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2001. 7. 12. 보험대리점업 등을 목적으로 하여 설립된 법인이고, 원고는 2001. 9. 15. 피고의 창립멤버로 입사하여 2019. 5. 31. 퇴사한 자이다.
원고는 2003. 6. 30. 피고의 법인등기부상 이사로 취임하였다가 2005. 6. 28. 사임하였고, 2006. 6. 29. 피고의 법인등기부상 이사로 취임하였다가 2007. 10. 22. 사임하였으며, 2008. 1. 1.부터 2019. 5. 31.까지는 피고의 영업본부장(CMO)으로 근무하였다.
2015. 3. 29. 시행된 피고의 임원퇴직금지급규정(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고 한다)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2020. 1.경 피고를 상대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전제로 2008.1. 1.부터 2019. 5. 31.까지의 퇴직금 등을 청구하는 소송(이하 '선행소송'이라고 한다)을 제기하였다. 선행소송의 제1심법원은 원고는 피고의 대표이사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 중 미지급 퇴직금 청구 부분을 기각하였다.
원고는 이에 항소하였고, 항소심에서 예비적 청구를 추가하여 원고가 임원임을 전제로 이 사건 규정이 허위로 작출된 문서라고 주장하며 피고의 정관 제40조에 따라 임원퇴직금 청구를 하였다.
항소심법원은 이 사건 규정 제2조에는 "본 규정상의 임원이라 함은 등기임원을 말하며"라고 규정되어 있고, 2018. 1. 1. 이후 원고가 등기임원이 아니었다는 점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며, 이 사건 규정이 허위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다. 원고는 위 항소심판결에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1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선행소송에서 피고의 임원으로서 계속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판단되었으므로 임원으로서 원고의 퇴직 시점은 2019. 5. 31.으로 보아야 하고, 설령 원고의 퇴직 시점이 이 사건 규정 시행일 이전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규정 부칙 제2조에 따라 이 사건 규정 시행 이전에 선임된 등기임원인 원고에게 이 사건 규정이 적용되므로 원고는 이 사건 규정에 따른 퇴직금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원고에게 이 사건 규정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이 사건 규정 시행 이전에 퇴직금지급 규정(이하 '종전 규정'이라고 한다)이 존재하였거나 임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관행이 존재하였으므로, 피고는 종전 규정에 따라 원고에게 퇴직금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003. 7. 16.부터 2005. 7. 12.까지, 2006. 7. 3.부터 2007. 10. 25.까지의 등기임원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 157,414,553원(이하 '이 사건 퇴직금'이라고 한다)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관련법리
상법 제388조는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이사가 자신의 보수와 관련하여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는 폐해를 방지하여 회사와 주주 및 회사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강행규정이다(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다290436 판결). 이사의 퇴직금은 상법 제388조에 규정된 보수에 포함되어 정관으로 정하거나 주주총회의 결의에 의하여 정할 수 있고 이러한 퇴직금 청구권은 이사가 퇴직할 때 유효하게 적용되는 정관의 퇴직금 규정에 의하거나 주주총회의 퇴직금 지급결의가 있을 때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다(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3다16092, 16108 판결).
판단
이 사건 규정에 따른 퇴직금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의 퇴직 시점
이 사건 규정 제2조 제1항은 "본 규정은 대표이사, 상근이사, 감사(이하 임원이라 한다)에 대하여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본 규정상의 임원이라 함은 등기임원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규정은 '등기임원'으로 재직한 기간 동안 피고의 위임사무를 집행한 보수로서 퇴직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 제5조의 '실 근무 종료일'은 그 문언상 등기임원으로서의 실 근무를 종료한 날짜로 보아야 할 것이고, 원고의 주장과 같이 최종적으로 회사와의 근무 관계가 종료된 비등기임원 퇴직 시점인 2019. 5. 31.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규정 적용 여부
위 법리를 이 사건 규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규정 부칙 제2조를 이 사건 규정 시행 이전에 등기임원으로 선임되어 이 사건 규정 시행 이전에 이미 퇴직한 등기임원에게까지 소급하여 퇴직금 청구권을 발생하게 하는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고, 이 사건 규정의 시행 이전에 등기임원으로 선임되어 이 사건 규정의 시행 당시 재직 중인등기임원에게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위 기초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등기이사로서 퇴직한 시점은 각 2005. 6. 28.,2007. 10. 22.로 이 사건 규정의 시행일인 2015. 3. 29. 이전임이 명백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종전 규정에 따른 퇴직금 청구에 관한 판단
상법 제388조에 의하면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하도록 되어 있고, 피고의 정관 제40조는 임원의 퇴직금은 주주총회의 결의를 거친 임원퇴직금 지급규정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종전 규정에 따라 퇴직금 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피고의 주주총회의 결의를 거쳐 승인된 종전 규정이 존재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갑 제15, 17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종전 규정의 존재 및 그 규정에 대한 주주총회의 승인이 있었음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을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2009년, 2010년, 2011년 C에게 퇴직금을 각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C에 대한 위와 같은 퇴직금의 지급이 피고의 주주총회 결의를 거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이상 이를 피고의 정당한 의사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고, 피고의 임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한다는 관행이 형성·정착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소멸시효 완성 항변에 관한 판단(가정적 판단)
가정적으로 원고에게 이 사건 규정에 따른 퇴직금 청구권이 인정됨을 전제로, 원고의 등기임원으로서의 퇴직일인 2005. 6. 28.과 2007. 10. 22. 또는 이 사건 규정의 시행일인 2015. 3. 29.로부터 5년이 도과하여 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피고의 항변에 관하여 살핀다.
관련법리
이사 등 임원의 퇴직금청구권에는 근로기준법 제41조 소정의 임금채권의 시효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하고 일반채권의 시효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대법원 1988. 6. 14.선고 87다카2268).
민법 제166조 제1항에 따르면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아니한다.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라고 함은 권리행사에 법률상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 미도래나 조건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고, 사실상 권리의 존부나 권리행사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거나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다302920 판결 참조).
판단
원고는 이 사건 퇴직금 채권의 소멸시효 기간이 10년이라고 주장하나, 회사가 이사를 선임하여 위임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는 회사의 영업을 위한 행위로서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고 그에 따른 이사의 보수청구권은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므로 이 사건 퇴직금 채권은 상법 제64조에 따라 5년의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
갑 제5호증의 기재에 따르면 이 사건 규정의 시행일은 2015. 3. 29.이므로 원고는 그 때부터 이 사건 퇴직금 채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5년이 경과한 후인 2024. 4. 26.에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의 퇴직금 채권은 이 사건 소제기 전에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원고는 이 사건 규정이 허위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정된 선행소송의 판결 확정일인 2023. 8. 18.에 비로소 이 사건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선행소송에서 피고가 이 사건 규정을 제출한 2022. 3. 30.에서야 비로소 등기이사로 재직한 기간 동안의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므로 그 때부터 이 사건 퇴직금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이 사건 규정에 따른 권리 행사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거나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소멸시효 중단의 재항변
원고는 이 사건 소와 선행소송은 피고에 대한 퇴직금 청구라는 기본적 법률관계에 있어 동일한 청구이므로, 선행소송을 제기한 2020. 1. 15. 이 사건 퇴직금 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2 내지 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선행소송의 청구는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전제로 하여 원고가 영업본부장으로 재직한 2008. 1. 1.부터 2019. 5. 31.까지의 퇴직금을 청구하는 것으로, 등기임원으로 재직한 2003. 7. 16.부터 2005. 7. 12.까지, 2006. 7. 3.부터 2007. 10. 25.까지 퇴직금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송과 기본적 법률관계에 있어서 동일한 청구로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선행소송의 제기로써 이 사건 퇴직금 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신의칙 위반 주장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가 이 사건 규정의 존재를 알리지 않아 원고의 권리행사를 방해하였으므로,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또한 피고는 2015년 이전에도 임원퇴직금제도를 운영하였고 임원 중 선별적으로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된다.
관련법리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다만 실정법에 정하여진 개별 법제도의 구체적 내용에 좇아 판단되는 바를 신의칙과 같은 일반조항에 의한 법원칙을 들어 배제 또는 제한하는 것은 중요한 법가치의 하나인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 특히 소멸시효 제도는 법률관계 주장에 일정한 시간적 한계를 설정함으로써 그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다툼을 종식시키려는 것으로서, 누구에게나 무차별적·객관적으로 적용되는 시간의 경과가 1차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설계되었음을 고려하면, 법적 안정성 요구는 더욱 선명하게 제기된다. 따라서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평가하는 것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16. 9. 30. 선고 2016다218713,218720 판결 참조).
판단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규정의 시행 사실 및 퇴직금 지급에 관한 고지나 안내를 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시효완성 전에 원고의 퇴직금 청구권 행사를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원고로 하여금 그러한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갑 제1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다른 임원이 퇴직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피고의 임원 퇴직금과 관련된 규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규정 시행 후 5년 이내에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퇴직금 채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었다 할 것이고, 객관적으로 원고의 이 사건 퇴직금 채권 행사에 어떠한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가 이 사건 퇴직금 채권의 시효완성 후에 원고에게 시효 이익을 포기하거나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고 볼 만한 정황은 찾을 수 없다. 또한 원고에게 특별한 보호의 필요성이 있다거나 원고와 같이 이 사건 규정의 시행 이전에등기임원으로 선임되고 이 사건 규정 시행 전에 퇴직한 다른 등기임원이 이 사건 규정의 적용을 받아 퇴직금을 수령하였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C에 대하여는 퇴직금 중간정산 명목으로 지급된 것으로 보이나 현재 주주총회결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자료는 없고, 정두영에 대한 퇴직금이 주주총회결의 등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지급된 것이 아니라면 이는 피고에게 반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퇴직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소결론
결국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은 이유 있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어느 모로 보더라도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오성우(재판장) 황현찬 최규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