전교육에서 고소 작업 및 비계 사용에 관한 적절한 안전교육이 실시되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 A은 이 사건 작업이 지하의 밀폐된 공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환기교육에 중점을 두었고, 이후 현장관리를 할 때도 유독가스를 측정하는 등 이에 관한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 A이 유독가스 관련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해서 고소 작업 및 비계 사용에 관한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 A은 피해자가 비계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없었다고 주장하나, 고의범이 아닌 이 사건에서 피고인 A이 고소 작업의 존재를 몰랐다는 것은 범죄 성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고, 이를 알았어야 할 피고인 A이 이를 알지 못한 데에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지도 않으므로,<2> 피고인 A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인 B는 이 사건 공사현장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각 작업자에게 작업에 적합한 작업도구가 제공되었는지 여부 및 이를 사용함에 있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파악하고 그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함으로써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할 의무가 있다. 피고인 B는 사전에 위험성 평가를 통하여 이 사건 작업 내용 및 고소 작업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피고인 B에게는 피해자가 사용할 비계가 이 사건 작업에 적합한지를 확인하고, 피해자가 직접 조립한 비계의 안전상태를 점검하거나 안전난간을 설치하고 안전대를 착용하는지 등을 확인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 작업은 지하 2층 벽체 전체에 배수판을 부착하는 것으로서, 지하 2층 벽면의 높이는 6.66m였는데, 피해자가 사용한 비계의 높이는 1.7m에 불과하여 이 사건 작업에 적합하지 아니하였다. 이 사건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는 범위를 고려하면 피해자에게는 최소한 2단 이상 높이의 비계가 제공되었어야 하는데, 피고인 B는 피해자에게 이 사건 작업에 적합한 비계가 제공되었는지 여부 및 비계 사용 시의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하지 아니함으로써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 B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상당인과관계의 존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해자가 비계 위에 A자형사다리를 길게 펼쳐 한쪽 끝을 벽에 기댄 채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작업하고 있었던 사실, 피해자는 당초 G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었으나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에는 G이 자재를 정리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상태였던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살피건대, 일반적으로 비계 위에 사다리를 설치하여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고, A자형 사다리를 길게 펼쳐 한쪽 끝을 벽에 기댄 채로 사용하는 것은 사다리가 바닥에 고정되지 아니하고 미끄러질 위험이 높아 더더욱 허용되지 않는 방법이다. 또한 사다리 작업을 할 때는 2인 1조로 한 명이 밑에서 사다리를 잡아주어야 하나,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자 G이 자리를 비우면서 피해자 혼자 작업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는바, 이 사건 사고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이 상당 부분 경합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에게는 이 사건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벽면의높이에 비하여 현저하게 낮은 1.7m 높이의 비계 1단이 제공되었을 뿐인바, 추가적인 비계가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비계가 없다는 이유로 작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피해자로서는 부득이하게 위와 같은 방법으로 작업을 진행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당초 피고인들이 사전에 이 사건 작업의 위험성을 적절히 평가하고 고소작업에 적합한 높이의 비계를 제공하면서 비계에 안전난간이나 안전대를 설치하는 등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해 주었다면 피해자는 위와 같은 위험한 방식으로 작업을 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이 사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의 이유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가 가볍지 아니하다. 피고인들은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하였다.
다만, 피고인 A은 초범이고, 피고인 B는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이 사건 사고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이 상당부분 기여한 것으로 보이는 점, 그밖에 피고인들의 나이, 성행,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의 수단과 결과, 범행 전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이소진
각주1)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피고인들의 주의의무 위반의 내용을 '안전대를 설치하지 아니한'에서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하지 아니한'으로 변경하여 인정한다.
각주2) 피고인 A은 2022. 7. 22.경 이 사건 공사현장에 실제로 파견되었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사고는 2022. 8. 9. 발생하였는바, 파견 직후 인수인계를 받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A이 이 사건 공사의 내용 및 안전관리 업무를 파악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경과한 것으로 판단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