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2. 12. 선고 2025가합9543 판결

해고무효확인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피고는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애완용 동물 및 관련용품 소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2022. 7.경 피고에 입사하여 BX디자인팀 디자이너로 근무한 사람이다.

나.

피고는 2024. 6. 4. 원고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해고 통지서를 교부하였고, 경영상 이유로 2024. 7. 5.자로 원고들을 해고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4조가 정한 경영상 해고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해고의 무효 확인을 구하고, 해고기간 동안 미지급한 임금(원고 A 67,389,783원, 원고 B 53,996,992원) 및 지연손해금과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원고들이 복직할 때까지의 임금 지급을 구한다.

3.

판단

가.

정리해고의 요건 및 판단 방법

근로기준법 제24조에 따르면, 사용자가 경영상의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②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③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하고, ④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을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하는데, 위 각 요건의 구체적 내용은 확정적 ·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건에서 다른 요건의 충족 정도와 관련하여 유동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므로, 구체적 사건에서 경영상 이유에 의한 당해 해고가 위 각 요건을 모두 갖추어 정당한지는 위 각 요건을 구성하는 개별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3다69393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는지 여부

가)

근로기준법 제24조 제1항에 따르면, 사용자가 경영상의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 함은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하여 고용인원의 감축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11.28. 선고 2018두4464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정리해고의 요건 중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는지 여부는 정리해고를 할 당시의 사정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1다60193 판결 등 참조).

나)

갑 제6, 7, 8호증, 을 제2, 3, 5, 6, 7, 13, 17, 26, 2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이 사건 해고 당시 유동성 위기가 단시일 내 쉽사리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에 있었고 이에 대처하기 위하여 고용인원을 감축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바, 피고는 이 사건 해고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1)

피고의 당기순손실은 2021년 약 129억 원, 2022년 약 288억 원, 2023년 약 186억 원, 2024년 약 218억 원으로 4년 연속 대규모 손실이 누적되는 상황이었고, 이에 따라 피고의 미처리결손금은 2021년(연말 기준, 이하 같다) 약 220억 원, 2022년약 508억 원, 2023년 약 698억 원, 2024년 약 917억 원으로 점차 증가하여 자본잠식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2)

피고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21년(연말 기준, 이하 같다) 약 30억 원,2022년 약 20억 원, 2023년 약 15억 원, 2024년 약 5,600만 원이고, 특히 이 사건 해고 무렵인 2024. 6. 30.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1억 8,000만 원으로 매월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급여 총액에도 미치지 못하였는바, 당시 피고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3)

피고는 유동성 확보를 위하여 2024. 2.경 D 주식회사와 자산매각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피고가 보유하던 자산(PC 및 부속품 등 총 289개)을 매각하였으나, 매각대금으로 단지 2,285만 원을 수취하는 데에 그쳐 재정상 어려움을 해소하지 못하였으며, 피고의 재무제표를 감사한 E회계법인은 2024년 감사보고서에서 '계속기업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취지의 감사의견을 표시하였다.

(4)

한편 피고의 2022년 내지 2024년 매출총이익과 급여를 살펴보면, 2022년의 경우 매출총이익은 약 80억 원, 급여는 약 105억 원이고, 2023년의 경우 매출총이익은 약 81억 원, 급여는 약 90억 원이며, 2024년의 경우 매출총이익은 약 64억 원, 급여는 약 65억 원으로 인건비가 매출총이익을 초과하는 상황이었는바, 피고로서는 이 사건 해고 당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하여 인력조정을 함으로써 인건비를 줄여야 하는 긴박한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5)

원고들은 피고가 주식회사 F(이하 'F'라 한다)를 인수하고 9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한 사정을 들어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의 F 인수는 현금 유출 없이 포괄적 주식교환의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경영난타개를 위한 자구책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의 신규 채용은 사업부 직원 퇴사로 인한 사업운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하여 MD · 상품기획 · 마케팅 · 전략기획 등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을 채용한 것일 뿐 원고들이 속한 디자인팀의 디자이너를 채용한 것이 아니었는바, 원고들이 주장하는 위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해고에 관한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2)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였는지 여부

가)

정리해고의 요건 중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는 것은 경영방침이나 작업방식의 합리화, 신규 채용의 금지, 일시휴직 및 희망퇴직의 활용, 전근등 사용자가 해고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것을 의미하고, 그 방법과 정도는 확정적 ·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당해 사용자의 경영위기의 정도, 정리해고를 실시하여야 하는 경영상의 이유, 사업의 내용과 규모, 직급별 인원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8두44647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든 증거에 을 제8 내지 12, 14, 18 내지 2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이 사건 해고에 앞서 해고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가능한 조치를 취하는 등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1)

피고는 2023. 2.경 경영악화를 이유로 대규모 해고를 진행하여 직원 210명중 총 84명을 감축하고 이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하였다. 이와 함께 피고는 그 무렵 나머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경영이 안정화되는 시점까지 고정시간 외 근로수당일부를 하향 조정하되, 미지급된 금액은 업무 기여도에 따라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내용으로 근로조건을 변경하고, 임직원들로부터 이에 관한 근로조건 변경동의서를 제출받았다.

(2)

피고의 대표이사 G은 2023. 2. 및 2023. 5.경부터 2025. 3.경까지 기존 급여의 약 50%를 삭감하였고, 2023. 3. 및 2023. 4.에는 무급으로 근무하였다. 그리고 피고의 임원이었던 CEO H은 2023. 2.경부터 2023. 4.경까지 기존 급여의 약 50%를 삭감하였고, 2023. 10.경부터 피고의 자회사인 주식회사 I 대표이사로 선임되었으나 실질적으로 무급으로 근무하다가 임원위촉계약을 갱신하지 아니하고 2024. 7. 31. 계약을 종료하였다.

(3)

한편 피고는 2024년경 직원들의 복리후생비 지출 규모를 점차적으로 축소함으로써 관리비용 절감을 위하여 노력하였고, 앞서 본 바와 같이 2024. 2.경 D 주식회사와 자산매각 위탁계약을 체결하여 피고가 보유하던 자산(PC 및 부속품 등 총 289개)을 매각함으로써 현금 보유를 늘리고자 하였으며, 2024. 5.경에는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시행하여 인건비 지출을 줄이고자 노력하였다.

(4)

원고들은 피고가 전환 배치, 근로시간 단축, 일시 휴직 등의 방법을 검토하지 않았고 신규 인력을 채용함으로써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가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고가 처한 경영위기의 성격이나 정도, 사업의 내용과 규모, 직급별 인원상황 등을 고려하여야 하는바, 심각한 경영악화로 인하여 디자인 관련 사업이 중단된 상황에서 고연봉 디자이너인 원고들을 다른 업무로 전환 배치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신규 채용 직원들은 원고들의 업무를 대체할 목적으로 채용된 것이 아니라 사업부 직원 공석으로 인한 인력 충원이었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고용 유지를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

3)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였는지 여부

가)

근로기준법 제24조의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요건 중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은 확정적 · 고정적인 것은 아니고 당해 사용자가 직면한 경영위기의 강도와 해고를 실시하여야 하는 경영상의 이유, 해고를 실시한 사업 부문의 내용과 근로자의 구성, 해고 실시 당시의 사회경제적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만, 객관적 합리성과 사회적 상당성을 가진 구체적인 기준을 실질적으로 공정하게 적용하여 정당한 해고대상자의 선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정해져 있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에 따라야 하고, 만약 그러한 기준이 사전에 정해져 있지 않다면 근로자의 건강상태, 부양의무의 유무, 재취업 가능성 등 근로자 각자의 주관적 사정과 업무능력, 근무성적, 징계 전력, 임금 수준등 사용자의 이익 측면을 적절히 조화시키되, 근로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해고임을 감안하여 사회적 · 경제적 보호의 필요성이 높은 근로자들을 배려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설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6두64876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든 증거에 을 제1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공정하게 적용하여 해고대상자를 선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1)

피고는 취업규칙 등에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에 관한 명시적 규정을 두지 아니하여 2024. 5. 16. 근로자위원 J와 그 기준에 관하여 협의하였는데, 그 결과 '커머스 조직 규모 축소에 따라 업무가 축소되는 팀의 구성원 중 1인으로 정하되, 팀의 구성원이 2인 이상일 경우 연봉(사용자의 이익 측면)과 업무평가 결과(근로자의 객관적 측면), 자녀 유무(사회 · 경제적 보호 필요성 측면)의 3가지 기준을 33%씩 반영'하여 해고 대상자를 선정하기로 합의하였다.

(2)

피고는 리브랜딩 사업 수행을 위하여 고액의 연봉으로 디자이너인 원고들을 영입하였으나, 회사의 존폐가 위협받는 심각한 경영난의 상황에서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 리브랜딩 사업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하였고, 이에 피고의 커머스 조직 중 디자인팀의 규모를 최소화하되 필요한 경우 외부업체에 용역을 맡기기로 정하였는바, 이러한 경위에 비추어 보면 디자인팀 구성원 중에서 해고대상자를 선정한 것이 불합리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3)

이 사건 해고 당시 BX디자인팀은 BX1파트, BX2파트, 콘텐츠크리에이티브파트의 총 3개 파트로 조직되어 있었고, 각 파트별 1명에게 권고사직을 권유하되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해고로 나아가게 되었는데, BX1파트의 경우 유일한 구성원인 원고 A을 해고대상자로 선정하였고, BX2파트의 경우 비교대상자보다 연봉이 높고(사용자의 이익 측면), 자녀가 없다는 점(사회 · 경제적 보호 필요성 측면)을 고려하여 원고 B를 해고대상자로 선정하였다.

(4)

피고가 마련한 해고대상자 선정 기준은 그 내용이 객관적 · 구체적일 뿐 아니라 조직별 형평성을 고려하되 근로자의 사정과 사용자의 이익 및 사회적 · 경제적 보호 필요성을 함께 고려한 것으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으로 보이고, 위와 같은 기준에 따라 우선 해고 대상 근로자의 범위를 현실적으로 잉여인력이 발생한 BX디자인팀 근로자로 정한 다음, 연봉과 업무평가 결과 및 부양가족 유무를 고려하여 원고들을 해고대상자로 선정한 데에는 특별히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4)

근로자대표에게 사전통보 및 협의하였는지 여부

가)

근로기준법 제24조 제3항이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 및 해고의 기준 등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대표에게 미리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는 절차적 요건을 규정한 것은 같은 조 제1, 2항이 규정하고 있는 실질적 요건의 충족을 담보함과 아울러 비록 불가피한 정리해고라고 하더라도 협의과정을 통한 쌍방의 이해 속에서 실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에서이다. 따라서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 그 협의의 상대방이 형식적으로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대표로서의 자격을 명확히 갖추지 못하였더라도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대표자라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다면 위 절차적 요건도 충족하였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두15964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든 증거에 을 제16, 2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 즉 ① 근로자위원 J는 피고 직원들의 투표로 선임된 자로서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는 경영난 악화가 심각해지자 근로자위원 J와 인건비 절감 등에 관하여 수차례 논의를 진행한 후 정리해고 실시를 통보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근로자위원 J는 최소한의 인원만을 해고대상자로 선정하기로 피고와 협의한 후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을 정한 정리해고 관련 협의안에 서명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가 이 사건 해고에 앞서 근로자대표와 성실한 협의를 거침으로써 근로기준법 제24조 제3항 소정의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소결론

결국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4조가 정한 정리해고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 적법하다. 따라서 원고들의 해고무효 확인 청구는 받아들이기 어렵고,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임금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모두 이유가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누림(재판장) 이수경 김현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