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정보
자살의 원인이 업무전환으로 인한 범불안장애와 만성피로증후군 등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면 업무상 재해이다 ( 2001.3. 21 , 서울행법 2000구11856)
[요지] 망인은 15년 동안 일하던 부서에서 주조용해부서로 전보된 이후 업무에 부담감을 느끼고 이를 피동적으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집중력도 떨어져 잦은 사고가 발생해 그로 인해 무기력감에 빠지는 등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에 따라 범불안장애, 우울증 및 만성피로증후군의 증상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이후 내성적인 성격이 이런 증상을 심화시킴에 따라 정신병적 증상으로 발전해 끝내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을 감행한 것으로 보이는 바, 망인의 사망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없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피고의 처분은 위법하다.
근로복지공단 사건
(서울행법 2001.3.21 선고, 2000구11856)
* 사 건 /2001.3.21 선고, 서울행법 2000구11856
업무외결정처분취소
* 원 고 / 이심숙,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창권
소송복대리인 변호사 김철영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대표자 이사장 방극윤
소송수행자 양종태, 곽진옥
* 변론종결 / 2001.2.28
[주 문]
피고가 1999.11.11 원고에게 한 업무외재해결정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처분의 경위 등
원고의 남편인 소외 구진회(이하 `망인'이라고 한다)는 1983.9.27경 인천 서구 금곡동 158의 6에 있는 대림통상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에 입사하여 사형주조과에서 근무하다가, 1999.3.18 16:30경 경남 창녕군 남지읍 성사리 323에 있는 망인의 고향집 헛간에서 전기줄로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
망인의 처인 원고는 1999.10.21경 망인이 소외회사로부터 일방적으로 변경된 사형주조과 업무에 적응할 수 없었던 상태에서 컨베이어 시스템에 따라 강제로 할당되는 위 사형주조과 업무를 수행하느라 심한 피로와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것이 누적됨에 따라 그로 인하여 좌절감 및 근무의욕상실로 우울증 등이 발병하였으며 그에 따른 정신병적 증상의 발현으로 자살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피고에 대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1999.11.11 망인이 만성피로증후군의 병명으로 회사를 휴직하고 귀향하여 자살한 것이므로 이는 근로자의 자해행위에 의하여 발생한 업무외의 재해라는 이유로 업무외재해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 갑1, 2, 3, 4, 을1, 2, 3의 각 기재, 변론의 전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인정사실
망인은 1983년경 황동을 원료로 수도꼭지 등을 제조하는 업체인 소외회사에 입사한 이래 약 15년간 생산부 연마과에 소속되어 수도꼭지 금속표면처리 연마작업을 하여왔는데, 그 작업은 벨트연마가 끝난 제품을 종이버프에 광약을 칠하면서 마찰력으로 표면에 광택을 내는 것으로 작업자는 지정된 좌석에 앉아 손으로 제품을 잡은 상태에서 회전하는 버프에 피연삭체를 마찰시키는 작업이다.
그런데, 소외회사는 1998.3.23경 작업량이 줄자 망인에 대하여는 사전통지를 하거나 그의 의견도 물어보지 아니한 채 일방적으로 사형주조과로 전보시켜 망인으로 하여금 종전에 해왔던 작업과는 전혀 다른 용해주물주입작업을 하도록 하였다.
망인이 새로 담당하게 된 용해주물주입작업은 고주파 유도로에서 황동인고트를 용해한 후 3kg 정도되는 주물바가지를 손으로 들고 그곳에 약 12kg 정도의 끓는 용탕을 담아 자동조형기를 통해 자동으로 제작되어 나오는 수도꼭지 주형에 주입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것인데, 망인이 그 주입작업을 마친다 하여도 그 후 주입작업의 뒷처리를 하거나 프레스 절단작업, 연삭작업, 트리밍작업 등을 하여야만 했기 때문에 하루평균 약 10시간 정도 근무하게 된다. 또, 위 수도꼭지형은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망인에게 일정 시간 및 간격으로 자동으로 옮겨지므로 망인으로서는 그 순서에 따라 할당된 작업을 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위 용해주물주입작업장에 설치된 전기로의 온도는 약 섭씨 1300도에서 2300도 정도여서 평소에도 작업 중 땀을 흘려 온몸과 옷을 완전히 적실 정도로 매우 더웠을 뿐 아니라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했다. 그리하여 위 작업은 육체적·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작업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소외회사에 생산직 근로자 중 58% 정도가 여성인데 비하여 위 작업장에는 여자들이 배치되지 않았고 위 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는 특별히 월 6만원 상당의 용해수당이 지급되었다.
망인은 표면처리연마작업을 할 때까지만 하여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에 이상이 없었는데 위 용해주물주입작업을 담당하고 나서부터 종전과 달리 너무나 피로한 나머지 수면을 제대로 취할 수가 없었고, 그러한 상태에서 또 다시 다음 날 출근해서 위 작업을 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자, 심한 피로감과 스트레스로 인해 몸에 이상이 생겼고 급기야 1998.12.2경부터 안용진 내과의원에서 우울증, 무기력증, 신경쇠약의 증세가 있는 것으로 진단받아 그에 대한 치료를 받기도 하였다.
그래서 망인은 여러 차례 소외회사 담당자에게 자신의 신체적 상황으로 보아 위 용해주물주입작업은 너무 힘이 드니 담당 작업부서 등을 조정하여 달라고 요청하였고 생산부 주조과장도 망인이 위 용해주물주입업무를 계속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았으나 정작 회사로부터는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하였다.
이에 망인은 1998.12.31 오후 작업 중 상당히 무거운 수도꼭지 제품이 담긴 인고트박스를 들다가 허리를 다치기도 하였고, 1999.1.5 11:00경 주물바가지를 들다가 다시 허리를 다쳤으며, 같은 달 18일 13:40경 작업 중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까지 해서 회사 근처의 중앙정형외과에서 입원치료를 받기도 하였다.
그러자, 회사에서도 망인의 신체적 상태로서는 위 용해주물주입작업은 너무 힘들다고 판단하고 1999.1.25 비로소 망인을 연마과 바렐장으로 이전 배치함으로써 연마기계를 이용하여 수도꼭지 부품 연마작업을 담당하게 하였지만, 그 작업도 소음이 아주 심하고 약 40kg 정도 되는 제품박스를 들어야 하는 등 이미 신체적으로 상당히 쇠약해진 망인에게는 매우 힘든 작업이었으므로, 망인은 그 이후에도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였고 우울증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 후에도 망인은 위와 같은 증세가 더욱 심해지기 시작하더니 1999.1.27부터 김포시 북변동 404의 5 소재 은혜신경정신과의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위 병원에서는 망인에 대하여 진단하기를 `불안, 초조, 우울함, 의욕 저하, 수면장애, 회사일에 대한 스트레스 및 적응력 저하 등의 증상'으로 병명은 `범불안장애'로 추정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최소 2개월간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밝혔다.
그러던 중 망인은 1999.3.11 11:00경 작업장에서 11.6kg의 제품박스를 들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같은 달 15일까지 인천기독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는데, 당시 망인은 전반적인 불안정감, 식욕저하, 불쾌한 느낌, 불면증, 일에 대한 의욕상실 및 자신감 결여, 갑작스런 의식의 상실 등을 호소하며 전반적으로 몸의 기운이 없고 지쳐있는 상태에 있었으며, 이에 위 병원에서는 망인의 질환을 만성피로증후군으로 보았고 위 질환의 발생원인은 주로 만성적인 심리적 스트레스, 감정적 갈등이나 긴장감, 좌절감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하였으며, 망인에 대하여 향후 2주간의 안정가료와 정신과적 치료를 요한다고 진단하였다.
망인은 같은 달 16일 소외회사에 위 인천기독병원의 진단서를 제출하여 병가를 신청하려 했는데, 회사의 노무담당자로부터 자진퇴사할 것을 종용받은 한편 앞으로 복직할 생각은 하지도 말라는 말을 듣고 귀가하여 화를 낸 후 거의 말없이 있다가, 그날 밤 22:00경 경남 창녕군 남지읍 성사리 323에 있는 고향집으로 내려가 같은 달 18일 12:30경 집 뒤의 감나무 밭에서 어머니와 함께 풀을 뽑다가 몹시 현기증이 나고 너무 피곤하다고 하면서 집에 들어가서 쉬겠다며 방에 누워있었는데, 그날 16:30경 위 집 헛간에서 전기줄로 목을 매어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망인은 1962.9.18생으로서 사망당시 36세 6월 남짓으로 1990년 결혼하여 처와 슬하에 2남(사망 당시 7세, 8세)을 둔 단란한 가정생활을 영위하여 왔으며, 업무와 관련된 일 외에는 달리 스트레스를 가질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 다만 망인은 평소 말이 별로 없고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편의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망인을 진료하였던 인천기독병원 신경정신가 의사는 병명을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진단하였는데, 만성피로증후군과 자살과의 직접적인 의학적 인과관계는 없다고 할 수 있으나 각 개인의 성격이나 기질에 따라서 충동적이고 극단적인 행동을 할 잠재적 가능성은 배제하기 힘들다고 하며, 만성피로증후군의 주 증상은 전반적인 불안정감, 어지럼증, 긴장을 풀 수 없음, 소화장애, 긴장성 두통 등 몸의 여러 가지의 불쾌한 느낌과 심신의 안녕이 감퇴되었다는 걱정, 쉽게 자극됨, 무감동증 그리고 다양한 정도의 경한 우울 및 불안 등이다. 또 두가지 주된 유형으로는 ① 임상양상이 정진적 노력 후에 증가되는 피로의 호소이다. 이 때문에 흔히 작업수행이나 일상생활에서 대처능력이 약간 감퇴된다. 정신적 피로는 전형적인 경우 마음을 괴롭히는 여러 가지 연상이나 기억의 엄습, 주의집중장애, 전반적인 비능률적 사고 등으로 나타난다. ② 조금만 노력해도 몸의 기운이 빠지고 극도로 지친다는 느낌이 들고 근육이 아프다는 느낌과 긴장을 풀 수 없다는 호소를 동반한다. 발병원인은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주로 만성적인 심리적 스트레스, 감정적 갈등이나 긴장감, 좌절감 등에 기인하고, 심한 업무적·육체적 피로누적도 발병원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추측되어지며 망인의 경우 직장 내 스트레스가 원인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였다. 위 질병의 증상으로는 ① 정신적 노력 후에 피로가 증가된다는 지속적이고 고통스러운 호소, ② 현기증, 긴장성 두통, 수면장애, 근육이 쑤시고 아프다는 느낌, 긴장을 풀 수 없음, 쉽게 자극됨, 소화불량 중 적어도 2가지 이상이 나타난다고 하였다. 그리고 망인에게는 경미한 우울증세도 있었고, 정상인보다 자살충동에 대한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범불안 장애는 인격이 취약하거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되는 사건을 경험한 이후에 발병하고,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벼랑 끝에 서있는 느낌, 쉽게 피로해짐, 자극에 민감, 근육의 긴장, 수면장애 등의 증상 중 3가지 이상의 증상이 나타나며, 우울증은 그 상태가 경한 경우 정서적으로 우울하고 슬픈 느낌을 가지며 자신감과 생의 의욕이 없고 피곤한 증상을 보일 뿐이지만, 심하게 되면 성불능이나 수면장애가 나타나고 지속적인 불안, 걱정, 긴장, 장래의 위해에 대한 느낌과 걱정 및 초조감 등이 동반되며, 무력감, 고립무원감, 분노와 공격의 감정, 죄책감, 자기징벌의 욕구 또는 망상 등의 이유로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해하는 경우가 있고, 특히 자살은 심한 우울증에서 회복될 때 가장 빈번히 일어난다는 것이 정신의학상 인정되고 있다.
[인정근거 : 갑5의 1, 2, 3, 갑6, 갑7의 1 내지 5, 8, 9의 1, 2, 3, 4, 5, 을4, 6, 7, 10, 14의 1, 2, 3의 각 기재, 증인 이종운의 증언, 인천기독병원, 소외회사(일부)에 대한 각 사실조회회보결과, 변론의 전취지]
판 단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1999.12.31 법률 제6100호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호 소정의 `업무상의 재해'라고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8.12.8 선고 98두12642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근로자가 업무상의 질병으로 자살한 경우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도 자살자의 질병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으면 족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3.12.14 선고 93누939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돌아와 보건대, 망인은 입사 이후 15년 동안 일해 왔던 부서에서 아무런 통보없이 주조용해부서로 전보된 이후 작업환경이 좋지 않고 무겁고 뜨거운 쇳물을 다루어야 하며 시간에 쫓겨가면서 반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됨으로써 항상 긴장을 하여야 하는 등 업무에 부담감을 느끼고 이를 피동적으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집중력도 떨어져 잦은 사고가 발생하고 그로 인하여 무기력감에 빠지는 등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에 따라 전반적인 불안정감, 식욕저하, 불쾌한 느낌, 불면증, 일에 대한 의욕상실 및 자신감 결여 등으로 인하여 범불안 장애, 우울증 및 만성피로증후군의 증상을 나타낸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은 위와 같은 범불안 장애, 우울증 및 만성피로증후군이 발생한 이후 스스로 이에 대한 치료를 받아왔으나 내성적인 성격이 이러한 증상을 심화시킴에 따라 정신병적 증상으로 발전하여 끝내 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자살을 감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이 업무 이외의 다른 요인으로 인해 위와 같은 증상 등이 발생하였다거나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볼 만한 자료도 없는 점과 그 밖에 망인이 자살에 이르기 전에 보인 증세나 언행, 발병으로부터 자살에 이르는 기간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의 업무와 범불안 장애, 우울증 및 만성피로증후군 등의 정신적 이상 상태 및 그에 이은 자살에는 일련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결 론
그렇다면, 망인의 사망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없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서태환 ♧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