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1. 16. 선고 2025가단75061 판결

주문

1.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피고 소속 근로자의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은 만 55세이고, 원고는 만 55세에 달하는 2025. 1. 25.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받게 되었다. 원고는 2024년 상반기부터 자신의 상급자에게 임금피크제 적용 시 근무를 계속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수차례 밝히면서, 퇴직 후 자신의 배우자와 장기간 여행계획이 있다고 말하였다.

나.

피고는 노동조합과 합의하여 고연령, 고직급화 심화로 인한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혁신과 성장여건을 마련하기 위하여 FY2024 상시특별퇴직(이하 '이 사건 특별퇴직')을 시행하기로 하였다. 피고는 2024. 12. 20. 이 사건 특별퇴직 실시안을 공지하였고, 심사기준에는 '성과평가 하위, 장기 승진누락, 업무부적응, 중대한 질병 등을 기준으로 인사실무협의회에서 심의하여 최종확정함'으로 기재되어 있다.

다.

원고를 포함한 219명이 이 사건 특별퇴직을 신청하였다. 피고는 2024. 12. 31. 200명(1차 심의 173명, 2차 심의 27명)의 특별퇴직을 승인하고, 원고를 포함한 19명의 특별퇴직 신청을 미승인하였다(이하 '이 사건 미승인처분'). 피고가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미승처분 사유로 내세운 것은 원고의 성과평가가 일반직 중 상위 2.9%에 해당하는 성과평가 최상위권자라는 점이었다.

라.

원고는 2025. 1. 2. 피고에게 희망퇴직 신청서를 제출하였고 2025. 1. 25. 자로 퇴직하였다.

[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1, 2, 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피고의 부제소합의 위반 항변에 대한 판단

을 1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는 희망퇴직 신청시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된 약정서(이하 '이 사건 약정서')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한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약정서 제9조 제1항에서 '소의 제기'를 통하여 '퇴직의 효력을 다투지 아니한다'고 명시하였고, 제3항에서 '퇴직과 관련하여 어떠한 명목으로든 회사에게 금품의 지급을 구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였으므로, 이는 퇴직의 효력및 퇴직으로 인한 금품에 대하여 민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합의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이 사건 미승인처분이 위법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특별퇴직이 승인되었다면 원고가 수령할 수 있었던 특별퇴직 위로금 액수와 원고가 부득이 희망퇴직을 하면서 수령하였던 액수의 차액 상당을 구하고 있다. 이는 희망퇴직의 효력을 부인하고 이 사건 특별퇴직으로 인한 퇴직이 되어야 함을 주장하는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소는 퇴직의 효력을 다투면서 그에 따른 금품을 구하는 청구에 해당한다. 이는 위 부제소합의에 반하는 것이므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피고의 항변은 이유 있다.

3.

원고의 재항변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부제소합의가 불공정한 법률행위라는 재항변에 대하여

1)

재항변요지

원고는 이 사건 약정서에 서명을 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퇴직할 수 없었고, 이 사건 미승인처분으로 인해 희망퇴직 이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궁박한 사정으로 인해 이 사건 부제소합의를 하였으므로,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2)

판단

가)

관련법리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피해 당사자가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고 상대방 당사자가 그와 같은 피해 당사자측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폭리행위의 악의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는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한다(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38927 판결 참조). 여기서 '궁박'이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고, 당사자가 궁박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당사자의 신분과 상호관계, 피해 당사자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계약의 체결을 둘러싼 협상과정 및 거래를 통한 피해 당사자의 이익, 피해 당사자가 그 거래를 통해 추구하고자 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른 적절한 대안의 존재 여부 등 여러 상황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577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 및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약정서 작성 당시 원고가 궁박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갑 2호증, 을 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특별퇴직이 미승인되었지만 희망퇴직이라도 하는 것이 낫겠다는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희망퇴직위로금(약 2억 9,000여만 원)을 지급받기 위하여 이 사건 약정서를 작성하게 된 것이라고 보이며, 달리 이 사건 부제소합의가 불공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부제소합의가 부당하여 무효라는 재항변에 대하여

1)

재항변요지

원고는 이 사건 특별퇴직의 심사기준 중 '장기 승진 누락'이라는 요건을 명백히 충족하고 있었음에도, 피고가 원고의 성과평가가 우수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미승인처분을 한 것은 부당하다. 피고는 원고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조건의 다른 직원들에 대해서는 특별퇴직을 승인하면서도 유독 원고에 대해서만 특별퇴직을 미승인하였다. 이 사건 미승인처분은 피고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위법한 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이 사건 미승인처분이 위법하여 무효인데도 그 적법성과 효력을 다투지 못하도록 하는 이 사건 부제소합의는 부당하여 무효이다.

2)

판단

가)

관련법리

매매계약과 같은 쌍무계약이 급부와 반대급부와의 불균형으로 말미암아 민법 제104조에서 정하는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한다면, 그 계약으로 인하여 불이익을 입는 당사자로 하여금 위와 같은 불공정성을 소송 등 사법적 구제수단을 통하여 주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부제소합의 역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이다(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9다50308 판결).

명예퇴직은 근로자가 명예퇴직 신청(청약)을 하면 사용자가 요건을 심사한 후 이를 승인(승낙)함으로써 합의에 의하여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것으로서(대법원 2003. 6. 27. 선고 2003다1632 판결 등 참조), 회사의 취업규칙 등에서 명예퇴직 신청자격이 있는 근로자의 신청만으로 명예퇴직이 이루어진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들의 명예퇴직 신청을 심사하여 수리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피고에게 유보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사용자의 명예퇴직 심사·결정에 관한 재량권은 명예퇴직제도가 도입된 배경과 경위, 다른 대상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적절하게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대법원1999. 12. 21. 선고 99다42933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이 사건 미승인처분이 위법하여 무효인지 여부)

앞서 본 증거들 및 을 4, 5,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실 및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의 이 사건 미승인처분을 하면서 내세운 사유는 합리적이라고 인정되고 그 처분이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피고가 미승인처분을 함에 있어 특별퇴직에 관한 심사·결정 권한을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미승인처분이 위법 또는 부당하여 무효임을 전제로 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명예퇴직이란 장기근속자가 정년 전에 자의에 의하여 퇴직하는 경우 규정상의 퇴직금 이외에 가산금을 추가로 지급하여 조기퇴직을 유도하는 제도로 정의할 수 있고(헌법재판소 2007. 4. 26. 선고 2003헌마533 전원재판부 결정), 명예퇴직제도는 근로자수 감축에 의한 감량경영이나 인사적체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정년에 도달하지 아니한 근로자들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주고 미리 퇴직하도록 유도하는 데 그 취지가 있는 점(대법원 2000. 7. 7. 선고 98다42172 판결 등 참조)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특별퇴직도 명예퇴직의 일종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므로 그에 관한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

명예퇴직은 원칙적으로 근로관계의 당사자가 제도의 도입 여부나 내용을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는 사적 자치의 영역에 해당하고(헌법재판소 2007. 4. 26.자 2003헌마533 결정 참조), 명예퇴직수당 또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등이 강행적으로 정하고 있는 법정 퇴직금 내지 수당과 달리 사례금 또는 장려금적인 성격이 강하므로 그 제도의 도입 여부나 운영에 있어서 근로관계의 다른 제도보다는 사용자에게 보다 넓은 재량이 허용될 수 있다.

②

피고는 인력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이 사건 특별퇴직을 실시하였으므로, 성과 우수자와 같이 오히려 피고에게 필요한 인력을 특별퇴직의 대상자로 할 이유가 없다고 보이고, 특별퇴직 취지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특별퇴직의 심의기준에서 성과평가최상위권자(일반직 5%, 사무직 15%)는 미승인하고, 성과평가가 하위인 자(이하 '저성과자')를 우선순위로 하였다고 보인다. 이러한 심의기준을 설정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피고에게 허용된 재량권을 벗어난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특별퇴직 심의기준에 따라 성과평가 최상위권자는 특별퇴직이 허용되지 않으므로 특별퇴직의 승인의 측면에서는 성과평가 최상위권자가 저성과자에 비하여 불리하다고 볼 수도 있으나, 이는 특별퇴직 제도의 실시와 운영과정에서 생기는 불가피한 부분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이를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미승인처분 사유로 성과평가 최상위권자임을 이유로 한 것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③

원고는, 이 사건 특별퇴직 심사기준 상 '장기 승진누락자'에 해당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의 특별퇴직 심의기준 상 장기 승진누락자는 'L직급 9회 이상, 나머지 5회 이상'에 해당하여야 하는데, 원고는 2023. 4월경에 L3직무(조직원)를 받았으므로 이 사건 특별퇴직 신청 당시 원고가 위 심의기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④

원고는, 피고가 원고와 연령대가 비슷하고 하위 직무로 이동하였던 적이 있었던 유사한 지위의 다수의 직원들에 대하여 특별퇴직을 승인하였음에도 원고만 미승인한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피고의 특별퇴직 내부 심의기준 상 8순위의 '팀장/파트장에서 조직원으로 이동한 경우, 현 팀장 · 파트장인 경우'에 해당하는 자들은, 피고의 개별 심의를 통해 신청자의 구체적 개별적인 상황에 따라 결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원고가 주장하는 자들은, '이 사건 특별퇴직 심사일 이전 1년 이내에 조직장을 역임한 자' 또는 '이 사건 특별퇴직 심사일 기준 모두 파트장 또는 파트장급 직무를 수행중인 자'들로서 피고의 심의기준8순위에 해당하고, 피고의 '개별 심의'를 거쳐 승인된 자들로 보인다.

위와 같은 내용으로 특별퇴직의 내부 심의기준을 설정한 것이 피고의 재량을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원고는 위 8순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가 원고를 8순위에 해당하는 자들과 다르게 취급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형평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

⑤

원고는, 질병으로 인하여 피고 회사에서의 더 이상의 업무 수행이 곤란한 사정도 존재하였는데, 특별퇴직 심사시 이러한 사항이 간과되었고 실질적인 소명기회를 부여하지도 않은 채 형식적인 자료만을 바탕으로 심사하여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이 사건 특별퇴직 신청시 '중대한 질병'에 대한 내용을 밝히거나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피고가 이러한 사항이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확인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 이 사건 특별퇴직 제도 운영에 있어 피고에게 넓은 재량이 허용되므로 서류 심사만 하여 심의 및 승인하는 것도 피고의 재량 범위에 속하는 것이고, 그 절차에 관하여 승인에 관한 결정 전에 근로자에게 소명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등의 규정 등이 없는 이상 그러한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⑥

원고는, 이 사건 특별퇴직에 대한 심사는 광화문 본사 소속 임원들에 의해 주도됨으로써 형평성에 어긋나는 심사가 이루어졌고, 강남에 소재한 사업부 소속인 원고는 광화문 본사 소속 직원들에 비해 부당하게 미승인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주장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위 주장은 막연한 추측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⑦

원고는, 직무상 상급자였던 GFP(Group Financial Planner) 사업부장(C)이 원고와 면담 당시 특별퇴직이 되는 것을 축하하는 말을 하였고, 특별퇴직을 전제로 한 업무 인수·인계 지시, 송별회 개최, 퇴직 기념패 수여 등을 함으로써, 원고는 특별퇴직 승인에 대한 정당한 기대를 갖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는 이 사건 특별퇴직 신청대상자에 해당하는 자가 신청하기만 하면 특별퇴직이 당연히 승인되는 것이 아니라, 심사기준에 적합하여야 하고 인사실무협의회에서 최종 대상자로 확정되어야 한다고 안내한 바 있다. GFP 사업부장은 특별퇴직을 심사하거나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지도 않으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특별퇴직이 승인되리라는 정당한 신뢰 내지 합리적 기대를 부여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4.

결론

이 사건 소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나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